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단법인 창작문학예술인협의회/대한문인협회-수필

ㆍ작성자	이인철
ㆍ작성일	2015-05-26 18:58

ㆍIP: 115.xxx.8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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집에 돌아온 선우는 노트북을 켜고 ‘맛데기’란 단어를 검색란에 입력했다. 이 계통에서

일하면서 맛데기가 사설경마이고 그곳에서 많은 돈을 잃었다는 이야기는 주위에서 여러

번 들은 적이 있었다. 하지만 자신과는 다른 세계라 여겨 그다지 신경 쓰지 않았었다.

컴퓨터에서 알려준 맛데기에 관한 지식과 정보는 선우가 이미 알고 있는 내용으로 기대

만큼 도움이 되지 못했다.

다음에 포괄적인 단어로 ‘경마’를 치자 그와 연관된 글들이 수없이 올라와 있었다.

열심히 훑었으나 맛데기와 직접 관계된 내용은 별로 없었다. 실망스런 표정의 그에게

‘'경마로 인해 파탄 난 우리 가정’이라는 자극적인 제목의 블로그가 눈에 띄었다. 호기심

에 그 글에 클릭하였다.

‘이십여 년 전 나는 지금의 남편을 만났다. 핸섬한 외모, 넉넉하게 자란 가정환경, 나에

대한 배려... 모든 것이 나에 조건에 맞아 떨어졌다. 단 하나, 도박을 좋아한다는 것이 마

음에 걸렸었다.

하지만 나에게 숨기는 것 없이 항상 말했기에 나는 결국 결혼을 하게 되었다. 결혼과 동

시에 시댁에서 신혼부부가 살기에는 좀 크다 싶은 아파트를 사주셨다. 그와 함께 남편은

상당히 큰 카센터를 경영하게 된다.

2년여 동안 정말 어느 여자보다 행복을 마음에 담아두고 살았었다고 말할 수 있다. 3년

차가 되던 해부터 남편이 점점 가게에 소홀해지기 시작했다. 꽤나 많이 모아 두었던 돈

을 남편은 사업을 확장한다는 핑계로 가지고 갔다.

어느 날 아침, 남편이 아침부터 베란다에서 물끄러미 밖을 내다보는데 그 모습이 너무

나 안돼 보였다. 그래서 그와 대화를 나누었다. 요는 이랬다. 경마에 상당한 돈을 날렸다

는 것이다. 심장이 멎는 줄 알았지만 솔직하게 이야기해 준 그가 고맙기도 했다. 취미로

그냥 해보고 싶다는 말을 믿고 그를 따라 그곳으로 향한 것이 내 인생의 가장 큰 실수였

다. 남편을 따라다닌 지 3년 만에 가게를 접었다.

그리고 ‘7번, 7번 힘내, 조그만 힘내~’라고 응원하던 나의 멘트는 ‘이런 젠장, 너 뒤진

다’ 등 이런 식으로 언어마저 변화했다. 또 3~4년이 지나가고 만땅이 된 대출 때문에 집

을 줄여 이사 가게 되었다. 50평대에서 28평으로... 이때 하늘이 우리에게 마지막 기회

를 준 것을 알았어야 했다. 딱 9개월 만에 이사한 집의 담보대출을 목구멍까지 채우고

말았다.

내 전화번호에는 친구들은 온데간데없고 소스경마하는 사람들과 예상가들 번호밖에는

없었다. 가방마다 가득 차 있는 사인펜과 미련이 남아 버리지 못한 미적중된 마권들. 지

저분해도 정리조차 하기 싫은 집안 꼴.

여기저기 손을 벌리기 시작했다. 친구들, 선후배들, 친정... 남편은 그대로 시댁, 친구

들.... 경마란 도박은 참으로 이상했다. 잡힐 듯 하면서도 잡히지가 않았다.

그와 함께 술 마시는 날이 점점 늘어갔다. 소주 서너 잔만 마셔도 잠을 자던 나였는데

이젠 두세 병을 마신다. 그래도 신랑이라고 그의 말에 위로받고 다음을 기약하자는 무지

함의 연속적인 시간이 이어졌다. 집을 팔고 전세로 그리고 월세로....

드디어 결혼 20년 만에 식당으로 일을 나가게 되었다. 남편은 여기저기 일거리를 찾아

보았지만 경마로 망가진 그에게 손을 내밀어 오라는 곳은 한 군데도 없었다. 딸랑 방 두

칸, 지하의 퀴퀴함이 항상 느껴지는 곳이 우리 집이다. 잠시 눈을 감아보니 예전에는 통

장에 5, 6억을 넣어두고 마음껏 원하는 대로 살았던 듯하다. 그 돈이 다 어디 갔을까?

코리안더비 경주. 그와 함께 오전 장에 행운으로 적중한 돈까지 3-13에 몰빵하였다.

내가 보아도 분명 댓길경주였다. 없는 살림에 딴 돈까지 380만 원을 모두 배팅하였다.

나는 머리속으로 계산하고 계획을 세웠다. 아~ 나의 절실한 믿음도 이젠 통하지 않나

보다. 나는 그 자리에서 또 무너져 버렸다.

남편과 사람들로 미어터지는 지하철을 타고 힘들게 집으로 왔다. 휴~ 10만 원만 덜 배

팅했어도 집에 오는 길은 편하게 왔을 텐데... 역시 후회가 밀려들었다. 남편은 오자마자

소주를, 나 역시도 함께 마셨다.

내일 여기저기 나갈 돈이 많은데 걱정이다. 그는 일찍 술이 취해 잠들었다. 자면서도 경

마에 관한 잠꼬대를 하고 있다. '동성아~ 제발~ 이번 한 번만~' 지금 그의 잠꼬대는 잠

꼬대가 아닌 절규인 것을 나는 안다. 이제 경마를 마음에서 내려놓아야겠다. 남편도 인

내심을 가지고 그랬으면 좋겠다. 남은 인생을 다르게 살아가기로 결심해 본다. "하늘

이시여, 저의 마지막 간절함을 저버리지 마시고 우리에게 희망을 주세요..."

한 여자의 비극적 가정사는 이렇게 끝나 있었다.

선우는 가슴이 쥐어짜듯 답답하고 싸한 느낌에 무어라 꼭 집을 수 없는 허탈감이 밀려

왔다.

박정근 2015-05-28 09:06	이인철 작가님 이른 더위에 무탈히 지내시지요? 오늘도 올려주신 글 흥미롭게 읽었습니다. 정말 실감나게 다가옵니다. 경마를 통해 무참히 망가져 버리는 가정의 모습에 속이 타네요~ 벌써부터 다음편이 기다려 집니다. 이른 더위가 기승을 부립니다 건강 잘 돌보시며 평안속에 건필 이루시길 기원드립니다~~^^

백낙은 2015-05-28 09:25	이인철 작가님. 제가 먼저 오려고 했는데 박정근 작가님이 먼저 다녀 가셨군요. 묵묵히 수필 서재 밝혀 주시는 이인철 작가님께 머리숙여 감사의 인사를 올립니다. 해피엔딩의 날 기다려 봅니다. 건필하소서. 샬롬을 빕니다.

정찬열 2015-05-29 22:02	이인철 작가님 그동안 개인적 사정과 몸이좀 말을듣지않아 방문에 게으름을 피웠습니다. 5월의 끝자락에 늘 건안 하기고 행복한 시간 되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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