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단법인 창작문학예술인협의회/대한문인협회-수필

ㆍ작성자	최 평균
ㆍ작성일	2007-12-17 15:25

ㆍIP:

재활용품
외투를 걸치고 밖으로 나서니 쌀쌀한 초 겨울 날씨에
문밖에는 빈 소주병들이 오들오들 떨며 모여 있다.
마치 새벽 인력시장에 모인 일당 노무자들처럼…….

제법 많이 모인 것 같으니 오늘은 저녁에
근처 할인 마트에 갖다 팔아야 할 것 같다.

지역마다 조금씩 다르겠지만
내가 사는 동네에서는 재활용품은 일주일에 3번을 내 놓고
수집하는 아저씨들이 다음날 새벽에 수거해 간다.
그런데,
재활용품을 지정된 수거일 전날 저녁에 집 밖에 내다 놓고
잠시 외출했다 들어 오면서 보면
분명 내일 아침에 없어져야 하는 재활용품이
내놓은 지 두어 시간 만에 대부분이 없어진다.

아마도 빈 깡통이나 폐지 등 돈 되는 재활용품을 수집해서
가까운 고물 수집소에 갖다 팔아서 생계를 이어가는
근처 연로한 할머니들이나 할아버지들이
돈 되는 걸 고르고 추려서 가져가 버린듯하다.

요즈음은 고령화 사회이고
홀로 독거하는 노인들이 많아서 인지
폐품을 모아서 작은 돈으로 바꿔 생활에 보태 쓰는
노인들이 꽤 많은 것 같다.
내가 사는 영등포는 아주 잘사는 여의도라는 동네와
반대로 슬럼한 동네가 공존하는 지역이라 그런지
폐품 수집하는 노인들을 어렵지 않게 만날 수 있다.
그런 노인 분들은 이 나라 최고의 부촌인 강남의 거리나
상가 불빛이 불야성인 비 주거지 명동거리에서도 볼 수 있으니
아마도 옆 동네에서 돈거리를 찾아서 원정을 온 듯 하다.

어느 동네는 그런 분들이 너무 많고 경쟁으로
잦은 다툼도 벌어져서, 통장이 동네의 구역을 나누어 주고
각자의 구역에서만 수집 활동을 하여
전보다 수입이 줄어 하루에 2,3천원의 수입이 전부라고 한다.

문득 내 어린 날에
서울 변두리에서 보던 ‘재건대’가 생각난다.

전후의 어려운 시대에 등에다 커다란 광주리를 메고
길다란 집게를 들고 다니며
동네 곳곳의 돈 되는 종이나 재활용품을 수집하여
한곳에 모아서 팔고, 거의 공동생활을 하던
사람들을 ‘넝마주이’라고 했었는데
그들은 거의 최하의 생활을 하였으므로
때론 빈집에 돈이 될만한 것도 서슴지 않고 가져 갔었으며,
범죄를 저지르는 청년도 더러 있어서 억울하게도
모든 ‘넝마주이’들이 우범자로 분류 되기도 하였었다.

어린아이들은 그들을 두려움의 대상으로 여겨서
어떨 땐 때를 쓰며 울다가도 엄마가
“뚝 안 그치면 넝마주이보고 주워가라고 한다?”
라고 겁을 주면 울음을 그치곤 하였었다.
양아치라고도 하고 ‘망태기아저씨’라고도 불리기도 했던
‘넝마주이’는 후에 ‘재건대’라는 명표를 붙이고
주로 커다란 교각 밑이나 동네를 벋어난 한적한 공터에
수집소와 숙소를 만들어 거처하고 있었다.

그러나 대부분 전쟁 고아들이었던 그들은
지하자원이 부족한 우리나라의 그 당시 경제에
많은 양의 자원을 제공하던 공업화 시대 꼭 필요했던
자원 제공자 역할을 했으며, 많은 재건대 아저씨 형들은
그 생활로도 열심히 노력하여 독학을 하고 대학을 졸업하여
상류사회로 진출하기도 하였었다

지금은 먼 추억에서나 뒤적여 찾아 볼 수 있던
재건대 아저씨나 형들 대신에
어느덧 이 시대에는 폐품 수집하는 노인들이
지역마다 살고 있는데, 어림 짐작으로
재건대 시절의 연배보다 나이가 비슷하거나 다소 많은 듯 하니
내 십여 년 위의 세대들은 인생에 두 번의 폐품 수집을 하는
시련기를 겪는 듯 하다.

얼마 전 메스콤을 보니
강원도의 어느 시에서 완전 쓰레기 수거하는 업체와
재활용품 수거하여 분류 재활용 하는 업체가 동일 회사라서
시민들이 신경을 써서 분류해 내 놓은 재활용품들을
인건비가 더 비싸다는 이유로 다른 쓰레기와 같이
매립해 버리는 장면을 본적이 있다
그 업체는 정부에서 보상금을 받고, 재활용품을 매립해 버리는 게
정상적으로 인건비, 경비 등을 지출해 처리하는 것 보다
회사의 경상이익도 높다고 하여 불법처리하고,
쓰레기 매립장의 관리 공무원들도 모른 척 눈감아 줬다고 한다.

그렇게 재활용품을 매립해 버리면
그만큼의 자원을 외국에서 비싼 달러를 주고 수입해 와야 하며
또한 매립된 재활용품들은 땅속에서 오래도록 썩지를 않으니
이 나라의 국토가 각종 플라스틱이나 비닐 등으로
점점 못 쓰는 척박한 땅으로 확산 되어 가는 결과가 되는 것이다.

그렇게 보면 예전의 재건대 형들이나
지금의 적은 생활비를 마련하기 위해 폐품을 수집하려고
동네 구석구석을 돌아 다니는 노인 분들은
그런 재활용 쓰레기처리 업체나 부패 공무원에 비하면
표창을 줘야 할 이 나라의 자랑스러운 자원 지킴이 인 것 같다.

지금 내가 사는 집은 다 가구가 같이 사는 일반 주택으로서
이층에 올라오면 제법 넓은 슬라브 마당이 있고
이곳 구석에 재활용품들을 모았다 날짜에 맞춰 내 놓는데
모아 논 빈 병까지 같이 있어서
노인 분들이 아무나 드나들기 쉬운 구조의 이층으로 올라와서
빈 병까지 가져 가시기도 한다.

가끔 달그락 소리에 아내가 밖을 내다 보면 그런 할머니들이
빈 병을 담고 계시는 걸 목격하고, 그러면 아내는
“할머니~ 그 빈 병들은 버릴 거 아니에요.” 하면
그 할머니는 으레 “그래~ 미안해요.” 하면서
그 동안 담아놓은 빈 병만 가지고 내려 가시고,
아내도 기왕 담아 가져가는 빈 병은 도로 내놓으라 하지 않고
모르는 척 보내 드리곤 한다.

애주가인 나와 내 큰아들은
항상 냉장고에 소주를 떨어뜨리지 않고 채워 놓으며
기분에 따라 둘이서 하루에 너 댓 병씩 치워 버리고
일주일에 집에서 한잔 하는 날이 꽤 되다 보니
문 밖의 빈 병은 마치 함박눈 쌓이듯이 쉽게 쌓여 가기 일쑤다.

한 달여 모으면 일요일 저녁을 잡아
커다란 비닐 봉지에 가득가득 담아 아내와 둘이
양손에 무겁게 들고 소주를 구매한 동네 마트로 가는데,
여기서는 무한정 받은 빈 병을 밖에 쌓아 놓을 수 없어
일요일에만 처리를 해준다.

마트에 가려면 동네의 도깨비 시장을 거쳐서 지나 가야 하는데
전부터 지날 때 마다 서로 인사를 하고 살고 있어서
우리 부부를 잘 아는 친한 상인들이 많은지라,
이곳 저곳에서 인사를 주고 받으며,
또는 농을 치는 상인들 사이를 지날 때면 양손 가득한 빈 병에
아내와 나는 조금은 창피를 감수 하여야 하곤 하는데
그럴 땐 가끔씩 아내는 입을 실룩대며 푸념하곤 한다.
“으이그 돈이 이렇게 잔뜩 쌓였으면……”
“으이그 마누라 사랑하는 마음이 이렇게 많이 쌓였으면……”

그렇게 둘의 양손에 네 보따리 가지고 가면 대부분이 소주병이고
아내가 애주하는 맥주병은 불과 너 댓 병에 불과 하다.
빈 소주박스를 세 박스 정도 채우고
계산대에서 아내가 손에 받아 쥐는 돈은 꼴랑 천원 이내인데
그 돈은 방안에 뱅그데데 웃고 있는
아내와 나의 꽃돼지 저금통에 적당히 나누어서 넣는다.

두 마리 다 꼭 차면 배를 따서
작은 돈이나마 독거 노인들에게 도움을 주기 위함인데
떨어지는 동전 소리를 들으며 아내는 나에게
마지막 확인 사살을 한다.
“이렇게 모아 팔아봤자 천원 정도인데
차라리 한 달에 소주 한 병 덜 마시고
그 돈으로 꽃돼지 배 채우는 게 훨씬 빠르겠다.”

그럴 때 마다
나는 아무런 대꾸 못하고 문밖을 내다 본다.

오늘은
하늘이 두텁고 유난히 무거운 게 눈이라도 올려나?
내일 아침 출근길 교통이 고통길이 될지라도
이 밤에 소리 없이 함박눈이 내려
빈 병이 팔려간 앞마당에 소복이 쌓였으면 좋겠다.

함박눈이 오는 날은 기온이 따뜻하다는데,
지구가 온난화로 잘사는 사람들은 걱정을 많이 하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올해는 따스한 겨울이 되어
이 골목 저 골목 재활용품 수집하시는 노인 분들이
추위에 고생하지 않는 그런 겨울이 되었으면 좋겠다

오늘도 12시가 다 되어서 들어올 큰 아들은
커다란 비닐봉지에 각종 과자랑 펫트병 맥주,
그리고 소주를 예닐곱 병 사서 양손에 들고
하얀 입김을 앞세워 저 문으로 들어서겠지.
엄마의 핀잔을 웃음으로 히죽 흘리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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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임정수: 안녕하세요. 최평균 작가님! *^.^*
잘 지내시는지요?

한번 연락을 드리려고 휴대폰을 만지작 거리다가
[모두 초기화]를 <모드 초기화>로 잘못 알고 눌렀더니
전화번호며 찍어둔 사진들이 모두 날아가 버렸지 뭐에요.

그래서 전화 번호부를 찾아 작가님의 전화번호를 찾았지만
아직까지도 찾질 못하고 있습니다.

좀있다 김영진 시인님께 전화를 해서
작가님의 전화번호를 여쭈어 봐야할 것 같습니다.
ㅎㅎㅎㅎㅎ

저도 어릴 적에 흔하게 볼 수 있었던 넝마주이..
보통 양아치라고도 표현하지만,
그때는 우는 아이, 말 안듣는 아이들에겐 넝마주이라는 말이
더 생생하면서도 겁나게 다가왔었죠.

등뒤에 대나무 광주리를 들쳐메고
기다란 찝게를 이리저리 휘저어며 종이를 주워 담던...

한때는 문둥병에 어린 아이의 심장이 특효라는 유언비어가 나돌면서
집집마다 어린 아이들 단속을 하느라 난리법썩을 떨던 때도 생각나는군요.

요즘은 그런 넝마주이를 볼 수는 없지만,
남 (hirashi2000@yahoo.co.kr) -[12/19-14: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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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임정수: 녀노소를 불문하고 빈병이며 폐지를 주우러 다니는 사람들을
길거리에서 흔히 보게 되는 안타까운 현실에 가슴을 아파하기도 한답니다.

저희 동네엔 일정하게 리어카를 끌며 집집마다 빈병이나 폐지,
프라스틱...등을 수거하시는 분이 계시답니다.

제가 봐도 별로 수입이 안될 것 같은데,
비가 오나 눈이 오나 꾸준히 다니시는 걸 보면,
저도 좀더 부지런히 뛰고 열심히 살아야겠다는 각오를 하곤 한답니다.

평소엔 이것저것 돈이 될만한 것을 모아 두었다가
그분이 오시면 가지고 가시도록 한쪽에 챙겨두곤하는데요,
뭐니뭐니해도 술, 담배를 끊고보니 그렇게 좋을 수가 없더군요.

요즘은 술, 담배값으로 일정하게 떼어서 별도로 모아 두었다가
한달에 한, 두번 정도 쌀이라도 사서 드리니까 제맘이 한결 편해지기도 하고요...

사실, 어디 가서 살을 빼려고
헬스 클럽엘 가거나 왠만한 운동을 하려고 해도 돈이 드는 게 사실이잖아요.

그래서 그렇게 들어가는 비용이라 생각하고
쌀이라도 사서 드리니까 제

총기 탈취범과 총검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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