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정 찬 열]

아들을 낳아 결혼시키면 사돈네 식구가 되고 딸을 낳으면 비행기를 탄다고 했던가?

을미년 7월 11일이 아내의 회갑 일이다. 옛날 같으면 환갑잔치로 온 동네 사람들을 초청하여 회갑 잔치를 벌였다. 100세 시대를 넘보는 오늘날에는 환갑잔치는 먼 나라 예기가 된 지 오래다. 우리에게는 1남 2녀의 자녀를 두었다. 결혼한 자녀 중 큰아들과 큰딸에는 두 손녀와 한 외손자를 두었고 막내딸만 과년의 나이로 직장에만 열중이다. 국가직 공무원인 막내딸은 옛날 같으면 노처녀지만 오늘날에는 보통 넘기는 나이다. 직장 동료들의 권유로 사귀는 남 친 이 있어 머지않아 혼례를 올릴 예정이다. 오래전부터 자녀들이 월급에서 조금씩 저축을 하여 크고 작은 부모 행사에 보탬이 되었다. 그런데 이번엔 엄마의 회갑에 자녀들이 부모들의 경비를 대고 우리 내외를 두 딸이 함께하여 2주간의 휴가를 내어 동반여행을 가자는 것이다.

살 짜기 사양을 해보았지만, 속마음은 흐뭇하고 반가웠다. 나 역시 남편의 도리로 아내에게 회갑 기념으로 특별히 해준 것이 없으니 말이다. 두세 차례 권유에 못 이긴 척 고맙다며 승낙을 했다. 내게 물었다. 어디로 가는 것이 좋을 것 같으냐 하고. 물론 우리 부부가 해외여행을 그동안 8번이나 다녀왔으니 흔히 알려진 나라는 대부분 다녀온 편이다. 함께 가겠다는 두 딸의 적당한 날짜 문제가 관건이었다. 애들의 제의는 요즘 TV에 많이 소개된 유럽 쪽(남프랑스 +스페인+포르투갈+ 모나코)이 좋지 않겠느냐는 제안이다. 1992년에 서유럽 5개국을 다녀왔고 애들의 비용문제도 있어 그냥 일주일 정도로 가자고 했다. 한사코 기왕 가실 거면 10박 12일의 남유럽으로 가자는 것이다.

아들애도 함께하려 했지만, 직장에서 시간과 신입사원들의 면접도 봐야 하므로 시간을 내지 못했다. 모처럼의 가족이 함께할 수 있는데 아쉬움이다. 평소에 꼼꼼한 큰딸이 알아보고 서두르는 탓에 우리 부부는 그냥 따르기로 했다. 그리하여 일 개월 전 잡힌 날이 다가왔다. 아직 유효기간이 남은 여권을 보내주고 네 명의 가족이 12일간의 여행에 필요한 커다란 가방의 크기 문제 해결이다. 그리고 귀국하는 날과 맞물린 셋째 형님 칠순 잔치가 경남 산청에서 있어 우리 형제네 온 가족과 합류할 수 있는 대안을 찾아 딸에의 RV차량으로 내가 사는 광주에서 인천공항으로 가는 것이 가장 효과적일 것으로 결정했다. 11월 10일 12시 출발하던 중부 지방에 흐리고 비가 내렸다. 수원 부근에서부터 정체되던 고속도로 경인 고속도로까지 시간이 꽤 오래 걸렸다.

인천 대교로 승용차가 올라서자 옅은 안개가 끼어 있었다. 불현듯 지난 2월에 안개로 인해 105중 충돌 사고 사건이 떠올랐다. 복잡한 구간에서는 그래도 경력만은 내가 많은 운전을 했지만, 다소는 긴장되었다. 우리가 사설 주차 회사와 사전에 만나기로 한 공항 8번 라운지를 찾는 데는 자가운전으로 처음 찾다 보니 많이 헤매었다. 하지만 여행사와 약속된 한 시간 전에 공항 안에 들어섰다. 딸애와 약속한 여행사 직원과 미팅을 하여 출국 전 탑승 절차를 무사히 끝냈다. 밤 11시 40분에 출발하는 아랍 에미리트 항공에 탑승하고 서서히 활주로를 이륙한 시간 이튿날 0시 30분이었다. 이렇게 캄캄한 밤을 날아가는 비행기도 한국에 불빛을 뒤로 한 체 날고 있었다. 탑승한 비행기는 눈 안데, 귀마개 이어폰과 모포를 지급해 주었다. 무사히 이륙하여 기쁘기도 하지만 함께하지 못한 아들이 못내 아쉽다. 아쉬움이 커서일까? 모두가 잠든 기내에서 감기지 않은 눈만 토끼 눈이다.

얼마를 날았을까 기내식도 주었다. 이륙한 지 10시간이 되어 활주로에 착륙준비를 한다. 아부다비 공항이란다. 모두가 아직 여명이 오는 시간에야 공항 휴게실에서 뜬잠을 설친다. 3시간 후에 아부다비에서 출발하여 밀라노 공항으로 갈 비행기로 갈아탔다. 4시간 예정한 비행기는 현지시각 15시 30분이 되어서야 여행용 짐을 찾고 우리를 기다린 현지를 함께할 신형 벤츠 리무진 관광버스에 탑승하였다. 그곳 공항에서 3시간을 걸려 프랑스 니스에 도착 둘째 날밤을 사전 예약된 호텔에서 잠을 잤다. 3일째야 여행이 시작되는 것은 아침 6시의 모닝콜에서부터다. 여행 가방을 버스 짐칸에 맞기고 탑승한 우리 여행객은 우리를 포함하여 남자가 5명에 여자가 29명이다. 세상살이 각박하다 해도 우리나라에서도 그렇고 여상 상위 시대가 되어버린 것을 실감한다. 몇 년 전만 해도 해외여행을 나가면 특별한 국기를 들고 가이드가 메가폰을 가지고 설명하고 따라오세요! 모이세요! 했다. 그런데 지금은 여행객마다 무선으로 통용되는 무선전화기 하나씩을 지급해주고 관광지를 설명해주는 시대가 되었다. 참 편리한 세상이다.

우리를 맞이한 가이드는 간단한 몇 가지의 프랑스 현지 인사에 관한 소개를 한다. 낮때의 인사는 봉쥬루 저녁부터 아침까지는 봉슈라 라고 한다. 또한, 남자한테는 봉슈무슈 여자들에게는 봉슈 마담 아침에 기사한테는 봉슈르밴 이렇게 두어 번 따라 하게 교육을 한다. 프랑스의 요리는 지방에 따라 독특하며, 일부 지방 요리는 세계적인 명성을 얻고 있다. 대표적인 것으로 마르세유의 해산물 수프인 부야베스, 리옹의 소시지의 일종인 ‘앙두예트’ 알자스의 양배추 절임 요리인 ‘슈크루트’, 보르도의 오리 가슴살 요리인 ‘마그레 드 카나르’ 등을 들 수 있으며 포도주들이 곁들여진다. 수도원은 우리나라의 사찰이 중요한 의미가 있는 것과 같은 맥락으로 신성과 세속을 갖춘 건축물임을 가이드가 안내한다. 니스해변을 시작으로 “영국인들의 산책길로 알려진 ‘프론 나드네 장글레, 그리고 모나코로 이동하였다.

모나코는 면적이 1.95㎢로 2.9km²인 여의도 보다 작은 나라다. 바티칸에 이어 두 번째로 작은 초미니 도시국가이지만 유엔 가입국으로는 제일 작은 나라이기도 하다. 또한, 공식적으로는 세계에서 가장 높은 인구밀도를 가진 독립국으로 거주 인구는 36,371명이나 된다. 그중에 프랑스인이 47%, 이탈리아인이 16%, 기타 21%이며 모나코 시민권을 가진 모나코인은 단지 16%에 불과하다. 이들 시민권자에게는 모든 납세의무가 면제된다. 종교는 가톨릭, 공용어는 프랑스어이고 군대는 없으며, 112명 규모의 국왕 근위대와 130명 규모 경찰이 조직되어 있다. 따라서 병역의무도 없다. 국가 전체가 관광지화되어 있어 국가를 운영하는 데 필요한 모든 경비를 관광과 카지노 수입 등으로 충당할 수 있어서 국민에게 세금을 부과하지 않을 뿐 아니라 프랑스를 제외한 모든 외국 기업에도 세금을 면제해 주는 조세 천국이란다. 왕궁, ‘모나코 대성당’ ‘앙티브 해변 항구, 성벽을 끼고 있는 ‘피카소 미술관’을 관광하였다.

다음 방문 한 곳은 프랑스 남부 있는 ”칸 느“(프랑스어 Cannes,/kan/)다. 니스 남쪽 지중해 연안에 위치하는 인구 6만9000명이 사는 유명한 휴양 도시이다. 매년 5월에는 유명한 국제 영화제인 칸 영화제가 열린다. 칸 영화와 패션에서 세계의 유행을 선도해 나가는 곳이기도 하다.

‘칸’은 일 년에 300일 이상 각종 행사가 열리는 국제 회의장건물의 계단에는 빨간 융단이 깔렸었다. 2002년 칸 영화 제 감독상을 받은 임권택감독, 전도연, 박찬욱 씨도 바로 이 붉은색 카 팻 을 밟았다고 합니다. 이 건물 내에 들어가면 바닥 곳곳에 칸 영화제를 빛낸 실베스타스태론, 아놀드 슈왈츠 제네거, 소피 마르소 등 스타들의 손도장을 찾아보라고 하는데 이날따라 내부를 들어갈 수가 없는 것이 무척 아쉬움으로 남는다. 다음 장소로 이동하여 ‘크루아제대로’ ‘팔레데페스티발 에데 콘 그레, ‘노트르담 드레스 페랑교회’ 등을 관광하였다. 마르세유에서 홍합찜이 주가 된 현지식으로 저녁을 먹고 3일째의 밤을 보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