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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urple01_next.gif한영택 수필가 문학서재

ㆍ작성자 한영택
ㆍ작성일 2024-02-20 21:26
ㆍIP: 1.xxx.79
길 위의 인생 13

길 위의 인생 13 (좋은 날도, 궂은날도, 깊어져 가는 밤에도)

한영택

영업이 어려운 시기는 한여름과 한겨울 학생들의 방학 기간이다. 특히 여름철엔 더위를 피해 바다로 산으로 떠나 한낮 도심의 거리는 한산한 편이다. 저녁이 되어서야 움직인다지만, 봄, 가을철과 차이가 난다. 기사들은 대체로 자기가 거주하는 동네를 거점으로 영업을 시작한다. 필자는 대구 수성구에서 가창, 청도로 가는 길목 동네에 있다. 약 4km 떨어진 거리엔 마사회(스크린 경마장)와 스파밸리(물놀이장)가 있어 필자는 주말마다 경마장을 찾는 사람과 여름엔 물놀이장을 찾는 사람들을 상대로 영업할 수 있어 특수를 누린다.

입추 다음 날인 8월 8일 서울에는 시간당 141m(115년 만의 최고), 군산에는 시간당 100m 폭우가 내리는 등 중부와 남부 지방에 많은 비가 내려 인명과 재산 패해가 있었다. 하지만 이곳은 타지역과 달리 강수량이 적어 충분한 양의 비가 더 내리기를 바라고 있다. 13~14일 (19:00~23:00) 대구스타디움에서 싸이 공연이 있었는데, 공연 날 스타디움 주변에 파란 티셔츠를 입은 사람들이 줄지어 몰려들었다. 이틀 동안 6만 명이나 왔으니~~~ 공연이 끝나면 한꺼번에 나오는 인파로 엄청 혼잡하다. 대중교통도 끊어진 시간이고 외곽지라 한참을 걸어 나와야 하는 등 택시가 없으면 불편함이 많다.

필자는 오후 3시부터 줄 곳 스파밸리와 경마장에서 영업하다가 저녁을 먹고는 곧바로 시내로 들어와 영업하는데 11시경 피곤함이 확 몰아친다. 그렇지만 이어지는 손님으로 꾸역꾸역 계속이다. 밤 1시 30분 경산 서부동 손님을 마지막으로 일을 끝내고 집으로 가는데 대구스타디움 앞을 지나가니 어두컴컴한 도로 주변에 택시 타려는 사람이 줄줄이 서 있는 광경이 보였다. 가는 길이라 맞닿은 젊은 연인 2명이 “시내 엘리스호텔요” “타세요” 엄청 반가운 기색으로 차에 오르자, 옆에 있던 다른 일행 3명이 “시내로 가면 제발 같이 좀 태워주세요” 사정사정하였다. 방향이 같아서 먼저 탄 젊은 연인에게 양해를 구하니 흔쾌히 승낙, 합승키로 하였다.

먼저 탄 젊은 연인은 부산에서 싸이 공연을 못 봐서 대구 공연에 미리 호텔까지 잡아놓고 보러 왔다고 한다. 뒤에 탄 일행 3명은 창원에서 왔다며 “주말이라 공연도 보고 놀 겸 시내에서 한잔하려고요.” 했다. 일할 땐 열심히 일하고 놀 때는 신나게 놀고, 아직 청춘이니 걸리는 게 없고 체력도 따라주니 좋을 때다. 필자도 젊었을 땐 그랬으니까~~~ 가장 번화가 동성로에 일행 3명을 내려주니 ‘태워주셔서 너무너무 고맙습니다’ 했다. 잠시 후 엘디스호텔에 내리고 곧장 집으로 향하니 밤 2시가 넘었다. 지난 4월 16일 ‘사회적 거리 두기’ 해제 후 심야에는 줄어든 택시에 늘어난 손님으로 호황이다. 건강을 생각해 밤 12시 이전에 일을 마치려 하지만 주말엔 어쩔 수 없다.

‘택시 대란’이란 뉴스를 듣고 요즘 벌이가 잘 되겠다고 하겠지만 결코 쉽게 돈 버는 것이 아니다. 공무원, 직장인처럼 정해진 시간만 근무하면 수입이 보장되는 것도 아니고, 여러 변수에 따라 달라진다. 남들이 놀 때, 자야 할 시간에 오로지 혼자만의 노동력으로 얻는 수입이라 일의 강도도 강하고 힘든 게 사실이다. 고독한 자기만의 싸움, 좁은 공간에서 난감한 상황에 부닥쳤을 때 기사의 고뇌 또한 겪어보지 않고는 모를 것이다. 시민의 발 택시, 강한 노동은 짜릿한 휴식을 위함일까? 세상에 공짜는 없기에 노동의 대가로 얻는 것은 정말 값지다. 오늘도 내일도, 좋은 날도 궂은날도 깊어져 가는 밤에도, 뭇사람들의 발이 되어 달려가는 택시, “길 위의 인생”에 건강과 행운이 함께하기를 바랄 뿐이다.

22.08.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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