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단법인 창작문학예술인협의회/대한문인협회-수필

ㆍ작성자	이인철
ㆍ작성일	2015-05-13 16:20

ㆍIP: 115.xxx.86

베팅 (49회)

6. 작업을 설계하다.

다음 경주가 모니터를 통해 중계되고 있었다. 말의 몸을 풀어주려고 말 유도원이 고

삐를 쥐고 빙빙 돌고 있는 예시장의 모습이 모니터를 통해 보였다.

이때 모니터 밑으로 ‘사설경마로 적발될 경우 5년 이하의 징역 또는 5천만 원 이하

의 벌금이 부과되고 사설경마 이용자는 1년 이하의 징역 또는 1천만 원 이하의 벌금

과 이에 신고자는 포상금을 준다’는 자막이 아래로 반복하여 흘렀다. 이 문구를 본 선

우의 눈빛이 광채를 띠고 다리를 탁 치며 중얼거렸다.

‘바로 저거야! 모두 맛데기로 끌어들이는 거야. 돈만이 희망인 자들이 거지가 되면

절망만 남겠지. 그런데 과연 한 달 안에 작업을 끝낼 수 있을까. 그래, 마지막으로 한

번 달리는 거야.’

선우는 다시 모니터에 흐르는 자막을 뚫어지게 쳐다보며 두 주먹에 불끈 힘을 주었

다. 그때 갑자기 고등학교 국어 수업시간에 선생님께서 하신 말씀이 떠올랐다.

"한 남자가 과녁을 향해 활을 겨누고 있었지. 그의 손에는 화살이 두 개 있었어. 옆

에서 보던 스승이 남자에게 냉정하게 말했지. ‘화살 하나는 버려라’ 남자는 이해할

수가 없었어. 초보자인 자신에게 하나만 사용하라는 것을. 남자는 스승이 시키는 대

로 했어. 활시위를 놓자 멋지게 한가운데를 관통했지. 스승이 미소를 띠며 말했어.

‘다음에도 기회가 있다고 생각하면 아무리 화살이 많아도 과녁을 맞히기가 어렵지.

그러나 화살이 하나밖에 없으므로 아니 마지막이므로 모든 정신을 집중한 거야’.”

선우는 왜 이 말이 갑자기 떠올랐는지 몰랐다. 아마도 지금 하려는 작업에 마지막이

란 공통점이 있어서라고 생각했다. 그리고 과녁을 겨냥하는 남자처럼 적들에게 쏘려

는 이 한 개의 화살이 그에게 유일한 필살기라는 것이었다.

금문성은 한 달에 서너 번 경마를 하지만 하루 총 베팅액이 그로서 푼돈인 백만 원

정도다. 그것도 따던 잃던 신경을 안 쓰며 취미로 즐긴다고 하는데 경마에 있어 그것

은 쉽지 않은 일이다. 그만큼 자기 절제력이 강하며 경마가 승률이 희박한 게임이라

는 것을 안다는 것이다. 지나는 경마를 전혀 모른다. 이런 그들을 어떻게 맛데기로 끌

어들인단 말인가!

“맛데기란 뜻이 뭐야?”

“맞데기란 말이야. 2명이 마번을 걸고 틀리면 귀때기를 때리는 거야. 나랑 맞데기

한번 해볼래.”

그가 맛데기란 용어를 처음 들었을 때 그 뜻을 민기에게 물어본 적이 있었다. 그때

준식의 장난스런 표현에 함께 웃었다.

이어 작년에 친구인 김 실장과 어느 맛데기 사무실을 방문한 기억이 뇌리에 스쳤다.

하루는 김 실장과 일 관계로 만났었다. 김 실장이 ‘아는 형님의 사무실에 잠깐

들렸다가 술을 하자’고 하여 따라간 적이 있었다. 김 실장은 어느 건물로 들어서더니

익숙한 듯 3층으로 올라가 한 사무실 문을 열었다. 밖에서 보기에는 허름한 건물처럼

보여서 사람의 왕래가 없는 것 같았는데 안에는 사람들이 많았다.

여직원들은 전화기를 붙잡고 연신 적어대기 바빴고 남직원들도 여기저기서 걸려오

는 전화를 상대하느라 정신이 없는 것 같았다. 주위에는 온갖 정보지가 널브러져 있

었다. 몇몇 사람들은 그것을 보며 이야기를 하고 일부는 경마중계 모니터에 빠져 있

었다.

“형님, 바쁘시네요.”

“바빠야 먹고 살지.”

김 실장의 인사에 사장인 듯한 사내가 웃으며 대답했다. 김 실자이 선우를 친구라 소

개하자 사내가 반갑게 악수의 손길을 내밀었다. 그와 형님이라는 사람이 구석진 곳에

서 수군거리는 동안 선우는 커피를 마시며 많은 돈이 바삐 돌아가는 분위기를 느끼고

는 곧 그 사무실을 나왔었다.

“저 사무실이 별 내용이 없어 보이지만 하루에 만지는 돈만 해도 몇억이 넘어. 형님

은 마주이면서 이런 사무실을 운영해.”

김 실장이 사무실 계단을 내려오면서 한 말에 그는 깜짝 놀랐다. 처음에 그 개념을

알지 못했던 선우는 이 일이 무슨 사업이 되나 싶었다. 세상 어딘가에서는 자기가 모

르는 엄청난 일들이 벌어지며 그 일들이 잘만 굴러가면 큰돈이 된다는 것을 나중에

알았다. 그때는 관심이 없어 한쪽 귀로 듣고 흘렸지만 맞대기 사무실을 운영하는 건

황금알 그 자체였던 것이다.

‘큰 기둥은 세웠으니 세세한 것들은 형님이란 사람에게 물어보면 도움이 될 거야. 전

에 한번 김 실장 친구라고 인사도 했으니 경계도 안 할 거고 말이야.’

선우는 급히 휴대폰을 눌렀다.

“김 실장, 나 선우야. 전에 맛데기 사무실 운영하던 너 형님이라는 사람 있지. 지금

도 그거 하냐?”

“왜? 경마도 안 하는 네가 맛데기 하려고.”

“아니, 그게 아니고 형님이라는 사람하고 연락 되냐?”

“안 돼. 그 형님 그거 하다가 올 초에 구속됐어. 아직 수감 중이라 그러던데. 너 면회

가려고?”

“장난하지 말고. 너 맛데기에 대해서 잘 아냐?”

“몰라. 알다시피 나 경마 안하잖아. 근데 왜?”

“아냐 됐어. 다음에 연락할게.”

부푼 기대가 한순간 물거품이 되어 꺼져버리자 그는 맥이 탁 풀렸다.

‘아냐, 괜찮아. 어차피 혼자서 무에서 유를 창조하려던 계획이었잖아. 이제부터 하나

씩 작업을 진행하면 돼. 꿈은 실패했을 때 끝나는 것이 아니라 포기했을 때 끝나는 것

이이야’

그는 자신을 위로하며 뒷말을 곱씹었다.

백낙은 2015-05-13 19:14	이인철 작가님. 베팅 49회 잘 읽었습니다. "다음에도 기회가 있다고 생각하면 아무리 화살이 많아도 과녁을 맞히기가 어렵지."라는 말씀 큰 교훈이 됩니다. 자꾸만 흥미진진해 지네요. 멋진 걸작 만드세요. 홧팅입니다. 샬롬.

이인철 2015-05-17 19:31	《Re》백낙은 님 , 백낙은 작가님! 변함없는 관심과 격려에 고마움을 전합니다. 늘 건강하시고 향기로운 글 다산하시기를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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