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단법인 창작문학예술인협의회/대한문인협회-수필

ㆍ작성자	한영택
ㆍ작성일	2021-05-28 13: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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군산 새만금국제마라톤대회

군산 새만금국제마라톤대회

한영택

낯선 곳을 찾아가는 것은 설렘이 있어 좋다. 서해는 변산반도와 태안해안국립공원이, 남해는 다도해와 한려해상국립공원이 한반도 해안을 빛내고 있다. 남해로는 몇 번의 발길이 미쳤지만, 서해로는 이번이 처음이다. 마라톤대회 참가도 당연히 좋지만, 군산 새만금방조재와 선유도까지 구경할 것이라는 계획에 빨리 달려가고 보고 싶은 마음이다.

새벽 다섯 시, 아직도 밤의 적막이 흐르는데 먼 길 나서는 걸음만 재촉할 뿐 휴일 새벽이라 그런지 자동차의 움직임도 뜸하다. 좁은 공간에 몸을 싣고 한참이나 고속도로를 달려 고령터널을 지나자 서서히 어둠이 걷히기 시작하고 희뿌연 안개가 겹겹이 둘러싸인 산줄기 따라 한 폭의 수채화를 그린다. 반대편에서 달려오는 불빛도 새벽안개에 지친 듯 동공이 흐리다.

약속한 듯 모두가 눈 붙인 틈에 침묵의 시간이 흐르고 2시간쯤 지나 마이산휴게소에 당도 김밥 한 조각을 떼노라니 뒤편에 뾰족이 솟은 수마이봉이 우두커니 내려다본다. 완주 교차로에서 전주로 발길을 재촉하자 자욱한 안개는 이어지고 털털거리는 차 안에서 조잘거리는 소리가 차창을 흔든다. 전주 톨 게이트에 내려 국도로 군산 방면으로 고개를 틀어 새만금 북로를 달리노라니 눈부신 아침햇살과 함께 군산 시내로 접어든다. 이제 막 터질 듯 월명종합경기장(전북 군산시 사정동 164-1)을 둘러 산 벚꽃의 초롱초롱한 자태가 먼 길 달려온 객을 맞는 활기찬 아침이다.

대한육상연맹과 군산시가 주최하는 2017년 군산국제새만금마라톤대회는 올해 14회째로 1만2천여 명의 선수가 참가한 가운데, 08:00부터 5분 간격으로 풀, 하프, 10km, 5km 출발이다. 필자는 10km를 뛰기로 했는데, 코스는 월명종합경기장 Start → 수송동 시청사거리(5km 반환) → 진포초사거리 → 현대코아사거리(10km 반환)까지 갔다가 되돌아오면 된다.

국제대회라 그런지 운동장에서도 외국인이 많이 보였는데, 경기장에서 빠져나와 수송동 시청사거리를 지나자 앞에 미모의 외국인 여성과 일행이 달려가고 있다. 가까이 따라붙자 외국인 남성과 뒤에 따라가는 여성, 그 뒤를 따르는 남성이 2.5km 지점부터 각자의 페이스로 달려가는데, 앞질러서 보니 10km 배번을 달았다. 이참에 같이 뛰어볼까 하며 옆에서 보조를 맞추니 싫지는 않은 듯 미소를 짓는다. 서툴지만 몇 마디 주고받자 알아들은 듯 같이 뛰자는 거 같았다.

필자는 풀코스도 뛰어봤고 여러 번의 하프 경험도 있어 10km는 웬만하면 보조를 맞춰 뛰어갈 수준은 된다. 오늘은 외국인 여성 페이스메이커가 되어 같이 볼까나? 조금 앞에서 페이스를 맞춰준다. 앞서거니 뒤서거니 보조를 맞추며 5km를 달려 반환점을 돌아서니 자신감이 붙은 듯, 아까보다는 좀 더 속도를 낸다. 평소 기록보다 좀 당겨보자며 몰아붙이지만, 역시 페이스는 지켜야 하는 법 외국인 여성이 힘들어하는 거 같아 속도를 늦추고 달린다.

08:20 경기장을 출발해 1시간 가까이 같이 뛰는 동안 서로 주고받는 대화에 마라토너의 교감은 통하게 되었다. 경기장 가까이 다다르자 따스한 햇볕에 가로수와 경기장을 둘러싼 벚꽃이 화려하게 마라토너를 맞아준다. 10km 기록 49분 13초로 골인이다. 곧바로 외국인 여성도 들어오고 고맙다며 같이 뛴 외국인 여성과 인사를 건네는데, 일행 중 부안초등학교 이윤록 교장 선생님이 계셨다. 외국인 여성은 Seetly Sue와 남성 Adam Tomas, Jacques Louw을 친절히 소개해주니 한층 더 가까워졌다.

피날레를 장식한 골인 점에서 외국인 일행 5명과 인증 샷을 남기고 다음 대회에서도 만나면 같이 뛰자고 했다. 외국인이 참가할 수 있는 국제대회는 어디든 참가한다기에 내년 대구국제마라톤대회에 오시면 꼭 연락하라며 연락처를 건넸다. 마라톤은 그렇다. 남녀노소, 외국인이 따로 없고 스포츠 정신으로 교감을 나누며 뛰는 순간 하나가 되는 것 그것이 매력일 것이다. 멀리 군산까지 와서 새로운 친구를 만나 행복하게 달린 시간이었다.

2017 군산 새만금국제마라톤대회 (17.04.09)

이어서 새만금방파제와 선유도 관광

선유도 가는 길은 군산시 대야면에서 새만금방조제까지 30km를 더 가 새만금 비응공원에서 새만금방조제 부안 가는 길 11시 15분 도착이다. 새만금방조제를 신나게 달리노라면 길게 한복판으로 이어지는 나지막한 구릉지마저 끝없는 평원이었다. 모세가 홍해 바다를 지팡이로 갈라놓고 애굽(이집트) 병사를 따돌리고 자유를 찾아가듯이 바다 위 방조제 길 가슴이 탁 트인다. 방파제 중간지점에서 가던 걸음을 멈추고 잠시 맑고 푸른 하늘과 바다를 마음껏 느껴본 순간이었다.

군산에서 변산까지 총 길이 33.9km이다. 오전 11시 45분에 신시도를 통과 고군산로 우측 무녀도 해안에 잠시 차를 세워두고 떡 자갈 해변에서 다함께 차차차~~~ 몽돌 해변이 몇 곳 있다지만, 떡 자갈로 해변을 장식한 이곳 무녀도의 풍경이 이채롭기만 하다. 전국 어디에 가도 이런 곳은 없을 것이다. 이어 고군산로 좌측 무녀도동길로 들어서자 똥섬이 보이고 가까이 제멋을 뽐내는 작은 바위로 이어진다. 무녀도2길 작은 산길을 넘어가니 습지의 마른 갈대숲이 또 다른 풍경이다.

여기서부터 선유도 가는 고군산로는 새길 도로 공사가 한창이다. 선유도는 꼭 가 봐야지 했지만, 차로 이동하기가 어려워 일행 중 일부는 되돌아가 신시도 휴게소 주차장에서 기다리기로 하고 선유도까지 약 2.5km 거리를 1시간의 여유로 필자는 일행 3명과 무작정 걸어서 선유도까지 가기로 했다. 제한된 시간이라 기다리는 사람을 생각해서 달리기도 하고 지체할 시간이 없었다. 선유도 제방 길 따라 망주봉까지 가보고 싶었지만, 선유북길 선유마을 회관 앞에서 걸음을 멈추고 멀리서 우뚝 솟은 망주봉을 바라보는 것으로 만족하고 발길을 돌린다. 망주봉 앞 썰물로 채워 비치는 얕은 수심의 바닷물은 봄날의 신기루였다.

갈 길이 멀기에 오후 2시경 신시도에서 대구로 향하는데, 금강산도 식후경이라 경기 후에 먹은 것이라곤 경기장에서 먹은 비빔밥이 전부였다. 맛집은 없을까? 찾은 곳이 계곡가든꽃게장(전라북도 군산시 개정면 아동리 616 T: 063)453-0608) 양념게장 25,000 간장게장 27,000 유명하다 소문은 들었는데 그 맛은? 시간적 여유가 많았으면 좋았겠지만, 한꺼번에 많은 것을 하기는 어렵겠지? 못 다 본 선유도의 아쉬움이다. 다음엔 제대로 한번 다녀와야겠다.

※ 군산 관광 코스 ※
새만금(방조제 33.9km) - 선유도(선유 팔경) - 은파관광지(나운동 물빛다리) - 월명호수(신흥동) - 어청도(거울 같은 물) - 비안도(기러기 닮은 섬) - 금강하구둑(성덕리 철새도래지) - 진포해양테마공원(장미동 최무선장군 기념공원)

남해 노량 앞바다 해안 길을 달리다

봄맞이 섬진강 매화꽃 길을 달리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