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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urple01_next.gif이인철 수필 소설 문학서재

ㆍ작성자 이인철
ㆍ작성일 2015-06-23 19:21
ㆍIP: 115.xxx.86
베팅 (57회)

 카페 문이 열리며 함박웃음을 띤 지나가 들어와 그의 맞은편에 앉았다.

 “선우 씨가 먼저 나를 보자고 하고 웬일이야. 조 실장하고 동업하기로 했다며?”

 그가 천천히 고개를 끄덕였다.

 “정말 잘 했어! 사실 조 실장이 언제 배신할 줄 몰라 걱정했는데 선우 씨가 곁에 있으
 
니 이제 안심이 되네. 그럼, 언제부터 시작할거야?”

 그 무렵 지나는 선우와 금 사장 사이를 어떻게 이간질하여 떼어놓을까를 고민하던
 
차였다. 그런데 그가 먼저 금 사장에게서 독립하겠다고 하니 앉아서 코 푼 격이었다. 
 
 “이젠 희망이 없으니 당장 시작해야겠지요.”

 이 의미를 아는 그녀가 뜨끔하여 일부러 명랑한 목소리로 말했다.

 “잘 생각했어. 바쁘게 일하다 보면 돈 버는 재미에 지난 일은 금방 잊게 되지. 그런데
 
어디서? 조 실장 말로는 한 달 정도 쉬었다가 새로 얻는 자기 사무실서 같이 하는 것
 
처럼 말하던데.”

 “아니, 제 사무실서요.”

 “그렇게 코딱지만 한데서! 내가 크고 멋진 사무실 얻어줄게.”

 “돈 빌리러 오는 사람들이 돈 보고 오지 사무실 보고 오지는 않지요.”

 “그건, 그래. 이래서 내가 선우 씨를 좋아한다니까. 겉멋만 든 금 사장과 조 실장은
 
선우 씨에게 배워도 한참을 배워야 돼. 그렇지?”
 
 대답대신 선우가 그녀를 날카롭게 쏘아보았다.

 “왜 그렇게 하신 겁니까? 꼭 그렇게까지 해야 했습니까?”

 처음에 무슨 말이냐며 시침 떼던 지나가 그의 무서운 눈빛을 보고는 감을 잡았다.

 “보육원 일은 안타깝게 생각해. 나도 일이 이렇게까지 될 줄은 몰랐어. 하지만 내 책
 
임은 아니잖아. 본인의 선택이었지.”

 “도대체 왜! 왜!”

 감정을 주체 못한 그가 흥분하여 소리쳤다.

 “선우 씨 진정해. 난 선우 씨를 좋아하니까 아니 너무 사랑하니까. 선우 씨가 그런 지
 
저분한 곳과 엮여서 자신의 꿈을 피우지 못하는 게 싫어서 그랬던 거야. 나만이 선우
 
씨를 지켜 주고 키워줄 수 있단 말이야. 아직도 내 마음을 몰라?”

 “그래서 모든 걸 각본대로 움직였나요? 여자 친구 퇴근시간까지 맞추어 가면서….
 
제 입장은 생각 안하셨습니까? 이제 속이 후련하세요? 이건 사랑이 아니라 더러운 집
 
착입니다.”
 
 그녀가 언성을 높이며 항변했다.

 “그래, 그럴 수밖에 없었어. 나도 괴로웠어. 하지만 그것만이 선우 씨를 내 사람으로
 
만들 수 있는 최선의 방법이었다고.”

 두 손으로 머리를 감싸며 고통스럽게 흔드는 그에게 지나가 일어나 다가갔다.

 “이제 잊어 버려. 그쪽과 엮이면 선우 씨만 힘들어져. 설마 선우 씨가 그 사람들 책임
 
질 생각은 아니지? 그렇게 힘든 인생을 살 필요가 없다고.”

 신음소리를 내던 그가 체념한 듯 말했다.

 “이제 그렇게 하고 싶어도 할 수 없습니다. 그 사람들 모두 저를 원수로 여기고 있습
 
니다. 원장님의 죽음이 바로 저 때문이라고 생각하지요. 사실 틀린 말도 아니고요. 저
 
의 폭행 장면을 생생히 본 증인들이니까요. 전 평생 이 죄책감을 안고 살아야 한단 말
 
입니다. 전 이제 갈 데가 없단 말입니다.”

 “왜 갈 데가 없어. 지금부터 선우 씨 곁에 내가 있을게. 선우 씨 하고 싶은 거 있으면
 
말만해. 무엇이든지 들어줄게. 그리고 시간이 지나면 다 잊혀질 거야.”

 선우의 어깨를 감싸는 그녀의 얼굴에 승리의 미소가 번지고 고개 숙인 그의 얼굴에
 
는 눈물이 흘러내리고 있었다.

이름아이콘 정찬열
2015-06-27 18:46
회원사진 		이인철작가님 베팅 55~57회 통째 배독했습니다.
작중인물 선우가 최실장의 마중물이 되었고 선우는
모든것이 슬슬 풀려 지네요 다음 호를 기다립니다.
늘건안 하시고  즐거운 주말 되세요
   
이름아이콘 백낙은
2015-06-30 08:56
회원사진 		이인철 작가님 안녕하세요.
제가 게을러서 이제 서재를 찾아 와서 54회에서 57회까지 배독했습니다.
매회 보는 것 보다 한 꺼번에 여러 회를 보니까 이야기가 연결이 되는 것 같아 오히려 좋군요.
선우의 결말이 해피 엔딩일까 아니면 쎄드 엔딩일까 궁금해 지네요.  
그리고 "여자와 개는 돈과 같다"고 하신이야기는 공감이 가면서도 좀 그렇군요 ㅎㅎ 건필하소서.
   
이름아이콘 이인철
2015-06-30 18:33
회원사진 		《Re》정찬열 님 ,
정찬열 작가님!
작가님 말씀대로 선우가 잘 풀려 저도 좋습니다.
그러나 아직 갈 길과 고비가 많이 기다리지 않을까요.
이런 졸작을 감상하심에 인내가 필요할 듯 합니다.^^
늘 격려와 용기주심에 힘이 나곤 합니다.
정 작가님께서도 항상 편안하시고 행복하시기 바랍니다.^^
   
이름아이콘 이인철
2015-06-30 18:42
회원사진 		《Re》백낙은 님 ,
백낙은 작가님!
아마도 선우는 작업의 역경을 헤치고 해피엔딩으로 마치지 않을까요.
제 모티브의 결말은  권선징악을 추구하는 듯 합니다. 제 신조도 이와 비슷하고요.
그리고 '여자와 개'의 비교는 아마도 제 작품의 장르가 느와르다보니
표현이 조금 그런 것(?) 같습니다.
백 작가님의 너그러운 이해를 바라오며 늘 관심과 격려에 고마움을 전합니다.
작가님께서도 항상 건강하시고 주님의 은총 가운데 편안하시기 기도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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