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단법인 창작문학예술인협의회/대한문인협회-수필

ㆍ작성자	최 평균
ㆍ작성일	2007-12-22 19:14

ㆍIP:

총기 탈취범과 총검술

지난 12월 7일 아침.
기상하자 마자 노트북을 켜고 뉴스를 훑어 보니
30대 남자가 강화도에서 해병대원 둘을 기습하여
총기를 탈취하여 달아난 사건이 일어났다.

내 작은 아들도 현역 해병으로 같은 2사단에 근무 중이라
조금은 걱정스런 마음으로 뉴스를 살펴 보았다.
사건 장소가 내가 평소 낚시를 자주 가던 길목인
강화도 초지대교 부근이고, 교대 초병을 기습했다고 한다.
내 둘째 아들은 사고 지점보다 북쪽의 부대에서
통신병으로 근무하고 있으니 같은 영역이라도
직접적인 사고 대상은 아니라 판단이 되었다.

아내에게 안심해도 된다고 이해를 시켰는데
이날 오후에 해병대의 작은 아들에게서 전화가 왔다.

“아빠! 저는 아무 탈없이 잘 있으니 걱정하지 마세요.”
나는 웃으며
“벌써 아빠가 사건 장소랑 개요를 살펴 봤는데
아들은 진돗개 비상으로 고생은 하겠지만 안전한걸 알고 있어.”
“건강하게 근무나 잘해.”
통화를 끝내고 걱정할까 봐 전화해준 아이가 고맙기도 했다.

해병대원은 무기를 탈취하려고 흉기를 휘두르는 범인에
용감히 맞서 격투를 했다고 한다.
그것도 총검술 16개 동작 가운데 하나인 ‘돌려 쳐’ 공격으로
범인의 머리를 강타해서 상처를 입혔다는 것이다.

‘찔러! 찔러! 길게 찔러!...... 돌려 쳐! 비켜 찔러!......등등’
군사 기초 훈련만 받아도 숙달 시켜야 되는 총검술 16개 동작.

과연
그 부근에서 복무중인 내 작은 아들이 그런 상황에 부딪혔다면
흉기를 휘두르는 적에게 총검술로 용감히 맞설 수 있을까?
범인의 흉기에 찔려 사망한 박일병보다
해병대 입대가 한 달이나 빠른 내 작은 아들이……
귀신 잡는 해병대라도 내 눈에는 여린 내 아들일 뿐인데……

아니,
‘내 군 시절에 그런 상황에 적과 맞서 싸울 수 있을까?’ 하는 자문에도
물음표가 머리 위로 아지랑이처럼 꼬불꼬불 피어 오르는 건
어쩔 수 없는 우리 세대들의 같은 생각일 것이다.

우리세대 이후는 군에서 기껏 전투 훈련이라야 일년에 몇 번
지휘관의 통제하에 몇 십 발 사격 훈련이 전부이고,
각개 전투 후에 맞붙어 싸우는 백병전도 총검술 16개 동작이
태권도와 더불어 거의 유일한 접근전 전투 훈련이었다.
실제로 적을 사살 목적으로 사격을 해 본적도 없고
착검을 하고 백병전이나 전투 훈련을 해 본적도 없다.

더군다나 우리 어릴 적에는 친구간에 웬만한 싸움을 해도
어른들이나 경찰이 개입을 안 했는데도 잘살아 왔는데,
지금 군 복무중인 우리 자식들 세대는 조그만 주먹질만 하면
곧바로 신고하고 구속이 되어 치료비와 벌금을 물어야 되니
서로 물리적 격돌을 피하여 실전 싸움의 경험도 거의 없다.
실전 경험이 없으니 예측 못한 적에게 기습을 당하면
일방적으로 당하는 건 예견된 일일 것이다.

개인화기인 소총도
부대의 전투 훈련, 경계등에서 혹시 터질지 모르는
실수의 총기사고나 불미스런 자해 사고로 지휘 계통이
줄줄이 책임져야 하는 사태를 미연에 예방하기 위해
최 전방이나 꼭 필요시가 아니면 의도적으로
착검이나 실탄 장전도 절대 금지하고 있다.
그러므로 소총은 그저 1미터도 안 되는 몽둥이에 불과하고
더군다나 지금의 현역 전투병들은 모든 군을 통 털어
대부분이 20대 초반의 어린 병사들이니 참으로 걱정스럽다.

해병대나 특전사 또는 일부 최전방을 지키는 수색대는
타 군에 비해 더 많은 사격과 전투 훈련을 한다지만
결국 이 나라에서 실전 경험이 있는 사람들은 한국전 참전 용사나
1964년부터 8년간 월남전에 참전한 용사가 거의 다 이지만
그들은 이미 전투력이 극감한 할아버지들이고 보면
만약에 북한군이나 또 다른 예상치 못한 적의 공격을 받으면
속수무책으로 당하고 말 것이다.

군대는 무엇인가?
전투 즉,
싸움을 목적으로 결성되고 훈련 받는 단체가 아닌가 말이다.
때려보고 맞아 본적이 없는 군인이
어떻게 우월적 실력으로 적을 때려 눕힐 수 있을지 의문이다.

그렇다고 너무 큰 걱정만 할 필요도 없을 것이다.
그건 우리 민족의 근성을 믿기 때문이다.
어려움이 닥칠수록 더욱 독해지고 단합하여 문제를 타개하는
우리 배달 민족의 자랑스런 근성.

그런 근성은 16세기 말에 무방비 상태로
왜구들의 공격을 받고 속수무책으로 무너지던 국토 방어 전선이
전국에서 들 불처럼 일어난 자발적인 승병, 의병들과
관군이 협력하여 죽기를 각오하고 싸워
침략해온 왜적들 대부분의 무사 귀국을 불허 했으며
36년 일제 강점기를 거치면서도 민족혼은 말살되지 않았다.

먼 옛일이 아니더라도
20세기 말의 이 나라 IMF위기에도 전 국민의 ‘금 모으기’와
‘나라 빛 갚기 운동’으로 만 3년만인 2000년 여름에
IMF의 오만한 손에서 대한민국을 되 찾았고,
2002년 월드컵 때는
세계에서 유래를 찾아 볼 수 없는 국민들의 전국적인 응원에 힘입어
세계 유수 강호들을 차례차례 격파하고 4강에 올랐었으며,
오늘도 비싼 돈 들여 사오는 길에 우리에서 뛰쳐나온
태안의 검은 악마에 맞서 많은 국민들이 자발적으로 손을 모아
세계에 귀감이 되는 승리를 만들어 가고 있지 않은가?

그 많은 시련들은 이 시대의 지도자라는 재벌이나 정치가들
혹은 학자들의 지휘나 강요가 아닌
가난하고 힘이 작은 이 나라 개미 같은 백성들의 자발적인 힘으로
위기를 극복 하였었고 지금도 극복하고 있다.

그러니 우리 아이들이 한없이 나약한 어린 장병들이라고 하나
적의 공격을 받으면 일시 힘없이 무너질 수도 있겠으나
곧바로 전열을 재 정비해서 적을 무찌를 것을 의심치 않는 것은
그들이 이 나라에 위기가 닥칠 때 마다 한마음으로 똘똘 뭉쳐
난관을 헤쳐 나온 우리 선조들, 선배들의 대단한 피를 유전 받은
대한민국의 자랑스런 젊은이들이기 때문이다.
그리고 그들 뒤에는 나를 포함한 몇 천만의 노련한 인생 선배들이
예비군으로 조용히 숨쉬며 이 땅에 살고 있으니 말이다.

대선 투표가 한창인 2007년 오늘 아침에
이제는 마무리 되어 가는 총기 탈취 사건을 생각하며
자랑스런 군인을 아들로 둔 이 나라 모든 부모님들께
안심하고 자식들 믿고 편히 자도 될 것 같다는 생각 전하며
총기 탈취 사고로 전사한 고 박영철 상병에게
해병대 일병의 한 아버지로서 고개 숙여 명복을 빈다.

2007년 12월 19일

........................................................................................
■ 임정수: 총기 탈취범이 저한테 걸렸으면
아마도 어딘가 한군데는 부러졌을 것입니다.

굳이 각개 전투 16개 동작까지 갈 필요도 없고요,
돌려치는 순간에 피할 수도 있으니
그냥 5파운드 곡괭이 자루로 내려치듯
총으로 내려치면 제일 빠르답니다.

그것도 총구쪽을 두손으로 꼭 잡고서
M-16소총의 개머리 판으로 내려치면
효과 만점이지요.
ㅎㅎㅎㅎㅎㅎㅎ

아참,
요즘은 각개전투 19개 동작이 아니던가요?

옛날 고등학교 다닐 때에
교련 시간에 배우고
현역 때에도 훈련소에서 해봤을 뿐
자대 배치를 받았을 땐 해볼 기회가 없더군요.

제 생각으론
19개 동작까지 있는 걸로 알고 있습니다만,
16개로 줄었는지??
그것참...헷갈리네요.

그래도 현역 땐
태권도, 특공무술, 화생방... 뿐만 아니라
개인 화기까지(병 공통 24개 과제까지)도
교관 자격증을 취득했었는데,
전역을 한지가 오래되다 보니 정말 헷갈리는군요.

특공 부대에

쥐눈 같이......

재활용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