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을 나들이

언제나 그리하였듯이 명절은 주부들에게는 친지 자녀들을 위한 희생양의 한사람이다. 명절이 지나고 처음 맞는 주말 평소에 주말이면 산행길을 좋아하던 집사람이 왠지 산행이 싫다는 것이다. 생각해보면 지난 8월부터 2회에 걸친 수술로 입원한 나의 병간호를 하였고 일주일이 지났다. 그 후 또 뜻하지 않은 왼팔로만 살아온 내게 왼팔이 송곳으로 찔린 듯 아프고 목이 움직이지 못할 정도 불편이 생겼다. 여러 곳의 병원을 전전하고 MRI, CT 등 조사 끝에 척수 자극기 제거 수술관계로 8일간의 입원은 환자보다 병간호해준 아내의 고생이 끝나기도 전에 추석 명절이 돌아와 손주들이며 객지에서 찾아온 자식들 뒷바라지 등 누적된 피로가 가져온 스트레스 탓이라 생각된다. 기왕 나들이 준비를 한 생각 끝에 2~3년 전 만들어진 4대강 사업으로 조성된 호남 지역 영산강에 시설된 승촌보가 많은 위락 시설이며 주일이면 많은 인파가 온다 한다. 집에서 불과 15KM 정도 거리에 있는 곳이지만 말로만 들었을 뿐 오늘은 차라리 그곳을 돌아 드라이브하는 것으로 아내의 피로한 생각의 계획을 바꾸었다.

오전 10시경 승용차로 그곳을 가는 것은 예전에 낚시한다며 자주 간 곳이어서 별 어려움 없이 누렇게 익어가는 황금벌판을 끼고 달렸다. 어제 새벽까지 계절을 재촉하며 나린 비도 완전히 그쳤다. 가을바람 따라 은빛 물결을 출렁이며, 서걱대는 영산강 변의 억새가 우리의 몸과 마음에도 계절에 따라, 또 나이가 들어감에 따라 쉽게 변할 수 있다는 것을 한 번쯤 생각해보았으면 하면서 말이다. 이곳은 5~6년 전만 해도 강변에 미나리를 재배하는 들판이었고 강둑은 울퉁불퉁 비포장으로 달리기도 힘든 길이였었다. 지금은 말끔하게 포장되었고 예전에 미나리 농가는 강변 밖으로 자리를 옮겨 달라진 강둑이며 농촌들의 현재의 모습이다. 이곳 승촌보의 위치는 1988년 전라남도 광산군 이 광주광역시로 편입되면서 광산구 대촌면 에 속하던 곳이 구청 조정으로 현재는 남구 승촌동에 속해 있으며 전라남도 나주시 노안면 학산리에 경계를 이룬 지점에 있다. 

여기서 잠시 영산강의 개요와 4대강 사업의 목적으로 조성된 승촌보에 대하여 기술하고자 한다.

영산강(榮山江)은, 광주광역시와 전라남도의 젖줄로서 담양군을 지나 광주광역시, 나주시, 함평군, 영암군, 목포시로 흐르는 서해로 흐르는 강이다. 황룡강과 광주천이 광주광역시에서 합류하고 지석천이 나주에서 함평천, 고막천 등이 함평에서 합류한다. 길이는 115.5Km이며 유역면적은 3,371㎢이다.

영산강의 발원지는 전라남도 담양군 용면 용연리에 있는 가마골의 용소이다. (강의 길이로만 보면 황룡강의 상류인 병풍산 용흥사 계곡에서 발원하는 북 하천이 더 길다) 이후 담양호를 지나 담양댐부터 담양읍 경계까지 지방하천으로 지정되어 있다. 또한, 담양읍부터 영산강 하굿둑까지는 국가하천으로 지정되어 있다. 

승촌보는 정부가 4대강 사업의 하나로 나주평야와 곡창 호남을 상징하는 5개의 쌀눈을 형상화하여 5개의 교각과 4개의 트러 스타 앞 리프트 게이트 방식으로 권양기 유압식 실린더 식 수문이 설치되어 위아래 수위를 조절하여 길이 512m에 높이가 9m로 보 상단의 수심은 5m에 보 아래의 수심은 32m가 넘는 곳에 400kw 짜리 2기의 소수력 발전소가 만들어져 있다. 인도와 2차선 차도로 승촌보를 건설하면서 주변을 친 수변공원으로 조성하였다.

큰 비용을 들여 잔디 구장, 자동차 야영장, 영산강 박물관 등의 시설을 조성해 놓았을 것이다. 예전에 논과 비닐하우스로 농경지 엿 던 것이 완전히 인위적으로 승촌보 주변을 기념하기 위하여 근린공원으로 구성한 것이다. 승촌보를 우회하는 옛 강변을 따라 조성된 단지경계 울타리에는 오리도 넘을 듯한 해당화 붉은 꽃이 잡초에 묻혀 울타리를 대신 한다. 또한, 푸른 하늘 아래 맴도는 잠자리가 선회하고 잡풀 속에 날 의는 메뚜기가 자연을 부르고 우리부부는 옛날의 메뚜기 잡던 시절 이야기를 하면서 걷는다. 이 가을 청초하게 웃음 짓는 코스모스 꽃과 비록 잡초에 묻혀 있지만 붉은 해당화가 긴 울타리를 하고 있어 지루하지 않은 시간이었다.  

완공한 지 몇 달 되지 않아 심어놓은 나무가 많지 않아 나무 그늘이 거의 없으며 완전히 자연적인 분위기는 전혀 없으며 인공적인 분위기이다. 광주 송정리에서 나주의 동신대학교 가는 중간에 있으며 자동차의 내비게이션에서 승촌보라고 치면 간단히 찾아갈 수 있다. 광주에서 가까운 거리여서 캠핑을 하기에는 좀 그러고 간단히 지인들이나 직장인들을 위하여 조성해놓은 체육 시설 등을 이용하여 축구, 농구, 족구 등을 하고 나서 고기를 구워 먹기에 적당한 것 같다. 그중 늦게 조성된 야영장의 규모는 그리 크지 않으며 매일 40팀 정도만 예약을 통해 이용하게 되어 있다. 갑판 대가 거실형 텐트를 올릴 수 있도록 알맞을 정도로 크기가 되어있고 샤워할 수 있다. 승촌보 야영장 모습은 이제 새롭게 조성한 지 얼마 되지 않아 나무 그늘이 전혀 없는 게 문제다. 들판과 하천 옆에 있어 바람도 무시 못 하며, 특히 한낮의 뜨거운 땡볕은 그늘막이 없다면 텐트만 가지고는 찜통이 될 것 같다. 야영장 바로 위에 잔디경기장이 있어 농구, 축구, 족구 등 아이들이 놀기에는 매우 좋으며 주변의 넓은 잔디로 구성된 공원은 아침이나 저녁에 한가롭게 산책하기에 좋을 것 같다. 

낮 기온이 27도를 웃도는 그리 덥지 않은 수변공원 변두리의 잡초가 깔렸고 조성된 수목이 죽은 것이 많아 성급하게 많은 돈을 투입하여 조성된 흔적이 뚜렷하다. 잡초가 널브러진 불편한 산책길을 구경삼아 돌아보면서 너무 많은 혈세를 대책 없이 낭비한 것을 느껴본다. 앞으로 부족한 부분을 보강해가며 추진해가면 지역에 명소로 남을 것이라는 기대감을 느끼면서 두어 시간의 일정을 소화했다. 억새가 만연한 영산강 변을 따라 부부 단둘이 드라이브를 하는 것도 참으로 오랜만인 것 같다. 나주읍성에 도착하여 평소에 나주 곰탕을 좋아하는 집사람과 함께 나주에서 곰탕으로 점심을 때우고 귀가하는 길은 그 어느 때보다 가벼운 드라이브 길의 시간이었다.

2015.10.03. 기(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