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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urple01_next.gif한영택 수필가 문학서재

ㆍ작성자 한영택
ㆍ작성일 2021-05-29 06:49
ㆍIP: 110.xxx.186
낙조가 아름다운 사천 해안 길을 달리다

낙조가 아름다운 사천 해안 길을 달리다

한영택

울트라마라톤을 제외한 대부분의 마라톤 경기는 오전에 열린다. 연중 매월 열리는 대회가 많이 있지만, 오후에 열리는 대회는 사천노을마라톤(8월 중), 포항철강마라톤(9월 중) 2곳이 있다. 둘 다 해안도로를 뛰지만 ‘실안낙조’로 유명한 사천 해안 길이 더 멋진 거 같다.

8월 하순 여름날 마라톤클럽 회원들과 대구에서 오후 2시에 출발해 4시경 대회장에 도착했다. 한낮 태양이 달궈놓은 후덥지근한 날씨에 이마에 땀이 송골송골 맺혀 흐른다. 더위에 아랑곳없이 대회전 도우미들의 현란한 몸짓은 대회장을 찾은 인파와 함께 점점 열기를 더해간다.

경남일보(창간 108년. 최초 지방신문)주최 사천노을 마라톤은 삼천포대교 개통(2003년 4월)기념으로 삼천포대교공원에서 첫 대회(2006.08.12)를 치렀는데, 2회부터는 줄 곳 초전공원(사천시 사남면 방지리 652)에서 하다가 12회를 맞는 올해는 이곳 삼천포대교공원에서 대회를 하게 되었다. 사천시 선정 사천 8경 중 제1경, 건설교통부 선정 ‘한국의 아름다운 길’ 삼천포대교의 아름다운 야경과 노을의 풍경을 볼 수 있어 필자의 마음은 설레었다.

동쪽에 정동진(강릉시 정동면 정동진 1리)의 일출이 있다면, 남쪽에는 사천만 해안 길 노을이 있다. 실안해안도로(사천시 대방동과 실안동 사이)로 이어진 해변의 노을 지는 풍경이 아름답다 하여 사천시가 ‘실안낙조’라는 명칭으로 이곳의 해넘이 풍경을 ‘사천 8경 중 2경’으로 선정하였다는데, 그 길을 달리는 것이다.  

코스는 삼천포대교 출발 → 실안방파제 → 아르떼리조트(5km 반환) → 영복마을 → 삼천포마리나(10km 반환) → 모충공원 → 신송마을 → 송포농공단지 입구 → 미룡해안교 → 미룡자연산횟집 → 대포 어촌체험마을(하프 반환)에서 되돌아오는 것이다. 타 대회에서는 기록을 의식했지만, 오늘은 기록보다 해넘이 풍경을 제대로 만끽하는 것이다. 개회식이 끝나자 10분 간격으로 풀(17:00) 하프, 10Km, 5km 순으로 출발한다. 처음부터 끝까지 같이 뛰기로 약속한 동료 허용석과 밸트백에 폰을 챙기고 서서히 출발선을 통과한다.

해는 서녘에 떠 있지만, 오후 5시라 아직은 노을은 이른 느낌이다. 실안방파제를 지나고 영복마을을 돌아 모충공원으로 달릴 때까지 줄 곳 기본 페이스대로 달린다. 송포동 농공단지를 벗어나 미룡마을 해안로에 들어서자 탁 트인 해안 길 따라 알록달록 길게 이어지는 마라토너의 행렬이 장관이다. 대포 어촌체험마을에 다다르자 썰물로 민 낮을 드러낸 갯벌에 태양빛에 반사되어 희뿌연 연기를 뿜어내듯 시야를 잔뜩 흐린다. 참 희한한 광경이다.

한 시간을 달려서 반환점을 돌아서니 해는 뉘엿뉘엿 수평선 산 능선에 걸치려 하고 있다. 이제부터 노을 지는 바다 풍경을 제대로 볼 수 있을까? 갯벌에 갈라진 골을 타고 흐르는 물이 마치 계곡을 연상케 한다. 다시 미룡마을 해안 길을 달리노라니 석양에 붉게 물드는 바닷물에 비쳐 하늘도 붉게 물들어간다. 필자는 그만 뛰던 걸음을 멈추고 노을 속으로 빠져들었다. 정말 멋진 풍경이다.  

가까이 또는 멀리 참나무 말뚝을 박고 대나무로 엮은 죽방렴도 여기저기 보인다. 원시어업 수단인 죽방렴이 펼쳐지는 바다 풍경이 수려하다. 송포동 농공단지를 지나 영복마을에 다다르자 해는 기울어지고 실안방파제 앞 아기자기한 섬들이 노을빛과 어우러져 아름답다. 여름날이라 해가 진 후에도 노을빛의 여운은 오래간다. 골인 점에 다다르자 주변을 밝히는 불빛이 하나둘 켜지고 바로 앞 삼천포대교의 현란한 조명과 선홍빛 하늘에 물들어 찰랑거리는 바닷물 빛이 신비롭기만 하다.  

오후 5시 10분 Start 7시 15분 finish 하프 코스 2:04‘45 기록이다. 평균 기록보다 20분 정도 늦게 들어왔지만, 동료 허용석과 둘이서 장장 21km(50리)를 2시간 동안 뛰면서 놓칠 수 없는 풍광을 끝까지 사진으로 담고 나란히 골인 점을 통과하는 모습은 너무나도 감동이었다. 노을이 가장 아름다운 시간(저녁 5시~7시)에 호흡을 같이하며 뛰면서 찍고, 찍고는 뛰고, 지칠 만도 했을 텐데 정말 대견하다. 떨어지는 해를 바라보며 환상적인 노을 풍경에 피로도 잊은 여름날의 추억으로 오래 기억에 남을 거 같다.

사천노을마라톤대회 (17.08.26)

울트라마라톤 : 정식 마라톤 경기인 풀코스인 42.195㎞보다 긴 거리를 달리는 마라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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