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단법인 창작문학예술인협의회/대한문인협회-수필

ㆍ작성자	한영택
ㆍ작성일	2021-06-01 07: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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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오산 산행

금오산 산행

한영택

계절의 여왕 오월이라지만, 올해는 비도 잦고, 황사에, 미세먼지에, ‘코로나 19’ 여파로 원하는 시기에 마음 놓고 바깥바람 쐬기도 녹록지 않다. 1987년 직장에 다닐 때 동료들과 금오산 산행을 한 적 있어 지금은 어떨까? 궁금하기도 하고 한 번 더 가보고 싶었기에 잘 됐다 하고 나선 길이다. 그때 생각을 떠올리면 지금 금오산 가는 길 주변은 몰라보게 바뀌어 있다. 금오지 주변도 잘 정리되어있고, 주차장과 백숙골목도 새롭게 단장되었다.

주차장에서 금오산관리소를 지나 조금 오르면 해운사 입구까지 바로 올라갈 수 있는 케이블카(길이: 805m 운행: 09:00~18:15 요금: 왕복 8,000원, 편도 5,000원)가 있다. 등산로 길목 우측에는 새 2천 년을 맞아 구미 발전을 위한 시민의 소중한 뜻을 모아 영산 금오산 정기가 온 누리에 충만해 새로운 희망과 용기가 샘솟기를 기원하는 돌탑(99.12.30.)이 있다.

잘 정비된 계단 길을 500m 오르면 고려 말 왜구의 침략이 잦자 금오산 정상부와 계곡부에 이중으로 성을 쌓고 백성들이 들어와 지켰다고 하는 금오산성이 있는데, 조선 초에 크게 고쳐 쌓았다고 한다. 산성길이는 3.700m 내성은 2,700m 이며 높이는 1~3m 인데, 성문의 현판은 大惠門이다. 크게 은혜를 입은 문이라는 뜻이다.

해운사로 들어서기 직전 우측 한쪽에 지하 168m의 암반층에서 솟아나는 맑고 신선한 양질의 샘물 영흥정이 있다. 해운사는 대한불교조계종 제8교구 직지사의 말사 신라 말 도선이 창건 당시에는 대혈사라고 했다. 임진왜란 때 폐사되어 오랫동안 폐사지로 있다가 1925년 해운암이라는 암자로 복원하여 1956년 대웅전을 신축하면서 해운사로 바뀌었다고 한다.

쏴~~~ 시원한 폭포수 소리가 들린다. 해발 400m 지점에 있는 대혜폭포다. 수직 27m 높이에 떨어지는 물소리가 금오산을 울린다 하여 명금폭포라는 별명도 있다. 금오산 정상부의 분지에서 발원하여 긴 계곡을 따라 흘러내리는 폭포수는 이 고장의 유일한 수원이 되니 큰 은혜의 골이라 하여 대혜골이라 한다. 또 물이 떨어지는 일대에 움푹 파인 연못이 있어 욕당이라는데 선녀들이 폭포의 물보라가 이는 날 무지개를 타고 내려와 주변 경관과 옥 같은 맑은 물에 탐하여 목욕을 즐겼다 한다.

여기서 정상까지는 2.1km 거리다. 할딱고개에 올라 도선굴 쪽으로 바라보니 기이한 풍경이다. 갈림길까지는 1.6km 급격한 오름길이 이어진다. 산 높이에 비해 시간이 짧게 걸리는 것은 등산로가 완만하지 않고 가파르기 때문인 거 같다. 갈림길에 당도하자 오형돌탑과 정상가는 길로 갈라진다. 오형돌탑 쪽으로 가면 자연암벽에 조각된 마애석불과 돌탑을 쌓은 주인공이 돌에 새겨놓은 글이 있다. 그곳에서 약사암과 산 아래를 내려다보는 풍경이 일품이려니 한꺼번에 못 가보는 아쉬움이 있다.

큰 돌 작은 돌 / 잘생긴 돌 못생긴 돌 / 차곡차곡 등에 업고 / 돌탑으로 태어나서 / 떨어질까 무너질까 / 잡아주고 받쳐주며 / 비바람을 이불 삼아 / 산님들을 이불 삼아 / 깨어지고 부서져서 / 모래알이 될 때까지 / 잘 가라 띄워 보낸 / 낙동강을 굽어보며 / 못다 핀 너를 위해 / 세월을 묻고 싶다. - 석이 -

필자와 친구들은 곧바로 정상으로 향한다. 성안으로의 길은 입산금지 상태고, 약사암 직전까지는 산만한 오름길인데, 바닥에 물이 줄줄 흘러내리고 있다. 해발 900m 약사봉 아래에 자리하고 있는 약사암은 대한불교조계종 제8교구 본사인 직지사의 말사로 의상스님(625~702)의 수행처였다. 신라시대에 창건되었는데 당시의 유물은 발견된 바 없고, 1618년(광해군 10) 간행된 <일선지 一善誌>, 1799년(정조 23) 간행된 <범우고 梵宇攷>에 고찰(古刹)이었음을 알려주는 기록이 남아 있다. 고종 때 편찬된<영남진지 嶺南鎭誌>에는 ‘법당은 8칸으로 성내(城內) 삼리(三里)에 있다.’라는 내용이 나온다. 오늘날 동상으로나마 모시고 숭고한 정신을 기리고자 건립했다.

정상부에 올라서니 외국인 대학생과 구미공단 근로자로 보이는 사람이 무리지어 있다. 정상 석은 상부와 하부에 각각 있었다. 알아본 즉, 1953년 11월 한미행정협정에 따라 정상 부지는 미군 통신기지로 사용되며 출입통제구역이었는데, 구미시가 10년간 협상 끝에 정상을 포함한 5,666㎥를 돌려받고 1년간 복원사업을 거친 후 2014년 9월 구미시민의 품으로 돌아왔다. 정상석은 복원사업 중 현장에서 나온 자연석으로 다시 세웠다. 금오산 정상 반환까지 있었던 정상석은 10m 바로 아래 있는 것이다.

상부(현월봉 976m) 정상석에 오르자 연인으로 보이는 외국인 남녀가 있었는데 여성이 정상석 위에 올라 사진을 찍을 무렵 친구들이 몰려와 같이 기념사진을 찍는 재밌는 일이 있었다. 하부 정상석에는 외국인 여대생 10명 있었는데, 필자가 다가가자 사진 좀 찍어 달라고 해서 찍어주고는 응급결에 같이 사진을 찍기도 했다. 날씨도 좋고 생각보다 금오산은 갖출 건 다 갖춘 거 같다. 한쪽에 자리를 잡고 간단하게 요기를 한다. 친구들이 올라올 때 힘이 들었는지 빡세다 한다.

하산이다. 필자는 빠른 걸음으로 내려오고 친구들은 뒤에 따라 온다. 올라 올 때 못가 본 도선굴에 가보고 싶었기 때문이다. 대혜폭포에서 약 150m 위에 있는 도선굴은 천연동굴로 암벽에 뚫린 큰 구멍이기에 대혈(大穴) 이라고도 했으나 신라 말 풍수의 대가인 도선선사가 득도한 곳이다. 고려 충신 야은 길재 선생이 대혈사와 이 굴 아래 소요(逍遙)하며 도학에 전념했고, 임진왜란 때에는 향인이 난을 피해 암벽의 틈에 기어오르는 칡넝쿨을 부여잡고 굴에 들어와 세류폭포의 물을 긴 막대로 받아먹었던 피난처였다. 현재의 통로는 1937년 경북 선산군 구미면에서 개통한 것인데 굴 내부는 길이 7.2m 높이 4.5m 너비 4.8m 정도 된다.

물보라를 일으키며 떨어지는 폭포수를 바라보며 휴식을 취한다. 뒤따라오던 친구들이 오고, 정상에서 만났던 외국인 여대생과 연인도 있었는데, 서로 보고는 미소를 짓는다. 하산해서 맛집을 찾아야지 하는데, 한 등산객이 백숙골목 큰 나무집을 추천한다. 약 5시간 산행을 하고 뭔가 먹어야 할 시점에 큰나무집 식당의 궁중한방백숙은 입맛을 당겼다. 그렇게 친구들과 노닥거리며 일상에 찌든 스트레스를 말끔히 날려 보낸 시간이었다. 막간을 이용해 둘러본 금오지 둘레 길은 잘 단장되어 있었는데, 찾는 사람들의 트레킹과 휴식 공간으로 안성맞춤이다.

21.05.22.

정대수 2021-06-01 17:08	`한영택` 님이 선택한 답글 입니다. 한영택 작가님 안녕하세요. 구미 금오산 산행을 하셨군요. 저는 말로만 들었는데 높이가 일천고지에 가까운 제법 고산이었습니다. 우리나라의 산들이 군사보호지역으로 통제되었던 곳이 많죠. 친구와 하는 산행은 재미도 있고 정이 더욱 두터워지는 계기가 되지요. 크게 은혜를 입은 대혜문을 통과하셨으니 올해 좋은 일들로 많아지실것 같습니다. 모쪼록 건강하시고 만사 형통하시기를 기원드립니다.^^

한영택 2021-06-01 23:27	《Re》정대수 님 , 정대수 작가님 안녕하세요? 싱그러운 녹음방초의 계절은 여름으로 가고 있습니다. 대구에서 가까운 금오산 산행 나름 좋았습니다. 마음이 잘 맞는 친구들과의 동행은 언제나 편하고 즐겁습니다. 바쁜 생활 속에서도 가끔은 여유를 찾고, 자연과 호흡하며 일상에 지친 스트레스를 날려 보냄도 좋을 듯합니다. 태양 안에 산다는 황금까마귀가 노닐어 태양의 정기를 받은 영산인 금오산은 1970년 6월 한국 최초로 도립공원으로 지정되었습니다. 대혜문을 통과했으니 크게 은혜를 입었다~~~? 그러면 좋지요 ㅎㅎㅎ 작가님도 건강하시고 좋은 일만 가득하시길 바랍니다 6월엔 더 행복하시고 평안하십시오 감사합니다.

김종덕 2021-06-16 16:08	한영택 작가님, 안녕하십니까? 오랜 만입니다. 마치, 금ㅇ소나 정상에서 시원한 바람은 맞는 기분입니다. 이 시대에 그애도 기분 좋게 하루를 보내셨다니 참으로 기분 좋습니다. 코로나가 빨리 가야 산에도 한번 가볼 수 잇을 것 같습니다. 대신 즐거운 산에 다녀오셔서 더욱 마음 가볍습니다. 건강하시고 행복하십시오.

한영택 2021-06-18 18:29	《Re》김종덕 님 , 김종덕 작가님, 오랜만에 반갑습니다. 오늘에 충실하는 사람들 비록 현실이 우호적이진 않지만, 여가를 잘 활용하는 것도 인생을 즐기는 한 방법이겠지요? 가족, 동료, 친구, 이성간 누구와 같이 하느냐에 따라 의미도 다르겠지만, 가까운 친구와 가끔은 혼탁한 도심을 벗어나 푸른 자연의 품에서 보내는 것도 심신 건강에 정말 좋은 거 같습니다. 금오산의 시원한 폭포수와 산바람이 하루를 기분 좋게 하였습니다. ‘코로나 19’로 대부분의 사람들이 답답한 일상을 보내고 있지만, 이제 백신접종도 속도를 내고 있어 자유로운 일상으로 되돌아 갈 날도 멀지 않은 거 같습니다. 더워지는 날씨 건강하시고 행복하십시오. 감사합니다.

정찬열 2021-06-28 18:55	아녕하세요 오랜만입니다. 존경하는 한영택 작가님~ 1925년 해운암이 단장하여 1956년 해인사가 되었다구요 역시 자랑스런 한 작가님의천여m 현월봉에서도 외국에서왔다는 여성들이 미남형의 작가님과 추억을 남기고 간직하고 싶었겠지요 참 해운사 입구 까지 805m케이블카가 있다는것도 광주에 촌놈이라 처음 아는 사실에 한번쯤 가보고 싶음이 간절해지네요 비록 무릎이 성치 않아도 케이블카로 해인사도 가보고 금오지 둘레길이면 하루가 즐거울듯합니다 한작가님 덕분에 앉아보는 금오산 산행 즐거웠습니다. 머지 않아 장마가 온다고 하네요 항상 코로나와 이상기온에 건강에 유의 하시고 행운을 빕니다. 한영택 작가님~

한영택 2021-06-30 19:04	《Re》정찬열 님 , 정찬열 작가님 안녕하세요? 남의 떡이 더 맛있게 보인다고 가까이 있는 곳보다 멀리 있는 곳을 더 가보고 싶어 하는 건 누구나 같은 거 같습니다. 저는 광주 무등산에 가보고 싶은데, 작가님이 구미 금오산에 와보고 싶어 하는 것처럼요.ㅎㅎㅎ 영남 8경에 속하는 금오산은 잘 단장된 금오지 둘레 길도 좋고, 케이블카를 타고 해운사까지 올라 대혜폭포와 도선굴까지 쉽게 구경할 수 있으니 도보 산행이 어려우신 분들은 좋을 듯합니다. 이후 정상까지(2.1km)는 가파른 오름길이라 생각보다 엄청 힘든 코스였기에 참고하셔야겠습니다. <영남 8경: 1경 문경 진남교반, 2경 문경새재, 3경 청송 주왕산, 4경 구미 금오산, 5경 봉화 청량산, 6경 포항 보경사, 7경 영주 희방폭포, 8경 의성 빙계계곡> 백신접종으로 사회적 거리두기 완화 등 활기를 찾아가지만, 변이바이러스로 또 불편하게 하네요. 건강은 건강할 때 지키라고 좋은 곳 많이 다니면서 생활에 활력을 찾았으면 좋겠습니다. 올해의 절반이 가는 6월 마지막 날입니다. 잘 마무리 하시고 7월엔 더 건강하시고 행복하십시오. 감사합니다.

영암(靈巖)의 기가 치솟는 월출산으로 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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