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단법인 창작문학예술인협의회/대한문인협회-수필

ㆍ작성자	김상훈
ㆍ작성일	2019-12-11 04:11

ㆍIP: 220.xxx.22

황새의 산책길 벌새의 소롯길

김상훈

아프리카 넓적부리 황새 슈빌이 걷는 그 광활한 산책길을 새 중에 가장 몸이 작고 거의 걷지 못한다는 쿠바 벌새가 알 턱이 있으랴. 실은 굳이 알 필요가 없다. 쿠바 벌새의 아기자기한 소롯길은 따로 있을 테니까. 사람들은 대체로 공정은 둘째 치더라도 생이 공평할 거라고 믿으려는 성향이 있다. 그러나 표면과 이면이 있어야 동전이 되는 것처럼 되돌아보면 생은 외연과 내연이 다른 연(連)이 아니라는 것.

늘 근사한 생이 있을 듯한 詩처럼
놀랍게도 생은 처음처럼 걷는 길이 종종 현현한다.

아니 감만 못한 길을 뼈아프게 걸었던 것도, 현실에 안주해 이미 젖어버린 길도, 살아있음에 감사한 마음으로 새롭게 걷는 길도 실은 다 한통속이라는 것. 인간의 불온한 기운 가운데 가장 큰 것은 자기 실체를 너무 늦게까지 모른다는 데에 있다. 사람들은 대체로 오늘의 절망은 믿지 않아도 미래에 대한 불확실성을 믿으려는 경향이 짙다. 이 믿음을 나한테만 부여된 행운으로 간주하고 심지어 던져진 운명으로 받아들일 때가 있다. 범죄임에도 그렇게 밀어부치는 경우도 허다하다.

자기에게만 이롭게 생각하거나 행동하는 착각, 텍사스 명사수의 오류라는 심리다. 희망에 대한 기대치에 항상 아전인수(我田引水) 격 모자를 씌운다. 이는 정치 문법에서 흔히 목격할 수 있는 광경이고 자기중심적인 사람에게서 자주 볼 수 있는 현상이다. 삶을 긍정적으로 바라보는 시각과는 많이 다른 음영과 결을 지니고 있어서 필경 몸이나 마음을 크게 다치는 경우가 흔하다.

정원에 떨어지는 물방울을 보고 "알함브라의 궁전의 추억"을 작곡한 테레가.
크라카타우섬의 저녁노을을 보고 "절규"를 그린 뭉크.
뤼부르 산의 절경을 보고 "별"을 쓴 알퐁소 도테.

눈앞에 현현한 것들에 대한 사고가 이처럼 다른 것을 흔히 발상의 전환이라고 말한다. 이 전환이 그토록 쉽지 않다. 생의 외연과 내연을 들여다볼 수 있는 통찰력, 그 통찰력의 기저가 될 수 있는 직관력을 키우기보다 생은 묘하게 현재의 행 불행의 유무와 관계없이 우리에게 현실 안주라는 게으름을 선사하고 감정 노동을 회피하게끔 권유한다. 사뭇 머뭇대다 늙어버리는 이유다.

그러나 날마다 생의 마지막 하루처럼 맹렬하게 살든, 한뎃 길에 자신을 내몰고 불가촉천민처럼 살든, 생이라는 궤적은 표면과 이면을 갖춘 동전처럼 굴러간다는 것. 날아가는 화살은 멈추어 있다는 철학적 논리 따위 애써 들먹이지 않아도 될 역설 혹은 모순의 부조화랄까. 생을 지배하는 한 축엔 분명히 패러독스가 점령하고 있다는 사실을 알기까지 상당한 시간이 필요하다는 것은 두 말할 나위 없다.

지금과는 다른 삶을 누리고 싶었지만, 오류가 많은 삶을 살아서 내 생은 주름만 늘리고 노을로 물들었다기보다 우리가 소홀히 넘겼거나 눈물나게 고뇌했던 순간들을 돌아보면 실로 그때가 생의 절정이었음을, 그리하여 그대는 나보다 내게 몇 배나 많은 절정을 선사했으므로 고맙다 생이여, 라며 남은 생이 임종처럼 가벼웠으면 좋겠다.

너무 늦게까지 몰랐던 내 실체를 조금은 나무라고
인정상 면죄부를 얻을 수 있는 선마저 너무 넘어버려
때로는 정말 해서는 안 될 짓을 저지른 일들까지
속 시원히 누군가에게 고백하고 용서를 구한 것처럼
그렇게,

참조/ 테레가, 뭉크, 도테, 천양희 시인의 글 인용

* 오래 비워두는 서재에 종종 마음이 무겁습니다.
그래도 우리 수필촌을 굳건하게 지키고 계시는 작가님들이 계셔서
한편 마음이 든든합니다.
하루 빨리 추스르고 돌아오겠습니다.
인사드리고 갑니다.

전병일

2019-12-11 09:36

`김상훈` 님이 선택한 답글 입니다.
김상훈 위원장님 안녕하세요

정원에 떨어지는 물방울을 보고 "알함브라의 궁전의 추억"을 작곡한 테레가.
크라카타우섬의 저녁노을을 보고 "절규"를 그린 뭉크.
뤼부르 산의 절경을 보고 "별"을 쓴 알퐁소 도테.

발상의 전환 그거 쉽지는 않아요
그러나 발상 전환이 있었기에 명작 명품도 나오는것 아닐까요
벌새도 그나름의 생활에 충실한 삶을 살고 있지요
크고 작은것이 중요한것은 아니지요
코키리의 삶도 하루살이의 삶도 똑같은 삶이니까요

위원장님 지금 상황 빨리 추스리고 자주뵈었으면 합니다
건강하세요.


김상훈	작가님이 댓글로 내용을 잘 풀이하셨습니다. 생애는 결국 표면과 이면이 함께 굴러가는 동전, 그러므로 외연과 내연이 다르지 않다는 것. 이게 핵심이니까요. 가장 먼저 달려와 주셔서 감사합니다. 잘 추스리는 중입니다. 감사합니다.	12/14 15:16

김상화

2019-12-12 19:26

`김상훈` 님이 선택한 답글 입니다.
위원장님의 글을 보니 반갑습니다.
몸을 추스르고 오신다는 말씀에 마음이 무겁습니다
어떠한 상태기에 이렇게 오래도록 게시는 지요
어디 계신지 알면 당장 찾아뵙고 싶네요
빨리 몸 추스르시고 오시길 두 손 모으겠습니다

날씨가 매우 추워졌습니다
감기까지 오면 크게 고통받습니다
늘 건강 유념하시기 바랍니다


김상훈	수필촌을 생각하면 마음이 무겁습니다. 그러나 몇몇 분이 끈질기게 지키고 있는 덕분에 큰 걱정은 안 하고 있습니다. 곧 툴툴 털고 귀가할 거 같습니다. 고맙습니다. 작가님~~	12/14 15:20

정찬열

2019-12-15 17:19

`김상훈` 님이 선택한 답글 입니다.
존경하는 벽란 위원장님!
저역시 오랜만에 서재를 한바퀴 했습니다.
제자신이 조금은 무리의 선을 넘어서면서 까지
이제 일주남은 년말 행사에 문우님들 뵙기가
조금은 위안이 될까 해서 말입니다.

몸을 궤도에 추스린다는 것이 결코 쉽지만
않은줄 알겠습니다만 금번 행사때는 뵐수 있기를
희망해 봅니다.
추워진날씨에 건강에 유념하시고 편안 하시길 손모읍니다.


김상훈	몸이 좋니 안 좋니 할 때 가끔 이사님을 생각해 본 적도 있답니다. 주위를 살펴보면 타산지석으로 삼아야 할 일들이 많습니다. 행사는 무조건 참석합니다. 그때 밝은 모습으로 뵙겠습니다.	12/16 17:55

이정연

2019-12-18 15:02

선생님! 안녕하세요?.
선생님의 글을 배독하다 보면 게으른 저 자신
많이 찔립니다.
물론 저보다 더 확실히 찔리는 사람이
~인정상 면죄부를 얻을 수 있는 선마저 너무 넘어버려...이런
일은 없기를 바라는 마음입니다만 그러하지 않은것 같아
안타깝습니다.
건강하시고 행복하시길 바랍니다.


김상훈	시간이 났던 모양입니다. 시 서재와 수필촌까지 방문하신 것을 보니.^^ 그 선을 넘는 사람이 의외로 부부, 연인 사일 때가 흔치 않게 있더군요. 참는 것은 분명 좋은 것이지만 참는 것만이 능사는 아니라는 것들이 너무 많습니다. 이해의 선에서 머물러야 할 일들이 도저히 용납이 안 되는 일들...... 자주 뵙기를 희망해 봅니다.	12/20 04:04

전병일

2020-01-02 13:13

위원장님 안녕하세요.

2020 경자년 새해 첫업무시작입니다
경자년 새해 소원하시는“일” 모두이루시고
건강하시고 행복이 넘처나는 나날 되세요.

행복하세요.
감사합니다.
고맙습니다.

새해복많이 받으세요.


김상훈	밑을 찾지 않았더라면 작가님 댓글 그냥 지나칠뻔 했습니다. 언제 여길 내려 오셨군요. 감사합니다. 답이 늦어 죄송하고요.	1/5 04:1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