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단법인 창작문학예술인협의회/대한문인협회-수필

ㆍ작성자	최 평균
ㆍ작성일	2007-12-31 18:36

ㆍIP:

쥐눈 같이......
이제 몇 시간 후면
제야의 종소리가 어둠을 깨트릴 것이고
그러면 그 깨진 어둠 사이로 무자(戊子)년이
긴 기다림을 털면서 희망으로 우리에게 걸어올 것이다.
가는 해가 아쉬운지 겨울답지 않게 따스하던 날씨가
발톱 세운 암고양이처럼 표독스럽게 맵고,
새 대통령과 함께 기침할 대한의 새해를 시기 하듯이
중국은 대륙 한 켠을 심하게 흔들어 황사를 뿌려 댄다.

돌아 보면 올해도 국내외 안팎으로 많은 낭보와 사건이 있었는데
해외 뉴스는 차제 하고라도 국내에서는 수영선수 박태환의 쾌거나
박세리의 최연소 미 LPGA 명예의 전당 헌액,
깜찍 발랄한 피겨의 요정 김연아의 세계 빙상 제패,
칸 영화제의 여왕 전도연등 좋은 소식들도 많이 있었으나
한미 FTA협상과 아프카니스탄의 자국민 피랍,
각계 저명 인사들의 학력 위조 사건에 이어
아직도 복구중인 태안 기름 유출 등 안 좋은 사건은
엄청난 시련으로 우리국민들 가슴에 시리게 닥쳐 왔었다.

중국인들의 상술에 의해
2006년은 근거 모호한 혼인 적기 쌍춘년 외래어로
많은 선남 선녀들이 다투어 예식장을 찾았으며,
올해는 600년 만에 찾아 오는 황금 돼지해 라고
자녀의 출생을 위해 많은 부부들이 밤 고생(?) 했으며
산모들이 병원에서 메스의 날카로운 칼날 맛을 봐야 했었다.

그렇게 상술적 풍습 수입으로 정초를 달궜던 지난 2년에 비해
무자년에 대한 고개를 갸웃거릴 만한 이슈는 아직 없다.

아마도 실제로 무자년이 되려면 내년 2월 7일,
즉 음력 2008년 1월 1일이 제대로 된 무자년 새해이니
아직은 저 장삿속 밝은 대륙이 조용한 건지도 모르겠다.

우리 국민이 대부분 다 알다시피 내년은 12지신 중에
제일 부지런 떠는 자그마한 동물인 쥐의 해이다.
12지신 중에 우리가 평소 이롭지 않게 생각하는
동물이 두엇이 있다.
쥐도 사실 우리가 알기로는 인간에게 이로운 동물은 아니다.
12동물 중 가장 작고 약하지만 곳간의 양식을 도둑질하고
집안 기둥과 벽을 이곳 저곳 쏠아 놓기도 하며
때론 그 무서운 전염병인 페스트의 매개체 이기도 하다.

용맹하지도 상서롭거나 사람에게 보탬이 되지도 않고
오히려 상대를 극히 경멸하며 내 뱉는 욕 중에
‘쥐새끼 같은 놈’ 이라고 하기도 하고, 하찮다는 표현으로
“쥐꼬리만한’ 이나 '쥐뿔' 이라는 표현을 종종 쓰기도 하는 쥐는
심지어 초등학교 시절 도덕책에 북한군을 표현한 삽화로
여기 저기 꿰맨 인민복을 입고 따발총을 든 채 등장하는 작은 동물.
그런 쥐를 도대체 어떤 습성을 높이 사서 옛 선인들은 12지신에,
그것도 제일 처음에 세워 놓았을까?
그건 내가 주역이나 팔괘등 동양학에 대해 많은 지식이 없으니
딱히 꼬집어 말하기는 어렵다.

그러나 우리 어른들은 똑똑해 보이는 사람의 작고 번뜩이는 눈을 보며
‘쥐눈 같이……’ 라는 표현을 자주 썼었다.

나는 눈이 커서 퉁방울 같다는 말 밖에는 못 들었지만,
어른들이 눈이 작고 똑똑해 보이는 사람에게 종종
‘눈이 쥐눈 같이 작고 야무지게 생겼다.’ 고 말하는 건
‘작고 예리하고 영채를 쏘는 재주 많은 눈’ 이란 표현이었다.

또한 쥐를 일컬어 점잖게 벼슬을 붙여서 서생원 이라고 부른다.
왜 하필 그 많고 많은 성씨 중에 서씨인가?

옛날에 내가 읽은 소설 ‘풍수’에서 작자인 김종록 선생은
명문가인 서씨(徐氏) 집안의 유래를 잘 설명하여 주고 있다.

서씨(徐氏)의 시조 ‘서신일(徐神逸)’ 은
우리가 잘 알고 있는 전래 동화 ‘나무꾼과 선녀’의
선녀 옷을 감춘 남자 주인공인 ‘착한 나무꾼’ 이었다.

기자조선(箕子朝蘚) 마지막 왕인 기준(箕準)이 나라가 망해
위만(衛滿)에게 쫓기어 경기도 이천의 효양산 아래에 정착 했는데,
그의 칠 대손에 ‘만주(萬周)’라는 사람이 있었다.
그는 40이 넘도록 장가도 못 간 채 홀어머니를 모시고
땔나무를 해다 팔며 어렵게 살고 있었다.

그러던 어느 날 화살 맞은 사슴 한 마리가 나무를 하고 있는
그의 앞까지 힘겹게 와서 풀썩 쓰러져 숨을 헐떡이는 것이었다.
그는 이게 왠 괴기냐 싶어 잡아서 얼른 집으로 가져 가려 했으나
저 멀리서 사냥꾼이 쫓아 오는 지라 불로 소득인 사슴을
황급히 나뭇짐으로 감추고 거짓말로 사냥꾼을 따 돌린 후
나뭇단을 들추어 사슴을 자세히 보니 여전히 피를 흘리고 있는 것이
배가 불룩한 게 새끼를 밴 암 사슴이었다.

그때 불현듯 노모의 당부가 떠 올랐다.
‘새끼를 밴 짐승은 설사 쥐나 뱀이라도 죽이지 말아라.’
‘벌 받아서 장가도 못 가고 늙어 죽을 수도 있다.’ 라는
평소 노모의 당부가 새삼스레 떠올라 그의 욕심을 잠재웠다.
측은한 마음에 화살을 뽑아주고 간단한 치료를 하여 놓아 주니
사슴은 한참이나 그의 손을 핥으며 고마움을 표시하다 돌아갔다.

그리고 그날 밤,
꿈을 꿨는데 백발이 성성한 산신령이 나타나 말하기를
살려준 사슴은 자신의 자식인데 고마움에 보은한다며
그가 죽으면 자식들에게 말해서 어제 사슴을 놓아 준 자리에
묘를 쓰라고 하였단다. 그 터가 천하의 명당이라고……

그런 일이 있은 지 달포쯤 후에 효양산으로 사냥을 나온
신라 문성왕을 성심껏 도와준 인연으로 작은 벼슬을 받고
서(徐)씨 성을 내려 받아 시조가 되었고,
이름도 신령의 도움으로 편안한 삶을 살게 되었다는 뜻으로
신일(神逸)로 고쳤다.
형편이 나아져서 늦게야 장가를 간 서신일은 팔십에
아들인 필(弼)을 낳고, 그가 죽자 사슴을 놓아준 자리에 묘를 썼는데,
그 명당의 발복 덕분인지 아들도 높은 벼슬을 하였고,
필(弼)의 아들인 그의 손자가 국사 교과서에 나오는 사람으로
고려시대에 거란장수 소손령과 담판하여 3치 혀로 대군을 물리친
고려 성종 때의 명장 검교부상서 ‘서희(徐熙) 장군’이라고 한다.
그 후 서씨는 조선조 까지도 많은 인재를 배출한 명문가 인 것이다.

그런 서씨를 한낱 쥐에게 붙이다니…….

해서 서생원(鼠生員)의 유래를 찾아 보니 ‘쥐전’ 이라는
우리나라 고전 소설 속에 주인공인 천살 먹은 쥐인
‘서대주(鼠大州)’가 등장하는데, 성이 ‘서씨’고 이름이 ‘대주’ 이다.
생원은 생원과(生員科) 과거에 합격한 사람을 생원이라고 했으나
실 뜻은 나이 먹은 시골의 점잖은 선비를 이르는 말 이라고 한다.

그렇게 12지신의 우두머리인 쥐를 우리 조상들에게는
해로운 동물이기 보다는 점잖은 서생원으로 대접 받고 있다.

또한 그 ‘풍수’라는 소설에서는
‘노서하전형(老鼠下田形)’ 이라고 칭하는 명당터가 있으니
그 뜻은 ‘늙은 쥐가 곡식을 먹기 위해 밭으로 내려오는 형국’인데
쥐는 새끼를 많이 낳는 동물이니 자손이 번성하고
재산도 넉넉한 명당터 라고 한다.

이렇게 한때는 쥐 잡는 날까지 정해 쥐약을 놓고
쥐 꼬리를 가져 오라는 숙제가 있을 정도로 박멸하려 애쓰고,
지금은 천적인 주인 없는 고양이가 많아져서 그런지
주위에서 쉽게 볼 수 없는 쥐는 해악한 동물로 분류하고 있으나
12지신에서의 쥐의 표현은 영특하고 자손이 번성하며
부지런히 재물을 모으는 쥐의 습성을 취한 것이리라
감히 유추해 본다.

이제는 2006년, 2007년도의 쌍춘년, 황금 돼지해 등의
중국산 장삿속 유행을 벗어 나서, 2008년에 태어나는
쥐띠 아이들에게나 그들의 부모들에게
그런 쥐의 좋은 면을 덕담으로 말해 주면 안될까?

“아이구! 아이의 눈이 쥐눈 같이 까맣고 영채가 있으니
좋은 대학 졸업해 돈 많이 벌고 튼실한 자식 많이 낳겠군요.”

2007년 12월 마지막 날 저녁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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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임정수: 하하하...
무자년을 맞이하여 서생원에 얽힌 좋은 얘기 많이 담아갑니다.

잘 지내시죠? *^.^* (hirashi2000@yahoo.co.kr) -[01/05-13: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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