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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urple01_next.gif권영심 수필가 문학서재

ㆍ작성자 권영심
ㆍ작성일 2021-11-27 15:52
ㆍIP: 58.xxx.124
익숙해지지 않는 고통
익숙해지지 않는 고통

        권영심 ( 2021 , 11 , 27 )

인천에서 서울로 갈 때 나는 무조건
1000번을 탄다.
애초에 가정동에 집을 구한 것도 삼화
고속버스 사무실이 거기 있었기 때문
이었다.
인천으로 이사를 왔지만 ,거의 일 년 동안 매일이다시피 서울에 들락거렸다.
종점이 서울역인데, 버스건 택시건 기차
든지 전국 방방곡곡 다 갈 수 있어 나와
같은 뚜벅이에게 1000번은 참 고마운
발이었다.
다만 한 가지, 서울역의 노숙자들은 처
음 볼 때 부터 충격이었다.
부산역사에도 있기는 하지만 서울역
처럼 노숙자가 많은 곳은 처음이었다.
그 때는 역사 안 여기저기에서 노숙자
들이 잠을 자고 마음대로 돌아다닐 수
있었다.
나는 부산을 가기 위해 기차를 가장 많
이 이용하는데 항상 새벽 첫 차를 탔다.
그런 때 승객이 별로 없는 역사 안 여기
저기 의자마다 노숙자들이 잠을 자고
있었다.

언제부턴가 노숙자들은 역사 안에 들어
오지 못 했고 광장이 그들의 잠자리가
되었다.
나는 밥차 봉사로 인해 여러번 나갔었는
데 정말 고통스러웠다.
일이 힘이 들어 고통스러운 것이 아니라
서울역에서 만나는 모든 상황이 내게는
깊은 상흔으로 남았다.
밥 한 끼를 주면서 어쩌면 그렇게도 갑질을 하고, 바라는 것들이 많은지 속
에서 애옥질이  올라올 지경이었다.
수많은 사정들에 의해 길을 떠도는 사람
이 되었겠지만 그들은 다른 말로 표현하
면 자유인이다.
마음을 다잡고 일을 하고 정상적인 생활
을 하면 그들도 우리와 조금도 다를 바 가 없다.
그러나 그들은 이미 구속받기 싫은 자유
의 맛에 젖어 버린 사람들이고 쉼터조차
입소하기를 부한다.
그런 사람들에게 한 끼를 준다면, 주는
사람들은 최소한의 예의를 가져야 한다
고 말하고 싶다.
인간으로서의 예의말이다.
봉사자들 가운데는 식반을 날라 주면서
훈계하고 지적질하고 화내는 사람들이
반드시 있다.

깨끗이 안 먹는다고, 욕심낸다고, 욕설 한다고 소리까지 지르면서 나무라는 사람들도 있었다.
그러나 노숙자들은 자의이든 타의이든
자유로운 영혼들이기에 말을 들을 리가
없다.
그 누구의 간섭도 귀찮은 사람들이다.
따뜻한 물로 씻을 수도 있고, 세 끼니 밥
을 걱정없이 먹을 수 있는 쉼터에서 오라고 해도 안 가고, 거리에 눕는 삶을
택한 사람들이란 것을 마음으로 이해해 야만 한다.
고작 밥 한 끼 주면서 하는 훈계나 충고
는 그야말로 갑질일 뿐이다.
그런데도 억지로 앉혀 ,예배를 보게 한
후 밥을 주고 돈 천 원을 주는 것은 서로
에게 무슨 이득이 되는지 모르겠다.
영혼의 구원은 그런 강제적인 목회가
아니라, 한 번이라도 인간의 온정을 제대로 느끼게 하는 일이다.
저런 사람들과 함께라면...이라는 마음 을 가지게 될 때 비로소 거리의 삶을 청산할 수 있다고 본다.
거저 줘서 먹고 배는 부를지라도, 그들 의 마음은 차디찬 바닥에 언제나 머물러
있다.

한 여름에 차 한 대가 멈추더니, 상자를
몇 개나 길에 내려놓는 것을 직접 본 적
이 있다.
상자를 내버리듯 내려놓고 바로 차를 타
고 가버려서 선행을 숨기는 사람들인가
? 순간 그렇게 생각했다.
노숙자들이 우루루 모여 들며 상자는 쏟
아지고 나온 것은 빵이었는데 ,한 개를
줏어 들고 나는 분노로 울음을 터트리고
말았다.
다른 봉사자가 놀라서 내가 내민 빵을
받더니 에구 !하면서 던져 버렸다.
그 더운 여름날, 크림이 질질 흘러 비닐
봉지 안은 엉망인 빵을 그렇게 내려놓고
간 것이다.
그 빵을 입에 넣어보고 뱉어내는 사람들
도 있어, 나는 차 뒤로 돌아가서 엉엉 울
고 말았다.
그 때의 분노한 심정을 무어라고 아직도
표현하지 못 하겠다.
어떤 사람이라도 인간이다.
인간이 다른 인간들을 그렇게 대해서는
안 되는 것이다.
오늘 바람은 추운데 많은 노숙자들이
땅바닥에 누워 있었다.
텐트도 있고 거적도 있고 신문지도 있고
담요도 있었는데 여자를 세 명이나 보아
서 심장이 총 맞은 듯 했다.

여자가 노숙자라니...
예전의 서울역엔 여자 노숙자는 없었다.
간혹 정신에 문제가 있는 여자들이 잠시
있기는 했으나 순찰하는 경관들이 바로
데리고 갔었다.
성적인 어떤 문제가 생기면 큰일이어서
그랬고 여자들은 갈 곳으로 갔다.
여자들은 노숙자가 될 수 없었고 당연히
그래야 했다.
어떤 경우라도 여자는 지 한 몸은 어디 든지 의탁할 수 있었고, 어떤 식으로든
보호받을 수 있다고 생각했었다.
그런데 길에 누운 여자를 본 것이다.
젊고, 또 나이 든 세 명의 여인들이 술병 을 앞에 놓고 쓰러져 있었다.
1000번을 타러 그 옆을 스쳐 걸어 가면
서 나는 또 눈물을 흘리고 말았다.
내가 울어서 무엇이 달라지랴만은, 울 수밖에, 아무것도 하지 못 하는 내 자신 이 싫어서 더 눈물이 났다.
남자는 노숙해도 상관없고 여자는 안 되
나라고 말한다면 할 말이 없다.
그러나 여자는 생명을 품는 그릇이고,
어머니이며, 대지의 숨결이다.
그 여자들이 거리에 누워있는 모습에 나
는 버스 안에서 내내 소리죽여 울었다.
그것은 절대 익숙해지지 않는 고통인
것을 느끼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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