마음의 근육 키우기

신 영 애

매주 한 번씩 만나 서울 둘레길을 걷는 모임이 있다. 100세 시대에 걸맞게 만나면 건강에 관한 이런저런 정보를 많이 알려준다. 코로나19로 한동안 모임이 금지되었다가 11월부터 다시 활성화되어 지난주 대모산 둘레길 걷기 모임에 참석하였다. 건강을 위해 틈틈이 만 보 걷기를 시작하였는데, 시간이 흐르면서 익숙해지다 보니 강도를 높여야겠다는 생각에 둘레길 걷기 모임에 참여하게 된 것이다.

  규칙적이고 꾸준한 걷기 운동은 심장의 기능을 강화해주고, 체온을 적당하게 상승시켜주며 근육 이완 효과를 가져와서 질병 예방과 심리적 안정 등의 도움을 얻을 수 있다. 또한 유산소 운동으로 심폐기능의 향상과 체지방의 감소, 우울과 불안의 감소, 혈압과 혈중 콜레스테롤 및 글루코스(포도당) 저항성 감소 등의 효과를 얻을 수 있다. 특히 신체 부위 중 전체 혈액의 2/3가량이 모여 있는 다리 부위의 경우, 운동을 통해서 혈액 순환 및 근육의 쇠퇴를 막아준다.

  그리고, 근육은 심장에서 동맥에 의해 각 활동 근육에 공급되는 혈액이 정맥을 통해 다시 심장으로 돌아가는 순환작용을 원활하게 도와주는데, 무엇보다도 가장 중요한 역할은 바로 에너지의 저장고 역할이다. 우리 몸의 에너지원인 포도당이 인슐린에 의해 글리코겐으로 합성되어 근육에 저장되며, 근육량이 적어 저장되지 못한 포도당은 중성지방으로 합성되어 복부부터 쌓이게 되고, 당뇨병이나 고혈압 등의 다양한 합병증의 원인이 되기도 한다.

  평지 걷기처럼 단순한 유산소 운동으로는 근육을 크게 키울 수가 없고, 계단을 오른다든지, 경사로 걷기를 하는 것이 좋다. 그러나 체중뿐만 아니라 허리둘레를 줄여주고, 노화를 막아주어 뇌 기능을 활성화하며, 고혈압이나 당뇨병과 같은 건강지표가 개선된다는 연구 결과가 있는 것을 보면 둘레길 걷기도 좋은 운동이다.

  우리 일행은 산행하기에 앞서 스트레칭을 했다. 이는 유연성 향상과 관절의 움직임이 가능한 범위를 넓혀주어 부상을 방지하도록 하기 위함이다. 가을의 끝자락에 걸려있는 대모산은 한창 무르익어 가고 있었다. 그곳의 나무들은 온몸으로 움을 틔워 초록으로 옷을 입고 여름 내내 산을 찾는 이들에게 휴식과 즐거움을 선사해 준다. 가을이 되면 화려한 옷으로 갈아입다가, 어느덧 떠날 채비를 하듯이 스스로 몸에 걸쳤던 옷들을 떨구고 의연하게 서 있다. 다시 돌아오기 위해 떠나는 뒷모습은 아름답다고 하지 않던가. 형형색색의 아름다운 낙엽들이 두껍게 깔린 길을 천천히 걸었다. 맨발로 지나가던 어떤 사람이 내게도 맨발로 느껴보라고 한다. 낙엽이 쌓여 바스락거리는 소리를 느끼고 향기를 나누며 마음으로 자연의 소리를 들어보라고 한다.

  호젓하고 능선이 길어 오르막길과 내리막길이 완만하게 적당히 겹쳐있는 둘레길 걷기는 어쩌면 인생길 같았다. 사람들에게 치여서 마음에 상처를 받고 이리저리 휘둘리는 나에게 잠시 쉬어가라고 하는듯했다. 아름답게 물들다가 어느 순간 화려함을 내려놓고 다음을 기약하듯이, 나 역시 움켜쥔 것을 내려놓고 마음을 비우며 여유롭게 살아갔으면 좋겠다. 홀로 꿋꿋하게 서 있는 나무들처럼 의연한 마음으로, 자존감을 높여주고 자신의 가치를 높이는 내가 되었으면 한다. 매일 매일 조금씩 성장하고 있고, 어쩌면 나 자신이 생각하는 것보다 훨씬 잘 살아가고 있는 것이라고 위로받는 듯했다.

  아주 작고 사소한 것들이 우리를 살게 만든다더니, 몸의 근육이 우리의 신체 건강에 중요한 역할을 하는 것처럼, 마음의 근육은 우리의 정신을 더욱더 단단하게 함으로써 내 안의 상처가 치유되게 하고, 어려운 일이 생겼을 때 주저앉지 않고 어떻게든 일어나려는 힘과 용기가 된다. 촘촘하게 서 있는 나무들 사이로 따사롭게 내리쬐는 햇살은 마치 내 마음의 근육을 보듬어 주고 활짝 피어나도록 하는 것 같았다. 가만가만 다가가 나무를 안아본다. 그리고 속삭여 본다. 오늘도 내 마음의 근육이 한 뼘 더 자랄 수 있게 되어 고맙다고. 어떠한 환경에서도 흔들리거나 당황하지 않고 나를 힘껏 사랑하며 잘 살아가리라고. 문득, 며칠 전 사소한 일로 내게 짜증을 내며 마음을 아프게 해놓고, 아무렇지도 않게 나를 대하던 대표님의 말씀이 내 마음의 근육 속에서 꿈틀거린다. 움켜쥐었던 속상함이 녹아내린다. 그렇게 가을은 깊어만 간다.

(2021.11.2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