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단법인 창작문학예술인협의회/대한문인협회-수필

ㆍ작성자	김상훈
ㆍ작성일	2020-01-02 17:58

ㆍIP: 220.xxx.205

복권

김상훈

가끔 모래성을 짓는다.

대체로 튼튼한 지지 기반 없이 흐르는 하류의 꿈이지만, 일주일의 행복은 아니다. 가끔 추첨 당일에 구매해서 그 짧은 몇 시간 안에 쌓는 성이니까 모래성 수십 채 따위 골백번쯤 무너뜨리고 새로 짓는 것은 일도 아니다. 막상 쌓고 보면 지금까지 내 삶을 지탱해 주던 영주들이 많아 나눠줄 몫도 이만저만 아니어서 분 초 단위로 내 통수는 이랬다저랬다 검은 고양이 네로가 된다.

그러다 끝에 가면 정작 내 몫은 거의 바닥일 때가 태반인데 항상 가장 큰 걸림돌은 의외로 아내 프린치페스 (Principess) 전하(殿下)다. 특히 나보다 생의 사포질에 더 뼈까지 갉아버린 듯한 아내라서 그 고뇌는 아니. 통수는 더 커질 수밖에 없다.

오히려 재산 분할 동급의 그 외 전하들, 즉 자식들은 별 통수 없이 폐하가 내리는 그 거룩하고도 은혜 충만한 하사품으로 몸에 달린 구멍 어느 곳이든 벙긋벙긋할 기세가 역력할 터지만, 그 외 공작들, 후작들, 백작들, 자작들이야 무슨 말이 필요하랴. 그들이 마구 쏘아댈 경외심 가득한 화살은 오롯이 내가 타깃일 테고 나는 그들의 화살을 단 한 발도 피할 생각이 추호도 없으렷다.

그러나 그 귀족들의 가치도 천차만별이어서 머리에선 다시 쥐가 들락거리고 이미 분배했던 몫들을 조금씩 떼 지인들과 내가 마주쳤던 가난한 이웃들까지 얹어주려고 하니 나만의 감성공간 짓기 따위 그게 참 국가 예산 편성하기처럼 복잡하기 이를 데 없다. 톰과 제리가 통수 싸움으로 온집 안을 엉망으로 만드는 것처럼 균형 잃은 통수가 온통 내 머릿속을 들쑤신다.

사람 관계에 있어서 내가 소중하게 여기는 사람의 가치를 어디다 두느냐에 따라 그 가치는 사뭇 달라질 수밖에 없다. 이 하찮은 모래성 쌓기에서조차 기준이 되고 잣대가 되는 것을 보면 나 또한 누군가의 가치 기준에서 과연 나는 몇 등급에나 해당될까 사뭇 궁금해진다.

"당첨금이 얼마가 되든 저는 반 딱 잘라서 드릴게요."

언젠가 누군가한테 들었던 말이다. 훗날 정말 그런 일이 발생하여 정작 빈말이 될지언정 하여튼 그때 기분은 참 좋았다. 시간이 조금 흐른 지금 그 말이 담고 있던 가치와 진실은 아직 존재하고 있을까.

내가 죽음을 눈앞에 두고 있을 때 하늘에서 내린 지상의 슬픔처럼 끝까지 나를 안고 울 수 있는 사람이라면,
한 시절쯤 생의 통과의례를 나와 함께 했던 사이라면,
한때 자기 목숨까지 담보로 걸고 나를 사랑했던 사이라면,
생의 긴 협곡을 건너는 몇 개의 다리 가운데 단 한 개라도 함께 건넜던 사이라면,
설령 연이 끊기는 관계일지라도 그 가치는 아마 눈을 감을 때까지 유효하지 않을까.

그러므로 생각한다.
단지 물질 때문이 아니라 사람 관계만큼 분명하게 할 좋은 타임이 있다는 것. 상대방 마음에 차지하고 있던 내 존재에 대한 공간이 아무런 설명이나 이유 없이 급격하게 협소해질 때다. 그 전조는 무엇인가 하나둘씩 삭제당하거나 무시당할 때다. 일상적으로 주고받았던 일조차 이상하게 어렵고 까다로워지는 현상, 어떤 궁금증이나 감정이 결여된 느낌, 무엇인가 임계점에 다다른 전조 현상이다. 그러나 한때 고비일 수도 있다.

웃긴다. 바로 길 건너 복권 집 앞에 차를 세워두고 시동도 안 끈 채 그 짧은 몇 분 동안 제목을 달기도 이상한 인문학을 펼쳤으니. 더 웃기는 건 아직 복권도 안 샀을뿐더러 당첨자는 더더욱 아닌데도 말이다.

시간의 내부를 체포할 수 있는 매트릭스
그것을 탈 수만 있다면
나의 불온한 시간들을 바꿀 수 있고
타인의 불행까지 막아줄 수 있지 않으랴

나는 잠시 모래성을 짓기 위해 올라탄 매트릭스에서 내려 복권을 사기 위해 차 시동을 끈다.

- 벌목 당한 기억 사이로 -

김상화

2020-01-02 23:04

`김상훈` 님이 선택한 답글 입니다.
누구나 한두 번쯤은 혹시나 하는 마음에서 복권을 사지요
산 시간부터 발표하기까지는 행복이 들랑날랑합니다
기와집도 몇 채씩 지었다 허물기도 합니다
그러다 발표하는 날 퇴근 후 번호를 맞춰보면 대부분 꽝입니다
그 순간은 왜 그리 허전하고 허망할까요.
아마도 복권을 사본 사람은 생각이 거의 대동소이할 것입니다

김상훈 위원장님 반갑습니다
우리 수필 방이 활성화가 되지를 않네요
너무도 쓸쓸합니다
서재에서 나간 작가님들 이야기를 들어보면 첫째 재미가 없다는 것입니다
또 협회에서 의붓자식 취급하는 기분이랍니다
이러니 활성화가 될 리가 없지요
위원장님께서 서서히 활성화를 시켜야 할 것 같습니다

날씨가 춥습니다
늘 건강 잘 챙기시고 행복하시기 바랍니다
庚子年 새해가 밝았습니다
올해는 작가님께서 하시고자 하는 꿈이 이루어지시길 두 손 모아봅니다
또 건강과 행복이 함께하시고 가정의 평화기 길이 머물길 기원합니다


김상훈	저 역시 이런저런 이야기들 듣기도 합니다만 우선은 제 능력의 부재가 우선하리라 봅니다. 그러나 곰곰 생각해 보면 재미라든가 도외시 당하는 느낌의 핵심은 우선 작가님들 참여의식이 우선해야 해결될 요소고 재미난 공간 꾸미기는 협회에서 해주는 것이 아니라 우리가 꾸미는 게 맞는 이치라고 생각합니다. 물론 참으로 고단하고 힘든 일이라고 봅니다만 루스 작가님부터 하나의 불씨라고 저는 생각합니다. 우리 새해에 불씨 한 번 지폈으면 합니다. 아무튼 제가 죄송한 마음으로 답글을 달아봅니다.^^	1/3 15:57

전병일

2020-01-03 11:21

`김상훈` 님이 선택한 답글 입니다.
작가님 안녕하세요
새해가 돌아오면 운수와 복권을 많이 사지요
제가 거쳐하고 근무하는 지역은 복권방이 멀리있어 선듯 구매욕이 안남니다
어쩌다가 한양 출장길에 5개임정도 사가지고 옴니다
결과는 꽝이지요

심심풀이로 가끔은 구입하지만 내가 구입한 투자금이
다른사람의 행복도 가져다주니 기쁨도 있지요
복권은 나한테는 심심풀이요
아내는 10원도 복권에 투자하지 말라고 하네요
그돈있으면 자기 주라합니다

위원장님 건강 잘챙기시고
경자년 새해에도 행복한시간 되세요
감사합니다...


김상훈	작년 어느 날 인연이 됀 날로부터 지금까지 제게 아주 든든한 우군이 되실줄 몰랐습니다. 시 서재에 비해 참여도가 현저히 떨어지는 이 공간에서 저 역시 믿고 의지할 작가님들이 사실 몇 분 안되지만 그렇더라도 다시 시작해 보겠다는 의지로 저와 함께 뚜벅뚜벅 걸어가 보기를 희망합니다. 고맙습니다.	1/3 16:02

정찬열

2020-01-03 18:38

`김상훈` 님이 선택한 답글 입니다.
반갑습니다.
벽란 분과 위원장님~!
가끔은 모래성을 짓기도 하는 "복권"
가끔이 아닌 99%가 모래성의 樓閣 은
누구에게나 유혹의 쏠쏠함이지요
기대가 크면 실망은 배가되는 복권
의미깊게 감사히 배독했습니다.

참! 그래도 벽란 분과 위원장님의 뜻깊은
생각에 서서히 변화가 올것을 기대 합니다.

庚子年 새해 건강과 함께 뜻하시는 소망 손 모음니다.
일주후 임원 회의때 뵙겠습니다.


김상훈	많이 도와주십시오. 이사님. 지금 수필촌 거의 전멸입니다. 저혼자 발버둥친다고 되는 것도 아니고 작가님들 스스로 자발적 참여가 있어야 할 텐데 다들 어디로 가시고 안 오는지 답답합니다. 시 서재에서는 자주 보이는 분들이 왜 여기는 발길을 끊는지...... 알 수가 없군요. 아무튼 가는 데까지 가보렵니다.	1/5 04:16

신영애

2020-01-06 15:01

위원장님.안녕하세요
집안에 일이있어서
글을 쓸 마음의 여력을 담지못해
한동안 들어오질 못했습니다.

일주일간의 행복을 주는 복권
작년 지인이 농담삼아 던진
복권을 사보라는 얘기에
나중에 좋은꿈구면 한번 사볼까 생각했더랬습니다.

평소에 꿈도 잘 꾸지않는 제가
어느날 요상한 꿈을 꾸고나서
인터넷에 꿈해몽을 검색해보고
필시 길몽이려니하고
후다닥 복권을 샀더랬지요.
일주일 행복했고
잠깐 슬펐겠지요..꽝이었으니까요..

그럼 그 꿈이 개꿈이었나?하고 생각해보니
어느 순간 내가 의식하지못하는 순간에
어쩌면 내게 슬픔일수도 있던일이
내가 모른체로 지나갔으니
오호라~그런거였구나 하면서
잊어버렸습니다.

새해복많이 받으시고
건필하세요~


김상훈	많이 바쁜 것이 사실 더 좋은 일이고 그렇게 돼야 사는 맛도 납니다만 집 안의 우환이 아니었기를 바랍니다. 새해부터 많이 좀 도와주세요. 수필촌을 바라볼 때마다 마음이 무겁습니다.^^	1/8 02:34

이길선

2020-01-06 22:17

위원장님!

경자년 새해 복 많이 받으세요!
[吾心之茶]로 새해 인사합니다,


김상훈	네, 만사 형통하시고 계획하고 작정하신 일 멀리서나마 잘 될 거라 열심히 응원하겠습니다.	1/8 02:35

장춘희

2020-01-07 15:51

누구나 복권을 사고 한번쯤 가져보았을 꿈같은 생각을
참으로 실감나게 쓰셨습니다.
그 한 주일의 꿈은 얼마나 달콤했는지.
이제는 그 꿈조차 허망스러워서 안 가지는 메마른 마음입니다.

수필방의 활성화를 위해 애쓰시는 위원장 님을 도와
드리지 못해 못내 아쉽고 죄송한 마음큽니다.
김상화, 전병일, 정찬열 세분 선생님의 열성과 성의에도
고마움을 전합니다.


김상훈	정작 듣고 싶었던 댓글을 보면서 작은 위로를 얻습니다. 조직이라는 형질이 그렇듯 참여도가 낮으면 제 아무리 앞에서 외쳐도 그냥 그림자일 뿐...... 저를 생각해서라도 많이 좀 도와주셨으면 합니다.^^ 마음이 늘 무겁습니다.	1/8 02:3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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