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단법인 창작문학예술인협의회/대한문인협회-수필

ㆍ작성자	한영택
ㆍ작성일	2021-11-18 17:07

ㆍIP: 110.xxx.186

영암(靈巖)의 기가 치솟는 월출산으로 가다

영암(靈巖)의 기가 치솟는 월출산으로 가다

한영택

유난히 맑고 푸른 하늘에 구름 한 점 떠가듯이 몸도 마음도 떠나고 싶은 참 희한하고 아름다운 계절이다. 풍요를 만끽하던 천고마비(天高馬肥)의 계절이 언제부턴가 갈바람에 나부껴 떨어지는 낙엽을 보며 쓸쓸함 허전함을 느끼게 되고 떠나는 계절이란 바뀜에 민감해지고 있다. 시대의 흐름에 곁을 떠나간 누군가가 그립고 보고파도 그냥 그러려니 침묵하고 있다. 떠나자~~~ 걸으면서 답을 구하자. 독일의 철학자 니체는 “모든 사고는 걷는 자의 발끝에서 나온다.” 했다. 걸으며 생각하며 다시금 활력을 찾고 희열을 맛볼 수 있게~~~ 어쩜 가을 속으로 길을 나선 것은 낙엽과의 마지막 인사를 보내고 싶어서일까?

울긋불긋 단풍이 물들어 간다. 해가 일찍 떨어지는 가을 산행이라 하룻길로는 대구에서 멀고 시간이 짧다. 넉넉히 1박 2일로 전날 목포에서 하룻밤을 묵고 아침(07:00) 월출산으로 향하는 것이다. 약 50분 거리(36km) 영암으로 들어서자 희뿌연 해무가 잔뜩 시야를 가린다. 일찍 산 위에 올랐으면 아마도 장엄한 해무의 광경을 볼 수 있었으리라. 더없이 푸른 하늘 아침햇살이 반긴다. 1973년 도립공원으로 지정되었다가 1988년 6월 국립공원으로 승격된 남쪽의 소금강 영암 월출산, 설악산 주왕산과 함께 남쪽의 3대 바위산이라 군림하는 산, ‘달이 뜬다 달이 뜬다 둥근 달이 뜬다 ~~~ ’ 영암 아리랑 노랫말처럼 서해에 인접해 달을 가장 먼저 맞이하는 곳, 영암(靈巖: 영험한 바위)의 기가 불꽃처럼 치솟은 젊음의 산으로 간다.

한껏 부푼 마음으로 산행 시작(08:20)이다. 천황사주차장에서 20분 정도(0.6km) 오르니 야영장이 보인다. 더러는 이곳에서 텐트를 치고 하룻밤을 보낸 모양이다. 비교적 수월하게 천황삼거리에 다다르니 갈림길이다. 좌측은 구름다리(0.5km), 곧장 오르면 바람폭포(0.2km)로 정상가는 길인데 조금 멀어도 구름다리 쪽을 택했다. 가파른 오름길의 연속이다. 그제야 힘들다는 것을 느끼기 시작한다. 구름다리(시루봉과 매봉을 잇는 지상 120m, 길이 54m, 폭 1m) 위에서, 사자봉에서 곱게 물들어가는 단풍과 기암괴석들로 펼쳐진 비경에 절로 감탄한다.

사자봉에 올라서 한참을 내려갔다가 다시 경포대능선삼거리까지 올라오는 코스가 무척 힘들었다. 조금 앞서가지만, 뒤따라오는 친구들 몹시 힘들어하는 거 같다. 간만의 산행이고 가파른 오름길의 연속이라 시간이 더 걸린다. 경포대삼거리에 올라서자 가까이 천황봉이 모습을 드러낸다. 멀리는 구정봉이 보이고 올라설 때마다 새로운 풍경을 선보이는 산세에 모두 흡족해하는 표정이다. 마지막 관문 통천문(바위굴)을 지나 천황봉(809m)에 올라선다. 사방을 둘러보니 가볼 곳이 너무 많다.

구정봉(738m, 암봉에 9개의 구덩이, 제일 큰 것은 지름 3m, 깊이 50m) 가는 1.4km 능선 길엔 중국 작가 오승은이 쓴 서유기를 보는 듯 300m 지점엔 가부좌를 틀고 면벽 수행을 하는 삼장법사바위, 왼쪽에 돼지처럼 귀엽고 우스꽝스러운 저팔계바위, 구정봉 북쪽 거대한 석상의 손오공바위, 바람재에서 구정봉쪽 100ｍ 떨어진 등산로 아래 사오정바위, 천황봉과 구정봉 사이에 남녀가 허리를 끌어안고 뜨겁게 포옹하는 사랑바위, 옆에는 힘차게 솟은 남근바위, 건너편에 여근바위, 사랑의 에너지와 생명력이 넘치는 곳 마치 수석전시장 같다.

내려가야 할 시간(12:30)이다. 천황봉에서 구정봉을 거쳐 경포대주차장(3.8km) 또는 도갑사(5.8km)로 가기에는 무리라서 광암터로 해서 천황사주차장(2.7km)으로 하산키로 했다. 아쉬움이 많았지만. 언제 기회가 되면 강진 쪽 경포대에서 올라 도갑사로 갔으면 한다. 경포대(鏡布臺)는 강릉의 경포대(鏡浦臺)와 한자가 다르고 2km에 걸친 계곡이 무명베를 걸친 것 같다고 붙은 이름이라는데, 월출산은 전남 강진에 30% 영암에 70% 차지하고 있다. 지금쯤 도갑사로 가는 마왕재 억새밭은 하얀 수염을 흩날리고 있겠지?

광암터에 왔다. 조망대에서 동쪽으로 장군봉 능선에 위치한 “여섯 명의 형제들이 이야기를 나누고 있는 것처럼 보인다”는 육형제바위 또는 “장군이 투구를 쓰고 있는 것 같다”는 장군바위가 수문장처럼 보인다. 남쪽을 바라보면 도서관에서 책을 꽂아 놓은 모양의 책바위가 특이한데, 또 다른 이름은 식빵바위로 비스듬히 걸쳐진 모양이 흡사하다. 올라갈 때와 사뭇 다른 뾰족이 솟아오른 즐비한 암봉이 단풍과 어울려 더 절경이다.

한참을 내려오니 바람골 중심에 위치한 높이 15m의 바람폭포가 있다. 물줄기가 약하지만, 여름철에는 시원한 바람에 물보라를 일으키고 겨울에는 빙폭이 된다고들 한다. 생각보다 빠른 하산이다. 내려오는 길에서 샛길 100m에 위치한 천황사에 들렀는데, 월출산 사자봉(408m) 아래 있던 옛 절터에 승려 정각이 2004년 천황사 주지로 부임하면서 새롭게 창건한 작은 사찰이었다. 터덜터덜~~~ 천황사주차장(14:50)이다. 산행도 풍경도 끔찍하다. 힘들었지만 다시 찾고 싶은 산 가을의 추억을 한 아름 담아 온 멋진 산행이었다.

가을엔 그리운 사람과의 추억을 만나러 가자. 망설이지 말고 찾아가서 만나자. 세월이 흘러 사랑이 식거나 변해가더라도 아쉬움을 남기지 말자. 다시 만날 수 없다면 차라리 예전에 좋았던 그 시절을 떠올리며 연서(戀書)를 쓰자. 무엇이든 그렇게 사랑했던 마음을 떠올려 보자.

21.10.26. 영암 월출산 (6.7km, 6:30)

염규식

2021-11-20 18:40

시인님의 가을 정취 잘 감상하고 갑니다
항상 강건하시구요 좋은글 마음 두고 갑니다
편한 주말 되십시요---^


한영택	염규식 작가님 안녕하세요? 아름다운 가을의 정취도 잠시, 고운 나뭇잎들이 갈색으로 변해 바람결에 우수수 떨어져 길거리에 나부낍니다. 소설(小雪)지나 찬바람 불어오니 벌써 겨울로 가고 있는 느낌이네요. 그래도 올 가을은 가장 먼저 달이 뜬다는 월출산에서 무한의 기를 받고 추억을 남겼습니다. ㅎㅎㅎ 열심히 활동하시는 작가님 좋은 작품 많이 집필하세요 건강하시고 행복한 날 되십시오 감사합니다.	11/25 23:39

정대수

2021-11-24 06:00

한영택 작가님 안녕하세요.
월출산으로 추억을 만나러 다녀 오셨군요.
멋진 가을에 남긴 좋은 작품입니다.
이번 추위로 가을이 물러가고 겨울이 되었습니다.
코로나 19도 여전히 확산세가 지속되고 있으니
모쪼록 건강에 유의하시고
만사에 형통하시기를 기원 드립니다.^^


한영택	정대수 작가님 안녕하세요? ‘코로나 19’ 참 오래도 가고 힘들게 합니다. 하지만 마냥 있을 수 없지요. 지킬 건 지키면서 시간을 잘 활용하는 것이 남은 인생 행복하게 사는 법 아닐까요? 꼭 한번 가보고 싶었던 산, 시간이 잘 맞아 친구들과 다녀왔지요. 가파른 산길의 연속이라 힘들었지만, 흡족한 산행이었습니다. 중요한 것은 지금 무엇을 하느냐 입니다 건강하시고 행복하세요 감사합니다.	11/25 23:42

정찬열 2021-11-27 08:14	한영택 작가님 참 오랜만입니다. 제가 코로나에 확진자도 아닌데 웬지 갖혀사는 것처럼 되다보니 최근에 시3집을 낸다며 수필 서재를 들르지 않은 사이 이곳 남쪽의 소금강"영암 월출산" 산행을 다녀 가셨군요 저역시도 월출산 등산을 두세번 했는데 추억속에 꽤나 오래전의 일이었고 최근엔 무릎 관절로 높은길을 못가는 시네사가되어 한작가님의 산행기가 새롭기만 합니다 강진이나 해남 완도를 가려면 월출산을 옆에두고 눈도장만 찍는 신세가 되었으니 산행도 건강 했을때 부지런히 가야한다는걸 실감합니다. 며칠후 행사때 만날수 있기를 기대합니다. 항상 건강과 행운을 기원 합니다.

한영택 2021-11-28 10:10	《Re》정찬열 님 , 정찬열 작가님 반갑습니다. 오랜만이지요? ‘코로나 19’가 발생(최초 확진자 20.01.20)한지 2년이 다 되었지요? 1 ~ 4차까지 늘었다 줄었다 반복하며 이제 위드코로나로 전환했지만 확진자가 4천명을 넘어서고 최근엔 새 변이 “오미크론”까지 발생 앞으로 또 어떻게 될지? 지구촌은 바이러스 전쟁 중이네요. 세월은 흐르고 남은 시간은 별로 없는데 아까운 세월만 보내고 있습니다. 그래선 안 되겠죠? 조심은 하되 뭐라도 해야 되지 않겠습니까? 시집 준비 잘 하시네요. 열심히 하는 것도 좋지만 가끔은 비우고 내려놓는 것도 필요하다 하겠습니다. 아무리 좋은 것이 있다 할지라도 건강을 잃으면 모든 것을 잃는 것, 그 무엇이 필요하겠습니까? 좋은 계절에 더는 미룰 수 없어 친구들과 강행을 했습니다. 세월은 어쩔 수 없는 거 예전과 달리 친구들도 난코스의 산행은 힘들어하니 조금이라도 젊고 힘 좋을 때 좋은 곳을 많이 찾아다녀야 한다고 다들 그러지요? 지금 생각하면 ‘코로나 19’ 발생 이전에 마라톤, 산행 등 엄청나게 많이 다녔던 것에 참 잘했다 생각이 듭니다. 김시습(1435~1493)도 감탄한 호남의 금강산 월출산 ‘달이 뜬다 달이 뜬다 둥근 달이 뜬다’ 오늘도 많은 사람이 달을 찾아 길을 떠나겠지요. 마음의 달을 찾아서~~~ 건강하시고 행복하십시오 감사합니다.

강사랑

2023-05-23 15:00

여행.
한 해 한 해 나이를 더 할수록 여행이 왜 좋은지 알 것 같아요.
여행을 하면서 마음을 정화시키고 또는 비워내며 또 다시 초심으로 가는 행위
그게 여행인 듯 합니다.


한영택	강사랑 시인님 반갑습니다 종일 비가 내리는 휴일 쉬다가 잠시 보았네요 수필 등단 하시고 작가 되심 진심으로 축하드립니다 활동이 여의치 않아 고루 인사를 못드리네요 건강하시고 좋은 작품 많이 남기세요 감사합니다.	5/29 17:38

최하정

2024-01-02 20:48

안녕하십니까
한영택 작가님 반갑습니다
12월에 등단하여 작가서제에 머물게되어
인사 차 작가님의 멋진글에 들려 인사드립니다

자주 뵈러 들어오겠습니다
좋은글 많이 집필하시고
새해복 많이 받으세요.


한영택	최하정 작가님 반갑습니다. 장기간 서재를 비워놓다 보니 늦게 확인하고 답 글 드립니다. 늦었지만 수필 등단 축하드립니다. 작년에 시집도 내시고 열심히 활동하시니 더욱 응원을 보냅니다. 전 예전처럼 활동하기가 어렵네요. 가끔 한 번씩 찾도록 하지요. 건강하시고 좋은 글 많이 집필하시고 행운이 함께하십시오. 감사합니다.	2/23 12:08

길 위의 인생 10

금오산 산행