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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urple01_next.gif권영심 수필가 문학서재

ㆍ작성자 권영심
ㆍ작성일 2021-11-06 13:38
ㆍIP: 58.xxx.124
내가 만드는 맛의 이야기
#내가만드는맛의이야기   14

          권영심 ( 2021 , 11 , 6 )

나는 국을 잘 먹지 않았다.
우리집은 백숙이나 콩비지탕, 선짓국,
도가니탕 등의 큰 음식을 절기마다 잘
해 먹었는데 모두 아버지의 공력으로
만들어졌다.
백숙이나 곰탕은 손도 안 대면서 선짓국
과 도가니탕, 콩비지탕을 잘 먹어서 울 엄마는 기막혀 했다.
평소엔 된장국,  생선국,  돼지고기국, 콩
나물국, 김칫국, 오징어국, 소고기무국, 미역국, 김국 ,등등 이름을 기억 못 하는 국들도 다양하게 만든 것은 아버지 때문
이다.
아버지는 밥상에 국이 없으면 수저를
안 들었고, 무슨 국이든 있어야 했다.
그리고 국거리는 항상 다양하게 시장에
있었고 아버지는 맛있으면 국그릇에
밥을 말았다.
밥을 말지 않으면 그날 국맛이 별로라고
생각한 엄마는 입을 삐죽였다.

예전의 국그릇이 얼마나 컸는지 기억하
는 사람이 얼마나 될까?
밥그릇도 컸고 수저도 엄청 크고 가운데 가 깊었다.
그 큰 그릇의 밥과 국을 다 먹었으니, 지
금의 공기를 보면 때로 그 때 생각이
난다.
어른이 되어 여러 음식을 만들면서 옛날
식의 국이 그리울 때가 있다.
그래서 가끔 가게에서 끓여 나도 밥을
말아 먹어 본다.
그 때의 맛이 맞는지 아닌지 모르겠지만
그래도 그 냄새만으로도 좋다.
그래서 세 가지의 옛날 국을 떠올리면서
글을 써 본다.
아주 간단한 조리 방법이어서 한 번 만
들어보는 것도 괜찮지 싶다.
1,  소고기국.
소고기 ,무, 대파만 있으면 되는데 양념 으로 소금 마늘 고춧가루 참기름 후추가
필요하다.
양지나 사태를 국거리로 썰어서, 소금
마늘 참기름 후추를 넣고 약한 불에 오
분 이상 볶는다.
무우도 적당하게 썰어 함께 볶는다.
볶아진 고기에 고춧가루를 좀 많이 넣고
가법게 볶은 뒤 물을 부어 끓인다.
끓어 오르면 어슷하게 썬 대파를 듬뿍
넣고 약한 불에 오래 끓인다.
소금으로 간을 해야 특유의 맛이 나면서
색이 곱다.

소고기국에 고춧가루를 넣는 것은 육계
장 비슷하지만 담백하면서도 맵싸한
맛이 그럴듯 하다.
언젠가 한 번 끓여서 먹었더니, 소고기
무국에 고춧가루를 넣었다고 이상하다
면서도 잘들 먹었다.
이 글의 제목이 영심이가 만드는 맛의
이야기라는 사실을 이해하면서 ,그런
방식도 있구나 하면 되겠다.
2,  오징어국   .
나는다른 데서 오징어국을 먹어 본 적 이 없는 듯 하다.
부재료삼아 오징어가 들어가는 국은 먹
었지만 오징어를 주로 해서 국을 끓이는
것은 어디 방식인지 모르겠다.
마른 오징어국과 생 오징어국이 있는데
만드는 방식은 같다.
다만 마른 오징어는 충분히 불린 뒤 쓰는데, 오징어 불린 물로 국물을 잡는
것이 다르다.
오징어 무 대파가 필요하고 양념은 집간
장과 참기름이면 된다.
오징어와 무는 같은 길이로 썰어 참기름
을 충분히 부어 천천히 볶는다.
볶은 재료에 집간장과 물을 붓고 끓으면
총총 썬 대파를 넣으면 끝.
너무 간단하면서도 충분히 맛있다.
오징어 씹는 맛을 즐길줄 아는 사람은
다 좋아했다.

3,   무우어묵국.
이 국을 끓이면 바로 고향 소환이다.
이런 식의 국을 끓이는 것을 본 적이 없
고 ,언젠가 성당 체육대회를 할 때 재료
를 모두 준비해서 큰 솥에 끓였는데
대박이었다.
무우와 어묵만 있으면 되고 쪽파는 넣어
도 안 넣어도 상관없다.
이 국은 반드시 일본 된장으로 끓여야
그 특유의 맛이 나온다.
국물을 먼저 만들어야 하는데 멸치와
다시마를 넣어 만든 육수를 준비한다.
어묵은 적당히 썰고 무우는 조금 큼직하
게 썰어 놓는다.
솥에 된장을 풀고 어묵과 무와 육수를 넣어 끓이면 끝.
몇 번이고 데워 먹을 때 마다 더 맛이
진해진다.
어쩌면 이 국은 일본 사람들이 끓여 먹 던 국인지도 모르겠다.
내가 어릴 때만 해도 일제의 흔적이 많
이 남아 있었고 음식인들 섞이지 않을
도리가 없었을 것이다.

그외 부산에선 돼지고기국, 파래국, 갈치국 등 다른 지방에서 먹지않는 국을 끓여 먹었다.
엄마는 모든 생선으로 국을 끓였는데
나는 비린 냄새만으로 질색을 하고 밥을
먹지 않았었다.
엄마는 어른이 되어서도 안 먹는지 두고
보자고 했지만, 나는 더욱 더 안 먹고 구
은 것도 거의 먹지 않는다.
김칫국에도 돼지고기를 넣어 먹었는데
김치찌게는 먹은 기억이 없다.
엄마가 마음 먹고 끓이던 국이 고등어
추어탕인데, 큰 들통으로 하나 가득 끓 여서 동네 잔치를 하곤 했다.
그러나 나는 그야말로 혼비백산, 진저리
를 쳐서 엄마의 눈총을 맞았다.
선짓국은 먹으면서 그렇게 못 먹는 것이
많은 나를, 엄마는 이해하지 못 했다.
오늘 저녁엔 무우어묵국을 끓여 며칠
두고 먹어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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