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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urple01_next.gif이인철 수필 소설 문학서재

ㆍ작성자 이인철
ㆍ작성일 2015-05-31 19:47
ㆍIP: 115.xxx.86
베팅 (52회)
 
 그런 그의 눈에 이번에는 ‘사랑하는 동생에게 당부하네’란 경마와 전혀 연관되지 않는
 
이색적인 제목이 눈에 들어왔다. 안타까운 감정이 채 가시기 전에 그의 궁금증을 참지
 
못하고 마우스를 눌렀다. 

 "내 주위에 마사회 출입 기자를 꿈꾸는 가까운 동생이 있다. 일주일 내내 일은 안하고
 
경주마를 복기하며 죽어라 공부하고 있다. 꿈을 위해 노력한다는 건 박수 받아야 마땅하
 
겠지만 나이가 40이 넘었는데 수입이 전혀 없는 상태라 그런 걸 보면 마음이 아프다.
 
 경마일만 되면 ‘담뱃값이 없네, 책 살 돈이 없네’라며 전화하고 지인들에게 손 벌리는
 
모습을 보면 참으로 한심스럽다. 얼마 전에는 잘 아는 형이란 사람이 휴대폰비도 내주었
 
단다.
 
 며칠 전에는 나에게 연락을 해서 기술을 배우려는데 교통비가 없다며 20만 원만 해줄
 
수 없냐고 했다. 나는 동생에게 단 200원도 안주었다. 왜냐고? 그를 더 악의 구렁텅이로
 
빠뜨리는 것을 뻔히 알기 때문이다.

 하루는 누구와 경마해서 400만 원 정도를 수고비로 받았다며 그 돈으로 일어설 수 있다
 
고 했다. 그렇게 되기를 바라고 진심으로 바랐다. 그러나 동생은 2주도 못 가서 그 돈을
 
다 탕진하고 다시 그 상태가 되었다
 
 나도 경마 마력이 25년 되는 경마꾼이지만 그에게 이런 말을 해주고 싶다. 제발 자신의
 
분수에 맞는 경마를 하라고. 길이 아니면 가지를 말고 꼭 그 길을 가고 싶다면 남에게 의
 
지하지 말고 혼자 힘으로 가라고. 그리고 정작 중요한 건 담뱃값, 정보지 살 돈도 없으
 
면 그 정도의 사정이라면 일단은 경마 쪽을 잊고 자신을 위해 일을 해야한다고 말이다.
 
하는 일 없이 일주일 내내 경마만 생각하고 한 구라만 바라본다면 그 정신은 말할 것도
 
없이 황폐해져 있는 것이라고.

 동생! 제발 부탁인데 자신의 일을 갖게나. 무슨 일이면 어떤가. 몸이 안 좋아 힘든 일을
 
못하면, 일을 못할 정도의 몸이라면 경마도 못하는 것이 맞는 거네. 내 경험상 경마가 세
 
상 어떤 일보다도 결코 체력적으로 쉬운 일이 아니기 때문이네.

 언젠가 나에게 이런 말을 했었지. 기억하는가. ‘소스 하는 사람은 공부하는 사람을 무시
 
하고, 공부하는 사람은 소스하는 사람을 무시 한다고 말이야.’

 그것이 자네의 가장 큰 문제일세. 자넨 경마를 하고 공부할 자격이 없는 사람이네. 부디
 
현실을 직시하고 어떤 것이 본인의 인생에서 우선순위가 되어야 하는지를 깨닫기 바라
 
네. 지금은 분명 일을 가져야 할 때라네. 건강하고 열심히 살길 바라네. 그래야 훗날 밥
 
한 그릇이라도 편히 같이 먹을 수 있지 않겠나.‘

 선우는 누군지 모를 선배라는 사람을 연상하며 비록 동생이 어리석은 길을 가고 있지만
 
그래도 이렇게 진정어린 조언을 해줄 선배가 곁에 있다는 것에 부러움이 앞섰다. 그는
 
골몰히 생각해 봐도 이런 훌륭한 선배가 주위에 없는 것 같아 지금까지 인생을 잘못
 
살았다는 생각을 떨쳐버릴 수 없어 기분이 착잡했다. 하긴 사채업 해결사 곁에 좋은 사
 
람이 있다는 것도 어찌 보면 욕심이며 모순인지도 모른다.

 노트북을 끄려던 그에게 어느 기자가 과천경마장을 탐방하여 취재한 글이 보였다.

 "지난 4일 서울경마공원에서 40~50대 남성들이 베팅을 하기 위해 경마 모니터를 바라
 
보고 있었다. 주말마다 한방을 노리는 경마꾼들이 과천을 찾지만 대박의 꿈은 쪽박으로
 
끝나기 마련이다. 두 번째 경주가 시작되기 15분 전인 오전 11시30분. 실내 관람석은
 
이미 만원이었다. 10m 간격으로 설치된 모니터 앞에는 오십여 명씩 모여 있었다. 빈 의
 
자는 없었고 의자에 앉지 못한 사람들이 서 있거나 경마정보지를 바닥에 장판처럼 깔고
 
앉아 통행하기도 쉽지 않았다. 계단에도 저마다 한 칸씩 자리를 잡고 앉았다. 그들은 하
 
나같이 한 손에는 정보지, 다른 손에는 사인펜을 들고 심각한 표정으로 어느 말에 베팅
 
할지 고민하고 있었다.
 
  쌀쌀한 날씨였지만 야외관람석에도 사람들이 꽤 나와 있었다. 이날 과천의 기온은 13
 
도 안팎이었고 초속 4.5m의 강한 바람이 불어 체감온도는 더 낮았다. 정보지, 마권 구매
 
표 등이 강한 바람에 이리저리 날아다녔다.
 
이름아이콘 백낙은
2015-05-31 20:44
회원사진 		이인철 작가님.
제가 집에 말 한 필을 먹이면서 4년 가량 말을 탔습니다.
그러나 경마에 대해서는 그야말로 문외한인데 작가님의 베팅을 통해서 그 방면에 식견을 쌓아가고 있습니다. 싱그로운 유월에 건필하시고 향필 하세요. 평안을 빕니다.
   
이름아이콘 정찬열
2015-06-03 20:03
회원사진 		이인철 작가님 !
52회 베팅을 읽으며 경마관련
실감있는 작가님의 글 배람하고 갑니다
더욱 비젼있는 글향에 츼해 갑니다
늘 편안 하세요 **^^
   
이름아이콘 이인철
2015-06-05 11:57
회원사진 		《Re》백낙은 님 ,
백낙은 작가님!
저 또한 문외한이었지요.
책 쓰다 보니 조사하고 공부하다 보니...
부족한 졸작에 관심과 격려에 늘 감사드립니다.
작가님께서도 싱그러운 6월의 날들이 되시기를..^^
   
이름아이콘 이인철
2015-06-05 12:01
회원사진 		《Re》정찬열 님 ,
정찬열 작가님!
바쁘신 중에도 향기의 자취를 남겨주신
작가님께 고마움을 전합니다.
부족한 작품에 관심 주심에 감사드립니다.
작가님께서도 늘 편안하시길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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