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단법인 창작문학예술인협의회/대한문인협회-수필

ㆍ작성자	한영택
ㆍ작성일	2024-03-03 21:5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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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한산 숨은벽능선을 오르다.

북한산 숨은벽능선을 오르다.

한영택

제주를 시작으로 6월 중순부터 시작된 장맛비가 7월 하순까지 이어졌다. 8월 들어 폭염이 기승을 부리고 입추와 처서가 지났지만, 한낮의 기온이 30℃를 넘나드는 늦더위가 계속이다. 요 며칠 뒤늦은 가을 장맛비까지 내린 탓에 하늘은 찌뿌둥하고 매우 습한 날씨다. 나이를 먹으면 아무래도 여름철엔 바깥 활동이 제한된다. 장마에 더위에 한동안 못했던 산행이다. 9월 들어 기회가 되면 꼭 한번 가보고 싶었던 숨은벽능선으로 북한산을 오르는 기회가 왔다.

산악회 버스로 대구에서 6시 30분 출발했는데 변덕이 심한 날씨였다. 출발 때는 흐렸지만 문경휴게소를 지나자 맑아졌다. 이천휴게소에 다다르니 비가 엄청나게 쏟아진다. 계속 비가 내리기에 어쩌나? 했는데 서울을 벗어나자 그치더니 의정부에 다다르자, 비 온 흔적은 없고 흐리기만 하다. 4시간 걸려 산행 출발점 밤골(경기도 고양시 덕양구 효자동)에 당도했다.

서울 근교의 4대 명산은 북한산, 도봉산, 수락산, 불암산이다. 모두 하나같이 바위산이 절경을 이루기에 접근하기가 어려운 산이다. 필자가 가고자 하는 숨은벽능선은 많은 사람이 수시로 찾지 않는 난이도 상급 코스로 바위가 많아 산행 후 피로 도는 다른 산에 비해 훨씬 심한 편이다. 하지만 빼어난 숨은 자태를 보고 싶어 하는 산 마니아들을 설레게 하는 코스이기도 하다.

산행 초입 국사당(굿당)과 밤골통제소에서 사기막골의 평범한 능선 길을 일행과 앞서거니 뒤서거니 하며 1시간(2.7km) 정도 올라가니 본격적인 암릉 구간에 진입한다. 우회 길 해골바위에서 마당바위에 올라서자, 전면에 숨은벽의 위풍당당한 모습이 드디어 한눈에 들어온다. 좀 더 오르자, 바나나바위가 있었고, 전망바위에서 위아래로 멋진 풍경을 담았다.

구름이 걸쳐서 가고 인수봉과 백운봉 사이로 뾰족한 날을 새우고 솟아오른 숨은벽, 두 주봉의 장엄한 얼굴에 가려 앞에서는 보이지 않지만, 오랜 세월의 흐름에도 그 자태를 지키고 있었음에 뒤에서도 누군가는 찾아줄 거라고, 언젠가는 알아줄 거라는 기다림이 있었기에 오늘날엔 걸음을 재촉하는 등산객들에게 잘 알려진 벽으로 되었다.

백운대까지는 1.7km 구멍바위를 통과해 내려갔다가 다시 너덜겅 오르막을 오르고 능선 바위틈을 넘어서니 우측에 백운봉 하단 암벽타기 연습을 하는 젊은이들이 많이 보인다. 백운대는 위문 방향 삼거리에서 500m 정도 올라갔다가 내려와야 한다. 밧줄을 잡고 난간대를 잡고 천천히 백운대 정상에 오르는데, 산 아래서 희뿌연 운무가 휘감아 오른다. 산 아래와 위의 온도 차이가 있고 습도가 높아 수시로 끼였다 걷혔다 한다.

정상에 올라 사방을 살피니 맞은편 북서쪽엔 인수봉 설교벽을 머리로 길게 흘러내린 악어바위능선과 멀리 도봉산 오봉과 망월대가 선명하게 보이고 동남쪽엔 오리바위와 노적봉이 앙증맞게 보인다. 잔뜩 낀 구름이 그림을 그리듯 틈새로 새파란 하늘을 보여주고 있다. 정상부의 넓고 평평한 바위에서 산객들과 함께 휴식을 취하며 자연이 준 선물에 망중한을 즐겼다.

숨은벽능선은 백운대에 올라서서 인수봉 쪽을 바라보노라면 중간에 작은 봉우리가 하나 더 있는데, 이 768.5m 봉에서 북서쪽으로 거대한 성곽처럼 뻗은 바위 능선을 숨은벽능선이라고 한다. 북한산에서 가장 험난한 코스인 의상능선(의상봉-문수봉)에 이어 2번째 험난한 코스로 원효봉(510m) 염초봉(662m) 백운대(836m)로 구성된 북한산 원효능선의 최정점이다.

하산 길이다. 정상에서 내려와 산불감시초소 갈림길에서 위문을 통과 북한산성탐방관리소 방향으로 향한다. 4.3km(1시간 30분) 거리에 계속되는 내리막 너덜겅 계곡 길이라 조심하며 발길을 재촉한다. 힘은 덜 들지만, 숲에 가려 오를 때처럼 주변 경관은 보이지 않는다. 한참을 내려와 대동사를 지나니 우측 원효봉 갈림길이 보인다. 원효봉은 어떨까? 위에 올라 산성길로 하산하면 조망이 좋다는데, 다시 올라가야 하는 어려움에 발길이 떨어지지 않아 곧장 하산키로 했다. 동문각 지나 갈림길에서 산성 계곡 길로 내려간다.

원효봉 아래로 북한산성 계곡의 맑고 깨끗한 물소리가 상쾌한 느낌을 주고 있다. 계곡 출입은 금지구역으로 되어 있어 들어갈 수 없기에 걸어가며 보고 있다. 계곡의 하얀 물보라와 숲에서 뿜어내는 음이온이 도시보다 14~70배 많다는데, 음이온이 체내에 들어오면 신진대사가 활발하게 되어 피로 물질을 연소시켜 기분을 상쾌하게 한단다. 이참에, 도심에서 가져온 양이온은 모두 털어 버리고 깨끗한 음이온을 흠뻑 들이켜야겠지?

한참을 내려와 차량 탑승지에 도착하니 온몸이 젖어 있다. 마른 옷으로 갈아입고 휴식을 취하며 생각한다. 가파른 암봉과 너덜겅 오르막길을 한발 한 발 딛고 오를 때 몰아쉬는 숨과 흘리는 땀은 내 안에 쌓인 찌든 것들과 버리고 싶은 것들을 씻어내는 과정이다. 산과 계곡의 맑은 물이 몸과 마음을 깨끗이 씻어주기에 정말 좋은 거 같다. 북한산 계곡의 하얀 물보라와 숲속의 음이온을 흠뻑 들이키고 나니 다시 생기가 돋은 거 같다.

삶이 무기력하고 답답하다고 느낄 때 산으로 가자. 세상에 쉽게 얻을 수 있는 것이 있겠는가? 최고의 순간 멋진 추억을 오래도록 가져갈 수 있도록 몸과 마음으로 만들자. 입으로 만들면 1년, 머리로 만들면 2년, 돈으로 만들면 3년, 몸으로 만들면 10년, 마음으로 만들면 평생, 숨 쉴 공간을 만들어 준다. 바쁜 일상을 살아가는 우리는 각자 어떻게 숨 쉴 공간을 만들어 가며 살아가고 있을까?

23.09.03

북한산(백운봉 836m)
위치: 경기도 고양시 덕양구 북한동 산1-1

북한산은 남산, 한강과 함께 서울의 대표적인 상징물이고 세계적으로 드문 도심 속의 자연공원이다. 도봉산을 포함 북한산국립공원으로 지정(1983.04.02.)되었다. 총 23개 능선이 있고 우이동을 기점으로 북쪽은 도봉산, 남쪽은 북한산 지역으로 구분하고, 최고봉은 백운봉(836m)을 비롯해 인수봉(811m), 만경대(800m), 노적봉(718m), 염초봉(662m), 원효봉(510m), 의상봉(502m) 등 걸출한 암봉이 수려한 경관을 연출하고 있다. 북한산성도 유명하고 우이동 계곡, 조선국사가 창건한 도선사, 태고사, 화계사, 문수사 등 수많은 고찰이 있는 곳이다.

‘그날이 오면은 삼각산이 일어나 더덩실 춤이라도 추고 한강 물이 뒤집혀 용솟음칠 그날이’ 일제 강점기시대 조국 독립의 염원을 노래한 심훈(작가, 민족운동가)의 시“그날이 오면”과 ‘가노라 삼각산아 다시보자 한강수야’ 병자호란 때 척화(斥和)을 주장하다 삼양으로 끌려가며 나라 걱정에 충심을 담은 김상헌(조선 중기 문신) 시조 “가노라 삼각산아”에 나오는 삼각산이 바로 서울의 진산 북한산의 옛 이름이었다. 신라 진흥왕 때 북한산이라 하고 북쪽의 백두산, 남쪽의 지리산, 서쪽의 묘향산, 동쪽의 금강산, 중앙의 삼각산을 오악(북악, 남악, 서악, 동악, 중악)이라 했다.

삼각산은 백운대, 인수봉, 만경대의 세 봉우리가 있어 불리게 된 이름으로 3봉우리 중 백운대와 인수봉 행정구역은 경기도 고양시 덕양구 북한동 영역이고, 만경대는 허릿길 위문만 고양시, 상부 릿지코스를 포함한 용암봉(616m)는 서울시 강북구 우이동에 속한다. 북쪽에서 남쪽에 있는 북한산을 바라보면 백운대, 만경대, 노적봉만 보이고 남쪽에서 바라보면 만경대에 가려 노적봉이 안 보이고, 북쪽에서 바라보면 만경대에 가려 인수봉이 안 보인다. 그래서 어디서 보더라도 봉우리 세 개만 보이기에 삼각산 모양이다.

백운대(837m)는 서울에서 가장 높은 봉우리로 중생대 쥐라기에 형성된 화강암으로 구성되어 있다. 원효봉(510m)에서 염초봉(662m) 구간은 사람 잡아먹는 봉우리라 하여 장비를 갖춘 2인 이상 인원에 한정해 통과할 수 있고 백운대로 구성된 북한산 원효능선의 정점이다. 조선 태조 이성계가 백운대 정상에 올랐다는 기록이 있으나 급경사 슬랩들 때문에 일반인 접근이 어려웠다. 1908년 고정 로프가 설치되었으나 공포의 탐방로였고 1927년 고양시에서 철제난간 공사를 완공한 후 본격적으로 일반등산객이 백운대를 등정하기 시작했다 한다.

인수봉(811m)은 제2봉우리로 일반등산객은 정상에 오를 수 없다. 인수봉 뒷면은 앞면과 전혀 다른 형세를 하고 있고 효자동과 숨은벽능선에서만 볼 수 있는 높이 222m의 수직 절벽 설교벽이다. 오른쪽으로 악어새바위 능선이 있는데 인수봉 정상까지 암벽등반 길이 있지만 이 길을 ‘인수릿지’ 북한산의 모든 탐방로 중, 난이도 최상의 코스로 11피치 길이라 전문 산악인만 오를 수 있다. 만경대(810m)는 만경대허릿길과 위문이 24%는 고양시, 상층부 릿지 코스를 포함 나머지 76%는 강북구 우이동에 속한다. 만경대는 우이천과 창릉천의 발원지다.

가장 보편적인 산행코스로 첫 번째 서울시 강북구 우이동 백운탐방지원센터에서 오르는 가장 짧은 코스(2.1km)이고, 이밖에 수유동, 구기동, 정릉동, 불광동에서 오르는 다양한 코스가 있다. 다음으로 경기도 고양시 효자동 북한산성탐방지원센터에서 오르는 4.2km와 밤골에서 오르는 숨은벽능선 코스도 있다.

설악산 종주 (1편: 오색의 밤 대청봉의 아침)

청산도에서의 봄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