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단법인 창작문학예술인협의회/대한문인협회-수필

ㆍ작성자	한영택
ㆍ작성일	2021-04-07 22:15

ㆍIP: 110.xxx.186

보물섬 남해 금산에 가다

보물섬 남해 금산에 가다

한영택

비단으로 둘렀다는 남해 금산으로 가자. 이곳은 완연한 봄이다. 지난 삼일절 연휴 때 일부 지역에선 뒤늦은 폭설로 많은 불편함을 겪었다지만, 빗물이 흠뻑 적셔준 남해에는 초목이 생기를 더하고 목련꽃이 활짝 피어있다. 한참이나 바깥바람을 못 쐰 탓인지 모두는 그냥 즐겁기만 하다. 보리암까지 사람들 대부분은 이동이 편리한 북곡탐방지원센터에서 승용차로 7부 능선에 있는 상부주차장까지 가서(20분) 오르지만, 필자는 정상 산행코스인 상주해수욕장 방면 금산탐방지원센터 에서 도보로(1시간 20분) 오르기로 했다. 산 아래서 올려다보는 금산은 능선을 따라 곳곳에 솟아있는 기암괴석이 마치 스페인 몬세라토 비경을 연상케 한다. 전체를 가득 메울 만큼 38개의 명소가 있어 많은 등산객과 관광객이 찾는다는데, 정말 멋진 산임엔 틀림없는 거 같다.

탐방지원센터에서 조금 오르다 보니 자연관찰로가 나온다. 우측 탐방로는 1km에 걸쳐 자연생태계를 이해하고 숲길을 산책하며 주변의 나무, 꽃, 새 등에 대해서 보고 자연의 소중함을 느껴보는 공간이라는데 오늘의 목적지는 보리암이라 그냥 지나쳐야 했다. 정상을 향해 40분쯤 오르니 커다랗게 구멍이 2개 뚫린 바위가 보이는데, 마치 해골 형상을 한 거 같다. 금산의 1관문인 쌍홍문이다. 바로 앞에는 장군이 검을 짚고 봉을 향하여 서 있는 형상의 장군봉이 있었다. 좌측으로 오르면 재석봉이고, 우측 굴을 통과하면 보리암으로 오르는데, 돌계단 굴을 지나노라니 한여름에는 시원할 거란 생각이 들었다.

해발 681m 절벽위에 위치한 보리암은 683년(신문왕 3년) 원효대사가 이곳에 초당을 짓고 수도를 하면서 산 이름이 보광산이라 하여 보광사로 불러왔는데, 조선시대 이성계가 이 산에서 간절한 백일기도 끝에 조선왕조를 개국하게 되어 이 절을 왕실의 원당으로 삼고 소원을 이뤄주는 의미로 붙여서 남해를 대표하는 명산이 되었다. 현종 때 와서 “깨달음의 길로 이끌어 준다”는 뜻으로 보리암으로 바꾸었다 한다. 특히 보리암은 강화도 보문사, 낙산사 홍련암과 더불어 우리나라 3대 기도처이다.

뒤쪽 대장봉을 향해 고개를 숙여 절하는 형상의 형리바위가 보인다. 우뚝 솟은 대장봉의 기세가 웅장하고 위엄이 있다. 절 앞 아래쪽에는 해수관음상이 있고 삼층석탑(경남유형문화재 74호)도 있다. 해수관음상이 있는 자리는 명당이라는데, 소원을 빌면 한 가지 소원은 꼭 들어준다는 전설이 있어 찾는 사람마다 소원을 비는 거 같다. ‘코로나 19’로부터 자유롭지 못한 일상에서 저마다의 소원은 무엇일까?

주변을 둘러보고 정상으로 가려다 단군성전에 먼저 갔다. 이곳은 천년의 세월을 넘어 우리 겨레의 시조인 단군할아버지를 모시고 전하여 내려오는 성역으로 한배검님의 가르침으로 일문대종사이신 김연섬 선생께서 많은 공력을 거쳐1995년에 재건립하였다. 성전에는 환인 하느님, 환웅천왕, 국조단군왕검의 천상과 천진, 삼신미륵을 봉안하고 우리민족의 상징으로 기리고 있다는데, 궁금해 들러봤지만 겉으로 봐선 그다지 호감이 가지 않았다.

곧장 상사바위로 갔는데 주변이 그야말로 장관이다. 보리암에서 맞이하는 일출과 일몰이 일품이라지만, 필자로선 상사봉이 최고의 조망권을 가진 거 같다. 맑은 날씨지만 미세 먼지가 있어 시야가 썩 좋은 편은 아니었지만, 상사바위에서 사방으로 둘러보면 정상으로 이어지는 보리암이, 올망졸망 널려져 솟구쳐있는 기암괴석이, 점점이 떠 있는 다도해와 은빛모래 상주해수욕장이 그림처럼 펼쳐진다.

상사암의 전설 또한 슬프다. 조선 선조 봉강 조경(1569년)위 기록에 의하면 이곳에서 아래로 굽어보면 너무 높아 땅이 보이지 않아 사신암이라 부르고 “속세를 버릴 수 있는 곳이라 하여 상사자가 오르는 것을 금지했기 때문에 상사암이라 붙인 것이다”고 되어있다는데, 한 젊은 남자가 여자를 사랑하여 상사병에 걸려 여인과 바위에서 사랑을 맺었다는 전설도 있고, 부잣집 딸을 사랑한 머슴이 상사병으로 죽은 후 뱀으로 변해 딸의 몸을 감아 떨어지지 않자 이곳으로 딸을 데려와 굿을 하자 뱀이 절벽 아래로 떨어져 죽었다는 등의 전설이 내려오고 있다는 바위이다.

몇 번의 기념 촬영을 하고 좌선대(옛날 신라의 원효대사, 의상대사, 윤필거사 등 삼사가 바위위에 앉아 수도좌선을 한 바위)와 요암(흔들바위) 길을 따라 정상으로 향한다. 정상 좀 못미처 바위에 찰싹 달라붙어 덩굴처럼 줄기를 뻗은 줄사철나무가 있었는데, 노박덩굴과에 속하는 상록성 덩굴나무로 잎은 마주나고 두꺼우며 길이 2~5cm의 긴 타원모양 또는 달걀 모양이고 가장자리에 둔한 톱니가 있다. 꽃은 연한 녹색으로 5~6월에 피고 열매는 10~12월에 붉게 익는 자생충이다.

드디어 정상이다. 남해 금산이라는 표지석에서 기념사진을 찍는데, 바로 앞 버선 모양의 문장암 바위틈 아래로 야생고양이 한 마리가 주변을 맴돌고 있다. 사람을 많이 접해서 익숙해진 모양이다. 혹 먹을 거라도 있을까? 두리번거리자 친구 한 명이 빵조각을 놓아주니 잠시 지켜보다가 재빨리 와서 먹는다. 바로 위 망대(봉수대)는 고려시대에 만들어졌다는데, 금산에서 제일 높은 곳이라 넓고 아름다운 바다를 볼 수 있었다.

하산 길이다. 정상 바로 아래 평상이 있어 자리를 펴고 가져온 김밥, 과일을 먹고, 커피까지 마셨는데, 장운동을 많이 해서 그런지 음식이 꿀맛이다. 한 번으로 금산의 38경은 다 못 보지만, 중요한 곳 몇 곳은 봤는지라 되돌아 발길을 돌린다. 친구 두 명은 올라갈 때보다 내려올 때 걸음이 더 빠르다. 무릎이 시원찮다는 두 친구는 세월아 네월아 하고 먼저 하산한 친구들이 한참을 기다려서야 모습을 보인다.

돌아오는 길 남해에서 유명하다는 상사해수욕장에 들렀다. 빙 둘러싸인 송림에 길게 뻗은 소나무며 은빛으로 빛나는 고운 모래밭은 여름철 피서지로는 적격인 듯하다. 바닷가에 왔으니 어디 싱싱한 회라도 먹고 가야지? 약속이나 한 듯 삼천포 용궁수산시장으로 들렀다. 한 친구가 잘 아는 단골가게에서 횟감을 고르고 정해진 식당으로 이동해 차려진 식단에다 싱싱한 회와 매운탕에 소주 한 잔으로 피로를 날려버린다. 어둑어둑해진다. 떠나가는 어선과 해변의 불빛이 바닷물에 그려지고 있다. 또 하나의 추억을 남기고 떠나야 할 시간이다. 늘 그랬듯이~~~

21.03.10.

전병일 2021-04-10 01:17	`한영택` 님이 선택한 답글 입니다. 존경하는 한영택 작가님 안녕하세요 남해 보리암을 다녀오셨군요 저도 예전에 직원 워크샾을 다녀왔지요 차량으로 올라 도보로 반대편으로 하산하였습니다 직원중 한분이 암자에 들어가 백팔배를 했던 기억이 생생합니다 그 기도의 덕분인지 몇년후 공무원으로 입문하여 현재까지 근무를 하고 있습니다 남해에는 다랭이마을,독일인 마을 ,원예예술촌등 볼거리가 많이 있지요 남해 금산 기행기 옛 기억을 생각하며 잘 배람하였습니다 편안한 밤 되시고 즐거운 주말 되세요~~^^

정찬열 2021-04-11 06:42	`한영택` 님이 선택한 답글 입니다. 안녕하세요 존경하는 한영택 작가님~ 신축년의 초봄 남해를등반차 다녀오셨군요 저는 오래전에 보리암을 단체관광차 가면서 오르기전 주차장에 셔틀버스로 보리암은 다녀 왔지만 무릎이 불편하여 높은 산을 오르지 못해 금산은 가보지 못해 '스페인 몬세라토'를의 비경을 연상한다하니 더욱 궁금해지는데 인터넷에서 금산을 쳐보니 커다란 두개의 굴이 이색적이군요 오늘날에야 남해가 삼천포쪽에서남해로 이어지는 다리며 하동방면으로 이어지는 대교가 있어 얼마나 편리하고 관광지가 많아 볼만한곳이 많지만 남해가 외딴 섬이었을때 역사적으로 훌륭한인물의 유배지로 유명한 곳이지요 그래서 남해 읍에가면 유배문학관이 있드군요 남해하면 저의 하동정씨의 인물인 고려말에 삼도수군통제사 로 이름을날리리시고 남해 "노량해전 관음포 해전"에 남해에서 왜구를 물리친 공으로 남해 군민들이 자발적으로 공훈의 탑을 세운 남해 문화재 42호 정지장군 (경렬공)탑이 고현면 현 상설시장 부근에 있고 저의 19대 지파선조님이 혼이 있어문중일로도 가끔가곤하는 곳이지요 작가님 의 기행덕분에 남해 금산의 멋진 기행 감동으로 배독했습니다. 항상 건강하시고 씩씩한 해병의 긍지로 행복한 나날 되시길 기원 합니다.

김종덕

2021-04-16 17:05

`한영택` 님이 선택한 답글 입니다.
한영택 작가님, 안녕하십니까? 남해 금산에는 여러번 다녀왔습니다. 학생들이 MT를 남해에서 자주 했기 때문에 여러번 갔었는데 갈때마다 원래의 모습니 사라져 가는 것을 보았습니다. 바닷가에 진을치고 학생들과 같이 걸어서 보리암까지 다녀 왔더랬습니다. 이성게의 유적지로도 알려져 있지요. 건강하시고 행복하십시오.


한영택	김종덕 작가님 반갑습니다. 해상공원과 남해 금산의 38경에 곳곳에 솟은 암봉에 얽힌 전설이며 한 가지 소원 들어준다는 해수관음상, 조선을 개국한 이성계 전설이 있고 상사해수욕장에다 주변 여건이 좋아 학생들 MT로 많이 찾나 봅니다 시와 수필로 꾸준히 활동하는 작가님의 좋은 글 잘 봅니다 요즘 황사에 기온 차도 있고 날씨가 고르지 않네요 건강 유의하시고 즐겁고 행복하세요 감사합니다.	4/18 12:30

한영택 2021-04-10 12:36	《Re》전병일 님 , 전병일 작가님 반갑습니다. 잘 계시지요? 이른 봄 마땅히 찾을 산이 없어 금산 보리암을 선택했습니다. 산세는 물론이고 금산 38경이 있는데 일일이 설명할 순 없지만, 곳곳에 솟은 암봉마다 전설이 있더군요. 글 내용에 빠졌지만, 보리암 아래쪽 이태조 기단이 있는데, 조선을 개국한 태조 이성계가 백일기도를 한 후 등극했다는 전설이 있더군요. 기단 뒤편에 직립한 큰 암벽 위에 서 있는 세 개의 바위(삼불암)가 마치 불 좌상 있는 것처럼 보이는데, 태조가 백일기도 전에는 바위 셋이 다 누워 있는 모습이었지만, 백일기도를 마치자 바위 둘이 일어나 앉았다 하고, 나머지 바위마저 일어나 앉았다면 이성계는 중국의 천자(天子)까지 겸하였을 것이라고 하더군요. 금산이 조선 개국 역사의 시발점이 된 곳이라는 사실을 알게 되었습니다. 한려해상국립공원에 속한 남해는 작가님이 열거하신 것처럼, 곳곳에 볼거리가 많아 보물섬이라고 불리는가 봅니다. 누구든 시간이 허락한다면 남해 금산을 찾아 한 가지 소원은 꼭 들어준다는 명당자리 해수관음상에서 이루고 싶은 소원을 한번 빌어보면 어떨까요? 복권 당첨~~~ ㅎㅎㅎ 이 좋은 봄날에 ‘코로나 19’ 확진자가 다시 늘어나고 있습니다. 백신접종도 순조롭지 않고요. 자유롭지 못한 일상에서 피로감은 더해갑니다. 하루 빨리 빼앗긴 ‘카이로스의 시간’을 찾아야하겠습니다. 언제나 건강하시고 행복하십시오. 주말 잘 보내십시오. 감사합니다.

한영택 2021-04-12 12:27	《Re》정찬열 님 , 정찬열 작가님 반갑습니다 저도 남해는 몇 번 갔지만, 금산 산행은 처음이었습니다. 금산탐방지원센터 아래쪽에서 정상을 바라보는 풍경이 '스페인 몬세라트'를 연상하듯 표현을~~~ ㅎㅎㅎ 커다랗게 구멍이 2개 뚫린 바위가 쌍홍문이 금산의 1차 관문이지요. 국내 최초의 연륙교로 경남 하동군 금남면 노량리와 남해군 설천면 노량리를 연결한 남해대교(1973년 6월 11일 개통, 길이 660m), 약 600m 떨어진 거리에 새로 놓은 이순신 장군의 승리를 기념하는 노량대교(2018년 9월 13일 개통, 길이 3.1km), 사천시 대방과 남해군의 창선도까지 총연장 3.4㎞로 세 개의 섬 (늑도, 초양도, 모개섬)을 다섯 개의 다리(단향교, 삼천포대교, 초양대교, 늑도교, 창선대교)로 연결되어 있지요. 사천의 랜드마크 삼천포대교(2003년 4월 개통, 길이 436ｍ)는 2002년 사천 8경중 제1경, 2006년 건설교통부의 ‘한국의 아름다운 길’ 대상(大賞)’에 선정, 한밤중에 바다 위를 아름답게 물들여 버리는 야경은 너무나 멋지다 하겠습니다. 혹독했던 임진왜란 7년 전쟁의 종지부를 찍고 장렬히 전사한 충무공 이순신 장군의 혼을 추념한 충렬사가 있는 곳 역사의 물결이 흘러 살아 숨 쉬고 있는 아름다운 남해인 거 같습니다. 작가님의 19대 지파선조님을 모신 곳이 있어 집안의 문중일로도 가끔 가신다니 특별한 의미와 느낌이 있을 듯합니다. 열정적이신 작가님의 장문의 댓글로 많은 사실을 알게 되었습니다 건강하시고 행복한 한 주 되십시오 감사합니다.

정대수

2021-04-19 15:34

한영택 작가님 안녕하세요.
남해 금산을 다녀오셨군요.
저도 아주 예전에 다녀온 산입니다.
그때에도 산의 아름다움에 빠져 황홀해 했었던 기억이 작가님의 산행기 작품을 배독하면서 새롭게 살아나는 시간이 되었습니다.
다시 가보고 싶은 금산!!
봄의 불청객 황사와 미세먼지가 우리의 건강을 위협하고 있고
코로나19는 생활방역으로 일상이 되었습니다.
모쪼록 건강 잘 챙기시고
만사에 형통하시기를 기원드립니다.^^


한영택	정대수 작가님 반갑습니다 작가님도 다녀오신 곳 다시 가보고 싶은 곳 금산은 물론 한려해상 남해는 어디를 가도 아름답습니다 전국 곳곳에 명소가 많지만 다 찾아보기는 정말 어렵지요? 올해도 한 달 한번은 친구, 지인들과 좋은 곳 찾으려 계획하지만 작년부터 ‘코로나 19’로 사회적 거리두기에 쉽지가 않습니다 인생 후반을 향하는 이들에겐 아까운 시간입니다 ㅎㅎ 건강 유의 하시고 즐겁고 행복하십시오 감사합니다.	4/20 13: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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