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단법인 창작문학예술인협의회/대한문인협회-수필

ㆍ작성자	한영택
ㆍ작성일	2024-02-20 21: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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길 위의 인생 10

길 위의 인생 10 (‘코로나19’로 빚어진 극과 극의 봄)

한영택

1편 (2020년의 봄)

2020년 2월 16일 대구에서 첫 ‘코로나19’ 슈퍼 확진자(여 61)가 발생했다. 대구 신천지교회 시발, 집단으로 확진자가 발생하자 아무런 정보가 없었던 상황에서 ‘코로나19’에 걸리면 죽는다는 막연한 공포감이 순식간에 대구는 죽음의 도시로 변한 거 같았다. 2020년 2월에서 4월까지는 이 지역을 찾는 사람이 없었고, 역과 터미널엔 간간이 택시만 보일 뿐 오가는 사람이 없었다.

석 달 동안은 택시 한 달 수입이 30~40만 원으로 급감했다. 출입 봉쇄 조치로 타지역 사람에게 기피 대상 1호 대구 사람은 죄인 같은 취급을 받았다. 2020년의 봄은 그렇게 비참했다. 5월 5일 가정의 달 연휴 이후 서울 이태원클럽 발 수도권 중심으로 산발적 집단감염이 발생하면서 전국으로 확산하기 시작하자 부분적으로 사회적 거리 두기 시행에 들어갔다. (1차)

8월 14일 광복절 전후 정부와 방역 당국의 자제 방침에도 불구 광화문에서 보수단체와 사랑제일교회 전광훈 목사가 주도한 대규모 집회로 ’코로나19‘는 더욱 확산하기 시작했다. (2차) 확진자 증감 추세에 따라 사회적 거리 두기 조치를 강화하거나 완화할 수 있지만, 정작 앞으로 다가올 겨울이 더 문제인 거 같았다. 12월 들어서 수도권(서울, 인천, 경기) 비수도권(부산) 2.5단계, 그 외 지역은 2단계로 강력한 사회적 거리 두기에 들어갔다. (3차)

2021년 봄부터는 백신접종과 일상화된 그간의 사회적 거리 두기 조치로 안정을 찾아가는 것처럼 보였지만, 여름철에 확진자가 다시 증가하니 작년과 마찬가지로 추석 명절에도 가족 간의 만남도 제한하는 등 여전히 마음을 놓을 수 없었다. 10월 들어 확진자가 현저하게 줄어들자, 11월 30일 이후부터 위드코로나로 전환하였는데, 영업금지 업종과 영업시간을 제한받는 자영업자들에겐 하루빨리 끝나기를 바라고 있었다. (4차)

성급한 탓일까? 위드코로나 전환 후 ‘코로나19’ 변이(오미크론)가 발생 확진자가 다시 폭증하기 시작했고 21년 12월 19부터는 방역패스 도입으로 전 국민이 많은 불편을 겪었다. 백신접종으로 미접종자의 사회적 활동이 제한되는 등 사람들과의 관계에서도 갈등과 불만이 극에 달했다. 아마도 ‘코로나19’ 발생 후 하루 확진자 규모로는 22년 3월 17일 621,328명이 최고인 거 같다. (5차)

2년 동안을 사회적 거리 두기와 심야 영업 제한 조치로 택시 영업 또한 극도로 어려웠다. 소상공인과 자영업자에 대한 정부지원금이 택시 사업자에게도 있었기에 그나마 다행이었다. 바람은 일을 해서 돈을 버는 것이다. 하루빨리 ‘코로나19’에서 벗어나 많은 사람이 자유롭게 활동할 수 있어야 하는데 손님이 없어 수입이 떨어지니 더 이상 버티기 힘들어 현직을 떠나간 법인 기사는 엄청 많았을 것이다.

2편 (2022년의 봄)

2022년 4월 16일 대통령 선거전 후 22년 4월 25일 ‘코로나19’는 제1 감염병에서 제2 감염병으로 전환 방역패스 조치가 없어지고 영업시간 제한 해제 등 모든 것을 이전으로 돌리는 조치다. 정권이 바뀌면서 ‘코로나19’ 사회적 거리 두기 해제로 달라진 영업환경이다. 밤 11시가 넘어서자, 택시를 잡으려는 사람들로 천지빼까리 였다. 택시 잡기가 하늘의 별 따기라 할 만큼 힘들다고 연일 떠들어 대고 있는 게 사실이다. 힘들지만 밤늦게 영업하는 기사들은 즐거운 비명이다.

隔世之感(격세지감) 이랄까? 2020년 2월~4월 ‘코로나19’가 처음 발생한 때와 2022년 4월 25일 방역패스 및 사회적 거리 두기 해제 이후 너무나 달라진 영업환경이다. 매일 심야 ‘택시 대란’이라는 기사가 방송되고 서울은 지하철 운행 시간을 늘리는 등 심야 택시 대란을 해소하려 각종 대책을 내놓고 있지만, 기사 공백에 운행 택시 부족으로 당장 해결되기는 어려운 실정이다.

‘코로나19’로 영업환경이 극도로 열악해진 법인 기사들은 사납금 맞추기도 힘들고 생계유지가 안 되자 배달업 또는 택배기사로 대거 이직했다. ‘코로나19’ 확산 전 서울시의 법인 기사 수는 ‘코로나19’ 이전 30,991명 (19년 12월 말) 현재 20,640명(22년 5월 말)으로 1만 명 넘게 줄었다(동아일보 기사, 5월17일). 대구도 개인 1만, 법인 기사 5,500명(19년 12월 말) 이었으나 현재는 법인 2천 명이 줄어든 (22년 5월 말) 총 13,500명으로 타 도시도 같은 현상일 것이다.

‘코로나19’가 완전히 종식되지 않았지만, 그동안 억눌렸던 일상이 한순간 폭발이라도 한 듯 활기를 찾고 대중교통이 멈춘 심야에는 택시를 타려는 승객만 줄지어 있을 뿐 ‘빈 차’는 없다. 개인택시 영업을 한 지 15년 되었지만, 이런 경우는 처음이다. 처음 시작할 때는 영업환경이 좋았는데, 이후로 유흥업소(모텔, 주점, 나이트클럽, 안마시술소, 집창촌 등)도 줄거나 없어지고, 지하철 확충과 버스 환승제도 도입 등 대중교통 이용에 많은 혜택이 주어지자, 택시 영업은 점점 어려워졌다. 택시 감차 등 지원 정책도 있었지만, 정책 일관성이 없어지고 ‘코로나19’까지 발생하자 영업 제한업종 못지않게 타격을 받았다.

시민의 발인 택시는 공공성도 있기에 잘 되든 안 되든 정부에서도 전혀 나 몰라라 할 수 없으니 심야 ‘택시 대란’ 해소책으로 떠나간 기사를 돌아오게 하려 국토교통부는 심야 시간에 탄력요금제를 적용하고 택시요금을 25% 인상하겠다고 하고 서울시는 심야 시간을 오후 10시(현재 자정)에서 오전 4시까지 변경하는 방안을 검토 중(4월26일)이라 밝혔지만, 일반 서민에게 영향을 미치는 만큼 요금 인상도 상황에 따라 유동적이라 지켜봐야 할 일이다.

언제까지 갈지는 몰라도 5~6월 연속(영업 20일) 한 달 수입이 3백만 원을 넘어선다. 정권이 바뀌면서 ‘코로나19’에 대한 사회적 거리 두기가 전면 해제되자 이렇게 달라지다니? 일상에 활기를 찾고 왕성한 경제활동으로 수입이 늘어나니 기분 좋은 일이지만, 그동안 ‘코로나19’에 억눌려 잃어버린 세월이며, 직장을 떠난 기사들이며, 여러 가지로 어려움을 겪었던 시간을 생각하니 씁쓸한 마음이 든다.

택시는 시대 상황에 따라 영향을 많이 받는다. 미국은 ‘코로나19’로 풀렸던 통화 환수와 인플레를 잡으려 급격한 금리 인상에 고금리 지속가능성, 언제 끝날지 모를 러시아와 우크라이나 전쟁(22.02.24 러시아 침공)으로 각종 원자재 등 물가 상승을 초래해 세계 경제는 점점 더 어려워지고 있어서 앞으로의 상황을 예단하기도 어렵다. 모든 것이 순리대로 빨리 종식되길 바랄 뿐이다.

22.06.30

천지빼까리: 두루두루 많다. 너무 많아서 그 수를 헤아릴 수 없다.
隔世之感(격세지감): 오래지 않은 동안에 몰라보게 변하여 아주 다른 세상이 된 느낌.

길 위의 인생 11

영암(靈巖)의 기가 치솟는 월출산으로 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