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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상훈 수필가 문학서재

ㆍ작성자	김상훈
ㆍ작성일	2019-08-10 21:35

ㆍIP: 220.xxx.44

당신은 지금 어느 별에 있나요

김상훈

당신과 함께 살았던 것에 대해서는 별 이견이 없지만 떠나는 길은 왜 이렇게 다른지요. 내가 죽을 때 가장 많이 생각나는 사람이 내가 세상에서 가장 사랑한 사람이라고 언젠가 당신이 말해주셨지요. 처음 만났을 때부터 늘 그랬지만 지금 가장 보고 싶은 사람이 당신인 것을 보면 그 말씀이 맞는구나 싶어요.

나는 또렷이 기억해요.
큰 아이가 첫걸음을 떼던 날 놀라움에 경이로움을 감추지 못했던 아빠의 눈빛을.
병실에 누워 있을 때 내 손목을 꼭 잡고 꾸벅꾸벅 졸던 한 여자의 남편을.
물려받은 것이 없어 등과 어깨가 한없이 넓어지고 커지던 한 가정의 가장을.
아이들 결혼식 때 식장에서 호탕하게 웃던 모습 감추고 돌아와 술잔을 기울이며 눈물짓던 세상의 아버지를.
불편한 다리로 숨이 턱까지 차오르면서도 손자를 위해 온몸으로 자전거를 밀어주던 할아버지의 기쁨을.
죽음이 눈앞에 다다랐을 때 끝까지 손을 놓지 않고 나를 바라보던 세상과의 마지막 시선을.

죽는다는 것은 지금까지 살아온 내 생의 흔적들이 모여 천천히 구워진 저녁노을 같아요. 근래에 노을이 자주 눈에 밟히는 것을 보면 나도 이제 당신 따라갈 때가 왔나 봐요. 헝클어진 머리로 늘 사색에 잠겨 있던 당신이 요즘 부쩍 생각나는 걸요. 세상 짐 내려놓을 생각 하니 무엇인가 홀가분해지고 우리가 처음 만났을 때처럼 다시 당신과 만날 생각을 하니 가슴이 두근거려요.

당신은 지금 어느 별에 있나요?

작가노트/ 본의 아니게 읽게 됀 어느 환자의 일기를
본질을 건드리지 않고 결만 재구성했다.
환자는 그 후 보름만에 눈을 감았다.
일기는, 온몸을 짜낸 마지막 숨결이었을까.
지난해 여름이었다.

김상화

2019-08-10 23:54

`김상훈` 님이 선택한 답글 입니다.
매일 뙤약볕이 쏟아져 대지를 달구어 댑니다
왜 이리도 더운지 정신을 차리기가 힘들군요
글을 읽다 깜짝 놀랐습니다
어어! 이게, 어찌 된 일이지? 하며 가슴마저 두근거렸습니다
끝에 작가의 노트를 보곤 그러면 그렇지 하고 안도의
한숨을 내 쉬었답니다.
글을 잘 쓰시다 보니 글로 놀라게 하는 기술까지!! ㅎ
눈물이 날 정도로 감동의 글 잘 읽었습니다
남은 더위가 물러갈 때까지 건강 잘 돌보시기 바랍니다


김상훈	아이쿠, 죄송합니다. 어쩌면 누구나 다 공감할 수 있는 빤한 내용이지만 병실에서 그 일기를 보는 순간 저 평범한 문장과 내용이 어찌나 가슴을 울컥하게 하는지....... 많이 배우신 분 같던데 제가 입원해 있는 동안 결국 돌아가시더군요. ㅠㅠ	8/12 21:43

정찬열

2019-08-11 19:41

`김상훈` 님이 선택한 답글 입니다.
벽란 위원장님 안녕하세요
작가님의 내공깊은 글 잘 배람했습니다.
제가 컴과 인연을 끊으라는 선고때문에 부득불
복사편으로 긴댓글 올리지 못함을 양해를 구합니다.

계속되는 폭염에 항상건안 하시길 바랍니다


김상훈	어떡합니까? 무조건 좀 쉬십시오. 사실 몸을 망가뜨리는 주범은 내 자신이더라구요. 자주 안 오셔도 쉬시는가보다 할 겁니다. 좀 쉬면 거짓말처럼 호전이 됩니다. 빨리 쾌차하시기를 기원드립니다.	8/12 21:45

전병일

2019-08-12 11:56

`김상훈` 님이 선택한 답글 입니다.
김상훈 위원장님 안녕하세요?
지난한주 여기 저기 휴가 돌다보니
이제서야 서재에 왔습니다
이세상과 이별의 순간 마음편히
가셨으리라 믿습니다.
지금은 이름모를 어느별에서 반짝이고 있을 겁니다.
무더위의 종착역 태풍에 피해 없으시길 기원하며
한주의 시작 행복한 한주 되세요~~


김상훈	휴가는 잘 다녀오셨는지요. 사실 날이 너무 더워서 휴가 떠난 사람들마다 뭐 개고생이니 생고생이니 하던데 휴가는 또 그런 맛도 곁들여야 그럴 듯한 거라고 봅니다. 고맙습니다.	8/12 21:47

이정연

2019-08-13 20:34

선생님!
더위에 건강하신지요.
세상를 떠나는 일은 누구이든, 언제든 슬픈 일 입니다.
며칠전 지하철에서 모자지간으로 보이는
두 사람의 대화를 들었습니다. 그들 지인의 죽음에 대해서
젊은 사람은 남아있는 사람이 불쌍하다.고 하고 어머니인듯한 사람은
죽은 사람만 불쌍하다. 면서 이견을 보이는 흔한 얘기를 옆에서 듣고
생각해보았습니다.
내가 죽은 후 나와의 이별이 정말 슬픈 사람이 몇이나 될까?
궁금합니다. 잘 살아야겠지요.
날마다 행복 하시길 바랍니다.


김상훈	어서오세요. 반깁니다. 가끔 그런 생각을 해봅니다. 내가 세상과 이별을 할 때 과연 누가 가장 슬퍼할까? 그건 아무래도 지금까지 나와 함께 했던 이겠지만 혹여, 나와 연을 맺었던 사람 가운데 내 가족보다 더 슬퍼할 사람이 있을 지는 아무도 모르겠죠. 여튼, 누군가는 분명 존재하리라 봅니다.	8/14 15:38

신영애

2019-08-15 23:02

김상훈 위원장님..
무더위에 건강하게 잘 지내시는지요.

슬픔이 없는 죽음이나 이별이 있을까요.
떠나는 사람도 안타깝고
살아남아서 그걸 바라보는 사람도 아픔이지요.

아직은 죽음에 대해서 깊이 생각하고 싶지는 않지만
그래도 예측할 수 없는 그때를 생각하면
더많이 사랑하고 아껴주고 보듬어주어야겠다
생각합니다.

떠나고 나면 늘 아쉬움이 남은게 인생같습니다.

향필하세요~


김상훈	요즘 자주 떠오르는 게 있어요. 후회라는 문 앞에 다다르면 필시 지옥의 문이 여릴 것 같다는....... 후회는 참 무서운 거 맞습니다. 실컷 사랑을 못하고 떠날 때 살아있는 사람이나 멀리 떠나는 사람이나 너무나 가슴 아플 거라는...... 잘해주시기 바랍니다.^^	8/16 20:4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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