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단법인 창작문학예술인협의회/대한문인협회-수필

ㆍ작성자	이인철
ㆍ작성일	2015-06-30 18:26

ㆍIP: 115.xxx.8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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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개새끼, 귀엽다고 마냥 다 받아줬더니 지가 주인인 줄 알고 무는 게 아냐.”

금문성이 상처 난 손에 덮은 밴드를 만지며 이맛살을 찌푸렸다. 의미심장한 그의

말에 철렁한 두 사람의 눈빛이 마주치며 순간 긴장했다.

“저 당분간 좀 쉬겠습니다.”

“얼마나?”

“한 달 정도입니다. 허락해 주십시오.”

“사장님 그렇게 하시지요. 선우가 요새 얼마나 괴롭겠습니까.”

옆에서 세두가 거들며 펌프질을 했다.

“그래, 너 마음 이해한다. 그렇게 하도록 해. 그러나 더 이상은 안 돼. 그러면 우리

오늘 선우의 송별식을 할까. 비록 한 달 못 보지만 말이야. 자, 어차피 저녁 시간도

되었으니 나가지.”

“저, 지금 동생과 약속이 있는데요.”

“다음에 하도록 해.”

무시하는 금문성의 말에 선우가 망설이자 세두가 빨리 따라 오라는 눈치를 주었다.

빌딩 앞에서 선우를 기다리던 희우가 선우를 발견하고는 반갑게 손을 흔들었다.

“오빠, 여기야!”

희우의 목소리에 세 사람의 시선이 그녀에게로 쏠렸다. 오빠 곁에 있는 금문성과

세두를 본 그녀가 순간 소스라치게 놀라며 오던 걸음을 멈추었다. 이 모습을 본 선

우가 두 사람에게 뭐라고 양해를 구하고 그녀에게 빠르게 걸어갔다. 그녀가 고개를

돌려 떨고 있었다.

“오, 오빠 저 사람들 아는 사람이야? 어떤 관계야?”

“거, 거래처 사람들이야. 너 아는 사람들이니?”

떠듬거리는 희우의 물음에 그가 머뭇거리며 둘러댔다. 겁에 질린 그녀가 말을 못하

고 고개만 끄떡였다.

“왜 그래?”

“오빠, 저 사람들 나쁜 사람이야. 저 사람들이 우리 아빠를 죽였어.”

“무슨 말이야? 자세히 말해봐?”

“아니, 죽인 거나 마찬가지야.”

이때 금문성과 애기하던 세두가 그를 불렀다. 두 사람에게 간 선우는 지금 동생이

몸이 안 좋아 함께 병원에 가야한다고 핑계를 댔다. 금문성이 아쉽지만 다음에 하자

며 세두와 반대편으로 걸어갔다. 선우가 지나가는 빈 택시를 급히 세웠다.

“일단 집으로 가자.”

그날 선우는 그녀에게서 청천벼락과 같은 소리를 들었다. 그때 오빠는 군대에 있어

서 잘 모를 거라며 그리고 엄마가 아빠의 비참한 죽음에 관해 절대 이야기하지 말랐

다며, 오빠가 알면 오빠 성격에 가만히 있지 않을 거라고 해서 어쩔 수 없었다고 입

을 열었다.

아버지의 죽음이 건설회사가 잘못되어 화병으로 죽은 것만은 아니라는 것이다. 그

것은 간접적인 원인이고 직접적인 것은 금문성이 죽음으로 몰고 갔다는 것이다. 재

판에서 졌어도 미분양 된 아파트 두 채와 살던 집이 있어 생활이 그리 어렵지는 않

았다는 것이다. 아버지는 사업하는 친구에게 월 얼마의 배당금을 받기로 하고 아파

트를 담보로 보증을 섰다고 한다. 친구는 사업이 어려워지자 아버지 몰래 사채까지

끌어 쓰고는 연락이 안 되었는데, 하루는 금문성과 세두가 찾아와 빚을 대신 갚으라

며 아버지를 협박, 폭행했다는 것이다. 아버지는 보증선 금액이 아파트 두 채 값으

로 충분한 줄 아셨고 이자도 은행이율 정도로 생각했는데, 갚을 돈이 두 배나 많고

이자도 상상을 초월한 금리였다는 것이다. 아버지가 따졌지만 친구가 작성한 계약서

에 이미 그렇게 되어 있었고 친구를 만날 수가 없었기에 확인할 방법도 없었다는 것

이다. 어느 날 금문성이 와서는 집을 비우라기에 아버지가 죽어도 안 된다고 했더니

법원에 경매로 넘겼고 경매대금도 강제로 차용증을 쓰게 해서 모두 가져가 버렸다는

것이다.

그 후 아버지는 자포자기하여 술독에 빠져 병이 생겼고 돌아가실 때까지 친구와 저

사람들을 원망하셨다는 것이다. 그때만 해도 자기는 고등학생이어서 아무 것도 할

수 없었고 대학에 붙고도 입학금이 없어 등록을 못하는 딸과 돈이 없어 수술 못하는

엄마를 보고 아버지는 자신과 세상을 탓하며 돌아가셨다는 것이다.

“아빠와 엄마를 죽인 사람은 바로 저 사채업자들이야. 그 사람들이 정상적으로 돈

을 받았다면 아빠는 돌아가시지 않았을 거고 엄마도 일찍 수술을 받아 살 수 있었을

거야. 그때 나는 무서워 방에서 나오지도 못하고 문 사이로 보았지만 저 두 사람의

얼굴만은 생생히 기억하고 있어.”

동생의 말을 들은 선우는 울분에 찼지만 뜨끔했다. 현재 자신이 과거의 금문성과

세두이며 아버지를 죽인 그들과 뭐가 다르단 말인가! 서럽게 우는 희우를 감싸며 그

의 눈가에도 가느다란 눈물이 흘렀다. 잠시 후 감정을 추스른 선우가 억지웃음을 지

어 보였다.

“공장 다니면서 공부하기 힘들지.”

“아니야. 오빠가 집세와 학원비, 생활비 다 주는데 뭘. 내 월급은 오빠 말대로 하나

도 안 쓰고 있어.”

“너 꿈이 패션디자인 공부하러 프랑스로 유학 가는 거랬지?”

“그래서 꼬박꼬박 적금 붓고 있잖아. 지금 비록 봉제공장에서 일하지만 언젠가 꼭

멋진 패션디자이너가 될 거야.”

“이제부터 그러지 말고 그 돈으로 마음껏 입고 싶은 옷도 사고 여행도 다니고 취미

생활도 해.”

“피, 그러면 언제 유학비는 모으고.”

“그건 걱정하지 마. 빠른 시간에 오빠가 유학 보내줄게.”

“아니야. 천천히 가도 돼. 근데 요즘 혜원 언니는 잘 지내. 언니 본지도 한참 된 거

갔네. 나는 혜원 언니가 참 좋더라. 오빠는 자주 만나지?”

“응, 응, 그럼.”

선우는 당황하며 얼른 얼버무렸다.

희우 원룸을 나온 선우는 늦은 밤 포장마차 구석진 자리에서 술을 마시며 지나간

일들을 회상했다.

지금까지 사채업 해결사로 빚 받으러 가 여러 사람들을 괴롭힌 장면들이 연이어

나왔다. 두 번째는 과거 선우 집에서 금문성과 세두가 아버지를 폭행하는 장면이 나

타났다. 어느 순간 그 사람이 금문성과 세두에서 선우 자신으로 변해 있었다. 세 번

째는 자신이 원장실을 부수며 원장의 멱살을 잡고 밀치어 머리에 피가 흐르는 모습

을 목격하여 달려드는 혜원과 혜성의 장면이 떠올랐다. 끝으로 공원묘지에서 원장의

입관예배와 곁에서 그녀와 혜성, 원생들이 오열하는 장면이 떠올랐다.

곧이어 그는 ‘내가 아버지와 원장님을 죽인거야’라며 머리를 감싸 흔들며 몸부림쳤

다.

정찬열 2015-07-02 21:42	선우의 동생 희우의 등장으로 또한번 소동이 일어날것만 같네요 다음호를 가립니다ㅣ;

이인철 2015-07-05 20:13	《Re》정찬열 님 , 정찬열 작가님! 아마도 선우의 복수 명분이 더 생겼지 않았을까요. 이제부터 작업이 본격적으로 전개될 것 같네요. 책이 인쇄되고 나면 늘 부족한 것을 느끼는 것 같네요, 정 작가님의 다음 호 기대에 두려움을 느낍니다.^^ 작가님께서도 항상 건강하시고 가정에 행복이 만연 하시기를 진심으로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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