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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urple01_next.gif한영택 수필가 문학서재

ㆍ작성자 한영택
ㆍ작성일 2021-03-21 10:04
ㆍIP: 110.xxx.186
산행에 흥미를 느낀 젊은 날의 대둔산

산행에 흥미를 느낀 젊은 날의 대둔산

한영택

대둔산이 필자에게는 특별한 추억과 산행에 대한 흥미를 최초로 느끼게 한 산이다. 옛 시절로 돌아가 기억을 떠올리면 1981년 7월 젊은 시절 초여름 날이다. 군 입대를 앞두고 친구 둘과 1박 2일 속리산으로 등산을 갔다. 그 시절엔 이동수단으로 기차와 버스를 타거나 걷기가 전부라 전날 밤 야간열차를 타고 대전역까지 가서 역전광장에서 날을 새고 새벽 일찍 약 3km 떨어진 서대전 버스터미널까지 걸어가서 다시 버스를 타고 속리산으로 갔다. 당시 산을 찾는 사람들은 배낭에다 텐트와 코펠 식량까지 챙겨 넣어 무겁게 지고 다녔는데, 산행 중 마땅히 해결할 수단이 없었기에 그렇게 해서 다녔다. 필자와 친구도 겁 없던 젊은 시절이라 밤낮이 없었다.    

속리산에 도착해 곧바로 법주사를 거쳐 쭉쭉 뻗은 소나무 숲길을 지나 정상인 문장대(1,031m)까지 등반하고 하산하던 중 아가씨 셋을 만났는데, 내려오면서 얘기를 하다가 다음 코스로 우리는 곧바로 계룡산으로 이동해 1박을 하고 산행할 것이라 했는데, 아가씨들은 대둔산으로 간다며 자꾸 같이 가자고 권하는 바람에 친구와 코스를 변경하기로 하고 아가씨들과 같이 대둔산에 가기로 했다. 하산 후 속리산터미널에서 대둔산 가는 합승버스를 탔는데, 겨우 자리를 잡아 앉았지만, 승객은 만원이었다. 가는 중 일부 도로는 포장이 되었으나 대둔산 가는 길 금산으로 들어서니 국도는 비포장이라 덜컹덜컹~~~ 마음은 무척 설레었다.

저녁 무렵에서야 대둔산에 도착했다. 산 아래 야영장에 다다르자 많은 등산객으로 붐볐고, 우리는 그곳 한쪽에 텐트를 치고 자리를 잡았다. 아가씨들은 민박한다고 해서 숙소를 잡아놓고  캠프에 합류해서 같이 저녁식사를 했다. 주변 등산객들과 서로 음식을 나눠 먹으며 다 같이 그 시간을 즐겼다. 어둠이 깔리자 누군가 야영장 중앙에 캠프파이어로 분위기를 한층 돋우었는데, 산을 찾은 모든 사람은 한 가족이 된 느낌이었다. 황홀한 시간이 끝나고 내일을 위해 잠자리에 들어갈 시간 아가씨들은 정해진 숙소로 가고 우리는 텐트 속에서 잠을 청했다.

이윽고 잠이 들었는데, 갑자기 후드득 쏴~~~ 텐트가 강한 비바람에 풀썩 자빠지고 갑자기 비 쫄쫄 맞아버린 신세가 되었다. 급히 짐을 싸 들고 비를 피해 가까이 있는 가게로 안으로 들어가 신세를 졌다. 그때 시간이 새벽 4시, 가게 안에는 같은 신세가 된 객들이 여럿 있었는데, 주인장 인심이 좋아 얼른 들어오라며 잘 맞아 주셨다. 꼬박 의자에 앉은 체 비가 그치고 날이 샐 때까지만 기다렸다. 이른 아침 텅 빈 야영장이 황당했는지, 아가씨들은 우리를 많이 찾은 듯, 이곳저곳 찾다가 가게에서 만나자 무척 반가운 기색이었다. 대충 가게에서 아침을 먹고 곧바로 산행 시작이다.

그 당시엔 지금의 금강구름다리는 바닥이 나무와 밧줄로 만들어져 있어서 위를 통과할 때 조금만 흔들어도 좌우로 휘청휘청 스릴만점이었다. 간밤에 비가 온 뒤라 산 중턱엔 구름이 흘러가고 무협지에 나오는 외나무다리를 건너는 느낌이라 지금과는 사뭇 다른 풍경이었다. 산행 중에도 이리 폴짝 저리 폴짝 체력도 좋고 호기심이 많은 시절이라 짧은 시간에 곳곳을 다 보았다. 자금은 그 당시 나무로 된 금강구름다리는 철재로 바뀌었고, 비포장 국도는 포장이 되었고, 캠프파이어를 했던 야영장은 철재로 된 공용주차장으로 바뀌었다. 최근 다녀온 대둔산주차장 → 구름다리 → 삼선계단 → 마천대 → 정상삼거리 → 장군봉 → 용문굴 → 칠성봉전망대 → 신선암 → 용문골로 하산하는 코스도 같았지만, 무척이나 아름다운 산으로 기억되고 있었다. 산행을 마치고 대전역으로 와서 열차 시간을 기다리는 동안 서로 갈 길이 다른 아가씨들과 일행은 쪽지로 연락처를 건네고 아쉬운 발길을 돌려야 했다. 여기까지는 순수했던 젊은 시절의 산행 기억이다. 이후에 일들에 대한 이야기는 상상으로 맡긴다.  

20.06.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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