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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urple01_next.gif권영심 수필가 문학서재

ㆍ작성자 권영심
ㆍ작성일 2021-11-22 14:05
ㆍIP: 223.xxx.47
기적시리즈
-기적 -8 -4

     권영심

오 년의 세월이 지났습니다.
마미-두 아들뿐만 아니라 온 동네 사람 들이 그녀를 마미라고 불렀지요.
마미는 그 마을이 생긴 후, 최초의 외국 인 부녀회장이었고 큰 아이의 중학교 자모회장이 되었으며 아이를 셋이나 낳았습니다.
시집올 때 보다 몸은 두 배로 불었으나 얼마나 쌩쌩, 온 동네를 헤집어 놓는지 마을 사람들은 그녀가 원래부터 몸이 그랬었다고  하네요.
마미는 두 사촌 여동생을 마을의 총각들 과 결혼시켰고 줄기차게 중매 부탁을 받았습니다.
마미의 반만 되어도...
마을 사람들은 그렇게 생각하고 그렇게 말했습니다.
농사일은, 남편이 절대 시키지 않아서 하지않지만 그녀가 때때마다 내어 오는 참이며 점심은 완전 한국 토종의 맛이어 서 더욱 사랑을 받았습니다.
마미의 집은 대문까지도 윤이 났고 마당 은 사철 꽃이 피어 하나의 구경꺼리가 되었습니다.

이젠 사투리까지 배워 아이들을 다그치 는 아내를 보며, 남편은 대체 누가 이런 복을 내게 주었나 생각할 지경이었습 니다.
마미는 그에게 기적이었고 아이들에게, 마을에, 기적 이었습니다.
그 때 까지 생소하던 인터넷 판매를 시작했고 , 가을이면 값이 내려 속상하 게 하던 배추를 절여 파는 일을 생각하 고, 시작한 사람도 그녀였습니다.
절임배추가 일반인에게 생소하던 때 였습니다.
주문을 받아 절여서 깔끔하게 씻어 배달 해 주는 일을 ,부녀회 이름으로 전부 다 했습니다.
그녀를 처음 대하는 사람들은 외국인 인줄 거의 알아채지 못했습니다.
이제 고모들도 그녀의 말이라면 팥으로 메주를 쑨다 해도 믿었습니다.
베트남에서 태어났으나 그녀는 완벽한 한국 사람이 되었습니다.
그 마을 사람들은 그녀를 기적이라고 부릅니다.
그녀가 만들어내는 모든 일들이 마을에 좋은 일들이 되니까요.

이 이야기에서 기적이 어디 있냐구요?
내가 마미를 만난 것은 다문화가정 혼례 봉사 때였습니다.
나는 진심으로 그녀가 외국인인줄 몰랐습니다.
다른 동네의 외국인 신부들을 인솔하고 왔었는데 그냥 그런 일의 책임자인줄만 알았지요.
젊은 여자가 사투리와 외국어를 섞어 쓰면서 일을 해내는데 ,참 잘하는구나 이렇게 생각 했었습니다.
우리 토종들도 이목구비가 색다른 사람 들 많이 있지 않습니까?
그런데 베트남 여인이었고 오 남매의 엄마라는 말에 굉장히 놀랐습니다.
그 후 그녀와 친분이 쌓여가면서 사연을 알게 되었지요.
어떻게 어린 나이에그렇게 잘해낼 수 있었느냐, 더구나 속아서 타국에 시집 와서 분하지도 않았느냐고 묻는 내 말에 마미는 크게 웃었습니다.
그리고 찰진 사투리로 말했습니다.

-죽고 싶었어예, 도망치고 싶었어예.
남편이 안으면 정말 싫었지예.
근데 집이 , 알라들이 ... 그렇게 좋은 집이 더러버져 있고, 꼭 내 동생같은 알라들이 추저븐 옷 입고 다니고...
그냥 있을수가 없었어예.
그렇게 해 보이 다 좋아지데예.
그래서 이렇게 살았지예.
한 번도 진짜로 도망가야겠다는 마음은 묵은적 없어예.
어딜 가서도 그리 좋은 집에서 살낍니 꺼? ㅎㅎㅎ-
그녀는 글쎄, 자신의 집을 세상에서 제 일 좋은 집으로 알고 있었습니다.
솔직히 가 보지는 못했으나 그녀의 폰 속에 저장된 사진을 보니 ,정말 집이 멋있었습니다.
집이 그녀를 이 외로운 타국에서 붙들었 으니 그것이 기적일까요?
아이들 이었을까요?

머나먼 이국으로 속아서 시집와서 자신 을 여왕으로 만든 마미.
남편과 아이들에게 둘러 쌓여 웃는 그녀 는 여왕 같았습니다.
그녀를 여왕으로 만든 그 기적을 말하고 싶었습니다.
이제는 너무 흔해진 국제 결혼의 잘못된 점이 끊임없이 제기되고, 가정을 버리고 도망가는 신부들도 많습니다.
한국인 남편 중에는 정말 못된 사람들도 많습니다.
마미의 기적을 말하고 싶었던 것은 다른 것이 아닙니다.
나는 마미와 같은 기적의 신부들을 많이 만났거든요.
그들은 마미보다 훨씬 나쁜 조건에서도 자신을 희생하고 ,한국의 올바른 일원이 되어 살기위해 죽을 힘을 다하고 있습니다.
그래서 우리는 그들을 도와주어야 하며 미소로 손 잡아주어야 합니다.
그 손이, 그 미소가 그들의 기적을 꽃 피울 것을 믿으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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