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山)짐승의 모성애(母性愛)

춘래불사춘(春來不似春)이라는 말이 실감 나는 날씨다. 도심 속에 개나리는 파릇파릇 새잎이 움트고 벚꽃은 초록에 밀려 꽃 비 되어 떨어져 조금은 아쉬움이 밀려오지만 저만큼 푸른 산속에 산 벚꽃이 뭉게구름이 잔류하듯 듬성듬성 하얀 꽃 나래를 들추어 보이고 만물이 소생하며 활짝 핀 4월 중순의 봄날 영동 산간에 눈이 내린다는 이곳 호남 지방에는 아침부터 흐리며 곳에 따라 비가 내린다는 예보가 있던 날 광주에서도 75km 떨어진 전라남도 무안군 해제면 봉대산 깊은 산 속에서 고사리를 꺾고 저쪽 건넛산에 요즘 나물에 좋은 두릅을 채취하려 건 너 산으로 이동하던 도중의 일이다. 깊은 산 속은 가시 덤 풀이며 칡넝쿨이 어우러져 산속을 다니기가 무척이나 어려운 오후 2시경 궂은비로 내리던 비가 우박으로 변하여 떨어지고 하는데 이쪽 산에서 저 건너 산을 가려면 2~3필지의 밭과 흐르는 물은 없지만 고인 물이 있는 냇가를 건너야 한다. 냇가 뚝 을 타고 걷다가 이마에 땀이 송 글 하며 등골이 오싹함에 얼마나 놀란 일이 있었다.

인가도 없는 산속 산물을 받아내는 지름이 50cm 정도 되는 검은색 주름 관이 땅속으로 묻혀 산골 물을 받아 냇물에 합류하는 주름 관 앞 냇가 풀 덤 위에 중개크기의 고양이와 비슷하고 흰색과 검은 털이 조화를 이룬 살쾡이가 버티고 앉아 무심코 10여m 접근한 나를 보고도 꿈적 않고 앉아 연신 나를 주시 하고 있어 나도 모르게 놀라며 소리를 쳤으나 꿈적도 안 하며 나를 주시하며 그대로 앉아 있는 것이다. 순간 돌을 주어 던져볼까도 했지만. 만약 던져다가 오히려 역효과를 가져오리라는 판단 아래 함께 온 아내도 200여m 떨어진 산속에 있고 주위에는 아무도 없는 산속, 더욱이 나리 던 우박도 비로 변하여 나리고 저 멀리 남동쪽 하늘에서는 낙뢰와 함께 번개를 치며 비가 오는 음습함은 어릴 적부터 산중에 살았던 나지만 무서움에 나도 모르게 뒷걸음을 친 것이다.

나이 먹은 노년에 무슨 채 미(采薇)를 하느냐고 한다면 웃을 일이지만 10여 년 저쪽으로 돌아가자면 나와 둘도 없는 친구와 주말이면 광주에서도 멀리 떨어진 무안 지도면 이나 해제면 산속 저수지에 부부 동반하여 낚시하러 다녔고 여자들은 봄이면 저수지 주변에 있는 나물이며 고사리 등을 채취하며 낚시가 안 될 때는 함께 해주던 것이다. 그런데 6년 전 사고로 한쪽 팔을 쓰지 못하니 낚시도 멀어지고 아내 혼자 고사리 꺾기를 즐겨 하는데 이 먼 길을 혼자 가도록 할 수가 없어 운전도 해 줄 겸 함께 봄나물을 캐는데 함께 해주는 것이 어쩌면 당연하여졌는지도 모른다.

여기서 잠시 살쾡이에 대해 자료를 찾아보면 식육목(食肉 目) 고양이 과의 포유류로 일명 스라소니(Eurasian lynx) 또는 ‘링크스’라고도 하며 몸길이 약 90cm, 꼬리길이 20cm이다. 머리는 크고 귀는 삼각형으로 끝에 검고 긴 털 송이가 있다. 볼에는 호랑이에서 볼 수 있는 볼 수염이 있다. 눈동자가 수축한 모양은 짧은 타원형이고 홍채는 연한 황색이다.

야행성으로 낮에는 무성한 덤 풀이나 바위 그늘에 숨어 있다가 해질 무렵에 나와 토끼, 들쥐 사슴 등을 잡아먹는 성질은 난폭하며 잠복하고 기다렸다가 먹이를 잡아먹으며 물에서는 헤엄도 잘 치고 나무타기도 잘 타며 우는소리는 높지만 유연하며 자주 울지 않는다.

임신기간은 약 70일이며 봄에 1~2마리의 새끼를 낳는다. 이하 중략<두산 백과사전>

나는 그냥 뒤돌아서지를 못하고 계속 뒷걸음을 쳐 오던 산길로 20여m 떨어진 지점에서야 등을 돌리고 저쪽 산을 가는 것을 포기하고 어쩔 수 없이 산 숲 이슬을 털며 차가 있는 언덕으로 오르며 계속 그 짐승을 주시해도 그 살쾡이는 꿈적 않고 그대로 잔 비를 맞으며 있는 것이다. 임도에 있는 60여m 떨어진 차 옆으로 갔을 때야 그 살쾡이는 슬금슬금 배수관으로 들어가는 것이다. 분명히 낮에 잘 나타나지 않은 짐승이 인적 소리를 듣고 배수관 앞으로 나와 지키고 있는 것은 봄철에 새끼를 낳아 놓고 그 새끼들을 보호하기 위해 수문장(守門將) 노릇을 하는 것이다. 짐승들도 자기 새끼를 아끼고 자기 생명도 불사하고 이러할진대 가끔은 신랑망(新浪网) 같은 대중 종합 사이트에 들어가 사회 뉴스를 클릭해 보면 자신이 낳은 갓난아기를 화장실에 버리거나 인터넷을 통해 팔아먹는 비정(非情)한 엄마에 관한 기사를 자주 보게 된다. 갓난아기를 버리는 엄마는 대부분 무지몽매한 미성년자이고 자식을 팔아먹는 엄마는 모두 사람이기를 포기한 악녀들이다. 그런 뉴스를 접할 때 사람이 짐승보다 못하다는 말이 떠도는 것은 당연지사라며 집으로 돌아오는 길 내내 그 생각이 깊어져 이글을 써본다.

2015.04.14. 해제면 봉대산속 골짝에서 목격한 현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