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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urple01_next.gif이인철 수필 소설 문학서재

ㆍ작성자 이인철
ㆍ작성일 2015-06-18 20:19
ㆍIP: 115.xxx.86
베팅 (56회)

 “이제부터 우리 함께 일할 거니까 말해 주지. 사실 보육원 빚 우리 사무실 거 아냐. 다
 
른 대부업체 것이었는데 민 여사가 대신 변제해 주고 우리 것으로 만든 거야. 지금 생각
 
해 보니 민 여사의 계획에 이유가 있었네. 그리고 보육원을 넘겨받으면 아마 금 사장 배
 
당이 30%라지.” 

자기는 아무것도 모른다는 듯 세두가 천연덕스럽게 말했다.

 “그래서 금 사장님이 그 일을 저에게 시킨 겁니까?”

 “처음에는 내가 하려고 했는데 민 여사가 금 사장을 통해 너에게 맡긴 거지.”

 “그랬었군요.”

 “선우야, 어차피 이제 그 여자와 너는 원수 사이가 되었는데 지난 일은 잊어버려. 여자
 
와 개는 돈과 같다고 하잖아. 쫓아가면 도망가고 기다리면 따라온다고 말이야. 우리 이
 
기회에 민 여사를 이용해서 돈이나 왕창 벌어보자.”

선우는 이내 마음의 평정을 되찾더니 담배에 불을 붙였다. 그리고 한 모금을 길게 빨더
 
니 세두 얼굴로 ‘후’하고 내뱉었다. 상상할 수 없는 행동에 당황하는 그에게 선우가 담담
 
하게 말했다.
 
 “이제 해결사 일은 그만하려고요. 조 실장님 말대로 현장에서 뛰는 우리가 국립학교 입
 
학 1순위 아닙니까. 모은 돈도 없고 수발할 사람도 없는데 학교 가서 양아치 소리를 들
 
을 수는 없잖아요. 저도 민 여사님을 등에 업고 금 사장님처럼 관리나 하면서 돈이나 벌
 
어야 겠어요. 그래서 말인데 조 실장님과 함께 일하는데 있어 한 가지 조건이 있어요.”

 “뭔데?”

 “동업하는 겁니다.”

 “동업이라니?”

 전혀 예상치 못한 단호한 제의에 세두가 깜짝 놀란다.

 “저와 민 여사님과의 관계를 누구보다 잘 아니까 판단하기가 어렵지 않을 겁니다. 결정
 
은 지금 하셔야 합니다.”

 세두는 다시 머릿속으로 두 번째 계산을 하였다. 민 여사가 자기를 밀어준다고는 하나
 
분명 한계가 있을 것이다. 투자 금액이 얼마인지도 모른다. 당장 보육원 일을 해결하기
 
위해 자기를 이용하는지도 모른다. 민 여사가 어떤 여자인가! 충분히 그러고도 남을 여
 
자다. 일이 끝나고 민 여사가 오리발을 내밀어도 자기는 할 말이 없다. 

 금 사장에게 말할 수도 없고 아니, 민 여사가 금 사장에게 나발을 분다면 지금 처지에
 
낙동강 오리알 신세가 된다. 나도 선우처럼 아는 게 이 계통뿐이다. 만약 다른 사채사무
 
실을 가더라도 이 좁은 바닥에서 배신자란 낙인이 찍혀 손가락만 빨 수밖에 없다. 금 사
 
장은 어느 정도 자기 자금이 있어 대출 사고가 나도 충분히 커버할 수 있다.
 
 그러나 자기가 사고가 나면, 내 일처리를 탐탁지 않게 여기는 민 여사가 바로 그 순간
 
자금줄을 끊을 것이다. 그런데 선우와 동업한다면 민 여사는 돈보다 선우를 갖기 위해
 
웬만한 사고는 넘어갈 수 있다. 그리고 선우에게 직접 자금을 갖고 오게 한다면 혹시 사
 
고가 나더라도 일차적인 책임은 그에게 있다. 나는 민 여사에게 사정하지 않고도 자금을
 
중간서 나눠 쓸 수 있는 것이다. 나로서는 손해날 게 없는 장사다. 그러므로 지금은 선우
 
가 꼭 필요한 존재다.
 
 속으로 쾌재를 부른 그가 고민하는 척하다 마지못해 승낙했다.
 
 “사무실 언제 오픈 하실 거예요?”
 
 “한 달 정도 잡고 있어. 막상 위치도 좋고 깨끗한 사무실 구하기가 쉽지 않네. 금 사장
 
과도 아직 계산할게 남았고.”
 
  “그러면 저도 그때까지 쉬겠습니다. 금 사장님께도 그렇게 말씀드리려고요. 옆에서 펌
 
프질 좀 부탁드립니다.”

 “그건 걱정하지 마. 우리 최 실장의 부탁인데 당연히 해야지.”

 어느 샌가 그의 입에서 선우의 호칭이 깍듯이 최 실장으로 바뀌어 있었다. 선우는 그와
 
동등한 관계를 넘어 세두가 자기에게 끌려올 거라는 확신을 품었다. 선우는 이번 기회에
 
완전히 주도권을 잡을 속셈이었다.

  세두가 우리의 거룩한 동업을 위한 자리를 이렇게 보낼 수야 없지라며 마담을 불렀다.
 
곧이어 아가씨들이 들어오고 요란스런 노래방 분위기로 바뀌었다.

  “최 실장, 민 여사에게 잘 해드려. 요번에 민 여사 자금으로 우리 크게 한 몫 잡아 보자
 
고. 난 최 실장만 믿어.”

 잔을 부딪치는 선우의 얼굴이 분위기와 반대로 어두워지고 있었다. 술에 취한 세두를
 
태운 택시가 멀리 사라지는 모습을 바라보고 있는데 휴대폰이 울렸다.
 
 “나 김 실장이야. 저번에 네가 부탁한 했던 거. 공장에서 난장질 한 거 말이야.”

 “알아봤어?”

 “너희 사무실에 조 실장이라고 있냐?”

 “계속 말해봐.”

 “그 친구가 한성금융 애들에게 개인적으로 부탁한 거래. 그 날 공장에 빚 받으러 오는
 
사람들 일을 방해하라고.”

 “그래, 고마워. 조만간 연락할게.”

 그의 표정이 차갑게 굳었다.

 ‘우두둑. 우둑. 뿌드득.’

 긴장된 손마디를 한 번씩 꺽을 때마다 그의 손에서 섬뜩한 뼈마디가 부딪치는 마찰음이
 
울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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