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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urple01_next.gif한영택 수필가 문학서재

ㆍ작성자 한영택
ㆍ작성일 2021-05-28 13:45
ㆍIP: 110.xxx.186
봄맞이 섬진강 매화꽃 길을 달리다

봄맞이 섬진강 매화꽃 길을 달리다

한영택

섬진강의 물을 먹고 자란 매화꽃은 더 찬란하게 피어올랐다. 매년 3월이면 (올해는 3월 17일 ~ 3월 25일. 9일간) 전남 광양시 다압면 도사리 백운산 자락에 있는 매화마을에서 매화 축제가 열린다. 벚꽃이 만개하려면 이달 하순이나 되어야겠지만, 긴 겨울을 깨고 봄을 알리는 매화가 가장 먼저 붉고 하얗게 그 자태를 활짝 드러낸다. 매화꽃을 보며 봄을 맞이하러 온 것이다.  

여수 MBC와 경남 하동군이 공동 주최한 제19회 섬진강꽃길마라톤대회는 경남 하동과 전남 광양을 잇는 섬진교 둔치에서 열리는데, 이 대회는 영호남 화합을 위해서 매년 3월 매화 개화  시기에 맞춰 경남 하동군과 전남 광양시에서 해마다 번갈아 가며 대회를 개최하고 있다.

올해 전국적으로 마라톤대회는 총 230곳(울트라 18곳)에서 열린다. 월별로 보면 1월 17곳, 2월 13곳, 3월 21곳, 4월 30곳(3), 5월 36곳(5), 6월 28곳(4), 7월 7곳(2), 8월 7곳(1), 9월 20곳(1), 10월 6곳(2), 11월 5곳으로 끝난다. 많은 대회가 있지만, 필자는 선별해서 1달에 한 곳 정도 가기로 했다. 동절기인 1월과 2월엔 가지 않아서 올해는 여기서부터 시작이다.

9시 30분 풀코스를 시작으로 하프, 10km, 5km 순 5분 간격으로 출발한다. 코스는 섬진교 둔치 Start → 매화마을(5km 반환) → 고사마을 → 도시 제방길 → 송정공원(10km 반환) → 면민공원 → 다압취수장(하프 반환)까지 갔다가 되돌아오는 경기다. 풀코스는 여기에서 죽천마을 → 금천마을 → 매화랜드 → 하천마을 → 남도대교 → 구례 간전면 운천리(풀 반환)까지 갔다 와야지만, 필자는 오늘 하프 코스를 뛴다.

세상에서 가장 아름다운 길 섬진강 50리 길(하프 21.975km)을 달려갈 것이다. 섬진강 나루터 앞엔 마른 억새가 군락을 이루고 굽이굽이 흐르는 강줄기 따라 크고 작은 산 아래로 보석같이 박힌 마을이 평온하게만 보인다. 백운산과 지리산을 가로지르는 섬진강으로 봄의 전령사 홍매화가 붉은 속살을 드러내고 물길 따라 꽃길 따라 콧구멍을 파고드는 매화 향에 그만 빠져버린다.

출발신호에 따라 제방 안쪽 길을 벗어나 13분 정도 달려가니 매화마을(2.6km 지점)이 나오고, 이어 송정공원(5.7km 지점) 고사마을 입구(7.1km)에 이어 다압면사무소(8.3km)를 지나 죽전마을 조금 못 미쳐서 하프 반환점(다압취수장)이다. 반환점 강 건너에는 평사리공원의 하얀 백사장과 더 넓은 들판이 봄을 알리고 있다.  

공기 좋고 경치 좋은 꽃길을 달리니 힘 드는 줄도 모르겠다. 섬진강나루터의 나룻배와 둔치의  제방 길로 이어지는 붉고 흰 매화꽃, 우거진 대숲, 황금빛 갈대, 잔잔한 물결 위에 홀로 떠 있는 나룻배, 울창한 송림, 하얀 백사장, 벚꽃 터널 길, 달리는 내내 섬진강의 빼어난 풍광을 맘껏 즐긴다. 흐르는 물이 만들어낸 하얀 백사장은 너무도 반짝였다. 굽이굽이 흘러가는 맑은 강물에 내딛는 발길 따라 마음도 흘러간다.

21km 뛰는 동안 내내 섬진강 줄기 따라 이어지는 아름다운 풍경에 취해 버렸다. 골인 점 1km 전방부터는 제방 안쪽 외길이다. 간간이 앞에 나와 응원해주는 사람들의 시선을 받으며 남은 600m 마지막 스피드를 올린다. 드디어 골인 하프 1:43‘14로 들어왔다. 작년 11월 이후 올해 들어 첫 번째 출전 경기인데 좋은 기록이다. 강둑을 거니는 연인들의 모습이 정겹게 보인다. 따스한 햇볕에 활짝 피는 홍매화처럼 사랑도 피고 있었다.

제9회 MBC 섬진강꽃길마라톤대회 (17.03.05)      

이어서 화개장터 관광

화개장터(경남 하동군 화개면 탑리)로 가는 길이다. 전남 광양시 다압면 신원리 섬진교 둔치에서 섬진교를 건너지 않고 섬진강매화로길 따라 전남 구례군 간전면 운천리로 가서 남도대교를 건너 화개장터로 가도 되고, 섬진교를 건너 경남 하동군 하동읍 광평리에서 섬진강대로를 타고 화개장터로 갈 수도 있는데, 거리는 20km로 같다. 필자와 일행은 다리를 건너 화개장터로 갔는데, 수령 40~50년 된 벚나무가 가로수를 꽉 메웠다. 벚꽃이 활짝 피면 정말 아름다운 길이 되리라 생각이 들었다.

화개장터에는 화개교를 중심으로 한쪽엔 식당이 즐비하고 한쪽은 장터로 유명하다. 이곳에 와서 꼭 먹어보고 싶은 건 재첩국이다. 유명하다는 섬진강 재첩국 과연 그 맛은 어떨까? 화개면 탑리 동백식당 들러 오리지널 재첩국, 재첩무침, 빙어튀김 등 고루고루 먹어 보았는데, 역시  재첩국의 맛은 제맛이다. 다음으로 화개장터를 둘러보아야겠지? 장터엔 많은 사람이 찾아 북적거린다. 이곳저곳 가게마다 만물상이다. 조영남 가수의 ‘화개장터’ 노래 구절이 떠오른다.

“섬진강 줄기 따라 화개장터에 ~~~ 중략~~~ 있어야 할 건 다 있구요. 없는 건 없답니다. 화개장터.” 장터 중앙에는 ‘화개장터’ 노래 주인공 조영남 조각상이 있었다. 걸터앉아 사진도 찍고, 장터에서 파는 호박엿과 보리개떡도 사 먹고, 복닥거리는 사람들 틈에 끼여 한참을 보냈다. 비둘기 한 마리가 주위를 맴돌다 머리 위로 파다 닥, 찰카닥! ㅎㅎㅎ ”구경할 건 다 했구요 이제는 가야해요 대구로요.“ 화개장터에서 국도로 가는 길 노고단 성삼휴게소(33km, 44분)에 들렀는데, 빼어난 계곡 길은 멋졌지만, 잔설이 있어 지리산은 아직도 겨울이다.    

붉게 핀 홍매화의 미소가 검은 벚꽃 나뭇가지 끝으로 번져 뾰족이 솟아오른 몽우리가 금방이라도 터질 듯 이제 곧 화개장터 벚꽃 10리 길에는 꽃을 피우며 상춘객을 맞겠지~~~ 은은한 쇠북소리 울리며 걸음을 재촉하겠지~~~ 그렇게 섬진강의 매화는 3월의 봄을 알리고 있었다.

쇠북소리: 시간을 알려주는 메시지. 불가와 민가에서의 의미는 좀 달라도 시간관념을 규율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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