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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urple01_next.gif권영심 수필가 문학서재

ㆍ작성자 권영심
ㆍ작성일 2021-11-09 16:55
ㆍIP: 58.xxx.124
혼자 있으며 함께 할 날을 소망하며
혼자 있으며 함께 할 날을 소망하며

      권영심 ( 2021 , 11 , 9 )

내가 어렸을 때, 가장 행복한 추억으로
지금도 마음 따뜻해지는 장면들이 있다.
나는 많이 아프곤 했는데, 그 때 마다
아버지의 극진한 보살핌이 마치 천사의
아우라처럼 내 주변에 항상 있었다.
열이 펄펄 끓는 머리에 ,쉴 새 없이 찬
수건을 얹고 갈아주면서 사이 사이에
이마와 얼굴을 토닥이던 아버지의 손...
아가, 마리야 이렇게 아파서리 어떠카네
곧 열이 내릴꺼이니 조금만 참으라우.
이 죽, 한 숟깔만 먹어 보라우.
아이구 착허네, 한 번만 더, 오올치, 그렇
게 먹어야 나을꺼이네, 어서 , 착하지...
이렇게 쓰면서 나는 눈물을 쏟는다.
얼마나 가슴을 태웠을 아버지, 죽 한 수
저를 먹이기 위해 아가를 달래듯 토닥이
면서 그렇게 애를 말리던 아버지의 목소
리는 죽어서도 잊지 못할 것이다.
엄마는 병원에 데리고 가서 주사를 맞히
거나 약을 먹이면 될 것을 ,왜 저리 생으 로 고생하는지 이해를 못 했다.

그러나 아버지는 내가 병원에서 주사를
맞거나 약으로 해결될 것이 아님을 너무
나 잘 짐작했고, 그렇게 곁을 천왕성 처럼 지켰다.
죽을 만큼 한 번씩 그렇게 앓고 나면, 씻
은듯이 나았고 아버지는 잘 견디었다고
그 넓은 품에 꼭 안아 주었다.
그 외 다르게 아프거나 다쳤을 때도, 아버지는 최선을 다해 나를 돌보아 주었다.
어른이 되어서 감기몸살 한 번씩 앓은
것 외엔 아프지 않았고 ,참 건강하게
살아왔다.
그러나 몇 년 전부터 많이 아프면서, 심지어 수술을 받고나서도 내 곁에 아무 도 돌봐주는 이가 없었다.
면회객이 번다해도 위문일 뿐이었고,
아들이 힘 없이 옆에 앉아있는 것을 보는 것은 더 큰 고통이었다.
혼자 견디면서 아버지와의 추억을 되새
기는 것이 훨씬 나았다.
옆의 병상을 찾아오고 지키는 가족들이
많아도 하나도 안 부러웠다.

아버지의 보살핌의 추억은 그만큼 힘이
있었다.
지금은 가족이 없어 이렇지만, 나에겐
그렇게 나를 애틋해 하던 아버지의 사랑
이 있었음을 새삼 고마워하게 되었다.
그래서 나는 세상에 태어나는 모든 아이
들은 사랑받고 자라야 함을 알고있다.
그 사랑의 기억이 힘든 시간을 살아갈
힘이 되어준다는 나는 누구보다 잘 알고
있다.
혼자 앓을 때 그래서 그리 서럽지 않다.
추억속의 아버지는 지금도 그 커다란 손
을 내 이마에 얹어주고 아프지말라고
토닥여 준다.
나도 누군가에게 아버지와 같은 사람이
되어주고 싶다.
그래서 셰어하우스를 꿈 꾼다.
요양원이나 보호소같은 곳과는 전혀
다른, 공동체를 만들고 싶은 것이 나의
오랜 소망이다.

삶은 홀로 태어나 다시 홀로 죽는 여정 이기에 인간은 필연적으로 혼자가 될
수 밖에 없다.
가부장제가 사라지고 가족이란 개념이
달라진 이 시대에, 열 자녀를 두었어도
그 부모는 자식의 부양을 기대하지 못
한다.
어둠이 내리면 불빛으로 가득한 창 안에
예전엔 식구들의 부산함으로 가득했으
나 ,지금은 혼자의 움직임이 도리어 적막할 뿐이다.
나는 가족들의 다양한 움직임으로 따뜻
하게 채워지는 그런 공동체를 만들고
싶다.
각자 따로 살면서, 함께 하는 공간에서
행복한 시간들을 나누고, 아프면 서로
간호해주고 마지막 여밈까지 침상의
주위에서 미소로 배웅하는 그런 집을
만들어서 살고싶다.
전부 함께 하면서도, 내가 하는 일을 강
요하지 않고, 하고싶고, 만들고 싶고, 가꾸고 키우는 모든 것을 각자의 취미 대로 할수있는 곳, 불가능할까?

부조화하고, 싸우기도 하고 ,짐 싸서 나가기도 할 것이고 ,냉전이 이어지기도 할 것이다.
그러면 어떠랴?
어느 때라도 나는 끼어들지 않고 고치려
하지 않고, 내가 하고싶은 것만 하면서 바라볼 것이다.
그것이 가족이란 것을, 녹아서 스며들
듯이 알게 되고 알게 되면서 인정하게
되도록 말이다.
그러나 한 가지 누구라도 아프게 되면,
굳이 병원에 가지 않아도 될 정도의 아픔으로 힘들어 하면, 그 옆에서 토닥 여 줄 것이다.
이마엔 물수건을 얹어주고 손과 발을 닦아주고 땀에 젖은 옷을 바꿔 입도록
도와주면서 혼자가 아닌 것을, 알게 해
주고 싶다.
열이 나고 입 안이 마르면서도 따뜻한
손길 속에, 평안하게 아프도록 말이다.
몸이 개운해져서 밖으로 나왔을 때 다시
살아갈 힘을 온 몸으로 충전하면서 함께
살, 그런 곳을 만들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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