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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urple01_next.gif이인철 수필 소설 문학서재

ㆍ작성자 이인철
ㆍ작성일 2015-05-08 19:01
ㆍIP: 115.xxx.86
베팅 (48회)
 
 4코너를 돌자마자 7번 마는 급속히 무너지고 민기의 자지러지는 비명이 들렸다. 매
 
경기가 그렇듯 마지막 직선주로에 진입하자 순위싸움이 격렬해졌다. 순위가 뒤바뀔
 
때마다 관람대에서 쏟아내는 소리가 파도가 밀려오듯 거세졌다. 방금 전까지 몰아쳤
 
던 함성이 잔동으로만 들려질 때쯤 확정란에 빨간 불이 들어왔다. 준식이 그렇게 자
 
신하던 10경주는 7번 마가 뒤에서 3번째로 들어오며 끝이 났다.

 “나는 만날 고배당 말을 뽑아놓고도 엮질 못하지. 아, 뚜껑 열려.”

 “내 이럴 줄 알았다니까. 형의 예시장 관찰과 공부와 소스의 3박자 말이 14마리 중
 
딱 12번째로 들어왔네. 그래도 2마리는 젖혔으니 활기 찬 말은 맞네. 어이구, 세뇌당
 
한 내 머리를 하수구에 처박아야지 누굴 원망하겠어.”

 민기는 자기 머리를 치며 그의 얼굴을 향해 레이저가 작렬했다.준식이 멋쩍은 표정
 
으로 그의 눈빛을 피해 슬쩍 다른 곳으로 고개를 돌렸다. 연달아 헛손질을 했으니 본
 
인 맘도 편치는 않으리라.

 “나는 다음 경주 쉬고 흡연실에서 담배나 피고 올게.”

 흡연실로 가던 그의 눈에 이상한 광경이 들어왔다. 중앙복도에 세워진 수십여 대의
 
무인발매기 중 유독 한 발매기에만 사람들이 즐비하게 줄서서 뽑고 있던 것이다.

 “어르신, 왜 저 발매기에 사람들이 저렇게 많아요?”

 선우는 궁금증을 참지 못해 옆에 서 있던 노인에게 물었다.

 “얼마 전 저 발매기에서 어떤 할머니가 삼복식에 자동으로 갔는데 무려 4600배를 맞
 
추어서 그렇다네. 그 후로 저 발매기가 복 기계로 소문나서 인기가 좋지. 자네도 한번
 
해 보게나. 어차피 공부해서 많이 죽을 바에야 로또 한다는 기분으로 하면 작게 죽을
 
거 아냐.”

 “어르신 말씀이 지당하네요. 로또에 몇백 몇천 베팅하는 사람은 없으니까요. 그런
 
데 얼마 갔는데요? 배당금이 꽤 되었겠네요.”

 “아마 500원 가서 세금 제하고 200만 원도 못 받았다지.”

 “예!”

 선우는 그 할머니가 부러우면서도 한편으로 안타까운 생각이 들었다. 그는 경마 베
 
팅방식에 자동이 도입된 것을 처음 알았다. 그때서야 구매표를 보니 자동식 란이 표
 
시되어 있었다. 마권 심부름을 두 사람에게 시켰으므로 구매표 내용에는 관심이 없었
 
다. 죽으라 공부해도 나가떨어지는 경마에 로또처럼 복골복 식의 자동까지 도입한 것
 
이다. 매출을 높이기 위해 별의별 방법을 동원하는 마사회의 정성에 왠지 씁쓸한 기
 
분으로 흡연실로 들어갔다.

 옷차림이 준수하고 젊잖아 보이는 중년남자가 모니터에서 중계되는 어떤 기수를 힘
 
껏 응원하고 있었다. 경주가 끝나자 자기가 산 말이 미적중 했는지 낮게 욕을 뱉으
 
며 주머니에 있던 마권을 바닥에 던졌다. 옆에 나이든 아저씨가 그걸 주워들며 "아이
 
고~ 아까 경주 승부 봤었구먼" 이라며 안타까워했다. 언뜻보니 300만 원 정도로 전
 
경주 댓길배당에 산 듯했다.

 그때 남자와는 상반되는 초췌한 모습의 여자가 흡연실로 들어왔다. 그 여자를 본 남
 
자는 사색이 되어 고개를 숙였다. 남자를 노려보던 여자가 숨을 좀 가다듬더니 소리
 
를 질렀댔다.

 “야! 이젠 2층이냐? 저걸 내가 남편이라고. 안 나가! 내가 이 짓거리 한번 더하면 죽
 
인다구 했지. 너 아까 2천 원 베팅한 마권 어디다 놨어? 안 내놔?”

 순간 흡연실은 싸한 분위기로 적막의 상태가 되고 남자는 휙 소리와 함께 밖으로 나
 
가버렸다. 여자가 주위 사람들에게 미안하다고 사과를 하더니, 자기 남편이 경마로
 
돈을 너무 많이 잃어서 맛이 좀 갔다고 했다. 돌아다니면서 배팅 크게 하는 사람의 죽
 
은 마권을 들고서 여기저기 다니며 자랑하고 다닌다며 한숨을 쉬었다. 선우는 짠한
 
마음을 느끼며 오죽 마음에 쌓인 것이 많으면 그럴까라며 그 남자가 참 안됐다는 생
 
각이 들었다.
이름아이콘 정찬열
2015-05-09 15:37
회원사진 		희비가 엇갈리는 경마장, 전 아직 경마에
대해 전혀 무뢰한이지만 대충은 경마장의
분위기를 알것만 같네요 이인철 작가님!

5월의 향기받아 더욱 행복하시고 승필 하세요
   
이름아이콘 백낙은
2015-05-09 17:46
회원사진 		이인철 작가님.
정찬열 작가님 보다 제가 한 발 늦었네요.
저도 집에서 말을 사 놓고 4년 정도 탔었습니다.
그래서 말에 대해선 어느 정도 알고 있으나 경마에 대해선 문외한인데
이인철 작가님의 글을 읽으니 그 세계도 요상하구나 하는 생각이 듭니다.
즐겁고 행복한 오월 되세요. 샬롬을 빕니다.
   
이름아이콘 이인철
2015-05-13 16:29
회원사진 		《Re》정찬열 님 ,
정찬열 작가님!
저도 경마에 대해 문외환이었는데 이 작품을 쓰려고
조사하고 공부하다보니 알게되었지요.
경마는 한마디로 '폐인으로 가는 지금길'이라고 보시면 될겁니다.
정 작가님의 관심과 격려에 한껏 힘을 얻습니다.
나중에 뵐 기회가 있으면 직접 고마움을 전하겠습니다.^^
   
이름아이콘 이인철
2015-05-13 16:41
회원사진 		《Re》백낙은 님 ,
백낙은 작가닙!
작품 활동하시기도 바쁘실텐데 늘 부족한 글에 성의의 댓글을 주심에
미안함과 고마움을 전합니다.
도전하는 공모전 등을 마치면 나름 보답을 하렵니다.
주님 안에서 건강하시고 향기 담은 글에서 부족한 자신을
돌아보고 발견하게 해주시는 작가님께 진심으로 감사드립니다.^^
   
이름아이콘 박정석
2015-05-21 14:27
 감사합니다
따뜻한 마음과 뭉클함을 주심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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