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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urple01_next.gif권영심 수필가 문학서재

ㆍ작성자 권영심
ㆍ작성일 2021-11-02 18:41
ㆍIP: 58.xxx.124
갇힘의 공포
갇힘의 공포

       권영심 ( 2021 11 , 2 )

오늘 서울에 볼일을 보러 갔다가 하마
터면 응급실에 실려갈 뻔 했다.
18층 빌딩의 10층에서 일을 마치고,
엘리베이터에 탈려고 했는데 내 앞에서
멈춘 그 안에 아무도 없었다.
5층 이상의 엘리베이터에 아무도 없으
면 탑승하지 않는 것이 나의 오래 된
습관이다.
다행히 다른 사람 두 명이 와서 함께
다음 승강기에 올랐는데 그들은 3층을
눌렀다.
7층과 6층에서 사람들이 타고 3층에
멈추었다.
그런데 문이 열리지 않았다.
사람들이 몇 번이나 버튼을 눌렀으나
문은 요지부동이었다.
어떤 사람이 승강기 고장 신고를 하고
대화를 나누는 도중에, 나는 눈 앞이
캄캄해졌다.
뒷 머리가 더워지면서 눈 앞이 아득해지
고, 어깨의 힘이 빠진다.
갇혔다라는 인지를 한 순간, 나는 그런
현상이 일어나는데 다음은 숨이 쉬어지
지 않는다.

그것은 내 의지로 어쩔 수 없는 일이었
고, 나는 매사에 상당히 조심을 한다. 화장실 문도 닫지 않고 지하의 가게라
든지, 좁은 공간이나 밀폐된 곳은 절대 가지 않는다.
옛날의 트라우마로 인해 생긴 일이고,
약의 도움을 받지 않고 지내기 위해 남
모르게 애를 쓰면서 지낸다.
나만 조심하면 되는 일이어서 그다지
힘들지 않게 지내왔다.
암튼 숨이 쉬어지지 않아서 그만 주저
앉으며, 몸을 돌려 마스크를 벗고 헉헉
거렸다.
그러나 고통은 극심해졌고 나는 의식이
가물거리면서 사람들이 놀라는 목소리
가 아득히 들렸다.
그런데 문이 열리면서 사람들이 나가고
나는 거짓말처럼 괜찮아졌다.
119를 불러야 하지 않겠느냐고 걱정스
럽게 묻는 젊은이에게 고맙다고 말하고,
3층에 내려서 작은 벤치에 앉았다.
숨도 편안해지고 쥐어짜듯이 아팠던 가
슴의 통증도 희미해져 갔다.

이럴 때 마다 나는 인체와 감정의 상관
관계에 놀란다.
갇혔다라는 인지를 못 하면, 같은 상황 이어도 전혀 이상이 없다.
승용차를 타고 먼 길을 가면서 사실은
갇힌 상태에서 가는 것이 아닌가?
그러나 언제라도 차를 멈추고 내가 내릴
수 있기에, 아무리 문이 닫혔어도 갇힌
느낌은 들지 않는다.
그러나 차에 홀로 남겨져서 문이 닫혔는
데, 내가 열지 못 하면 바로 그 순간 과호
흡이 되거나 숨이 쉬어지지 않는다.
아무리 괜찮다고 스스로를 다독여도 소
용이 없다.
나는 어렸을 때 남동생 때문에 연탄광에
갇히기도 했고, 중학교 때는 동네 언니 와 어딘가를 갔다가 큰 사고를 당할뻔 했다.
엘리베이터에 올라 탔는데 인원이 초과
되어 언니는 남고, 내가 먼저 내려갔다.
그런데 다음 승강기에 탄 언니는 추락
사고로, 거의 죽음 상태에 이르렀고 결국 중증 장애인이 되어 평생을 살아가
게 되었다.

같이 타지, 왜 놔 두고 먼저 갔냐고 울부 짖던 그 언니 엄마의 목소리는, 내게 커
다란 트라우마가 되었고 나는 그후 몇 십 년 동안 승강기를 타지 못 했다.
몸이 이렇게 아프기 전엔 웬만한 계단은
걸어서 올라갔고, 사람들은 내가 운동 삼아 그런 것이라고 생각했다.
어쩌다 함께 타게 되면 속으로 얼마나
긴장을 하는지 모른다.
그래서 나는 타인의 고통에 대해 이해의
폭이 굉장히 넓다.
아무리 작고 대수롭지 않은 일이라도 자
신만의 트라우마로 남으면 그 고통이
얼마나 깊은지 말이다.
숨이 안정되어져서 천천히 계단으로 내
려 오면서 미화 언니의 생각이 떠나지
않았다.
그냥 지하로 추락해 버린 승강기에서
겨우 꺼낸, 언니의 몸은 정상인 곳이 없을 만큼 망가졌었다.
세 사람인가가 죽었고 언니만 살았는데
사람들은 차라리 죽지 ... 그랬었다.
만약 언니가 먼저 타고 내가 그 승강기 를 탔다면... 우리는 운명이 바뀌었을
것이다.
그 느낌이 얼마나 무서운지 겪어보지 않
는 사람은 모른다.

그래서 나는 누구 대신으로 어딜 가지도
않고, 나 대신 무얼 하라고 권유하지도
않는다.
내 느낌대로 가고 오면서 느낌을 절대로
무시하지 않는다.
같이 가는 곳에 차를 동승하지만, 내 필요에 의해 타인의 차를 부르는 일도
절대 하지 않고 무조건 택시를 탄다.
운명은 정해진 것이 아니라 한 순간, 한
걸음에 의해 달라지고 생사가 갈라짐을
살아오면서 깨닫게 되었다.
옛날에 읽은 어느 만화에, 행운의 조이 라는 케릭터가 있었다.
아무리 마귀와 악령이 들끓는 곳에 가 더라도, 그 아이는 다치지도 않고 죽지 도 않았다.
그 비결은 오직 하나, 언제나 웃고 언제
나 긍정이면서 직관대로 했다.
스승이 숲에서 뭘 캐오라고 시키면 바로
행하면서도 그 숲의 길에 들어서면 자신
의 느낌대로만 움직였다.
한 발만 더 나가면 악령의 손에 잡히는
데, 휙 돌아서면서 저기 스승님이 좋아 하는 버섯이 있네, 하고 뛰어간다.
매사에 그런 식이니 나쁜 일을 당할 수
가 없다.
그것이 바로 운명을 바꾸는 행운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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