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단법인 창작문학예술인협의회/대한문인협회-수필

ㆍ작성자	김상훈
ㆍ작성일	2021-03-02 19:34

ㆍIP: 220.xxx.85

출가(出家)

김상훈

세속에 널린 티끌 훌훌 털어 버리고 고요한 산속에 살면 얼마나 신선 같은 생활이냐고 부러워하는 이들이 그간 어디 한둘이었으랴. 하지만 그렇게 말하는 이들이 막상 산속에 와서 인적 없는 적막과 더불어 세속의 몸과 마음을 털어내고 그 딱딱하기 이를 데 없는 경(經)을 담아야 하는 정진을 과연 며칠이나 견디며 지낼 수 있을는지.

속단하여 결행할 수 없는 일이다. 다만 예감할 뿐이리라.
누구도 감히 가벼운 마음으로 여기 강심(江心)으로 배 저어와서는 안되며 그냥 묵묵함으로 바라볼 수 있는 권리만을 소유하고 있어야 하는 것이다. 골짜기 타고 흐르는 바람 속에 서기도 하고 산능선 싸안는 엷은 안개에 젖기도 하고 숲 속에 모여있는 나무와 풀의 언어를 듣기도 하고 이른 아침이면 떠 오르는 햇살과 늦은 저녁이면 산 넘어가는 붉은 노을을 응시할 때 그 모든 것들은 한 장의 고뇌였고 삼라만상(森羅萬象)으로부터 내면을 채우는 따스한 것들의 일부였으리라.

출발선상부터 세인들의 측은지심 섞인 혀 참과 수행기간에 겪어야 할 인간적 고뇌의 통증을 사람들은 전혀 눈치챌 수가 없을뿐더러 세상 인연들 절제하고 출가 삭발하여 풀뿌리 나무로 몸을 가누고 허공을 나는 새와 흐르는 구름 벗하여 산에 살기란 예사로운 일이 아니기 때문이다. 아무나 삭발했다고 다 중처럼 보이는 것도 아니요 뒤통수에서 후광이 발하는 것도 아닐 것이다.

고도 적막의 산사에서 어느 날 문득 무미건조하다는 의식이 헐떡거릴 때 모든 것 접어버리고 하산을 꿈꾼 적도 있었으리라.

다시는 돌아오지 않을 것 같은 막연한 그리움,
누군지 알 수 없는 흰 이마의 그리움,
그 그리움에 의한 절대 세계의 무(無),

인생을 생사의 큰 그릇에 놓고 볼 때 어차피 인생은 한 마리의 부중지어(釜中之漁)가 아니든가.

성불이 곧 득도요 득도가 곧 성불이라면 사리만 남을 때까지 깊은 산중에만 있어야 하는지 그게 아니면 세속의 인연들과 호흡을 함께 하면서 중생 계도로 생을 마감해야 하는지 우리 같은 속인들은 어느 것이 옳은지 알 수가 없다. 애써 세속의 살과 피를 거부하지 않는 행보도 둘 다 있거나 없거나다. 절 뒷마당 처마 밑에 쪼그리고 앉아 흡연을 하거나 이른 새벽 귀가 차 산에 오르면서 바랑 속엔 들어있어야 할 불경은 없고 소주병만 잔뜩 담아 헐떡대며 올라오는 광경이 그렇다.

무엇이건 시작은 마모가 없는 돌멩이와 다름없다. 어찌보면 도니 선이니 따위가 유가체적인 허상의 함정을 더 가중시키는 낙공(落空)일 수 있다. 그러나 유가체적인 존재란 이러한 함정의 낙공을 완전 분해시켜 허공에 떠돌게 하고 산만한 의식들을 다시 제 자리에 돌려놓는 파수꾼이라는 사실을 알기까지 한세월이 흐른 뒤에나 완성되는 것이리라.

춘정시공(春情詩空)

김상훈

솔가지에 걸어둔 옷
입을 생각 없어 한가롭다
하늘 안고 구름에 누워
때 알아 부는 바람
머리 풀어 분주한 山下
남아도는 시정(詩情)에
죽방(竹房)의 추위 몰아내고
도도한 흥, 엮어가는 세월
시공(時空)에 늙고나

어려운 말보다 누구나 쉽게 이해할 수 있는 말이 훌륭하듯이 어렵게 만날 수 있는 성자보다 누구나 쉽게 접할 수 있는 성자가 훌륭하고 누구나 스스럼없이 대할 수 있는 멘토가 더 훌륭한 법이다. 모든 생물엔 제 각각 절대가치가 존재하고 한낱 미물에도 견성(見性)이 붙어있다. 이런 것이 바로 멘토의 본보기가 아닐까.

- 새벽에 쓰는 글 -
.

정대수 2021-03-03 09:42	`김상훈` 님이 선택한 답글 입니다. 김상훈 작가님 안녕하세요. 집을 나산다는 것은 고생을 각오해야 하지요. 그래서 속된말로 집나가면 개고생이다.라고...ㅎ 자연과 더불어 사는 것이 보기에는 참 좋아 보이지만 작가님의 말씀처럼 과연 며칠을 버틸수 있을까요? 농촌에서 사는 것도 싫어서 도시로 더 도시로 모여드는 게 사람인데 출가는 정말 어렵지요. 3월이 되어서 비도 제법 내렸고 햇살도 참 좋으니 자연은 곧 봄 노래로 활기차겠지요. 모쪼록 코로나19도 잘 이겨내시고 좋은 일들로 행복한 3월 되시기를 기원드립니다.^^

정찬열 2021-03-04 06:46	`김상훈` 님이 선택한 답글 입니다. 존경하는 벽란 위원장님 그간도 苦進건강은 회복 되셨는지요 의미깊은 "出家" 마음 다독이며 배람 합니다. 인생사 그 어디에도 精進이란 결코 마만한 것이 아니기에 자아를 다스리며 견디고 또 견뎌야 하는 것이겠지요 저는 산행을 하거나 걷디를 할때면 이어폰을 꽂고 youtube에 나오는 법륜스님의 즉문즉답을 즐겨들의며 세상을 배움하고 있습니다. 항상 건강에 유의 하시고 뜻하시는 소망 이루시여 행운을 축원합니다.

전병일 2021-03-04 13:25	`김상훈` 님이 선택한 답글 입니다. 김상훈 작가님 안녕하세요? 건강은 많이 회복 되셨는지요 세상인연 끊고 산사에서 고행의 길 겪어보지는 못했지만 성인군자만이 갈 수 있는 길이라 생각합니다. 저는 무신론자 이지만 힘들때 의지할수있는 종교하나 있어도 좋을듯 합니다만 그것도 행동으로 옴기는데도 힘이 듬니다 그저 아픈 마음 가슴속에 세기면서 인내할 따름이죠 봄비 내리는 오후 입니다 봄을 재촉하는 비가 아닌가 생각합니다 계절은 쉬지않고 가는데 코로나 19는 우리곁에 공생하고 떠날줄 모르고 있네요 환절기 건강 유의하시고 늘 행복하세요.

한영택 2021-03-04 21:22	김상훈 작가님 안녕하세요? 오랜만에 작가님 서재에 들어 올리신 깊은 글에 머물러 봅니다 속세를 떠나 홀로 지낸다는 거 아무나 쉽게 할 수 있는 일은 아니라 봅니다 엄청난 충격적인 일이 아니고서야 오랜 세월을 속세에 물들여져 있었다면 더더욱 그렇겠지요. 속세에 살고 있지만, 현실에 충실하며 몽돌처럼 자신의 마음가짐과 수양으로 다듬어 나가야겠습니다. ‘코로나 19’로 인한 사회적 현실에 자유롭지 못한 일상이 계속되고 있네요. 건강하시고 마음의 평화 함께하시길 바랍니다.

조근수 2021-03-06 12:50	존경하는 위원장님! 머물다 갑니다. 왕성한 집필 기다리겠습니다

이세복 2023-01-09 07:26	존경하는 김상훈 작가님 안녕하세요 따뜻한 마음으로 다녀가심을 진심으로 감사드립니다 발자국 따라 보고 싶어 서재에 왔습니다 곱게 집필하신 글 두 편의 작품을 공감합니다 저도 요즘 시골에서 있습니다 친구들은 시골에 있으면 심심하고 고독하지 않나 하더라고요! 하지만 저는 제 취미와 적성에 맞은 것 같아 좋아요 삶은 空虛와 때론 落空흔들리고 최미에 도취하지 않으면 한 時도 지겹고 힘든 법이지요 가끔 안부 주심에 감사드립니다 행복한 癸卯年이 되시길 바랍니다 새해 복 많이 받으세요.

배정숙 2023-03-26 04:08	존경하는 김상훈 시인 작가님! 안녕하세요 서재에서 뵈올수 있어서 많이 반가웠습니다 출가(出家)에 머물며 도시인 출가에 대한 프로그램을 종종 접하며 사색(思索)을 해봅니다 (어쩌다 가끔요) 늘 건강하시고 반갑게 뵐 수 있기를 소망합니다 행복하세요 감사합니다.

최하정 2023-12-29 17:43	김상훈 위원장님 안녕하십니까 12월 23일 작가 수상으로서 등단이 된 최하정입니다 경황이 없어 인사가 늦었네요 작가 서제에 자리하시는 모든 작가님들 께도 반가운 인사를 드립니다 아직은 많이 미흡하지만 수필에도 관심을 갖고 열정으로 열심히 하겠습니다 올한해도 수고 많으셨고 2024년에도 행운이 가득한 한해가 되시길 기원드립니다 잘 부탁드립니다~~^^ 행복하세요~~

글과 글쟁이에 대한 담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