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단법인 창작문학예술인협의회/대한문인협회-수필

ㆍ작성자	김락호
ㆍ작성일	2010-11-22 01:01

ㆍIP: 175.xxx.28

우표와 우체부 아저씨

우표와 우체부 아저씨
시인/수필가/ 김락호

오전 11시쯤 되면 사무실을 문을 두드리는 소리가 들려온다. 힘차고 경쾌하게 두드리는 소리는 바로 웃음을 선사하는 우체부 아저씨다. 안녕하세요? 더우시죠? 대답도 하기 전에 이어서 줄줄 인사를 걸러오는 아저씨 지금은 집배원이라고 하지만 나는 그냥 우체부 아저씨라고 하고 싶다. 그것은 마음으로부터 느껴지는 단어이고 우리들의 정서에도 집배원보다는 우체부 아저씨가 더 정겹고 포근한 느낌 때문일 것이다.

그런데 사실은 김한주 우체부 아저씨께서 사무실문을 두드릴 때는 기분이 상쾌한 소식들은 별로 없다. 그저 벌금통지서나 또는 등기우편, 우편, 소포 등이다. 하지만 가장 많은 것은 각종 벌과금과 세금 내라는 통지서가 많은 것이 현실이다. 그러기에 요즘 집배원 아저씨들은 그렇게 환영을 못 받는 것도 사실일 것이다.

하지만 우리에 주인공 김한주님께서는 고지서를 받아들고 멋쩍어 할 주민들을 위해서 그만의 특유의 웃는 모습에 가벼운 유머까지 섞어가며 인사를 건네는 것이다. 내가 아이고 수고가 많으십니다. 라고 인사를 건네면 무슨 말씀 이세유 이렇게 받아주시니까 제가 고맙지요 하면서 그만의 독특한 미소를 보여주신다. 김한주님의 작은 체구의 몸짓에서 풍겨 나오는 행복지수는 우리들의 하루에 피로를 잠시나마 잊게 해주기에 충분하다.

한여름 밖에는 나갈 엄두를 못 내었던 올여름 한낮이었다. 나는 에어컨을 별로 좋아하질 안아 사무실 안에서는 가능하면 선풍기나 에어컨을 켜지 않고 견딘다. 하지만 다른 사람들에게는 고통일 것이다. 다른 사람들을 위해 에어컨을 켜면 나는 춘추복으로 겉옷을 하나준비해서 입는 것으로 대신한다.

그날도 아침부터 한여름의 무더위는 도시속의 콘크리트 건물을 달구어 사무실 안 이지만 나한테도 조금 덥다는 느낌이 들었다. 하지만 다른 직원은 참기 힘든 더위였는지 짜증을 내며 에어컨을 켤 것을 강력히 요구하는 것이다. 기분이 나빠진 나는 여직원과 싸움 아닌 신경전을 보내며 서로 짜증을 내고 있었다. 언성을 높이며 괜한 트집을 잡아 말싸움을 걸고 있는데 누군가 문을 두드린다. 사무실문은 항상 잠겨있다. 잡상인들과 불필요한 방문자들로부터 업무에 방해를 받지 않기 위해서다.
누구세요!
네 안녕하세유…….
네 ?!
우편물 이여유~
아네.
문을 열자 해맑은 웃음을 하시고는 늘 기쁜 마음을 전하시는 우체부 아저씨다.
사장님 계시네유~
사장님 덥지유?~
나는 조금 전까지 불쾌했던 몸과 마음이 나도 모르게 생기가 돌았다.
아네. 안녕하세요.
어이구, 감사합니다. 날씨도 더운데 이렇게 수고를 해주시고…….
사장님도 참! 저는 이렇게 받아 주시면 행복하고 감사 하지유 하시면서 싸인을 하라고 단말기를 내미신다. 싸인 하는 것이 귀찮은 것이 아니라 빨리 잘 해드려야겠다는 생각을 들게 만드는 마력을 가지신 분이다. 옛 말에 웃는 낯에 침 못 뱉는다는 말처럼 미소와 구수한 사투리로 말을 이어가시는 김한주 우체부 아저씨와의 만남은 그렇게 짧은 시간이지만 나와 우리직원에게는 활력소가 되곤 한다. 그렇게 우체부 아저씨가 다녀가신 뒤 저 아저씨 참 항상 친절하시고 말씀도 재미있게 하시네 하며 말을 걸면 사무실은 어색한 분이기는 온 데 간 데 없고 다시 웃음이 돌기 시작한다.

우체부 아저씨 하면 생각나는 것은 역시 “편지” “우체통” “우표” 일 것이다. 어려서는 위문편지, 사춘기에는 온밤을 꼬박 세워가며 쓰던 연애편지, 성인이 되어서는 고작 쓴다는 것이 청첩장이나 부고장 개업 안내장 등이 전부이지만 그래도 가장 기억에 남는 것은 사춘기시절의 연애편지일 것이다. 유명 시인들의 시를 위작하고, 책에서 본 글귀를 따와 자기가 쓴 것처럼 포장을 하고, 온갖 치장을 해서 우체통에 넣고는 마냥 답장을 기다리던 그 시절이 아마도 가장 아름다운 추억으로 남을 것이다. 나는 남달리 학창시절부터 연애편지를 잘 써서 그런지 친구들의 연애편지는 모두다 써주다 시피 했다. 그런 어린 시절이 지금에 나를 문인으로 키웠는지도 모르겠다.

그 때문일까 나는 우표에도 관심이 많았다. 70년대에 한참 유행하던 우표 모으기가 내 취미 중 하나였다. 배달되어온 편지봉투에서 물에 불려가며 살며시 때어낸 우표를 모으기 시작하다 용돈이 생기면 우표를 사고 그것을 앨범에 곱게 그리고 지문이 묻지 않게 정성을 다해 수집하기 시작해서는 친구들이 집에 오면 그것을 자랑 할라치면 친구들은 부러움에 눈초리로 날 바라보면 나는 그것에 또 희열을 느끼고 더 많은 우표를 모으기 위해 노력했다.

그렇게 모은 것이 기념우표 세트와 각종 행사우표, 외국 우표 등을 많이 모을 수 있었다. 그리고는 돈을 벌기 시작해서는 한 장식이 아닌 아예 새로운 우표가 나오면 전지 한판씩을 사서 모으기 시작하자 엄청난 양의 우표를 모을 수 있었다. 하지만 언제 부터인가 먹고사는 것이 더 중요하고 사회적으로도 우표를 모으는 사람들이 점점 없어지기 시작했고 나 역시도 취미를 사진으로 바꾸면서 자연스럽게 잊혀져갔다. 그때 모아둔 우표가 지금도 오 만장 정도 보관하고 있다.

그런데 우표 수집을 하면서 알게 된 것인데 세계적으로 우표에 가장 많이 등장한 인물이 누구인지 아시나요?!

세계에서 가장 많이 우표에 등장한 인물은 바로 북한에 “김일성” 이라고 한다. 하지만 더 재밌는 것은 우리나라 우표에도 가장 많이 등장한 인물이 있다. 청소년기 때부터 모으기 시작하면서 가장 돈 주고 사기 싫었던 우표가 바로 “전두환” 전 대통령이 국가를 통치할 때 일이다. 나는 그때 학창시절과 군 생활을 할 때였는데 “전두환” 전 대통령의 우표가 어떤 기념일만 생기면 나왔고, 또 책과 앨범으로 만들어져 나왔다.

경제적으로 어려울 때 앨범이나 책자와 씨트지까지 사려면 상당히 부담스러운 액수였기에 수집하는데 어려움이 많았지만 안 살 수도 없는 노릇이었다, 아마도 지금까지 우리나라 인물 중 가장 많이 우표에 등장한 인물들은 박정희 전 대통령도 있지만 그 보다 더 많이 등장한 인물이 바로 전두환 전 대통령일 것이다, 아마도 그 시대를 반영하듯 우표 한 장에도 통치를 하기위한 정치적인 의도가 많았다는 것을 알 수 있다.

우체통하면 세계적으로 빨강색이다. 물론 푸른색도 있고 국가에 따라 다른 색들도 있지만 미국, 영국, 일본, 우리나라 등이 대표적으로 빨간색이다. 거리에 어김없이 자리하고 있던 빨간색 우체통이 예전에는 이정표가 되고, 만남의 장소로도 쓰였던 시절도 있었지만 지금은 찾아볼 수 없는 것이 안타깝기만하다 하지만 요즘도 추억의 우체통이 있다.

세계에서 가장 큰 우체통이 바로 우리나라에 있다는 사실이다. 울산 울주군에 위치한 간절곶 등대가 있는 근방의 넓은 지역에 바다를 배경으로 하고 높이 5m , 가로 2.4m ,세로 2.0m , 무게가 무려 7톤이나 나가는 세계에서 가장 큰 우체통이 있다. 그 대형우체통의 이름은 소망 우체통이다. 간절곶에서 소원을 빌면 소원이 이루어진다는 의미에서 그 지방자치단체에서 세워놓은 것일 것이다. 재밌는 것은 실제로 우편물을 넣으면 수취인이 있는 우편은 배달도 되고, 소망엽서는 시에서 연말까지 보관한 후 간절곶 해맞이 행사시 소망엽서 태우기, 소망집 발간 이벤트를 개최하여 소망이 이루어 질수 있도록 도와준다고 한다.

예전의 편지, 우체통, 우체부 아저씨의 소중했던 추억은 역사 속으로 사라져 가지만 이런 이벤트적인 행사로라도 편지와 우체부 아저씨의 추억을 되살릴 수 있는 행사가 많아졌으면하고 바라는 마음뿐이다.

97년도 I.M.F 경제위기 때 나도 부도로 인해 경제적으로 어려웠다 책장을 뒤지다 상자 안에서 먼지만 뒤집어쓰고 싸여있는 우표 앨범을 보고는 이거라도 내다 팔아 불까 하고 시내 우표 상을 찾아갔다. 주인에게 내가 가지고 있는 우표들을 설명하며 팔면 얼마나 받을 수 있는지를 물었다. 하지만 돌아오는 대답은 허망한 대답이었다. 지금은 우표를 모으는 사람이 없어서 내놔도 팔리지 않는다는 것이다. 우표집 주인이 한마디 더 한다. 만약 자신이 다산다고 해도 사실 때 금액보다 조금 준다는 것이다. 그래야 자신이 팔 때 이문을 조금 붙여서 액면가로 팔 수 있다는 것이다. 하지만 그 많은 양의 우표를 자신은 구입하지 않는다고 한다.

꿈과 희망으로 친구들에게 자랑하며 우월감을 만끽하던 나의취미 생활이 경제적으로 어렵다하여 그것을 팔아보려고 했던 나 자신이 정말 부끄럽고 한심하지만 그 또한 사람이기에 할 수 있는 생각이 아닐까한다.

한국 최초의 우편 행정관서로서, 1884년(고종 21) 종래 역참제(驛站制)에서 탈피하여 근대적 통신제도를 도입, 그 운영을 위해 설치를 한 것이 통계적으로는 시작이지만 우리들의 선조들은 글을 모를 때는 상형문자로 또 글이 생기면서부터는 글을 적어 인편으로 보내 왔으니 우편의 역사는 아마도 아무도 모를 것이다. 지금이야 이메일, 휴대 전화 문자 메시지 등이 발달하면서 그 흔했던 우편엽서도 살아져 가지만 어떠한 형식으로든 우리들에게 꿈과 희망을 주는 우편물은 계속해서 우리들에게 배달되어 올 것이다. 어떤 우체부 아저씨는 조금 귀찮으시겠지만 오늘은 사춘기 시절의 임에게 연애편지라도 한통 써봐야겠다.