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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상훈 수필가 문학서재

ㆍ작성자	김상훈
ㆍ작성일	2019-07-09 03:56

ㆍIP: 220.xxx.191

노을, 참 이상도 하지

벽란 김상훈

노을의 붉은 손가락이 저녁 음계를 두드리며 진홍의 선혈을 뚝뚝 흘리고 있다.

참 이상도 하지. 잊고 지낸다 싶었던 기억 몇 점이 오늘따라 연어처럼 힘차게 거슬러올라와 기억의 공기방울 꿀렁꿀렁 뱉어내니...... 어느 유행가 가사처럼 복사꽃 능금꽃 피던 시절 외나무다리에서 코흘리개로만 여겼던 이장네 금숙이와 첫 입술인 동시에 마지막 입술을 나눌 때, 능금보다 더 붉게 보였던 노을이 내 생을 예고나 하듯 그녀의 머리 위에서 화관무를 추며 붉은 한삼을 펼치고 있었지.

80년 초 낙담을 안고 상경했던 친구 현섭이 녀석이 라일락 꽃 향기 진동하던 5.18 이후로 돌연 볼 수 없게 됐다는 슬픈 소식을 접했을 때, 서울에서 왜 광주까지 갔을까, 라는 의문보다 그순간 가장 먼저 떠올랐던 것은 그의 등 뒤에서 붉은 수수밭을 그리고 있던 노을의 벽화였지.

치마폭에서 니코틴 냄새 폴폴 풍기며 밤을 씹어 나를 키우던 할머니가 치매에 걸린 노인답게 당신의 똥을 벽에다 칠하다 어느 날 잠깐 제정신이 돌아와 생애 마지막 말을 뱉아낼 때, 창문을 뚫고 들어온 핏빛 노을이 온방 안에 물감처럼 쏟아졌었지.

아버지 한 사람의 죽음으로 계모와의 부부 연을, 동시에 계모와의 모자 연이 끊겼을 때에도,
36개 월이라는 군생활 동안 단 한 번의 면회 기록을 남기지 못하고 연병장을 떠날 때에도,
생모라는 이유로 내가 당당하게 어머니라고 부를 수 있었던 여인이 복사꽃 지고 얼마 안 있어 자살을 택했을 때에도, 노을의 붉은 손가락이 저녁 음계를 두드리며 진홍의 선혈을 뚝뚝 흘리고 있었다.

참 이상도 하지...... 노을.......

- 벌목당한 기억 사이로 -

전병일

2019-07-09 09:09

`김상훈` 님이 선택한 답글 입니다.
작가님 안녕하세요?
참 이상도한 노을이군요~~
금숙이와 첫입술에 화관무,5.18 이후 볼수 없었던 현섭이의 벽화
할머니의 치매에 대한기억들의 핏빛노을

모두가 지울수 없었던 노을 이었겠어요...
무더운 날씨가 연이어 지내요
건강관리 잘하시고 행복한시간 되세요.


김상훈	답장이 늦어 죄송합니다. 비가 주룩주룩 내리는 날 흔히들 막걸리와 파전의 궁합을 들먹이지만 요즘 서민들은 그것마저 수월치 않는 경기 체감을 느낍니다. 빨리 좋은 세상이 왔으면 좋겠습니다.	7/10 19:26

이정연

2019-07-10 12:01

`김상훈` 님이 선택한 답글 입니다.
위원장님~
삶을 스스로 접어신 어머님의 한 만큼이나
골깊은 상처를 알아차린듯한 날씨입니다.
한의 한계를 딛고 때로는 글로 , 때로는 연극으로 마주하시는
당당한 모습이 아름다운 오늘 입니다.
행복하시길 기원합니다.


김상훈	어느 누구나 자기 생을 돌아보면 기가 막힌 드라마나 장편소설 한 권은 될 겁니다. 서재에서 자주 소통하기로 해요. 든든한 우군으로.......^^	7/10 19:34

정찬열

2019-07-10 15:56

`김상훈` 님이 선택한 답글 입니다.
벽란 작가님 안녕하세요
작가님에 "노을, 참 이상도 하지"를 배람하니
나도 모르게 '노을진 한산 섬에 갈매기날으니
삼백리 한려수도그림같구나,. 님마중~~
빨갛게 빨갛게 동백 꽃 처럼<중략>
내머릿속을 회오리치며 가수 김용님이
불렀던 "삼백리 한려수도" 가 튀어나오네요

<이문세의 붉은 노을 가사의 일부중>
"당신의 이름을 불러요
꼭 이렇게 날 남겨두고떠나가야만 했는지..."

아버지의 죽음으로 계모와의 모자연이 끊기참다움
36개월의 외로운 군생활 후 생모마져 자살을....?
파란만장한 모습속에 당당하게 일어섬이
붉은 노을은오늘을 있게함을 존경합니다.

장맛비가 내리면서 고온다습한 날입니다
항상 건강에 유념하시길 손모음니다.


김상훈	노래 한 곡에도 각기 사람마다 다른 추억이 떠오르듯이 똑같은 자연 현상을 보고도 각기 다른 기억들이 존재한다고 봅니다. 이사님도 아마 그럴 것입니다. 노을은 제게 묘한 슬픔을 주는 벽화지요. 여기저기 댓글에 감사드립니다.	7/10 19:42

김경렬

2019-07-10 21:20

절묘한 표현들에 감동합니다.
위원장님의 노을은 가슴 시린 노을 이군요.
단숨에 배람하고 나니 제마음도 무거워집니다.
늘 건강 하십시요.


김상훈	언제 다녀가셨는지모 모르고 있었네요. ㅎㅎ 노을에 대한 제 고정 관념은 아니지만 돌이켜보면 제 삶의 마디 가운데 몇 마디쯤 저런 노을과 맞닥뜨렸던 같습니다. 노을...... 그러나 참 멋진 벽화라고 늘 생각합니다.	7/11 23:31

김상화

2019-07-10 21:25

그리도 무덥던 날이었는데 오후 늦게부터
반갑게도 비가 내립니다
얼마나 기다렸던 비인지 모두 반가워하네요
김상훈 위원장님 그간 안녕하셨지요
노을, 참 이상도 하지라는 제하의 글 잘 배 독 했습니다
가정사라서 댓글 쓰기가 참 그러네요
위원장님 12일이 초복입니다
더위 조심하시고 늘 건강하시기 바랍니다


김상훈	ㅎㅎㅎ, 루스 작가님. 글은 그냥 글로서 봐주시기 바랍니다. 수필이라는 것이 보통은 사실 자서전적 의미가 많이 담겨있지만 시시콜콜하게 나열하지 않는 이상은 그냥 경수필일 뿐이니 가볍게 보십시오. 저는 그래서 애써 시적 운율을 탑니다. 시시콜콜하게 쓰다보면 문학이 아니라 결국 일기에 지나지 않는 우愚를 범하게 되기 마련이니까요. 이것도 실은 산문시였습니다. 감사합니다.^^	7/11 23:39

장춘희

2019-07-24 11:45

노을은 아름다움이기도 하고
마지막을 예고하기도 하지요?.
선생님의 수려한 문체를 잘 배우고 갑니다.


김상훈	은근 많이 기대하고 있습니다. 서재 활동도, 미래의 서적도...... 며칠 결석하신 것 때문에 아래층까지 다녀가셨군요. 고맙습니다.	7/24 23: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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