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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urple01_next.gif권영심 수필가 문학서재

ㆍ작성자 권영심
ㆍ작성일 2021-11-11 20:01
ㆍIP: 223.xxx.121
기적시리즈
#권영심의글
-기적 -  7- 1

         권영심

결혼 12주년을 일주일 앞두고, 그녀는 이혼했습니다.
아니 이혼했다기보다, 시어머니에 의해 강제로 이혼 당했지요.
그녀와 남편의 사이는 정말 좋았고, 그 애정에 넘치는 두 사람의 모습은 지인들 의 입초시에 오르내릴 정도였습니다.
그런데...그런데도 아이가 생기지 않았습니다.
검사를 여러번 하고 시험관 시술까지도 여러 차례했으나, 도무지 아이는 태어 나지 않았습니다.
시어머니는 원래 냉정한 성품이긴 했으 나 ,처음부터 며느리를 미워하거나 박대하진 않았습니다.
그러나 외아들인 아들에게서 손자를 보지 못하자 시간이 흐를수록, 도가 지나치다할 정도로 며느리를 괴롭히고 미워했습니다.
사람이란 참 묘한 동물이어서, 그렇게 마음이 미움으로 물들어 버리면 자신도 제어를 하지못하나 봅니다.

급기야 이혼하지 않으면 굶어 죽겠다는 단식 선언을 하고 방문을 잠그어 버린 시어머니는 아들이 문을 부수고 들어가 도 눈을 감고 꼼짝도 하지 않았습니다.
병원에 연락해서 링거를 꽂았으나 그 때 마다 바늘을 뽑아버리고, 며느리가 다가 오면 입에 담을수도 없는 저주와 욕설을 퍼부었습니다.
드디어 그녀는 이혼해 달라고 남편에게 매달렸습니다.
안된다고 도리질을 하던 남편도 결국 어머니를 선택할 수 밖에 없었지요.
그는 어머니의 오직 단 하나의 자식이었 고, 자신을 위해 모든 것을 다 바친 어머 니를 저버릴 수가 없었습니다.
법원에서 이혼을 선고 받고 나오면서 부부는 서로 끌어안고 울음을 그치지 못 했습니다.

그녀는 고향인 대구로 돌아갔고 그 곳에 는 그녀의 두 동생이 살고 있었습니다.
그녀의 유일한 혈육들 이었습니다.
남편이 마련해준 돈은 그대로 놔둔 채, 그녀는 둘째 동생의 식당에서 일을 도왔습니다.
몸이 바빠야 살 수있었기 때문이었고 앞으로 혼자 살아가려면 무언가를 해야 했습니다.
마음을 모질게 먹고, 남편의 전화도  차단했으며 찾아 왔을 때도 만나지 않았습니다.
그러나 남편을 사랑하고 그리워 하는 마음은 변함없이 커지기만 했습니다.
동생은, 아직 젊은 그녀에게 슬며시 재혼 이야기도 꺼냈으나 그녀는 매몰차 게 말을 막았습니다.
그녀의 마음은 변함없이 남편을 사랑하 는 마음으로 가득 했으니까요.
시어머니가 원망스럽지도 않았습니다.
남편에 비해 여러가지 조건이 나쁜 그녀 를 흔쾌히 받아준 시어머니였습니다.
아이만 ...손자만 낳아 드렸으면 얼마나 좋은 시어머니였을지 그녀 자신은 너무 나 잘 알고 있었습니다.
그저 남편이 재혼하여 아이를 얻기를 그녀는 그렇게 빌고 빌었답니다.
그게 가능하냐구요?
가능했기에 기적의 주인공이 되었지 않았겠습니까? ㅎㅎ...

남편은 어찌 되었을까요?
사람이 나간 자국은 사람이 들어와야 없어진다고, 시어머니는 그에게 선 볼 것을 강요했습니다.
사십이 넘었지만 허우대 멀쩡했고, 이혼했지만 아이도 없고 ,중소기업을 탄탄하게 이끌어가는 재력가이기에 선 자리는 쏟아졌습니다.
그는 무표정하게 선 자리에 나갔습니다.
그러나 그뿐.
이혼한 지 삼 년이 지나도록 아들이 재혼을 못하자 시어머니는 미칠 것만 같았습니다.
틀림없이 옛 며느리와 몰래 만난다는 생각을 하게 되었고 그 생각에 사로잡힌 시어머니는 맹렬한 분노에 쌓이면서 수소문을 했습니다
아들의 뒤를 미행시키고 며느리의 소재 를 확인했으나 알게 된 사실은 너무나 기막혔습니다.

며느리는 동생의 식당에서 일하고 함께 살고 있었고 아들은 날이면 날마다 술로 시간을 보내고 있었습니다.
회식 자리나 여러 사람과의 술자리는 술을 몇 잔 마시지 않았으나 ,혼자가 되면 으슥한 바의 한구석에 앉아서 양주 한 두병을 비우고 집에 돌아오고 어머니 에게 말없이 인사를 한 다음, 방에 들어 가 문을 잠그어 버렸습니다.
아침은 차려놓은 밥을 쳐다보지도 않고 나가버렸고, 시어머니는 그런 아들에게 어떤 말도 할수 없었습니다.
어느날 회사에서 비서의 다급한 전화를 받은 시어머니는 아득해지는 정신을 간신히 가누고 병원으로 향했습니다.
아들이 회사에서 쓰러졌던 것입니다.
급성 간경화에 ,영양실조에 가까운 몸 상태라는 의사의 말을 듣고 어머니는 주저앉고 말았습니다 .
영양실조라니...
이대로 두었다가는 아들은 죽을 것이고
, 아들은 죽음을 바라고 있다는 예감에
쌓인 어머니는 온 몸을 떨었습니다.
오늘은 여기까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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