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단법인 창작문학예술인협의회 /대한문인협회 -시 (詩)

ㆍ작성자	문은자
ㆍ작성일	2013-05-25 23:43

ㆍIP: 118.xxx.237

소낙비 내리던 날의 일기

문은자

그날은 소낙비가 왔다.

학교 운동장은 질퍽거리는 흙탕물이 되었으나

열 살의 어린 나에겐 우산이 없었다.

다른 아이들은 엄마, 할머니가 찾아와서

의기양양하게 돌아갔지만

나는 일찍 체념하고 가방을

머리에 둘러메고 달리기 시작했다.

‘ 우리 엄마는 바쁘시니까.’

집까지 어떻게 갔는지 그 후 기억은 사라졌지만

그날 구멍 난 운동화에 빗물이 들어오던

그 찝찝한 외로움을 나는 아직도 털어버리지 못했다.

그래서인지 어른이 된 지금도 나는

가끔 비오는 날엔 부드러운 양말과

하얀 운동화를 신고

뽀송뽀송한 기분을 만끽하러 나간다.

큰 우산을 쓰고서...

이명숙 2013-05-26 11:26	`문은자` 님이 선택한 답글 입니다. 그때 느꼈을 감정이 외로움은 아니였으리라 생각되요. '우리 엄마는 바쁘시니까.' 아마도 막연한 기다림 다음에 오는 억울하고 속상하고 운동화 물차니 화나고 축축하니 춥고 그걸 어찌 표현할 수 있겠어요. 마음이 참 예뻤네요. 부드러운 양말에 하얀 운동화 제 기분마저도 개운해집니다. 추억이 있어 얼마나 다행인지. 행복하십시오.

홍대복 2013-05-26 14:35	`문은자` 님이 선택한 답글 입니다. 오늘은 시인님의 글 밭에 머물러 편안한 휴일 오후를 즐깁니다 시인님! 이제 오월의 끝자락에서 짙어가는 녹음은 시원한 그늘 만들어 줍니다 늘 행복하세요^^*

박근철 2013-05-26 18:25	`문은자` 님이 선택한 답글 입니다. 비오는날 누군가가 마중 나오지 않았을 때 그 처량하고 울분이 서렸던 기억 어른이 되어서도 쉬 가시지 않고 그때를 추억하며 우산을 들고 나가시는 모습 가만히 그려 봅니다.

문은자 2013-05-26 19:44	《Re》이명숙 님 , 그 추억은 오래동안 제게 남아있었습니다. 이제 이 일기에 털어버림으로써 그 기억은 묻어버리고 싶습니다. 6월이 되면 장마비가 곧 시작될 것입니다. 이젠 더 행복한 추억을 만들어두고 싶네요. 마음의 우산이 되어주시어 참으로 감사합니다. 시원한 일요일저녁날 되시길요.

문은자 2013-05-26 19:47	《Re》홍대복 님 , 고맙습니다. 편안한 휴일이 되셨다니 저도 기쁩니다. 누구나 지워지지 않는 기억하나는 가지고 있을 것입니다. 시인님의 추억도 편안한날에 만날수 있길 바랍니다.

문은자 2013-05-26 19:51	《Re》박근철 님 , 찾아주신 흔적에 깊이 감사드립니다. 아마도 일찍 철이들어버렸던 것 같습니다. 일찍 여읜 아버지의 몫까지 하셔야 했던 엄마의 형편을 너무도 잘 이해한 터라 어린나이지만 기죽기 싫어 무작정 비를 맞고 뛰어갔던 것 같기도 합니다. 곧 비가 내린다고 하네요.기나긴 장마의 시작은 아니길 바라며 농부의 시름을 덜어줄 그 정도의 비가 오기만을 기대해봅니다. 감사합니다.

조위제 2013-05-26 20:26	문은자 시인님 일찍이 철이 드셨네요. 엄마는 바쁘 시니까! 지금은 부드러운 양말에 하얀 운동화 뽀송뽀송한 기분에 큰 우산 받쳐들고 가슴에 와 닫는 시향에 쉬어 갑니다. 건강하시고 건필을 빕니다.

경대호 2013-05-26 20:45	아마 그것도 트라우마일지도 모릅니다. 단단한 운동화 톡톡한 양말 정자 지붕만 한 큰 우산....... 알싸한 마음으로 감상합니다.

문은자 2013-05-26 21:20	《Re》조위제 님 , 안녕하십니까? 찾아주신 걸음에 깊이 감사드립니다. 기대할 수 없는 일은 아예 희망을 걸지 않고 곧바로 제방식의 삶으로 전환시키는 버릇이 생겼지요. 독립심..ㅋㅋ 아마도 그것도 맞는 것 같아요. 편한밤 이어가십시오. 고맙습니다.

문은자 2013-05-26 21:26	《Re》경대호 님 , 네 그럴지도 모르겠습니다. 그 기억이 즐겁지는 않았으니까요. 작은 마음의 상처는 혼자서 단단히 만든 벽속에서 운동화와 양말 그리고 비맞기가 싫어 우산으로 반창고를 대신해왔지요. 그것이 큰 벽은 아니었지만 분명 슬픈외로움중 하나로 남아있었지요. 그런기억이 시를 쓰게 만들어준 감성을 갖게 해주었는지도 또한 모르겠습니다. 고운날 되십시오. 고맙습니다.

김잔디 2013-05-27 02:16	명작의 글을 다시 한번 볼 수 있는 영광을 누리고 갑니다. 감사합니다

강승희 2013-05-27 09:53	문은자 시우님 열살 감수성 예민한 나이 비오는 날의 일기 가슴을 적십니다. 오래 기억속에 남을 일기가 한편의 추억시로 승화되었군요. 건필하십시요.

문은자 2013-05-27 12:07	《Re》김잔디 님 , 는개시인님 제글을 좋게 봐주시어 고맙습니다. 어릴적 기억이 늘 머릿속에 잔재하고 있어 이로써 털어버리게 될련지 모르겠습니다. 좋은계절 건필하십시오. 감사합니다.

윤혜석 2013-05-27 12:12	뿌옇게 어른거리며 다가오는 기억. 어릴 적 어느 비오는 날의 풍경이 제게도 아주 익숙하게 그려지네요. 친구들이 하나 둘 엄마가 가져온 우산 쓰고 집으로 가고 내리는 비를 하염없이 바라보다 집으로 가는 바쁜 걸음. 그래서 시를 쓰나봅니다. 담아낼 수도 있고 털어버릴 수도 있고... 즐감합니다. 시가 이뻐요~~

문은자 2013-05-27 12:13	《Re》강승희 님 , 감사드립니다. 그렇게 나쁜기억이 아닌데도 그때의 제게는 그 상황이 무엇보다 싫었던 것 같습니다. 어쩌면 아직도 전 여전히 열살소녀같은 심통을 부리고 있는지도 모르겠네요. 고운날 되시고 항상 건강하십시오. 고맙습니다.

문은자 2013-05-27 13:00	《Re》윤혜석 님 , 고맙습니다. 지금 한국은 한시가 디되어가고 점심시간이 끝났습니다. 지금은 날씨가 흐리고 오후엔 많은비가 내린다고 합니다. 갑작스런 비에 비맞고 다니는 친구들이 없었으면 좋겠습니다. 찾아주신 걸음 깊이 감사드립니다. 고운시간 이어가십시오.

김이진 2013-05-28 13:09	‘ 우리 엄마는 바쁘시니까.’ 왠지 모르게 가슴이 찡하게 저미어 오네요. 하얀 운동화에 양말을 신고 뽀송뽀송한 기분을 만끽하는 시인님의 행복한 모습 그려봅니다. 비가 내리고 있네요. 오후시간도 행복한 시간 보내시길 바랍니다.^^*

문은자 2013-05-28 13:48	《Re》김이진 님 , 너무 일찍 철이 들면 사탕도 맛이 없고 무엇이 필요한지도 모르고 키가 자라버립니다. 고생하시는 엄마생각에 스스로 그렇게 고름이 생기지요. 이제 그 고름짜냅니다. 글로써 그리고 뽀송뽀송한 욕심으로.. 감사합니다. 고운시간 되시어요.

김화영 2013-05-28 18:02	어린시절 아쉬웠던 추억속에 잠겨봅니다 오시지 않을 엄마의 마중 기대하는 기다림을 우리엄마 바쁘시단 자위로 달래보는 어린 가슴의 아름다움 가슴이 찡하네요! 감사합니다 좋은시간 되소서!

문은자 2013-05-28 19:13	《Re》김화영 님 , 아쉬운 추억이 너무도 오래오래 제 맘에 자리하고 있었습니다. 그렇게 바쁘시던 저희 어머니는 하늘나라에 가셨고 저는 이제 저 우산을 받처주어야 하는 엄마의 입장에 서 있으니까요. 우리 아이들이 좋은 추억을 품을수 있게 해주고 싶네요. 고맙습니다. 고운시간 이어가십시오.

달님에게

가로수의 애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