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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urple01_next.gif한영택 수필가 문학서재

ㆍ작성자 한영택
ㆍ작성일 2021-05-27 22:50
ㆍIP: 110.xxx.186
동아일보 경주국제마라톤대회(서브-4 도전1)

동아일보 경주국제마라톤대회(서브-4 도전1)

한영택

본격적으로 마라톤을 시작한 지 2년째이다. 평소에 안 하든 달리기를 시작하고 나니 초기에 다리와 발목 부상이 잦았고 경기 중에도 근육 통증으로 애를 먹은 적 한두 번이 아니었다. 6개월 정도 지나니 점차 단련돼가는 느낌이었고, 1년이 지나서야 몸이 제대로 만들어진 거 같았다. 마라톤 시작 후 공식 대회에 출전한 횟수는 10km 5회, 하프 코스 5회, 풀코스 1회를 뛰었는데, 역시 풀코스는 일반인이 여간해서 소화하기 힘든 경기라는 것을 알았다.

동호인들은 마라톤 입문해서 풀코스를 뛰어보지 않고 마라톤 했다는 말 하지 말라는 말을 공공연히 한다. 뛰었다면 서브-4는 해야 좀 뛴다고 하고, 1년에 한 번은 풀코스를 뛰어야 한다는데, 작년에 조선일보 춘천국제마라톤대회에 처음 출전해서 기록이 4:23‘48 이였다. 처음엔 경험이 없어 어떻게 뛸까? 걱정도 되고 약간의 두려움도 있었지만, 완주에 성공하고 나니 대견하다는 생각과 자신감이 들었다.

첫 풀코스 도전 당시 새벽 2시에 일어나 밤잠을 설치고 춘천까지 가서 풀코스를 뛰었다. 50대 중반의 나이에 여간하지 않고는 체력을 감당하기 어렵다. 당시엔 뛰어봐야겠다는 강한 의지가 있어 가능했던 거 같다. 올해는 가까운 경주에서 컨디션 조절을 잘해 서브-4를 꼭 할 것이라 다짐을 하고 연습도 많이 했다. 경주(동아일보)대회 참가자 일부는 서울(JTBC)대회와 춘천(조선일보)대회를 위한 사전 연습으로 참가하는 사람도 많다.

대회장에는 많은 사람으로 붐비고 구름 잔뜩 낀 하늘이 낮에는 비가 올 듯하다. 춘천대회 경험으로 볼 때 에너지 보충을 위해서는 10km마다 파워젤 1개씩 섭취해야 한다. 최소 4개는 필요한데 20km 지점에서 대회측이 제공하는 것을 감안해 파워젤 3개를 밸트백에 넣고 뛸 준비를 마쳤다.

08:00 경주 황성공원운동장에서 풀코스 출발 신호와 함께 대장정의 시작이다. 코스는 황성공원운동장 Start → 공원길 → 경주역 → 첨성대(5km) → 중앙시장 → 경주여고(1차 반환) → 오릉(10km) → 경주박물관(15km) → 선덕여고(2차 반환) → 경주역 → 공원길(20km) → 용강산업단지 → 신당교차로 → 신라공고(26.3km) → 신당교차로 → 용강산업단지 → 경주여고(32.5km) → 경주교 → 선덕여고(4차 반환) → 경주교 → 경주여고 → 황성공원운동장 Finish이다.

시민들의 응원 소리를 들어가며 경주역을 지나 5km쯤 달려가니 반월성 첨성대 주변엔 핑크뮬리가 붉은 안개빛을 가득히 토해내고 있다. 길옆 한쪽으로 피어난 코스모스도 한들한들 손을 흔들며 가는 길을 빛나게 하고 있다. 시내로 접어들어 중앙시장을 지날 때쯤 동료 한 명이 먼저 경주여고 앞 1차 반환점을 돌아 앞서 달려오고 있다. 필자도 반환점을 돌아 10km 지점에서 파워젤 하나를 먹었다. 이후 오릉까지 주로를 따라 묵묵히 달려만 간다. 오릉에 다다르자 숲의 단풍이 곱게 물들어 가을의 아름다움을 진하게 하고 있다.      

박물관으로 향하는 들판 길 오르막을 지나 선덕여고 앞 2차 반환점을 돌고 다시 경주역 앞을 지나간다. 공원 길 20km 지점에서 파워젤을 또 하나 먹어야 한다. 주최 측에서 제공하는 파워젤이 있어야 하는데 초코파이와 바나나 조각만 놓여있다. 당연히 줄 것이라 했는데, 없자 당황하는 순간이다. 할 수 없이 남은 두 개로 25km 지점과 35km 지점에서 먹어야겠다며 그냥 지나친다.

출발 후 2시간을 달려 22.5km 지점 용강산업단지를 향하는데, 드디어 올 것이 온다. 빗방울이 후드득~~~ 제법 내린다. 우중에 두 개째 파워젤을 챙겨 먹고는 신라공고 앞 3차 반환점을 돌아 달리는데 소낙비처럼 세차게 내리는 비바람에 잠시 주춤거린다. 그래도 페이스를 지키며 꾸준히 달려간다. 용강단지를 지나고 경주여고 32.5km 지점에 다다르자 빗줄기는 약해졌는데, 쫄딱 비를 맞고 신발까지 젖어 두 다리가 무거워진 느낌이다.

안 되겠다 싶어 남은 세 번째 파워젤을 먹고 4차 반환점 선덕여고 36.3km 지점까지 조금은 힘들게 뛰어간다. 반환점을 돌아 다시 경주여고로 향하는데 급격히 체력이 떨어진다. 40km 지점까지 3:47‘18(1km 5’49)에 달려왔다. 이제 남은 2.1km는 12분이면 서브-4 할 수 있다며  마음을 다잡는데, 그런데 이게 어찌 된 일일까? 에너지가 완전히 고갈되었는지 다리가 움직이질 않는다. 눈이 감기고 잠이 쏟아지려 한다.

여기까지 와서 포기할 수는 없다. 억지로 걸으며 뛰어보려 하지만 안 된다. 할 수 없이 걸어서 골인 점 500m 앞에까지 와서는 마지막에 뛰는 흉내라도 내야지 하며 있는 힘을 다해본다. 터덜터덜~~~ 두 다리가 풀리고 비 맞은 생쥐 꼴이다. Finish 기록 4:02‘16 아~~~ 아깝다. 2분 16초 차이로 서브-4를 놓쳤다. 구간별 기록을 보면 5km 27:13, 10km 26:58(54:11), 15km 27:30 (1:21:41), 20km 27:40(1:49:21), 25km 27:39(2:17:00), 30km 29:12(2:46:12), 35km 30:08 (3:16:21), 40km 30:58(3:47:18), 골인 15:03(4:02:16)이다.

원인은 첫째 에너지 공급이 충분하지 못했고, 둘째 쫄딱 비를 맞고 무거워진 몸으로 두 시간 넘게 뛰었으니 빨리 체력이 소진되었기 때문일 것이다. 체력이 완전히 고갈되면 정신력도 한계가 있음을 알았다. 하지만 끝까지 최선을 다해 뛰었고 자신의 한계가 거기까지임을 알았기에 더는 미련은 없었다.

16.10.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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