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단법인 창작문학예술인협의회/대한문인협회-수필

ㆍ작성자	이인철
ㆍ작성일	2015-04-18 13:52

ㆍIP: 115.xxx.86

베팅 (44회)

“자기 최고! 우리 자기 만세! 아~ 아깝당. 좀만 더 갔어야 했는데.”

“그러게. 현금서비스 받아서라도 쏠걸 그랬어.”

그들은 지금 놀이동산의 롤러코스터에서 경마의 롤러코스터로 바꿔 타고서 박진감의

짜릿함을 맛보았을 것이다. 아직 그들은 모른다. 자신들이 타고 있는 롤러코스터가 즐거

움과 이득을 주는 동시에 아픔과 브레이크도 없는 시속 500km로 추락하게 된다는 것

을....

경마는 모험이 아니다. 경마는 그냥 경마일 뿐이다. 경마는 생동감을 느낄 수 있는, 인

간이 만들어낸 질주하는 향연이다. 경마는 정복하는 것이 아닌 그 안에 자기의 생각을

그저 올려놓는 것뿐이다.

날이 갈수록 과천 주변에 젊은 세대들이 늘어가고 있는 듯하다. 젊은 열기를 땀으로 성

취하는 것이 아닌 요행으로 발산하는 듯하다. 어쩌면 그들은 이곳에 오래 머물렀던 기성

세대에 비해 아직은 발을 살짝 담갔기에 악마의 손길이 많이 뻗치지 않았을 것이다. 그

래서 아무것도 모르기에 고민하지 않고 베팅하는 건지도 모르겠다. 돈이 걸린 꿈은 이미

꿈이 아닌 상상이라고 젊은 청춘에게 말해 주고 싶은 것을 꾹 참았다.

다음 경주는 대상경주였다. 아나운서가 전망 좋은 관람대에 앉아있는 높은 양반들을

일일이 소개하였다. 소개받은 사람은 마치 선거 유세를 하듯 손을 들어 흔들며 관람객에

게 인사를 하나 사람들은 거의 무관심으로 일관했다.

선우가 정보지를 보니 이번 대상경주에 걸린 우승 말과 착순에 들어오는 말의 상금만도

대략 3억에 육박했다. 그가 준식에게 고개를 갸우뚱하며 물었다.

“대상경주는 우리에게 뭐가 좋은 거야?”

언제 그의 말을 들었는지 옆의 나이 지긋한 사내의 목소리가 격앙되기 시작했다.

“좋기는 뭐가 좋아. 마사회와 마주들 자기네만의 잔치지. 대상경주라 홍보하면서 분위

기를 띄워 베팅만 더 하게 만드는 거지. 저기 들어가는 상금이 모두 우리 호주머니에서

나가는 거잖아. 마주들 배불리기나 하지 경마팬에게 돌아오는 것이 뭐가 있어. 예전의

대상경주에는 경품이라도 돌렸는데 그것도 폐지하고 말이야. 하물며 다른 경주보다도

환급률이 더 낮아요. 이런 경주를 무슨 축제라고 떠들어대니 한심할 뿐이지.”

“이번 대상경주에는 이 말하고 요 말에 베팅하는 거야. 알았지? 내게 소스가 왔는데 이

미 마방 사람들은 돼지 잡는 날이라고 좋아하고 있대. 그리고 마주하고 조교사는 벌써

양복 빼입고 시상대에 올라갈 준비한다고 하더라고.”

“경주가 끝나자마자 시상하는데 옷 갈아입을 시간이 어디 있어? 당신 뻥은 여전히 국보

급이야.”

부부인 듯 한 중년의 소곤거리는 음성이 앞좌석에서 들려왔다. 마치 우승마가 결정된

것처럼 확신에 찬 남자의 어조였다.

대상경주가 끝나자 관람대 앞에 놓인 무대로 생산자, 마주, 조교사 등에게 시상식이 벌

어졌다. 관악대의 음악에 맞춰 우승한 기수와 관련된 사람들이 높은 양반에게 꽃다발을

받고 악수하는 모습이 보였다. 관람객 중에 몇몇은 박수를 쳤으나 대부분 베팅하는데 정

신이 팔려 관심이 없었다. 하긴 도박판에서 돈을 따는 것이 우선이지 일면식도 없는 사

람에게 신경을 끄는 것이 당연한 건지도 모르겠다. 조금 전 사내의 말대로 그들만의 리

그에서 자기네만의 잔치를 하는 것 같았다.

그가 소소를 받았다는 부부를 보니 그들의 얼굴은 우거지상으로 변해 있었다. 남자는

여자의 핀잔을 방어하느라 바빴고 누군가에게 전화로 욕을 날렸다.

그때 선우 주변이 시끌법석하더니 몇 사람이 사람들에게 무언가 인쇄된 용지를 나누어

주고 있었다. 받은 용지를 훑어보니 ‘경마팬에게 바랍니다’라는 제목으로 내용은 이랬

다.

1. 이중과세 철폐와 환급률인상.

2. 마주, 조교사, 기수들의 부정경마 적발 시 강력한 조치와 자격 박탈.

3. 본장, 전국 장외발매소의 쾌적한 환경과 좌석확충, 흡연실의 공기정화.

4. 전화와 인터넷을 이용한 마권구매 허용.

5. 전자카드제 100% 도입(마주 포함).

6. 금, 토, 일 1경주부터 5경주까지 한 경주당 매출액 10억 이하 로 줄이기.

7. 금, 토, 일 마지막 경주 안 하고 집에 일찍 귀가하기.

8. 하루 가지고 간 돈의 절반은 무조건 베팅 안하기.

9. 하루에 자신 있는 경주 3경주만 하기.

10. 3경주해서 오링 돼도 절대로 현급지급기 사용 안 하기.

우리 경소연의 가장 큰 목표는 경마팬의 권리와 이익을 추구하고 앞으로 경마중독으로

인해 패가망신하는 경마팬을 획기적으로 줄여보자는 데 있습니다. 적극적인 동참을 호

소합니다.

- 경마 소비자연대 (경소연) 드림 -

선우가 읽어보니 타당성이 있는 글인 것 같았다. 곧이어 유인물을 나누어주던 한 남자의

연설이 시작되었다.

백낙은 2015-04-18 14:40	이인철 작가님. 44회 잘 보았습니다. 처음부터는 못읽었습니다만 이제부터라도 계속 읽겠습니다. 꾸준하게 외로운 투쟁을 하시는 작가님께 쨍하고 해뜰날 오리라 믿습니다. 작가님께 찬사와 아울러 박수를 보내며 화이팅하시기 바랍니다. 아자아자.

정찬열 2015-04-18 22:23	이인철 작가님 작가님의 글을 拜讀하다 보면 경마장에 무래한도 경마관련 정보를 많이 즐감 합니다. 배팅 (44회) 잘보고 갑니다. 늘 건안 하시고 승필하시기를 기원드립니다.

이인철 2015-04-23 08:58	《Re》백낙은 님 , 백 낙은 작가님! 부족한 작가의 앞날에 축북을 해 주시니 몸들 바를 모르겠습니다. 그리고 진심으로 감사드립니다. 늘 관심과 격려에 고마움을 전합니다.^^

이인철 2015-04-23 09:01	《Re》정찬열 님 , 정 찬열 작가님! 나름 열심히 경마에 관해 공부했는데... 정 작가님께서 인정해 주시니 뿌듯합니다. 작가님께서도 늘 건강하시고 행복하시기 바랍니다.^^

베팅 (45회)

베팅 (43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