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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urple01_next.gif권영심 수필가 문학서재

ㆍ작성자 권영심
ㆍ작성일 2021-11-14 15:18
ㆍIP: 180.xxx.153
마스크 전성시대
마스크 전성시대

       권영심 ( 2021 , 11 , 14 )

마스크 대란이 일어났을 때 나는 줄을
서서 사거나, 없어서 곤란을 당하지는
않았다.
운이 좋았는지 한 번도 사 본 적이 없는
마스크를, 대란이 일어나기 몇 달 전에
구매했었다.
티비 채널을 돌리다가 신기한 방송을
보았는데 홈쇼핑에서 마스크를 판매하 고 있었다.
별 것을 다 팔지만 마스크도 판매를 하는구나 신기했는데 ,그 때가 우한 코로나가 막 발견 될 즈음이었다.
사스나 다른 감염병이 유행했을 때도
마스크는 쓰지 않았고 여기저기서 받은
고급 마스크가 집에 여러 장 있었다.
방송에서 보는 흰 마스크의 형태도 처음
보는 것이었고 사 두면 필요할 듯도 했다.
그래서 백 장 48900원 하는 것을 두 셋트 구매했는데 두 셋트를 사면 만 원 을 할인해 주었다.
그래서 집에 마스크가 219장이 있게
되었는데 사실 사용하진 않았었다.

펜데믹이 되기까지 마스크를 쓰지 않은
듯 했고 그 이전부터 마스크 대란이 커지기 시작했다.
홈쇼핑에선 마스크 판매를 하지 않았고
흉흉한 소문들이 바로 현실로 나타났다.
일회용 마스크 백 장에 이 십 만원이 넘는 가격을 실제로 밴드의 판매대에서
보았었다.
그러더니 홀짝제, 줄서기 등등 마스크
난민들의 행렬이 동네마다 약국마다
진풍경이었다.
나는 여러 곳에 봉사를 다녔는데 마스크
대란이 일기 직전까지 봉사자들에게
일회용 마스크를 몇 십 매씩 나누어주는
곳들이 있었다.
선물을 챙기는 버릇이 아닌데 마스크만
은 착실히 받아 왔고, 그것들은 가게의
손님들에게 좋은 선물이 되었다.
줄 서서 마스크를 살 때는 손님마다 한
장 씩 주면 그렇게 소중히 가져가고
좋아했었다.
참 코메디같은 현실이 바로 작년이다.

어느새 마스크는 옷과 함께 반드시 착용
해야 하는 필수품으로 자리잡았고 코로
나가 사라져도 그렇게 될 듯 하다.
요즘은 패션 아이템이 되어 너무 예쁜
색상의 마스크들도 많이 있다.
두 번 다시 마스크 대란은 오지않을 것 을 믿지만 결코 확신할 수는 없다.
현재 집과 가게에 쟁여 놓은 마스크가 약 이 천 장 정도 되는 듯 하다.
내가 산 것은 거의 없고 선물로 많이
받았다.
모 단체의 총무로 일하는데 추석과 연말
선물로 마스크를 원하는 회원들이 많아
서 몇 번이나 그렇게 했었다.
요즘은 마트나 슈퍼에서 어느 정도 물건 을 사면 오 십 장 정도의 일회용 마스크 를 주는 것도 알뜰하게 모아 둔다.
아들은 무조건 한 번 쓰면 버리기 때문 에 일회용이 매우 요긴하다.
백에도 마스크를 보통 스므장 정도 넣고
다니는데, 여전히 꼬질한 마스크를 쓰는
어르신을 만나면 바꾸어 준다.
암튼 마치 식량을 비축해 둔 것 처럼 든
든하고 좋다.

오늘 어느 지인의 집에 놀러 갔었다.
사실은 내게 마스크를 좀 준다고, 굳이
나를 데리고 간 것이다.
내 글을 읽고 마스크를 나누어 주는 일 을 계속하라면서, 가져다주지는 못 하니
만난 김에 가져가라고 해서 좋아라 따라
갔다.
서경백화점 근처의 아파트인데 넓은 집
이 너무 호젓해서 쓸쓸함이 느껴졌다.
커피를 마시고 어느 방으로 데리고 갔는
데 정말 놀라고 말았다.
창고방으로 쓰는 듯 하는데 마스크박스
가 백 개는 넘어 보였다.
한 박스 안에 백 개 씩이니 만여장의 마
스크를 보고있는 것이다.
마스크 장사하다 망했느냐고 했더니 배
를 잡고 웃었다.
마스크 대란 때 하도 혼이 나서 ,처음엔
부지런히 사서 다람쥐 처럼 방에 감추어
두었고 지금은 외로울 때 색다른 마스크
를 구입한다고 했다.
외로울 때 마스크를 산다?
내가 쳐다 보았더니 씁쓸하게 미소지으
며 말했다.

딸 둘은 결혼해서 나가고 아들과 같이
사는데 거의 없는 사람이라고 했다.
마스크 대란일 때 온 데를 찾아 다니면
서, 마스크를 구해 딸네 집에 전화하면,
득달같이 와서 서로 더 가져 가겠다고
다투는 모습들이 그렇게 좋았단다.
그러노라면 밥도 같이 먹고 사위들도
오고 외로울 틈이 없었는데 요즘은 전혀
아니란다.
마스크를 쌓아 놓고 기다려도 잘 오지않
고 그래도 혹여나 또 대란이 일어나면?
걱정하면서 계속 산다는 말에 왠지 마음
이 짠했다.
많이 가져가라고 했지만 다음을 기약하
면서 다섯 박스를 가져 왔다.
가게까지 오면서 폐지할머니와 ㅎㅅ빌
라의 어르신께 듬뿍 인심을 쓰고 나머지
는 비축했다.
다시 마스크 대란이 일어나도 나는 끄떡
없겠다.
내가 그 딸들의 전번을 안다면 ,엄마 집에 가서 호들갑스럽게 마스크를 많이
가져가라고 알려주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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