회혼식(回婚式)

지난 2월 16일(정월 초아흐레)이 날 저녁은 우리 형제자매 칠 남매가 모두 한자리에 모였다. 18년 전 작고하신 아버님과 20년 전에 고인이 되신 어머님의 합동 기 제일(제삿날)이다. 물론 해마다 장형님 댁에서 모셔온 제삿날이지만 이날은 다른 해보다 특별했다. 지난봄에 넓은 건물 단독 주택으로 이사를 했기 때문이다. 해마다 우리 칠 남매 내외만 참석해도 앉고 설 자리가 마땅하지 않았다. 그런데 이사한 넓은 집은 손자 손녀들까지 함께해도 좁지가 않았기 때문이다. 시대가 바뀌면서 4대만 지나도 시제로 바뀌어 적당한 공휴일을 택하는 시대다. 그런가 하면 부모님이나 조부모님 제사마저 종교를 앞세워 또는 한자리에 모이기가 힘들다며 제사를 생략해버린 후손들이 종종 있는 것으로 알고 있다.

그러나 대다수의 우리 국민은 유교 사상이 결집이 되어 합동 제사를 택해서라도 조부모님을 비롯하여 우리를 낳아 주신 부모님 은덕을 기르기 위해 제사는 지내고 있다. 특히 우리 집안은 한학을 많이 하신 장형님께서 제사의 의식을 후손들에게 가르치며 절차를 따라 제사를 지낸다. 내아래 막내아우는 방송국 계획표를 대치시키고까지 참석을 했다. 산수를 맞은 장형님께서 이번 기일 날에는 정성껏 제사를 다 지낸 후 모두가 자리에 앉으라며 오랜만에 한자리에 부모님을 보자고 하신다. 알고 보니 23년 전 부모님의 회혼식 장면을 비디오로 담아 재생을 하여 화면으로 보는 것이다.

그러니까 1993년 02월 20일 광주광역시 남구 서동에 있는 광주 향교에서 우리 가족과 친지들을 모시고 부모님의 회혼식을 했었다. 전통 혼례 방식으로 진행되었는데 사모관대를 한 신랑(아버지)과 원삼을 입고 연지 곤지를 바른 신부(어머님)의 행복한 모습은 잊을 수 없다. 그때 어림잡아 300여 명의 친인척이 성황을 이룬 가운데 두루마기 한복을 입은 향교 집사의 도움을 받아 결혼 60주년 회혼식을 성대하게 진행되었다. 예쁜 색동 한복을 입은 손자 손녀가 화 등 불을 밝히고 사회자의 전통 혼례식에 대한 해설이 있는 다음에 신랑 신부의 살아오신 경력, 가족 소개가 있었다. 전통 방식으로 진행되는 행사는 신랑 신부의 맞절로부터 시작되었다. 그리고는 길게 색동 실로 묶어진 2개의 표주박으로 술을 마시게 하고 표주박을 포개놓은 것으로 하나 됨의 의식을 마치 고 사회자의 성혼선언문 발표를 했었다.

회혼식은 결혼 60주년을 축하는 결혼 의식으로 금강혼식(金剛婚式) 또는 환 혼식이라고도 한다. 회혼식은 부부가 해로하고 자손 중에 사망자가 한 사람도 없어야 할 수 있다. 또한, 좀 더 기준을 열거한다면, 자손 중 형벌을 받은 사람이 없어야 하고 미혼자가 있어도 안 되며 팔다리가 잘려나간 장애인이 있어도 안 된다는 것이다. 그러니 보기 드문 사례며 흔한 일이 아니란다. 요즘이야 수명이 많이 늘어 백 세 사시는 분도 계시니까 더 만은 대상자가 있을 줄 모르겠다. 하지만 지금부터 23년 전 일에다 더욱이 우리 형제가 칠 남매나 되므로 더욱 그렇다. 그때 당시 기준이 합당하여 호남의 유교를 대표하는 광주 향교의 검증을 받은 행사였으니 말이다. 그때 당시의 생생한 장면을 비디오로 보는 우리 가족은 시간 가는 줄 모르고 한자리를 즐겨봤다.

그런데 더 중요한 것은 그때 축하연에 참석하신 분 중 1/3 정도가 다 고인이 되신 분들을 볼 수가 있기에 더욱 값지고 알찬 시간이었다. 회혼식 1부가 끝나고 음식을 함께한 2부 행사 에서는 내가 때마침 사회를 보면서 밴드에 맞추어 유흥을 즐기는 시간이었다. 어릴 적 청년 시절 면내 노래자랑이 있을 때면 가끔 사회를 보았던 터라 그리 어려운 일은 아니었다. 춤과 노래가 어우러져 막내아들이 어머님을 업고 셋째 형님이 아버지를 업고 신이 난 장면이 눈에 선하다. 평생에 어머님은 노래하시지를 않으신다. 오늘따라 흥에 겨워 ‘놀 새 노세 젊어서 놀아 늙어 지면은 못 놀 아니.’ 노래하여 행여 노래가 중단될까 함께 불렀던 기억이 선연하다. 23년 전의 젊음과 지금 현재가 역력히 비교되는 순간은 잊을 수 없는 과거로 돌아가는 시간 들이었다. 한자리를 한 우리 칠 남매 중 다들 무탈(無頉)한데 나만이 8년 전 한 팔의 장애인이 되어버려 나도 모르게 긴 한숨만 내 품었다.

부모님의 결혼식(回婚式)

글/정 찬 열

부모님의 합동 제삿날

온 가족이 한자리에 모였다.

5남 2녀의 칠 남매 가족이

장형님이 산수(傘壽)이고

막내가 3년 후면 회갑이다

10년 전에 함께 모신 합동 제삿날

부모님의

영향일까 칠 남매는 건재하다

아버지의 유전인자 탓일까?

4형제가 탈장 수술을 했다

어머님의 유전인자로, 세 분이

가벼운 당뇨가 있을 뿐이다.

20년 전

세상을 이별하신 어머님이 그리워

2년 뒤 어머님을 뒤따르신 아버지

일본 강점기 구주 탄광 귓전에서 맴돈다

위 아랫집에서 눈이 맞은 결혼이란다.

원삼에

연지곤지 찍은 노신부 어머님

사모관대 노신랑이 되신 아버지

친인척의 박수 속에 거행된

생전에 자녀가 지켜본 회혼식

전통적

유교 집전으로 진행된 행사

비디오는 생생하게 알려주었다.

2016. 02. 16. 기(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