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단법인 창작문학예술인협의회/대한문인협회-수필

ㆍ작성자	이인철
ㆍ작성일	2015-04-27 18:40

ㆍIP: 115.xxx.86

베팅 (46회)

“어떤 건데?”

“경마중독 1단계, 과천 주변 10키로 내외의 도시를 점점 좋아하게 된다. 또한 장외발

매소가 있는 동네를 미리미리 알아놓고 다닌다.

중독 2단계, 단어 중에 '경' 자나 '마' 자가 들어간 단어를 다른 이들 보다 빨리 발견

한다. 그리고 그 단어에 상당한 집중력을 보이게 된다. 예를 들어 경복궁역, 일산의

마두역 등등 일상생활에서 그 증상을 알수 있다.

중독 3단계, 주머니나 차 안에 사인펜이 쌓이기 시작한다. 어느 샌가 차의 뒤를 돌아

보면 몇십 개의 싸인펜이 굴러다닌다.

중독 4단계, 학창시절 그렇게도 싫어했던 수학이지만 언제부턴가 숫자를 사랑하게

된다. 아니 좀 더 리얼하게 말하면 숫자 이외에는 관심이 점점 없어진다. 이 단계가

되면 숫자가 돈으로 보이기 시작한다.

중독 5단계, 도움을 청하는 시기, 즉 폐를 끼치기 시작하는 단계이다. 여태껏 스스로

행해 왔다면 이 시기부터는 서서히 타인에게 피해를 주기 시작한다.

중독 6단계, 거짓말을 하기 시작하는 단계이다. 주말의 시간이 필요하기에 구라 즉

샤킹을 남발하기 시작한다. 빠져나오기 힘든 터널에 막 진입한 시기이다.

중독 7단계, 고배당과 저배당 중 한쪽으로 치우치는 자기만의 경마를 발견하는 시기

이다. 이 시기까지 오면 일단 많은 돈을 탕진한 상태가 된다. 지나온 시간의 적자를

만회하려는 방법으로 한쪽으로 몰아가는 방법을 스스로 만들어낸다.

중독 8단계, 서서히 사람들을 피하는 단계이다. 누군가에게 주어야 할 것이 머리속에

생각이 안 날 정도다. 무리수를 던지게 되는 시기이기도 하다. 주변에 좋은 이들이 사

라져가고 하이에나들로 득실거리게 된다.

중독 9단계, 외로움이 찾아오는 시기이다. 아무것에도 즐거움을 느끼지 못한다. 땅을

흔드는 말의 요동침에 오로지 희열과 기쁨을 느낀다. 이때의 배팅액은 현저히 줄어들

게 된다.

마지막 중독 10단계. 지갑, 휴대폰, 신분증 등 아무것도 몸에 지니지 않고 다닌다. 오

로지 주머니에 있는 것은 약간의 돈과 사인펜 하나다. 누구와 전화하는 것조차 귀찮은

시기이다. 이상 경마중독 10단계 증상 끝.“

“너는 그러면 이 중 몇 단계에 해당되는데?”

“난, 이미 한 번 지나갔고 두 번째 시작이야.”

“준식이 형은 화장터서도 입술만은 안 탈거야. 그치 선우 형?”

민기의 놀림에 준식이 엄숙한 목소리로 말했다.

“처음에 10단계까지 가는 시간이 5년 걸렸다면 두 번째는 마지막까지 단 1년도 걸리

지 않는다는 것이지. 도박은 무언가 깨달은 듯하면 초보자로 다시 가서 시작하려는

마음이 생기기 때문이야.”

“그 말은 일리가 있네. 난 여기 온 김에 경마장 구경이나 하고 올게.”

선우가 일어나 실내로 들어오니 편의점과 식당 등이 보였고 관람실마다 사람들로 발

디딜 틈이 없었다.

경마장 구조와 분위기가 궁금하여 이곳저곳으로 발길을 옮기는 그의 눈에 ‘초보경마

교실’이라는 강의실이 눈에 띄었다. 강사인 듯한 사람이 몇몇 사람들에게 체킹하는 방

법 등을 알려주고 있었다. 선우는 그 강사가 마치 저승사자나 마약 판매상처럼 느껴졌

다.

다음으로 마구와 한국마사회의 역사를 한눈에 볼 수 있는 말박물관을 구경했다. 그리

고 말로만 듣던 경마공원으로 향하던 중 예시장을 지나쳤다. 곧 시합에 나갈 말들이

타원형의 트랙을 돌고 있었다. 주변으로 빙 둘러앉아 무릎 위에 정보지를 펼쳐놓고 날

카로운 눈빛으로 말의 상태를 주시하는 사람들로 가득 찼다. 열공하는 그들을 누가보

면 시험장인 줄 착각할 정도다.

이놈의 예시장 말들은 아무리 봐도 모르겠다. 다 좋은 거 같기도 하고 도대체 말의

어디를 봐야 하는지 감이 안 온다. 지나가는 김에 남들이 보니까 그도 잠시 바라보았

다.

경마공원은 경마장의 맞은편에 있어 입구가 달랐다. 공원으로 가는 길은 양편으로 환

한 조명을 받고 있는 벽화의 통로를 따라 걸어야 했다. 터널식으로 되어 있어 분위기

가 왠지 음침하였다.

공원에는 잘 가꾸어진 넓은 잔디와 곳곳에 형형색색의 꽃들로 비싼 유료공원에 뒤지

지 않을 정도로 아름답게 꾸며져 있었다. 여기저기 잔디밭 위에 돗자리를 깔고 가져온

도시락으로 식사하는 가족들과 데이트 하는 커플의 평화로운 모습이 보기 좋았다.

아이들을 위한 워터바이크 놀이기구와 승마를 체험할 수 있는 승마체험장도 있었다.

특히 여러 가지 모양을 아기자기하게 형상화한 조각공원에서는 사람들이

그것을 배경으로 사진 찍기에 바빴다. 특이한 것은 경마장이라는 것을 암시하듯 말을

모티브로 한 조각물들이 많았다. 경마가 열리지 않는 평일은 무료이니 가족소풍과 데

이트 장소로는 손색이 없다는 생각이 들었다. 또 공원에서는 마사회에서 마련한 가족

모임과 연인을 위한 다양한 이벤트나 게임도 하는 것 같았다.

"공원은 낙원이고 저쪽 경마장은 전쟁터니 마사회에서 한 곳은 당근을 주고 다른 곳

은 채찍을 휘두르네. 행복과 불행이 공존하는 장소가 바로 여기네"

선우는 중얼거리며 쓴 미소를 지었다. 그때 준식에게서 전화가 왔다.

정찬열 2015-04-28 17:33	중독 6단계가되면은 좀 심각해 지는 군요 당근과 채찍 행복과 불행이 공존하는 베팅 46회 잘 배독하고 갑니다. 늘 건안 하시고 승필 하세요

박정근 2015-04-29 19:31	이인철 작가님 내려주신 글 오늘도 감사히 배독하고 갑니다. 새롭게 맞이하는 5월도 늘 향필하시길 기원 드립니다~~^^

백낙은 2015-05-02 08:10	이인철 작가님. 앞으로 멋진 걸작이 나오리라 믿고 기대합니다. 누구나 중독에 까지 이르면 폐가망신 하는 것이라 공감합니다. 그리고 입술이 화장을 해도 안 탈 것이라는 말씀에 빵 터졌습니다. 서재의 불을 잘 밝혀 주셔서 고맙습니다. 은안하소서. 샬롬.

이인철 2015-05-04 17:08	《Re》정찬열 님 , 정찬열 작가님! 부족한 작품에 늘 관심과 격려에 고마움을 전합니다. 정 작가님께서도 늘 행복하시고 멋진 작품 산고하세요.^^

이인철 2015-05-04 17:11	《Re》박정근 님 , 박정근 작가님! 바쁘신 중에도 부족한 서재 방문에 감사드립니다. 박 작가님께서도 빛나는 5월에 건필하시길 바랍니다. 고맙습니다.^^

이인철 2015-05-04 17:15	《Re》백낙은 님 , 백낙은 작가님! 늘 변함없는 격려와 용기주심에 어찌 보답할 지 미안할 따름입니다. 작가님 바람대로 멋진 결과과 있었으면... 백 작가님의 좋은 글 잘 감상하고 있습니다. 주님 안에서 늘 건강하시고 행복하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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