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단법인 창작문학예술인협의회/대한문인협회-수필

ㆍ작성자	김상훈
ㆍ작성일	2019-09-01 04:16

ㆍIP: 220.xxx.65

적당히라는 가치

김상훈

남녀를 막론하고 말수가 적은 사람을 보면 사람들은 흔히 막연하게 신뢰감을 가진다. 어딘가 깊이가 있어 보여 고매한 인격의 소유자처럼 느껴지기 때문이다. 그렇다면 성자나 성현들은 대다수 입 가벼운 사기꾼일 수밖에 없다. 동서고금을 막론하고 인류사에 있어 그들처럼 말 많은 이들이 없었기 때문이다. 과묵하다고 무조건 호감을 느끼는 것은 참으로 위험한 발상이다. 순전히 개인적인 의견이지만, 지나치지 않는 선에서 적당히 자기 자신을 표현할 줄 아는 사람에게 나는 더 호감이 간다.

위 요지와 약간 엇나가는 내용이겠지만, 평소 떠벌떠벌 말 많은 사람이 남의 비밀을 털어놨을 때 느끼는 배신감에 비해 말수 적은 사람이 입소문을 냈을 때의 그 배신감은 매우 충격이 크다. 다분히 선입견 때문이다. 말 많은 자는 의례 그럴 줄 알았다 여기고 과묵한 자는 절대 그럴 리 없다는 이상한 믿음 때문이다.

말수가 적은 사람의 특징 몇 가지 예를 들어보자. 일단 옳고 그름에 대한 평가를 대체로 유보하는 성향이 짙다. 그래서 곧잘 듣는 소리가 회색분자다. 좀체 속내를 드러내지 않아 심지어는 음흉, 응큼한 느낌마저 준다. 비밀이 많은 사람으로 비친다. 조금 앞서 나가면 마치 사연이 많은 사람처럼 보인다. 이런 단정도 다분히 왜곡이겠지만, 이런 오해를 받는 것은 어쩔 수 없다.

적당히라는 선, 참으로 어렵다. 말이 너무 많아도 말이 너무 없어도 극과 극은 어디서든 그다지 환영받지 못한다. 중도나 중용과는 엄연히 다르지만, 이 적당히라는 선이 우리 일상에서 얼마나 훌륭한 타협이며 소통에 있어서 얼마나 중요한 요소인지 깨달아야 한다. 적당히라는 브레이크가 적절하게 작동될 때 욕심이 줄어들고 집착도 사라진다. 꼬리가 길어지는 것은 멈출 때 멈추지 않고 적당히라는 브레이크가 파열하기 때문이다.

여기서 적당히란 무엇이든 대충대충 하라는 뜻과는 전혀 다른 의미다.

불만이 있어도 입 꾹 다물고 사는 부부보다 지나치지 않은 선에서 자기 의사 표현을 적당히 해가며 사는 부부가 오래가는 것이 아닐까. 솔직해야 한다는 이유로 사사건건 불만을 표시하고 그 어느 것 한 가지 참지 못하는 것도 역시 적당히라는 브레이크에 문제가 생긴 건 아닐까. 비단 남녀 간의 애정만이 아니다. 내 주변을 살펴보면 적당히라는 선이 얼마나 괜찮은 가치인가를 깨닫게 해주는 것이 수두룩 빽빽하다.

조용히 자기 일상과 내 가족과 주변 사람들과 사회와 국가와 물질과 명예와 지위와 자기 현실을 살펴보라.

- 벌목당한 기억 사이로 -

전병일

2019-09-02 11:30

`김상훈` 님이 선택한 답글 입니다.
위원장님 안녕하세요
적당한가치
입이 얼마나 중요한지 한번나간 말은
다시주어 담기가 쉽지 않지요
그래서 신중하게 적당히란 말이 나온듯 합니다
저도 과묵형인데 과묵형 보다는 적당히 자기표현 및 피알도 필요하가고 사료된다
표현을 하지 않으면 손해를 보는 경우도 있다
그러나 말많으면 실뢰성이 보이지 않는다
무었이든 적당한것이 좋다
속도조절이 필요한것

어느덧 9월 입니다
9월에도 건강하시고
좋은일 행복한일 가득하시길 기원합니다.


김상훈	말은 미각과 비슷하다는 생각을 떨칠 수가 없더군요. 어느 한쪽의 맛이 너무 지나치면 제 아무리 요란한 음식이라도 누구한테건 환영받지 못하는 이치와 비슷합니다. 카르마(갈마羯磨), 이것이 짓는 업이 새삼 무섭다고 느껴집니다. 적당히, 생각해보면 그것은 비겁한 게 아니라 꽤 합리적 개념이라는 생각이 듭니다.	9/4 01:27

이은주

2019-09-04 04:08

`김상훈` 님이 선택한 답글 입니다.
선생님~
과유불급이라는 말이 생각나는 글에
잠시 마음을 풀어 놓아 봅니다~
말이라는 것이 서로에 대한 이해도를
높이고 소통을 가져 오지만 지나칠 때는
어김없이 관계에서 문제를 일으키곤
하는 걸 볼 때, 선생님 말씀처럼 적당히
라는 브레이크가 꼭 필요할 것 같습니다~
적당히는 비단 말 뿐만 아니라 사람들과의
관계에서 꼭 필요한 가치가 아닐까
생각해 봅니다~^^
수필서재에 아주 오랜만에 들어와서
선생님의 글을 대하니 반갑고 또
한편 송구합니다~^^
모쪼록 건강 잘 챙기시고 가을 행사에서
뵙겠습니다~^^


김상훈	헐, 이곳까지 방문을 했군요. 아무튼 무척 고마운 일입니다. 사실, 세상에 쏟아져 나오는 글들 어느 하나 틀린 말 없고 그른 말 없지요. 하지만 정작 좋은 글들임에도 그것을 실천으로 옮기기엔 우리 인성들이 너무 가볍거나 감정적일 때가 많습니다. 그것 역시 제어장치가 적당히 돌아가면 좋을 텐데 그렇지 못한 것이 인간이기도 한 것 같군요. 다시 한 번 고마워요.	9/5 02:37

장춘희

2019-09-04 11:26

`김상훈` 님이 선택한 답글 입니다.
옛말에 지어먹은 마음은 사흘을 넘기기
어렵다, 는 말이 있습니다.
말수가 많고 적고는 지어먹는 마음이 아니고
타고난다고 생각합니다.
그렇지만 부부사이에는
말같이 소같이 막말도 막 해가면서
살아야 마음에 앙금이 안 남는다고
생각합니다.
건강하십시요.


김상훈	장춘희 작가님, 역시 오랜만에 댓글을 봅니다. 여여하시리라 믿습니다. 사실 제 마음 같아선 우리 수필촌 작가님들 한 분 한 분 빠짐없이 다 만나 뵙고 활성화를 위한 담론을 펼치고 싶은데 그것은 현실적으로 불가능한 일이고 그러다보니 행사 때라도 만났으면 하는 마음입니다. 개인적인 소통도 사실 어려운 문제지요. 한 번씩 이렇게라도 수필촌에 오셨으면 합니다.^^	9/5 02:42

정찬열

2019-09-05 00:50

안녕하십니까
바쁘신데도 불구하고 서재에
꽃을 피우는 모습니 참 아름답습니다.
저역시도 말많은 어벌쩡한 사람치고
과묵한 사람에 비하면 불편을 초래 하는
사람이 많다고 공감합니다.
의미깊은 글에 잠시 배움하고 갑니다.
편안하고 건안하시길 바랍니다.


김상훈	ㅎㅎㅎ, 일면 위로가 됩니다. 활동이란 우선 마음에서 우러나와야 된다고 봅니다. 소속감이 우선하면 소통은 자연스럽게 이뤄지는 것인데 그런 면에서 좀 아쉽기는 합니다. 다들 현실 때문이겠지만 일의 경중에 따라 관심도도 달라지는 것이니 어쩔 수 없지요. 늘 수필촌을 지켜주시는 이사님 힘이 매우 큽니다. 다녀가심 감사합니다.	9/5 02:45

이정연

2019-09-06 02:08

반갑습니다. 선생님
적당히...모든것에 이보다 더 좋은 말이
있을까싶습니다.
말이 너무 없는 사람은 속을 도무지 알 수
없고, 너무 많은 사람은 진성성이 결여되고,
적당히가 딱 좋은것은 맞습니다.
그 적당히를 잘 조절해서 즐거운 만남이
될 수 있도록 노력해야겠지요.
곧 태풍이 들이친다고 합니다.
피해없으시길 기도합니다.


김상훈	말이 없는 사람의 두 부류가 있다고 하죠. . 원래 말 수가 적은 사람. . 멋있다고 하니까 일부러 그러는 사람. 후자는 좀 얼척 없지만 말 수가 적은 사람들이 공통적으로 듣는 소리가 있죠. 심하게는, 회색분자 어쩌구 하는...... 거의 오해에 가까운 것이지만 아무리 생각해도 표현할 것은 표현하고 사는 것이 소통에 있어서 우선이 아닐까 봅니다.	9/6 21:56

김상화

2019-09-06 23:39

바쁘다는 핑계로 이렇게 늦게 댓글을 답니다
김상훈 위원장님 대단히 미안합니다
말에 대한 글을 읽으며 많은 것을 생각하게 합니다
혀를 잘 놀리면 금이요 잘못 놀리면 독이 된다는 말이 있습니다
말을 할 때는 늘 신중을 기해 한 번 더 생각하고 해야 합니다

태풍이 이 나라를 덮치고 있습니다
태풍피해 없으시기 바라며 늘 건강하시기 바랍니다


김상훈	저도 답장이 맍이 늦어서 무척 죄송합니;다. 늘 바쁜 척하고 살려니 고달픕니다. ㅎㅎ 한가위 잘 보내시고요. 동양화 그리실 때 무리한 고는 절제하십시오.^^	9/11 03:42

철길 마을에서

갈숲에 앉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