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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urple01_next.gif이인철 수필 소설 문학서재

ㆍ작성자 이인철
ㆍ작성일 2015-06-13 20:05
ㆍIP: 115.xxx.86
베팅 (55회)

                      
            7. 악녀의 계락을 알게 되다.


 룸살롱 룸으로 환한 얼굴의 세두가 문을 열고 들어왔다. 곧이어 마담이 들어와 인사하
 
고 아가씨를 부르려 하자 그가 대화가 끝나면 부르겠다고 하며 먼저 술부터 갖고 오라고
 
했다.
 
 “웬일이냐? 네가 나에게 술을 다 사달라고 하고. 하긴 보육원 일로 괴로운 너 마음 내가
 
안다. 금 사장도 너무 했지. 그 일을 너에게 시키면 어떻하냐! 그 위인은 상도덕을 몰라
 
도 한참 몰라요. 그러니 끝까지 누가 붙어 있겠냐. 지나간 일 다 잊고 오늘 고주망태가
 
될 때까지 마셔보자. 그래도 너 마음을 알아줄 사람이 나 밖에 더 있냐. 우린 해결사로서
 
동병상련 아니냐.”

 전에 없던 선우의 연락에 의아하던 세두가 위로하는 척했다. 웨이터가 술과 안주를 세
 
팅하고 나갔다. 몇 잔의 술이 오가고 선우는 세두를 취하게 하려고 술을 계속 권하였다.
 
 “조 실장님, 사무실 얻는다면서요? 금 사장님과 결별하려고요?”

 “그, 그건 어떻게 알았어?”

 “이 바닥 소문이 KTX 보다 빠르잖아요.”

 “결별이 아냐. 어엿한 독립이야. 쥐꼬리만 한 수당에 너나 나나 월급쟁이잖아. 우리가
 
퇴직금이 있냐. 4대 보험이 적용되냐. 다치면 생명 수당이 있냐. 그리고 현장에서 뛰니
 
국립학교 입학 1순위지. 회사와 조건이 안 맞으면 이직하는 건 당연한 거야. 마침 기회
 
도 좋고.”

 찜찜해하던 세두의 표정이 곧 반색하며 불만이 표출되었다.

 “기회도 좋다니요? 무슨 기회인데요?”

 “아, 아니. 그런 거 있어.”

 이때를 놓치지 않고 선우가 물고 늘어지자 그가 손사래를 크게 쳤다.

 “그런데 조 실장님의 독립을 금 사장님은 아십니까?”

 “아직은 모를 거야. 근데 알아도 상관없어. 자기만 전주 있나. 내가 지금까지 전주가 없
 
어서 그 밑에 있었지, 있고 싶어서 있었냐. 앞으로 금 사장이 나에게 아쉬운 소리 하게
 
될지도 몰라.”

 “전주가 민 여사님이시지요?

 “어, 어떻게 알았어.”

 술김에 세두가 무심코 인정했다. 아차, 싶으나 이미 늦었다. 선우의 짐짓 찔러본 것에
 
넘어간 것이다. 어쩌면 계획된 유도심문인지도 모른다.
 
 “며칠 전에 조 실장님하고 민 여사님이 카페에서 나오는 걸 봤어요. 그때 사업상 만나
 
는 구나라고 직감했죠. 그리고 조 실장님이 사무실 얻는다는 말을 듣고 사업파트너가 민
 
여사님 일거라고 짐작했지요.” 

 이어 선우는 괴로운 표정으로 연거푸 술을 마셨다.

  “저, 이번에 금 사장님께 너무나 실망 했습니다. 아니 배신감을 느낍니다. 이 일로 결
 
혼 하려고 했던 여자와 헤어졌고 그 여자는 저를 자기 아버지를 죽인 원수로 여기고 있
 
습니다. 저는 모든 것을 잃었습니다. 이제 저는 어쩌면 좋습니까.”
 
 "알아. 너 마음 이해하지.”

 울먹이는 그에게 다가와 세두가 어깨를 두드렸다. 결심한 듯 그가 선전포고를 했다.

  "저, 금 사장님 사무실을 나오겠습니다. 도저히 그 밑에서 일을 할 수가 없습니다. 금
 
사장님을 볼 때마다 여친에 대한 죄책감이 들어 적개심이 불타오릅니다.”
 
 “다른 할 일은 있어?”

 “그게 문제지요. 아시다시피 배운 게 이 계통 밖에 없으니까요.”

 순간 세두는 머릿속으로 계산기를 두들기기 시작했다. 선우를 가까이 두면 민 여사가
 
그를 위해서도 자기를 더 도와 줄 거라는 것과 해결사로서 선우 라인을 밑에 두는 것이
 
이익이다 는 계산이다. 

 “그러면 나와 함께 일하는 거 어때? 조건은 금 사장보다 좋게 해 줄게. 너는 일처리가
 
좀 느려서 그렇지 마무리가 깔끔한 건 내가 인정하지. 아예 말 나온 김에 지금 결정하는
 
게 어때?” 

 선우는 잠시 고민하는 척하더니 자포자기 하듯 말했다.

 “그러지요. 다른 선택도 없으니까요.”

 “잘 생각했어. 이제 우리 한 배 탄 거다.”

 이때 세두가 들으라는 듯 선우가 흘러가는 말투로 내뱉었다.

 “사실 민 여사님이 내게도 사채사무실을 얻으라고 했는데….”

 “뭐라고! 그게 무슨 말이야?”

 “저에게도 사업제의를 했었어요.”

 “무슨 제의?”

 “조 실장님과 비슷해요. 그런데 제가 거절했죠.”

 “왜?”

 “제 여자 친구와 헤어지라는 조건을 달아서요.”

 “그래서…. 그랬구나.”

 세두가 이해간다는 듯 가만히 고개를 끄덕였다.

 “그래서 그랬다니요?”

 기다렸다는 듯 그가 집요하게 물고 늘어졌다. 말해야 되나 마나로 망설이는 그에게 선
 
우가 승부수를 던졌다.
 
 “그러면 저도 조 실장님 밑에서 일하는 것을 다시 고려해 봐야겠습니다.”

 한동안 갈등하던 세두가 마침내 입을 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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