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단법인 창작문학예술인협의회/대한문인협회-수필

ㆍ작성자	이인철
ㆍ작성일	2015-05-04 17:04

ㆍIP: 115.xxx.86

베팅 (47회)

“어디야?”

“응. 그냥 경마장 왔다 갔다 하고 있어. 근데 왜?”

“곧 있으면 10경주 시작하니까 빨리 올라와.”

“천천히 갈게.”

“안 돼. 내가 깜짝 놀라게 해줄 게 있어.”

“뭔데?”

“일단 오면 알게 될 거야. 지금 와.”

선우는 궁금도 하고 호기심도 생겨 그들의 자리로 갔다.

“왜 그래?”

“이번 경주에 7번 말이 승부하니까 7놓고 다 베팅해. 내가 이제까지 잃은 거 이 경

주에 만회하고도 남게 해줄게.”

“어떻게 알아?”

“내가 예시장 가서 보고 왔는데 7번이 활기 차 있고 주로 나갈 때 기수도 제법 의

지가 있어 보였어. 또 어제 내가 공부한 말과도 일치하고 말이야. 그리고 오는데 좀

있어 보이는 오대들이 7번이 조교사에게 받은 소스라고 소곤거리는 것을 들었어. 그

리고는 그 사람들이 7번 놓고 한 발매기를 전세 놓고 뽑기 시작하더라고. 한마디로

예시장 관찰과 나의 분석과 소스의 3박자가 딱 떨어지잖아.”

선우는 7번 말을 유심히 봤다. 추입마인데 기수도 추입에 일가견이 있는 기수가 탄

다. 바닥을 박박 기어놔서 어지간하면 팔리기 힘든 말이라 배당도 꽤 높다. 그러나

말 상태가 아무리 봐도 별로다. 쏴 먹으려 해도 상태가 어느정도 좋아야 하는데 말이

다. 그는 속으로 고심했으나 딱히 갈 말도 없다.

경마장은 정확히 냉정하게 표현하자면 도박장이다. 도박장을 찾는 모든 이들은 일말

의 불안감을 안고 있다. 그래서 자신에게 답을 찾지 않고 타인에게서 찾는 성향이 강

하다. 그 타인이 확신에 찬 어조로 말할수록 그 말을 믿고 싶은 마음이 더욱 강렬해

지는 법칙이 작용하는 곳이다.

“민기야, 넌?”

“사실 나도 신빙성이 그렇긴 한데 준식 형이 소스도 들었다고 하니까 한번 믿고 베

팅해 보려고. 배당도 괜찮고.”

준식이 그동안 얼마나 꼬였는지 왠일로 그가 고분하게 따라가는 것이 도리어 의아했

다.

“그러면 7놓고 몇 번 찍으라고?”

“7놓고 팔리는 말 전부 사.”

“뭐, 피아노를 치라고?”

“그래도 엄청 남는 장사잖아.”

“그렇기는 하지만 그래도...”

민기와 준식이 말을 주고받았다.

선우는 7을 머리로 잡고 8구멍에 1만 원씩을 베팅하였다. 사면서도 이건 없는 마권

이다 싶었지만 그래도 준식이 자기보다는 마력이 월등하니 그냥 두었다. 두 사람도

똑 같이 마킹하였다.

민기가 마지막 돈이라고 투털되자 준식은 걱정 말라며 이번 경주로 인생역전이 된다

고 호언장담했다. 배당판을 보니 대가리를 모두 뺐으니 어떤 말이 들어와도 최하 50

배 이상인 것이 7번이 복병마는 확실한 것 같았다. 문제는 7번이 과연 2착 안으로 들

어오냐는 것이다. 어디 이런 불확실한 경기가 한두 경주인가!

발주기의 게이트가 열리고 추입마인 7번이 선행강탈 후 앞으로 치고 나간다. 준식의

환호성 속에 그는 속으로 틀렸다고 단정했다. 1800m에서 추입마가 선행하면 그

경주는 거의 꼴지를 한다. 그러나 수많은 변수가 작용하는 것이 경마이기에 행여나를

기대하며 그도 응원하기 시작했다.

오르가즘! 남녀 사이에만 존재하는 걸까? 경마장에도 환상의 오르가즘이 있다. 그럼

그걸 어떤 사람이 느끼냐구? 남자나 여자나 나이가 많던 적던 모두 다 경험이 있다.

마감 30초 전의 음악과 깜빡거리는 모니터의 표시등이 우리를 겁나게 서두르게 한

다. 어느 정도인가 하면 혹시 구매를 못할까 하는 마음은 여자와 사랑을 나눌 때 마

지막 절정의 순간, 바로 직전의 그 마음, 딱 그것이다.

마권 구매가 마감되면 현장상태의 현실감을 느끼려는 사람들로 주로 앞은 북새통을

이룬다. 말들이 발주기로 들어간다. 습관적으로 담배를 문다. 시선은 말과 모니터 화

면을 번갈아보며 집중한다. 담배에 불을 붙인다. 한 모금 빨아댄다. 으쌰~ 하는 소

리와 동시에 말들이 게이트에서 튀어나온다. 자신도 모르게 담배를 빠는 힘이 무지하

게 세진다. 서너 모금 빨면 끝날 정도의 힘이다.

내가 베팅한 말이 앞 선에 서자 흥분한다. 연기를 내뱉지 않고 그냥 삼킨다. 뱉어낼

마음의 여유가 없다. 내가 찍은 말들이 모두 좋은 자리에서 뛰고 있다. 심장이 쿵쾅

거리기 시작한다. 담배를 바닥에 집어 던진다. 소리 지를 채비를 갖춘다. 어느새 서

너 발자국 앞으로 간다. 직선주로에 들어선다.

“죽여! 살려!”

이미 바지는 살짝 젖어들기 시작한다. 오늘도 경마장에서 오르가즘을 또 한 번 느

끼고 말았다. 이건 의지가 아닌 본능이다

백낙은 2015-05-05 10:20	이인철 작가님. 베팅 47회 잘 읽었습니다. 작가님을 보니 제가 부러워 샘이 날 지경입니다. 소설에 한 번 도전해 본다는 생각은 하면서 못하고 있기 때문입니다. 작가님 때문에 도전을 받습니다. 자주 올려 주셔서 감사합니다. 사랑 받는 역작이 되기를 빌겠습니다. 감사합니다. 은안하소서.

박정근 2015-05-06 13:15	이인철 작가님 반갑습니다. 내려주신 좋은 글 첫회부터 잘 보고 있습니다. 이제껏 알지 못했던 세상에 눈을 뜨는 기분입니다 ㅎ 오늘도 머리 숙여 감사드리며 늘 건필 하시길 기원드립니다~~^^

이인철 2015-05-08 19:07	《Re》백낙은 님 , 백낙은 작가님! 과찬한 말씀에 부족함을 더욱 느낌니다. 도리어 저는 시, 수필 등 다방면에서 작가님의 진심어린 글의 향기에 존경을 표합니다. 늘 격려와 용기주심에 고마움을 전합니다. 주님의 은혜 안에서 늘 건강하시길 기도드립니다.^^

이인철 2015-05-08 19:12	《Re》박정근 님 , 박정근 작가님! 바쁘신 중에도 늘 관심과 발자취를 남겨 주심에 고마움을 전합니다. 작가님께서도 멋진 글 다산하시고 늘 행복하시길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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