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단법인 창작문학예술인협의회/대한문인협회-수필

ㆍ작성자	한영택
ㆍ작성일	2024-03-03 21:5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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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년 만에 뛰어 본 질주 본능

3년 만에 뛰어 본 질주 본능

한영택

도전은 아름답다. 밤의 시공을 지나 초록이 돋아나는 봄날 만개한 벚꽃을 보며 힘차게 한번 뛰어보면 어떨까? 대구국제마라톤대회 출전이다. 오랜 공백 기간에 불구 과감하게 이번 대회에 참가한 이유는 대구국제마라톤대회가 지금까지 실버라벨이었으나 올해 골드라벨로 승격 2019년 이후 4년 만에 열리기에 그동안의 대회 출전 경험을 회고하는 의미에서 뛰어보기로 했다. 10km도 아닌 20km(하프)를 과연 뛸 수 있을까? 대회 15일 전부터 연습을 해보니 뒷심이 많이 떨어짐을 느꼈다. 저녁으론 일을 해서 아침 일찍 11km (1시간) 몇 차례 뛰어 보았다. 예전 뛰었던 경험이 있어 완주는 가능하다고 생각되었지만, 2시간 이내로 골인이 가능할지는 의문이었다.

20년 1월 18일 Winter Ren Pyongchang 마라톤 직후 1월 20일 대구에서 최초로 ‘코로나19’ 확진자가 발생했다. 당시 공포의 도가니로 몰아넣은 듯 사태의 심각성과 함께 확산 방지를 위해 정부의 강력한 사회적 거리 두기와 단체모임 금지로 연습도 마라톤대회도 모든 것이 중단되었다. 3년이란 세월의 흐름에 결국 뿔뿔이 흩어져 조직도 열정도 사라져 버렸다. 22년 4월이 되어서야 사회적 거리 두기가 완화되었고 이후 전면 해제로 바뀌면서 외부 활동과 단체모임이 자유로워지고 예전 일상으로 회복되었다. 하지만 공백 기간이 길었고 나이를 먹으니, 활력도 의욕도 많이 떨어진 거 같다.

경기 당일 아침 7시에 버스를 타고 대회장인 국채보상운동 기념공원으로 갔는데 시내 중심지 교통통제로 진입을 못 해 우회하는 바람에 좀 떨어진 곳에서 급히 내렸다. 시간이 촉박해 허겁지겁 현장에 도착했지만, 물품보관소를 찾지 못하고 급한 김에 가까운 편의점에 들러 양해를 구하고 소지품을 맡겼다. 곧바로 하프 참가자 무리에 합류 출발 신호(08:05)와 함께 앞으로 나아간다. 많은 참가자가 한꺼번에 몰리니 모두가 천천히 움직인다. 동신교를 지나 청구네거리에서 수성네거리까지 달려가는 동안 조금씩 위치가 정리되는 듯하다. 20m 전방 잘 훈련된 폼으로 가볍게 뛰어가는 아가씨가 있어 페이스를 맞추고 싶어 따라가기로 하고 10m 정도 거리를 유지하며 달려간다.

범어네거리에서 두산오거리 방향으로 뛰는데, 5km 지점에 이르자 예전에 같이 마라톤 했던 동료 선배가 뛰어가고 있다. 가까이 다가가 반갑게 인사를 했다. 페이스를 맞추며 갈이 뛰어가려 하다가 앞서가는 아가씨와 페이스를 맞추고 싶어 동료 선배를 뒤로하고 앞으로 나아간다. 상동네거리에서 상동시장을 통과하고 신천동로로 진입하니 코스가 한결 수월한 거 같다. 10km 지점을 지나자 앞서가던 아가씨는 더 빨리 달려가고 거리는 점점 멀어진다. 힘이 떨어진 탓일까? 주로 옆에 놓아둔 초코파이 한입 물고 생수를 마시며 힘을 내 보지만, 오히려 뒤따라 달려오던 젊은이와 아가씨들이 앞서 나간다. 연습이 부족한 탓일까? 나이 탓일까? 혼자서 생각하며 이 나이에 어쩌랴? 하고 나만의 페이스로 달려간다.

확실히 젊음이 좋다는 생각이 든다. 회복력도 좋고 뒷심이 좋아 뛸수록 더 힘이 나는 데 반해 나이가 들면 쉬 지치니 말이다. 성북교를 지나 오르막 상단 16km 반환점까지 1시간 23분(1km 5분 22초 페이스)이다. 남은 거리는 5km. 다시 동신교로 되돌아 뛰어간다. 앞서간 사람도 많았지만, 뒤따라 뛰어오는 사람들이 엄청 더 많이 보였다. 그럼, 필자는 참가인원 중에서 많이 앞서가고 있는 건가? 동신교까지 와서 결승점까지 남은 1km를 달리는데 길옆에서 응원하는 사람들로 가득하다. 꽹과리를 치며 환호를 보내기에 고맙다는 손짓만 보내고 막판 스피드는 내지 않고 페이스대로만 달린다.

포토 세례를 받으며 드디어 결승점을 통과한다. 골인~~~ 뛰던 걸음이 멈추었지만 전혀 지친 기색은 없다. 기록 1:53‘23 하프 참가자 3,123명 중 702위, 아~~~ 성공이다. 예전 최고 기록과는 13분 차이가 있지만 평균 기록과 비슷한 수준이라 흐뭇하다. 역시 마라톤은 젊음의 상징이다. 뛸 수 있다는 것, 함께 뛴다는 그 자체가 활력과 생동감으로 넘친다. 달리다 보면 자신감이 생기는 묘한 매력이 있는 마라톤, 하지만 이젠 나이가 있으니 적당히 달려야 할 거 같다.

대구국제마라톤대회 (23.04.02)

골드라벨: 동아일보 서울마라톤, JTBC 서울마라톤, 조선일보 춘천마라톤
실버라벨: 대구국제마라톤, 동아일보 경주마라톤

정대수 2024-03-06 07:03	`한영택` 님이 선택한 답글 입니다. 존경하는 한영택 작가님 안녕하세요. 코로나로 인해 마라톤도 침묵을 하고 있다가 긴 시간이 지나고 다시 달리기를 하셨네요. 역시 열정이 대단하십니다. 그것도 많은 거리를 지속적으로 달리기에는 대단한 체력이 필요할 텐데 아무튼 존경스럽습니다. 장거리 마라톤처럼 우리가 하는 글쓰기와 왕래도 꾸준히 이어지기를 희망합니다. 모쪼록 건강 잘 챙기시고 행복한 시간들 이어가시기 바랍니다. 고맙습니다.^^

한영택 2024-03-06 17:59	《Re》정대수 님 , 정대수 작가님 반갑습니다. 작가에서 시인으로도 등단하시고 꾸준한 활동 이어가시는 모습이 참 좋으십니다. ‘코로나19’ 이전만 하더라도 저에겐 그 시절이 정말 좋았다는 생각 듭니다. 4년이 흐른 지금 나이를 먹으니 그 당시 같이 마라톤 하던 사람들 모두는 각자의 생활에 쫓겨 잊은 듯 살아가고 있지요. 친구들도 이젠 힘든 것은 피하고 편한 것을 좋아하는 거 같습니다. 연중 대구에서 5개(새해알몸, 대구구제, 영남하프, 핑크, 달구벌) 마라톤 대회가 있는데, 대구국제마라톤대회가 가장 큰 행사지요. 회고하는 의미에서 작년 봄 한번 뛰어 봤습니다. 강한 체력을 요구하는 마라톤, 하프코스 이상은 더 많은 훈련이 필요합니다. 예전 출전 경험이 많았기에 끝까지 페이스를 지키며 완주할 수 있었습니다만 나이는 못 속이네요. ㅎㅎㅎ 시인과 작가는 붓을 놓아버리면 안 되겠죠? 아직은 여러 가지로 해야 할 것이 많아 서재 활동을 활발히 못 하지만, 가끔은 찾아뵙지요. 무엇이든 꾸준하다 보면 세월이 말해주겠지요? 새로운 기운이 돋아나는 춘삼월입니다. 건강과 행운이 함께하십시오. 다녀가심에 감사드립니다. 만남에는 헤어짐이 함께한다는 사실을 이해하고 항상 상대방과 자신에게 충실하며 살아가는 것이 지혜로운 사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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태백산(太白山) 최고의 설경을 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