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단법인 창작문학예술인협의회/대한문인협회-수필

ㆍ작성자	한영택
ㆍ작성일	2024-03-03 21:5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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설악산 종주 (1편: 오색의 밤 대청봉의 아침)

설악산 종주 (1편: 오색의 밤 대청봉의 아침)

한영택

설악산(대청봉 1,708m)은 우리나라에서 한라산, 지리산 다음으로 세 번째로 높은 산이다. 한라산, 지리산, 덕유산, 북한산과 더불어 한국 5대 명산에 속하고 산림청과 블랙야크에서 선정한 100대 명산에도 들어가 있다. 설악산국립공원(1970년 3월 24일, 다섯 번째 선정)은 외설악, 내설악, 남설악, 북설악으로 나누어지는데 기준은 대청봉이다. 대청봉에서 북쪽으로 바라봤을 때 바다 쪽이 외설악, 내륙 쪽이 내설악이며 남쪽은 바다 쪽 내륙 쪽 할 것 없이 남설악으로 칭한다. 외설악과 내설악을 가르는 기준은 공룡능선, 남설악과 내설악을 가르는 기준은 대청봉에서 십이선녀탕까지 뻗은 서북능선이다.

설악산은 돌산이다. 당연히 등산 난이도는 국내의 산 중 가장 높은 수준이므로 어떤 코스든 간에 음료와 간식을 넉넉히 챙기고 최상의 건강 상태를 유지하도록 해야 한다. 설악산은 지리산과 비교하여 대피소(산장)의 숫자가 적은 편에 속한다. 대피소는 천불동, 마등령 등산 기점인 비선대에 자리 잡은 비선산장, 공룡능선의 시작이자 끝인 희운각대피소, 소청봉 주변에 자리 잡은 소청대피소, 대청봉과 중청봉 사이에 자리 잡은 중청대피소가 있고 천불동계곡의 양폭대피소, 수렴동계곡의 수렴동대피소도 있다.

설악산을 등산이 아닌 관광목적으로 처음 찾는 사람들은 대부분 설악동 신흥사 쪽으로 많이 온다. 종주 코스로는 남교리에서 출발하여 서북능선을 따라 대청봉을 오른 후 희운각대피소 → 공룡능선 → 마등령 → 설악동으로 하산하는 설악 대 종주 코스가 있다. 총길이는 약 37km, 소요 시간은 약 23시간, 너덜지대가 많은 서북능선과 급경사 고개가 수십 번 반복되는 공룡능선을 통과하여 마등령에 진입 후 최대 48.5%의 급경사를 통해 비선대, 설악동으로 하산하기에 가장 난이도가 높다. 필자는 오색(5.4km)에서 대청봉에 오른 후 희운각대피소 → 공룡능선 → 마등령→ 비선대 → 설악동으로 하산하는 약 21km 종주 코스이다.

매년 10월 초면 설악산 단풍이 가장 먼저 물들기 시작한다. 적기에 최고의 단풍 구경을 하려고 일정을 맞췄는데 올해는 늦더위가 계속되어 어떨지 궁금했다. 전날 밤 10시 산악회 회원들과 버스로 대구에서 출발해서 새벽 2시 30분 설악동 오색통제소에 도착하니 벌써부터 수많은 등산객으로 꽉 메웠다. 계속해서 들어오는 버스에 몰려드는 등산객이 아마 수천 명은 될듯하다. 정상인 대청봉은 오색 방면, 한계령 방면, 백담사 방면, 설악동 방면에서 오를 수 있는데 새벽 3시부터 출입을 허용한다. 대청봉에 오르는 가장 짧은 코스는 오색(남설악탐방지원센터)이라 더 많은 사람이 이곳으로 몰리는 까닭이다.

새벽 3시 통제소 문이 열리자 많은 등산객이 줄지어 들어간다. 대청봉까지는 가파른 오름길의 연속 5km나 올라야 한다. 한밤중 캄캄한 등산로에 랜턴을 켜고 꼬리에 꼬리를 물고 줄지어 올라가는 모습 또한 장관이다. 설악산이나 지리산을 종주해 본 사람이면 이런 진풍경을 볼 수 있을 것이다. 컴컴한 산길 무성한 나무 틈새로 하늘에 떠 있는 반달은 더 밝게만 보인다. 간간이 등산로 옆 쉼터에서 숨을 돌리며 물과 에너지과자를 먹으며 앞서거니 뒤서거니 일행들 틈에 끼여 묵묵히 올라간다.

2시간 정도 오르니 어둠이 점점 가시고 시야가 조금은 밝아지는 느낌이 든다. 6시경 숲길에서 벗어나 정상부에 다다르니 휑하게 찬바람이 불어닥쳐 땀에 젖은 몸을 금방 식혀버린다. 파카를 꺼내 입고 좀 더 오르니 랜턴 불빛으로 비친 대청봉 표석에는 이미 기념사진을 찍으려는 사람들로 길게 줄지어 서 있다. 힘들게 올랐으니 기념 촬영은 해야겠지? 하며 10여 분을 기다렸다가 인증사진을 찍었다.

정상석에서 아래로 내려오니 엉거주춤 젊은 친구가 다가와 “이제 일출 봐야겠죠?” 한다. 해뜨기 직전이라 “당연하죠.” 그런데 짧은 티셔츠만 입고 있어 일출을 보고 갈 때까지는 너무 추울 것 같아 가지고 온 조끼를 꺼내 입으라고 권했다. 수원에서 혼자 왔다는 같은 해병대 출신 후임(2018년, 36년 차)이었다. 선임(1982년)에게 깍듯이 ”필승“ 6시 30분부터 일출을 보려고 30분을 떨면서 기다렸지만, 계속 짙은 안개가 휘감고 올라와 앞을 가려 볼 수가 없었다. 고봉(高峰)에서는 자주 나타나는 현상이라 해는 이미 떴고 안개로 볼 수 없기에 그냥 가기로 했다. 후배와 작별하고 아쉬웠지만 갈 길을 재촉한다.

중청봉, 소청봉을 지나 희운각대피소로 향하는 중에도 안개가 자욱해 계속 이런 날씨면 멋진 풍경도 보기가 어려우니 힘들게 공룡능선을 타고 종주하기보다 천불동계곡으로 하산하는 것이 나을 것으로 생각하며 내려오는데, 희운각산장에 다 와 갈 무렵 갑자기 시야가 확 트인다. 햇살이 비치고 곱게 물든 단풍잎에 전방 좌측으로 마등령까지 길게 뻗은 공룡능선과 우측 깊숙이 타고 내려가는 천불동계곡의 빼어난 암봉(巖峰)이 한눈에 들어오니 금방 생각이 바뀌고 가슴을 설레게 한다.

8시 30분 희운각산장에 도착해 잠시 휴식을 취하며 간단한 요기를 하고 본격적으로 시작될 산행을 위해 만반의 준비를 했다. 앞서 본 공룡능선과 수많은 암봉, 7개의 큰 봉을 오르고 내리고 마등령 고개를 넘어 잘 갈 수 있을까? 약간의 두려움도 있었지만, 고통스럽고 힘들어도 오늘은 기필코 제대로 종주를 해야겠다고 마음을 다잡았다. 젊은 시절 똑같은 코스로 설악산 종주를 한번 한 적이 있었고, ‘코로나19’ 이전 마라톤 풀코스 경험도 있어 할 수 있다는 자신감으로 온 것이다. 하지만 세월이 많이 흐른 지금에 모처럼의 장거리 고난이도 산행이라 더욱 신경을 써야 할 거 같다. 중간중간 적절히 에너지 보충도 하고 체력이 고갈되지 않게 해야 가능하겠지?
<다음 2편 연속>

23.10.07

최하정 2024-04-10 22:53	`한영택` 님이 선택한 답글 입니다. 한영택 시인님 반갑습니다 설악산 종주 멋집니다 오색의밤 대청봉의아침' 제목부터 너무 멋집니다 설악산 대청봉엘 가본 지도 오래되었네요 너무나 좋은 힐링이 되셨으리라 생각됩니다 계속 더욱 멋진 글 집필하시어 발표하시길 바랍니다 귀하신 걸음으로 다녀가심 진심으로 감사드립니다 건강하시길 바랍니다.

한영택 2024-04-12 12:10	《Re》최하정 님 , 최하정 시인님 반갑습니다. 찾아주셨군요. 설악산은 언제 어느 곳으로 올라도 최고로 멋지고 좋은 산입니다. 당일 코스로 오르기 쉬운 곳도 있지만, 설악산 전반을 볼 수 있는 종주는 악산이라 난이도가 높고 장시간 산행이라 초보자는 무척 힘들 것이라 여겨집니다. 산을 좋아하는 사람이라면 설악산 종주(공룡능선 코스) 한번은 해 봐야겠지요? 힘이 들었던 건 사실이지만, 나이도 들고 앞으로는 더 어려울 것이라? ㅎㅎㅎ 맑은 가을날 곱게 물들어 가는 단풍, 빼어난 암봉, 동해의 푸른 바다를 조망할 수 있는 최고의 힐링 장소라 하겠습니다. 하지만 체력이 따라 줘야겠지요? 좋은 봄날 꽃들의 향연이 이어지고 나뭇가지엔 초록빛으로 물들어 가고 있습니다. 계절 따라 순응하며 피고 지고 또 새로운 희망의 빛으로 돋아나듯이, 모두 하나 된 마음으로 희망의 빛을 선사하며 좋은 일들로 채워갔으면 좋겠습니다. 건강하시고 좋은 날 되십시오. 감사합니다.

설악산 종주 (2편: 초 절정의 경치 공룡능선)

북한산 숨은벽능선을 오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