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단법인 창작문학예술인협의회/대한문인협회-수필

ㆍ작성자	김상훈
ㆍ작성일	2019-10-31 02:59

ㆍIP: 220.xxx.208

족보 팔이

김상훈

통영을 가면 충무김밥집 옆에 [원조] 충무김밥집이 있고 그 원조 충무김밥집 옆에 [진짜 원조] 충무김밥집이 있다. 그냥 김밥집과 진짜 원조 김밥집과의 시차는 과연 어느 정도의 세월을 뜻하는 것일까. 동일한 것은, 죄다 어떤 할머니 사진을 걸어두고 있다는 점이다. 그러니까 이렇게 많은 충무김밥 가운데 우리가 [정말 진짜]라는 뜻을 인증한 셈인데 처음부터 뿌리내린 진짜 원조 김밥집 주인장 마음은 얼마나 쓰릴까.

영덕 삼사해상공원을 가면 '국민가수 태진아 친동생이 하는 국밥집" 간판이 있다. 그 애교스러움에 대부분 깔깔대고 웃지만, 한눈에 보아도 존재감의 부조화가 아닐 수 없다. 통영의 김밥집이든 공원의 국밥집이든 맛과는 전혀 관계없이 어떤 존재를 내세워 무임승차하겠다는 느낌을 지울 수가 없다.

더러 소문난 맛집을 가보면 이제는 지극히 보편타당성을 획득한, 종이 조각들이 벽면을 도배하고 있다. 멀리서 얼핏 보면 모자이크 작품 같다. 너무 맛있는 집이라서 이렇게 흔적을 남기고 갑니다, 라는 뜻이겠지만 소위 사회 각계각층에서 유명세를 타고 있는 사람들의 존재를 내세워 주인장의 음식 솜씨 역시 존재감을 부각시키려는 일종의 상술 아니겠는가. 솔직하게 말하자면, 그렇게 소문난 맛집 치고 정말 그렇게 맛있다는 느낌을 받아본 적이 별로 없다면, 내가 너무 까다로운 혓바닥 아닌가 싶기도 하다.

그러나 아내가 수십 년 동안 묵시정 동의 하에 내놓는 반찬은 거의 동일하다. 국이나 찌개, 김치, 생선이 주요 메뉴다. 거기에 가끔 곁들이는 나물 정도가 고작이다. 혓바닥이 까칠했다면 지금까지 지켜온 그 묵시적 동의는 이미 예전에 깨졌을 것이다.

가끔 누군가와 인사를 나눌 때 곧 잘 듣는 게 있다. 나는 누구누구와 잘 아는 사이인데 그 누구누구가 유명세를 띤 인물일수록 매우, 퍽, 아주 많이 그 유명한 이와의 절친 성을 띠고 말한다. 자기 존재의 부족분을 이름난 이와의 관계에 결부시켜 자기 존재감을 묘하게 보상받으려는 심리다. 무명일수록 그런 족보팔이는 더욱 심하다. 정작 중요한 것은 본인의 존재감인 데도 말이다.

한 때 나도 족보를 팔았다. 곰곰 생각해보면 그런 족보 팔이가 오히려 내 존재감을 더 무너뜨리는 결과가 된다는 것을 알았다. 그야말로 존재의 부조화다. 유명하다는 것, 유명해진다는 것, 결론을 말하자면 모두 시절과 연이 맞아야 가능한 일이다. 내가 아는 사람이 유명한 것보다 내가 유명해져야 존재감도 높아진다는 아주 유치 찬란한 통념이 서글프지만. 생각해 보면 배금주의와 스타 만능주의 시대가 일반화 된 사회 풍조를 결코 무시할 수는 없다. 유명하든 무명이든 어느 한 방면에서 평생 종사한 사람에 대한 존경심이 사라지는 불행한 시대에 살고 있다.

가장 먼 곳의 붉은 노을처럼

무명으로 산다는 건
날카로운 도구로 패이거나 깎여도
옹이가 박힌 티눈처럼
자존심만 키워 목이 메는 거다
하지만 나는 언젠가 들길에 서서
한 점 획으로 사라지는 빛을 바라보며
무명으로 산다는 건
한 짐 서글픔 지고 사라지는
긴 그림자라는 것을 깨달았다
그 긴 그림자 역시 늘 내 곁에 머물던
또 다른 자아였음도

- 벌목 당한 기억 사이로 -

한동안 자리를 좀 비웁니다.
다녀와서 찾아뵙겠습니다.
짬짬 들어오겠지만,
모두 독감 예방주사 맞으시고
감기 꼭 조심하십시오.

전병일

2019-10-31 08:57

`김상훈` 님이 선택한 답글 입니다.
위원장님 안녕하세요?
족보팔이
유명인사 팔이
그것은 사실인것 같습니다

유명인사 친필싸인으로 도배해논 식당도 있지요
다 원조이면 진짜원조식당은 어디요
하나의 상술 이라고 생각이 듬니다

토속적이면서 어머님 밥상이 제일 이지요
이것도 내 입맛에 길들여져 있는지도 모르지만

10월의 마지막날 입니다
10월 마무리 잘하시고 새로운 11월에 만나요 ~위원장님
오늘이날도 역사속으로 잠재워 짐니다
잊어진계절 노래를 불러봅니다.


김상훈	컨디션 난조로 아직 좀 헤매고 있습니다. 찬바람이 불면 서서히 스며드는 알 수 없는 기운....... 벌써 수십 년 째군요.	11/4 15:36

김상화

2019-10-31 18:09

`김상훈` 님이 선택한 답글 입니다.
10월이가 떠난답니다.
꼬박 1년을 먼 곳으로 님과 함께 여행하고 온다네요
그래도 가을걷이 해놓고 아름다움을 선물하고 가니
다행입니다

족보 팔이라고해서 이조때 진짜 족보를 팔고 사고 할 때를 생각했습니다
그런데 식당의 원조나 상품을 원조를 가리켜 족보팔이로 아름답게 묘사를 했군요

김상훈 위원장님 날씨가 제법 추워졌습니다
족보 팔이 재미있게 읽고 갑니다
환절기 감기 조심하시고 늘 행복하시기 바랍니다


김상훈	몸 좀 추스리고 다시 찾아뵙겠습니다. 다녀가심에 감사합니다.	11/4 15:37

정찬열

2019-11-02 19:58

`김상훈` 님이 선택한 답글 입니다.
벽란 위원장님 안녕 하세요
우리가 주위에서 흔히보듯이 狐假虎威라는 사자성어 처럼
남의 권세를 팔아 위세를 부리는 것과 무엇이 다르겠습니까
세상에는 자기의 得을 위해서는 갖가지 속임수속에 살아가는
얄팍한 괴짜 수작이지요, 거짓은 진실을 이길수가 없으니 말입니다.
"족보팔이" 많은 것을 생각하게하는 공감에글 잘배람했습니다.

깊어가는 가을의 문턱에서 기온차가 심합니다.
항상 건강에 유념하시고 행복한 나날 되시길 바랍니다.^*^


김상훈	감기인 듯하면서도 감기도 아닌 이 이상한 고통이 언제쯤이나 멈출런지요. 쉼하고 오겠습니다. 이사님 계셔서 든든합니다.	11/4 15:41

김종덕

2019-11-06 17:50

김상훈 위원장님 안녕하십니까? 싹이 나서 자라야 그 그믈의 의미를 알 수 있을 것 같습니다. 내 마음의 그늘이 나를 시원하게 해 줄 수는 없겠지요.건강하시고 행복하십시오.


김상훈	출타 중이라 너무 늦게 답장을 드립니다. 날이 제법 쌀쌀하네요. 그래도 숙소마다 바닥은 찜질방처럼 뜨끈뜨근합니다. 잘 다녀오겠습니다.	11/9 10:28

장춘희

2019-11-16 07:41

누군가 앓고 있는 사이에도
또 다른이들의 시간은 화려하게
펼쳐지고 있습니다
그게 삶인가 봅니다.

여전히 화려하고 수려한
문체에 감명깊게 읽고 감탄하고
고마워합니다

빠른쾌차 바랍니다


김상훈	잠시 돌아왔습니다. 일요일 지나면 다시 또 자리를 비울듯 합니다. 무척 죄송합니다. 그러나 이렇게 가끔이라도 서재에서 뵐 수 있음이 우선 안심입니다. 다녀와서 찾아뵙지요. 퍼뜩 인사만 드리고 갑니다. 감기 꼭 조심하시고요.^^	12/1 04:28

박목철

2019-11-29 10:51

우리 사회의 약점을 아주 재미있게 찍으셨네요,
저도 한 때 식도락을 즐기던 때가 있었답니다.
모 유명한 식도락가가 펴낸 맛집 어떻고 하는 책을 사서
전국을 다녀보며 배신감을 느꼈답니다. 너, 그걸 입이라고 달고 사냐?
요즘은 나름 척 보면 식당의 정체를 대충 알아보게 되었습니다.
족보팔이, 이제는 걷어내야 할 때가 된듯도 싶다는 생각을 또 해 봅니다.
겨울 행사 때 뵙게 되기를 기대 해 봅니다. 김상훈 위원장님,


김상훈	오랜 출타 중이라도 감사님 같은 분들이 계셔서 마음 든든합니다. 이제는 좀 여유를 갖고 사는 생이어야 하는데 어찌된 영문인지 나이테가 늘어갈수록 더 바쁜 척 하고 살아야 하니 참 난감합니다. 강이나 호수 뭐 안 되면 바다라도 보이는 한적한 시골에서 살고픈데 그게 참...... 아무튼 돌아와 다시 찾아뵙겠습니다. 건강하세요.	12/1 04: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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