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단법인 창작문학예술인협의회/대한문인협회-수필

ㆍ작성자	김상훈
ㆍ작성일	2020-10-25 05:36

ㆍIP: 220.xxx.85

글과 글쟁이에 대한 담론

김상훈

글은 다양한 기억들을 소환한다. 생의 몽타주 혹은, 생의 블록 하나를 뒤집어보게 한다. 그 이미지는 썩지 않는 미라로 남거나 눈을 감을 때까지 박제되기도 한다. 글로 남긴 흔적은 훗날 아프로디테의 사과처럼 신화적 사물이 된다. 눈여겨볼 것은 글(사과)이 자기 신화가 되는 과정에서 발생하는 수행적 현상이다.

태고로부터의 현 세상이 지금 어떤 풍경 속에 있는가를 제 몸에 가능한 담는 개방적 견인 자를 시인(작가)이라고 가정한다면, 요컨대 추억을 기술하는 방식에서 우수가 자주 소환되는 것이 아니라 현실에서 드러난 구멍으로 잠시 들여다본 후, 詩(글) 안으로 안착하는 과정이 그렇다.

과거의 풍경을 끄집어내 담는 행위도 역시 마찬가지 행위일 것이다. 책꽃이가 넘쳐 책의 벽돌을 차곡차곡 쌓아놓은 헌책방의 시궁창에서 찾아낸 역사의 짜릿함, 또는 용케도 어느 개인사를 찾아낸 그 희귀성의 골(뼈;骨)들이 과거의 시간 속에서 어떠한 특권을 누렸든 불행을 겪었든 상관이 없다. 시인(작가)은 그저 그것을 바탕으로 역사와 개인사에서 밝혀지지 않았던 어떤 여한이 있을 것이라는 전제를 두고 글을 쓰기 때문이다. 아니 그렇게 써진다고 해야 옳을 것이다.

시(글)는 이루지 못한 비원, 남은 할 말의 존재를 증거 하며, 이 시간 우리에게 그러한 말을 하는 존재로서의 골(骨)을 상기시킨다. 궁핍한 말을 통해서 밖에 드러날 수 없는 궁핍한 풍경은, 우리에게 복원 혹은, 재연되어야 할 풍요로운 말과 생기 있는 삶이 있다는 사실을 암시한다. 화자가 직접 목격한 역사적 사실과 유추가 가능한 개인사를 통하여 아픔을 알리고 성찰과 각성을 요구한다. 그리하여 뼈가 복원되거나 완전히 해체 수준으로까지 치닫는다.

중3인가 고1인가 기억이 가물거리지만 그때 소동파 시인에게 매료되었던 나는 동네 대학생 형들에게 소동파에 대해서 물어본 적이 있었다. 대학생 형들이니까 당연히 알 거라는 예단이었다. 가장 좋아했던 형의 대답을 듣고 나는 잠시 충격을 받았다.

" 우리 동네에 그런 양아치 파들이 있냐? 소동을 피운다구? 이 새끼들이 겁대가리 없네? "

그 뒤로 형들은 나더러 문학적으로 까진 놈이라고 불렀다. 문학적으로 까진 놈...... 지금까지도 그런 말을 사용하는 사람은 단 한 명도 못 봤지만 그 까진 힘으로 이제 좀 더 하늘과 지층을 해부하는 데에 힘을 좀 나누면 어떨까라는 질문을 내 자신에게 넌지시해본다. 굵은 역사든 사소한 개인사든 결국은 하늘과 땅 사이에서 벌어진 일들이고 그 깨우침은 자연의 이치에 있기 때문이다.

삶, 오로지 삶을 그리는 것에서 우리는 글의 소프트웨어적 요소를 만끽하게 된다. 그러므로 절절 공감하는 이유가 되기도 한다. 글이 연극 무대가 되기를 꿈꾸다가도 현실에 직면하면 곧바로 글의 하드웨어적 요소에 부대끼게 된다. 시인(작가)으로서의 고뇌가 다시 이어지는 셈이다.

그래서 시인(글쟁이)의 속은 애늙은이가 된다. 가령, 불혹쯤에 이르면 마치 이순을 넘긴 사람처럼 행동하고 말하게 되는데 이는 대인 관계에 있어서 커다란 장점이자 종종 단점이 되기도 하지만 글의 습작을 통해 그만큼의 간접 연륜이 쌓인 셈이기도 하다. 그러나 가끔 우리가 발견하는, 글의 깊이와는 판이하게 다른 행동 양식을 보여주는 글쟁이들을 종종 목격한다.

이를 테면 글만 애늙은이가 된 사람이다. 필력의 높낮이와 인생 경험의 높낮이는 별개의 사안임에도 마치 인생을 다 아는 것처럼 아무 한 테나 훈계 조로 가르치러 들기 때문이다. 예술계에서 유독 글쟁이들이 싸가지 없다는 소리를 듣는 이유다. 더 나아가서, 이는 비단 일반 문학단체의 문제가 아니라 어느 예술 집단이든 감투를 쓰고 있는 사람들이 지극히 조심해야 할 부분이기도 하다. 문학적 감수성이 뛰어나다고 해서 인생을 다 아는 것이 아니 듯, 감투가 그 사람의 필력이나 연륜 혹은, 문학적 소양을 나타내는 것이 아니기 때문이다.

- 새벽에 쓰는 글 -

조금씩 차도가 보여
오랜만에 인사드리러 왔습니다.

이유야 어쨌든 수필촌의 수장으로서
소임을 제대로 하지 못하고 있는 점
죄송하게 생각합니다.

우리 문협 행사도 자꾸 밀리는 것에
마음도 아픕니다.

작가님들
무조건 건강 조심하시기 바랍니다.

.

정찬열

2020-10-27 06:34

`김상훈` 님이 선택한 답글 입니다.
반갑습니다.
존경하는 벽란 위원장 님~
조금씩 이나 마 차도가 보여 서재에서
올려주신 글에 우선 먼저 반가움이 앞섭니다.

妄作만 주물럭 대는 소인에게 "위원장 님의
올려주신 담론에 정신이 번쩍 드는 듯 합니다.

끝날 줄 모르는 COVID-19의 실증이 사위를 묶어 버린
현실에서 항상 건강에 유의 하시고 좋은 일만 가득하시기를 기원합니다.


김상훈	아이쿠, 제일 먼저 달려와 주셨군요. 참으로 죄송하고 죄송합니다. 지금도 눈에 약을 넣고 자판을 두드립니다만 약기운 날아가기 전에 퍼뜩 인사 남깁니다. ㅎㅎ 서재에 온 김에 시 한 편도 올려놓았습니다. 일부러라도 저를 서재에 끌어들이기 위한 방책입니다. 짬짬 들아와야지요. 고맙습니다. 건강은 필수인 거 아시죠?	10/27 13:41

한유경

2020-10-30 21:08

`김상훈` 님이 선택한 답글 입니다.
선생님 서재에 정말 오랫만에 왔습니다.
언제나 의미있는 글을 대할 때 마다 깊은 생각을 하게 됩니다.


김상훈	어이쿠, 우째 예까지 왔어요? ㅎㅎ 좌우간 원가 감동이 느껴지는 방문...... 고마워요.	11/2 00:37

민만규

2020-11-09 15:54

`김상훈` 님이 선택한 답글 입니다.
"이를 테면 글만 애늙은이가 된 사람이다. 필력의 높낮이와 인생 경험의 높낮이는 별개의 사안임에도 마치 인생을 다 아는 것처럼 아무 한 테나 훈계 조로 가르치러 들기 때문이다. 예술계에서 유독 글쟁이들이 싸가지 없다는 소리를 듣는 이유다. 더 나아가서, 이는 비단 일반 문학단체의 문제가 아니라 어느 예술 집단이든 감투를 쓰고 있는 사람들이 지극히 조심해야 할 부분이기도 하다. 문학적 감수성이 뛰어나다고 해서 인생을 다 아는 것이 아니 듯, 감투가 그 사람의 필력이나 연륜 혹은, 문학적 소양을 나타내는 것이 아니기 때문이다."

"글과 글쟁이에 대한 담론"
깊이 공감하며 감명 깊게 배람합니다.
수필촌에 가끔씩 오면 사람사는 냄새가 나서 참 좋습니다.
존경하는 김상훈 작가님
날씨가 제법 쌀쌀합니다.
늘 건강 잘 챙기시고 늘 행복하십시오^^
또 뵙겠습니다.


김상훈	예까지 찾아주셔서 감사합니다. 어쨌든 타인은 항상 나의 거울임을 자각하고 살려고 노력합니다. 그런데 내 자신의 못된 습 때문에 잘 안 고쳐지곤 합니다. 먼 방문 무엇보다 감사드립니다. 건강하세요.	11/19 03:35

조나영

2020-11-12 11:54

수필에는 일면식도 없지만 선생님의 글을 보고 나니
새삼 많은 생각이 듭니다 어떻게 보면 시든 수필이든
살아온 생에서의 가장 뿌리 깊게 남아있는 기쁨과 슬픔
애증의 그림자까지 기억하고 기록하는 게 아닐까 싶습니다
건강 회복 하셔서 선생님의 더 많은 글과 소식을 만나고 싶습니다
환절기 감기 조심하시고 행복한 날 되십시요
늘 감사합니다^^


김상훈	아이고, 날짜를 보니 7일나 됐군요. 조나영 시인님 어서오세요. 반가워요.^^ 아주 명쾌한 댓글을 봅니다. 그쪽 지역도 다시 코로나가 창궐한다고 하니 외출 때 늘 조심하기 바랍니다. 알았지요?	11/19 03:37

이세복

2020-12-15 11:46

존경하는 김상훈 작가의 안녕하세요
곱게 집필하신 글 ''글과 글쟁이에 대한 담론''
공감과 깊이를 더해서 감사하게
배 독합니다
늘 넉넉한 인심에 웃음을 보이시는 따뜻함 넘치는 카리스마 존경합니다
뜻깊은 글에 마음을 두고 갑니다
항상 건강하셔서 좋은 일만 가득하시길 기도드립니다
12월 갈무리 잘하시길 응원하며
코로나는 조심하시길 바랍니다.


김상훈	. ㅎㅎㅎ, 작년 12월 중순에 다녀가셨는데 답은 이토록 늦어서 참 미안하군요. 코로나는 아직 요원한 문제임에 틀림 없어요. 백신이 나오긴 했지만, 그 백신조차도 두려움의 대상이니까요. 예까지 방문을 하다니..... 고마워요.	2/1 20:57

정대수

2021-01-04 14:49

김상훈 작가님 안녕하세요.
해를 넘기고 인사를 드리게 되었습니다.
"문학적으로 까졌다." 듣기나름인데 문인에게서 느껴지는 끼가 있다는 것으로 들려집니다.
생각을 막상 글로 표현할려고 하면 막막할때가 더러 있지요.
작가님의 서재에서 배우고 갑니다.
해가 바뀌어도 코로나19는 여전합니다.
건강에 각별히 유의하시고 새해 복 많이 받으시기를 기원드립니다.
고맙습니다.^^


김상훈	막되 먹은 표현이겠지만 어느 한편으론 정감이 가기도 하고 일면 작가님 표현 대로 그 끼일 수도 있겠지요. 방문 감사합니다.	2/1 20:59

조근수

2021-01-29 11:46

위원장님 인사가 늦었습니다
12월 등당한 조근수 입니다
자주 들러 중견 작가님들의 글들을 많이 접하도록 하겠습니다
개인 서재도 잘 활용해 위원장님의
지도와 지적도 기다리겠습니다


김상훈	다시 한번 같은 협회에서 동행할 수 있어 참 좋습니다. 많은 기대를 해봅니다. 인사 차, 찾아주셔서 감사합니다.	2/1 21:00

전남혁

2021-01-31 19:25

김상훈 시인님
글을 읽고 생각들이 많아지고 있습니다
세상을 다 안다는 투의 의미는 역설적으로 솔직하지
못한 직감도 있습니다
배독 후 좀 더 자신을 살피고 겸손해야됨을
되뇌이며 詩作을 다시 시작해야겠습니다
감사드리며 내내 건강하십시요


김상훈	그렇겠지요. 그렇다고 나이가 감투는 아니지만 어느 일면 나이만 들먹이는 꼰대 소리는 안 들어야 하되 그렇다고 어린 사람들이 연배한테 함부로 뇌까리는 소릴 들으면 저는 이상하게 참지를 못하겠더군요. 찾아주셔서 고맙습니다.	2/1 21:0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