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단법인 창작문학예술인협의회/대한문인협회-수필

ㆍ작성자	한영택
ㆍ작성일	2024-02-20 21:29

ㆍIP: 1.xxx.79

태백산(太白山) 최고의 설경을 보다

태백산(太白山) 최고의 설경을 보다

한영택

甲辰年 1월 중순 폭설이 내린 후 영하 20℃가 넘는 한파가 전국적으로 이번 주 내내 이어진다고 한다. 특히 강원 산간 지역과 태백산엔 30cm 넘게 내린 눈으로 겨울 눈꽃 산행을 즐기는 산객들의 구미를 당기게 한다. 하지만 산간지대는 빙판길과 안전상의 문제로 입산을 통제하기에 적기에 산행하기란 쉽지 않다. 눈이 많이 내렸다 해도 맑은 날이 지속되면 며칠 후 대부분 녹아버리기에 현지에서 순백의 설경을 만끽하기란 어렵다. 하여 눈이 올 때나 내린 직후가 가장 좋다. 전국적으로 주말까지 한파가 계속될 것이라는 일기예보에 마땅한 이동 수단이 없어 매우 아쉽다고 하고 있었는데, 때마침 기회가 왔다

당일 버스로 태백산까지 가는 길 주변은 뉴스에서 들은 것과 달리 눈이 별로 없었다. 폭설이 내린 후 한파가 이어져 녹지 않고 그대로 쌓여 있을 줄 알았는데 ‘별로구나’ 생각하며 해발 700m 지점에 당도해 얼핏 산 정상부를 향해 쳐다보는 순간 완전히 놀랐다. 산 아래와는 전혀 다른 풍경이 보인다. 민족의 영산 기운이 서려서일까? 아침 10시 구름 한 점 없는 동쪽 하늘 산 능선으로 떠오르는 태양 빛에 순백의 눈에 반사되어 은빛 보석들이 반짝거리는 것 같다. ‘아~~~ 오길 잘했구나.’ 아이젠 등 준비를 끝내고 설레는 마음으로 산행 시작이다. 눈이 두껍게 쌓인 등산로 따라 뽀드득뽀드득 발소리를 내며 오르기 시작한다. 일행들과 10분 정도 오르자, 환상적인 눈꽃 풍경이 펼쳐지며 연신 감탄사를 연발한다.

영하 15℃ 한파에 고지대라 더 추울 거 같았지만 산행 중 바람이 없어서 그런지 전혀 추위를 못 느낀다. 그냥 주변 풍경에 취해 있을 뿐~~~ 아래서 보면 하늘에 닿을 듯 쭉쭉 뻗은 전나무며, 참나무 잔 가지위로 내린 눈이 솜처럼 하얗게 얼어붙은 상고대가 유난히 시리도록 파란 하늘과 어울려 최고의 아름다움을 선사한다. 미세먼지 보통이라 해도 도심에선 하늘이 희뿌옇게 보이지만, 강원 산간 깊숙한 곳 능선을 오르니 구름 한 점 없는 맑은 하늘이 시퍼런 바다의 빛이다. 시야가 너무 좋아 맞은편 함백산과 대관령의 풍차, 더 멀리 동해까지 한눈에 들어오니 한층 기분이 좋다. 내일부터 눈꽃 축제(24.01.26~02.04)가 열린다고 하니 많은 사람들이 찾으면 더 분주하겠지? 오늘은 이곳에서 여유롭게 즐길 수 있는 공간과 시간이 좋다.

살아 백년 죽어 천년 주목 나뭇가지로 얼어붙은 솜뭉치 같은 엄청난 크기의 상고대는 바람이 나뭇가지에 빚어진 멋진 작품들이다. 중천의 태양이 정상부에 걸친 듯 떠 있다. 장군봉(1,567m)을 지나 천재단에 다가서자 많은 등산객이 휴식을 취하고 있다. 천재단은 3곳이 있는데 이곳이 가장 규모가 크고 의식의 중심이 되는 곳이다. 자연석으로 2m 높이에 남쪽방향 원형단을 조성해 단군을 모신 장소로 성역화해 세운 것으로 매년 4월이면 이곳에서 천신제를 지낸다고 한다. 커다랗게 세워진 태백산 標石에는 기념사진을 찍으려는 사람들이 줄지어 서있고 하얗게 덥힌 눈에 햇빛이 반사되어 눈부시다.

여기서 갈림길, 곧장 가면 문수봉(1,517m) → 제당골계곡 → 당골광장 코스로 1시간 더 걸린다. 필자는 곧장 내리막길인 망경사 → 당골계곡 → 당골광장 코스를 택했다. 10분쯤 내려가니 망경사가 나온다. 망경사(해발 1,470m)는 예부터 제천의식을 하기에 앞서 재물을 준비하고 정화수를 길었던 태백신사가 있었던 자리고 월정사 말사로 625년 자장이 창건했다고 한다. 대웅전 아래 좌측 용전각은 천제를 지낼 때 제수로 사용하던 용전(우물)을 보호하기 위해 전각을 세웠다 하는데, 하늘 아래 첫 샘물 100대 명수 중 으뜸이라 마시면 기에 좋다고 한다. 말사와 전각, 주변으로 폭설에 쌓인 눈이 녹지 않은 채 꽁꽁 얼어붙어 엄청난 크기의 얼음덩이가 되어 있다.

망경사 내 휴게소엔 간식도 팔았고 휴식을 취할 수 있는 공간이 있어 탁자에 앉아 에너지 보충을 한다. 한겨울 산행할 때는 가급적 간편식으로 하는 게 좋다. 경험이 많은 등산객은 모두가 비슷한 입장이다. 약밥 한 조각에 뜨거운 물과 컵라면, 에너지 과자 등, 일행끼리 모여 앉아 식사하고 잠시 휴식을 취한다. 산행 시작할 때 출발은 같이했지만 산행 중에는 제각각인 모습이다. 각자 관심이 많은 부분의 시간을 할애하고 자신의 페이스에 따라 산행하기 때문이다.

당골계곡 하산 길은 폭이 넓고 대체로 평탄한 편이다. 마치 설국의 터널 같다. 길옆으로 길게 뻗은 나뭇가지 상고대가 햇빛에 반사되어 반짝거리는 풍경을 보며 자유롭게 내려간다. 한참을 내려가니 젊은 한 쌍이 비닐포대로 눈썰매를 타고 내려가고 있다. 참 오랜만에 보는 장면이다. “아저씨도 이참에 한번 타 보시죠?” 이럴 때 아니면 언제 타 볼꼬? 자세를 잡고 보란 듯 좌와 악~~~ 타고 내려가니 “와~~~ 정말 잘 타 시네요” 한다. 브레이크 장치가 없기에 속도가 빨라져 하마터면 나무에 처박힐 뻔했지만, 아직은 운동 신경이 있어 재미는 좋았다.

한참을 더 내려가니 산 대장님이 보인다. 같이 온 사람들도 뿔뿔이 흩어진 모양이라 혼자서 걸어가고 있다. 어쩌면 이렇게 좋은 풍경을 보며 호젓이 걸어가는 것도 자신만을 위한 최고의 힐링 방법이 아닐까? 라는 생각이 든다. 회원들을 이끌고 태백산을 자주 다녀가시는 산대장님도 오늘이 최고의 날이라고 한다. 아무리 때를 맞춰 가도 정작 높은 산에 오르면 시시각각 변하는 날씨에 꼭 한 가지는 부족할 수 있는데, 오랜 경험이 있는 산대장님이 하시는 말, “오늘은 모든 조건을 충족한 날이라 10년 이내 최고의 풍경을 보았습니다.” 한다. 눈꽃 산행 최상의 조건은 첫째 눈이 쌓여있고 녹지 않는 상태, 둘째 바람과 미세 먼지가 없는 상태, 셋째 밝은 햇살과 맑고 새파란 하늘이다. 기온, 바람, 햇빛 삼박자가 모두 맞는 날, 그날이 바로 오늘이다.

최초 유일사탐방소에서 올라 유일사, 주목 군락지, 장군봉(1,567m), 천재단, 망경사, 당골계곡으로 내려와 당골광장까지 총 8.6km(4시간)를 걸으며 최고로 멋진 설경과 상고대를 본 날이다. 필자에게 두 번 다시 이런 기회가 있을까? 흘러가는 세월 되돌아갈 수 없는 시간, 모든 것은 할 수 있을 때가 있고 할 수 없을 때가 있다. 지금이란 기회에 지체 없이 행동하고 체험해 보고 훗날 후회가 없는 삶이 되도록 하자. 눈으로 보고 몸으로 체험하며 추억으로 남기는 것만큼 값지고 소중한 자산은 없을 것이다.

24.01.25

태백산 (장군봉 1,567m, 문수봉 1,517m)
위치: 강원도 태백시 혈동 260-68

태백산은 예로부터 삼한의 명산, 전국 12대 명산이라 하여 ‘민족의 영산’이라 일컫는다. 가파르지 않고 험하지 않아 초보자나, 남녀노소 누구나 오를 수 있다. 2시간이면 천제단에 이르고 하산까지 4~5시간이면 족하다. 산 정상에는 고산식물이 자생하고 봄이면 산철쭉이 만개하고 여름에는 울창한 수목과 차고 깨끗한 계곡물이 흐르며, 가을에는 오색 단풍, 겨울에는 흰 눈으로 뒤덮인 주목군락의 설경을 이룬다. 산 정상에는 태고 때부터 하늘에 제사를 지내던 천제단이 있다.

백두대간 중추에 위치한 민족의 영산 태백산은 삼국사기에 하늘나라의 천웅천왕이 내려온 신산이라 하였고 크게 밝은산이란 뜻의 한밝뫼, 한밝달, 한배탈로 불렸다 기록되어 있다. 고조선 초기에 백두산을 중심으로 동서남북에 각기 다른 산을 정하여 정상에 제단을 쌓고 제사를 지냈는데, 이 산들을 오태백산이라 하였고, 지금의 강원도와 경상도 사이에 솟은 산을 남태백산이라 하여 지금의 태백산이 유래 되었고, 지금도 매년 10월 개천절이면 팔도에서 모여온 사람들이 제사를 지내고 있다.

태백은 한강, 낙동강, 오십천의 발원지가 되는 땅으로 우리나라의 젖줄이며 문화의 생명을 공급해 주는 뿌리의 땅이다. 남한에서 가장 긴 낙동강(523km)의 발원지는 태백시 한가운데 있는 황지에서 솟아올라 남해로 흘러가고, 서울의 젖줄인 한강(514km)은 금태봉 아래 창죽마을 검용소에서 발원하여 서해로, 오십천(64km)은 태백시와 삼척시 이에 솟은 백병산 북쪽 중턱에 있는 흰늪에서 솟구쳐 동해로 흘러가고 있다.

홍성기 2024-02-22 23:18	`한영택` 님이 선택한 답글 입니다. 존경하는 한영택 작가님 정성스레 지피신 글 “태백산(太白山) 최고의 설경을 보다” 깊은 공감가운데 잘 감상하였습니다 저는 15년전 아내와 함께 이른 아침 태백산에 올라 햇빛에 비친 설경과 상고대를 보며 황홀경을 맛보았기에 작가님의 글이 실감나게 다가왔습니다 멋진 글 감사히 잘 읽고 갑니다 늘 건승하시길 기원드립니다.

장계숙 2024-03-01 16:07	`한영택` 님이 선택한 답글 입니다. 한겨울에 태백산을 오르셨다니 그 용기가 대단하십니다. 전 여름에 산행한 기억이 있습니다. 햇볕에 지친 발걸음이 천근만근 땀으로 목욕하고 정상에 섰을 때 그 상쾌한 기쁨을 잊을 수 없습니다. 상고대의 아름다움에 감탄 하셨지요? 정말 멋진 산 입니다. 태백산의 겨울 절경을 멋진 감성으로 담아주셔서 감사함으로 즐겁게 배람했습니다. 저도 나이 더 들기 전에 태백산 겨울 산행에 용기를 내봐야겠습니다.

한영택 2024-02-23 12:14	홍성기 작가님 반갑습니다. 오래 쉬었다 몇 작품 올렸는데 댓글 주셨군요. 감사드립니다. 저도 시와 수필로 등단해서 활동하였으나 현실적인 문제로 서재 활동이 여의치가 않네요. 무엇이든 맞닿아 보는 것이 가장 좋은 공부가 아닐까요? 건강할 때 많이 다니고 좋은 것 많이 보면서요. ㅎㅎㅎ 장거리 겨울 눈꽃 산행은 교통과 안전등 조건이 어렵지요. 이번에는 타이밍이 너무 좋아 먼 길 안전하게 태백산의 멋진 설경을 잘 보고 왔습니다. 덕유산 등 좋은 곳 많이 있지만 태백산은 또 다른 의미가 있습니다. 한강, 낙동강, 오십천의 발원지가 되는 땅, 우리나라의 젖줄이고 문화의 생명을 공급해 주는 뿌리의 땅이기도 하니 말입니다. 거기다 주목 군락지의 설경은 최고지요. 수필등단을 축하드리고 시인으로 작가로 좋은 작품 많이 남기십시오. 건강하시고 행복하세요.

한영택 2024-03-03 21:43	《Re》장계숙 님 , 장계숙 시인님 오랜만에 반갑습니다. 열심히 활동하시는 모습이 좋으십니다. 시인 서재엔 좋은 시로, 수필 서재엔 작가님의 글에 댓글까지~~~ 함께하시는 마음 감사합니다. 상고대는 습도와 기온과 바람이 만들어낸 최고의 예술작품, 눈이 내려 얼어붙으며 바람결 따라 빚어낸 설화, 한낮엔 나뭇가지에 빗방울처럼 흘러내리다 밤이 되면 얼어붙기를 반복하며 투명한 결빙체로 만들어진 얼음 꽃, 태백산에서 설화와 얼음 꽃을 다 볼 수 있었습니다. 태백산은 해발 700m 지점에서 정상 1,567m까지, 가까운 함백산은 해발 1,000m 지점에서 정상 1,573m까지 능선을 타고 오르기에 체력에 따라 차이는 있겠지만, 초보자도 쉽게 오를 수 있다 하겠습니다. 하여 눈이 많이 내리면 태백산, 함백산, 대관령엔 설경을 보려 많은 등산객이 찾지요. 시인님은 동해에 거주하시니 사계절 동안 적기에 산행하기는 쉬울 거 같습니다. 건강하시고 늘 기쁨과 행복이 함께하십시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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